[뉴스in뉴스] “조종사가 엔진 껐다”…여객기 참사 조사 신뢰성 논란

입력 2025.07.25 (12:33) 수정 2025.07.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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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2·29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사조위가 조사 관련 자료와 기록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며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 취재하고 있는 경제산업부 이지은 기자와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 기자, 지난 주말 사고조사위원회가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 과정을 설명하다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어떤 내용이었던 건가요?

[기자]

네, 사조위가 유가족에게 엔진 정밀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는데요.

조류 충돌로 엔진이 크게 손상을 입자 오른쪽 엔진을 끄는 비상 절차를 조종사가 수행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큰 불을 막기 위해 매뉴얼대로 조치한 것으로 조종석 녹음장치에 관련 내용이 저장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실제 꺼진 엔진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 엔진인 걸로 확인됐다고 밝힙니다.

사조위는 또, 사고기 엔진의 자체 결함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엔진 블랙박스 조사에서 결함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고, 동체 착륙 당시 엔진의 소음 등을 분석한 결과 정상 출력의 65% 이상의 동력이 남아 있어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앵커]

사고 과정에서 조종사 실수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은데, 유가족들이 이 부분을 문제삼는 거죠?

[기자]

네, 사조위 설명대로면 조종사가 실수로 손상이 덜한 엔진을 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사조위는 항공기 블랙박스, FDR 기록 등으로 확인했다고 설명만 했을 뿐 당시 조종사가 좌측 엔진을 끄기까지 엔진상태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기록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은 녹음장치의 일부 내용만으로 조종사 과실로 단정짓고 있다며 기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의 의견 들어보시죠.

[김유진/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 : "근거들을 함께 설득하고 납득할 수 있게 제시를 해주셔야 되는데 (보고서) 일부를 좀 보게 해달라 이렇게 했는데 이것들은 다 안 된다라고 말씀을 하셨고…"]

[앵커]

사조위의 결론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반론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사조위 판단에 반박하는 논리와 근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비행기에는 각 엔진과 연결된 파이어 핸들을 당기면 연료 공급을 차단시켜 엔진 화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고기 비상 매뉴얼을 보면 엔진 손상시 엔진을 끄고 '파이어 핸들'을 당기게 돼 있고, 엔진 화재가 감지됐을 때도 당기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기에는 꺼진 왼쪽 엔진과 연결된 '파이어 핸들'이 당겨져 있었던 것을 확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왼쪽 엔진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불이 나는 걸 막으려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사조위는 꺼진 왼쪽 엔진이 손상이 덜했다면서도 정확한 손상 정도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취재팀이 직접 사조위의 설명 자료 전문을 입수해봤더니, 왼쪽 엔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사조위도 알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요?

[기자]

네, 조류 충돌 직후 양쪽 엔진에서 진동이 있었고 오른쪽 엔진에서 불꽃과 화염 폭발, 즉 '서지 현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생존 승무원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손상이 덜했다는 왼쪽에서도 '서지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기록장치, FDR이 꺼지기 전에 연소실 압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왼쪽 엔진 역시 심각한 손상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엔진 괸련 조사 외에 비행기 전기가 끊긴 경위에 대해서도 사조위가 결과를 냈죠?

[기자]

네, 비행기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IDG라는 장비가 양쪽 엔진에 장착돼 있는데요.

앞서 사조위 설명대로 왼쪽 엔진 시동이 꺼지면서 여기에 달려 있던 발전기, IDG도 함께 꺼졌고요.

오른쪽 엔진은 시동이 꺼지진 않았는데 이 IDG만 꺼져 있었다고 사조위는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IDG를 조종사가 끈 걸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IDG가 꺼지려면 내부 윤활유 온도가 상승해서 자동으로 멈췄거나 사람이 직접 스위치를 껐을 때 이 두 가지 가능성 뿐이라면서 당시 윤활유 온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 의해 꺼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이 점 역시 조종사의 과실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가 됐나요?

[기자]

사조위는 조종사가 IDG의 스위치를 꺼서 이 IDG가 꺼진 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IDG 스위치는 조종석 천장에 달려 있는데요.

끌 때는 위로 올리고, 켤 때는 아래로 내리도록 돼 있습니다.

또 스프링 방식이어서 스위치를 위로 올려도 다시 아래로 내려오게 제작됐습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기체에서 확인된 우측 IDG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진 상태였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즉, 스위치의 상태로만 봐서는 조종사가 직접 스위치를 껐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또, 엔진이 손상을 입어 출력이 급격하게 낮아졌을 때 IDG가 자동 분리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자료 공개 없이 조사 발표가 이뤄지다보니, 남은 조사에 대한 신뢰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군요?

[기자]

네, 일단 이 사고의 첫 시작이었던 조류 충돌과 관련해서 사고 연관성을 입증하는 용역 조사가 최근 끝났습니다.

특히 사고가 난 무안공항의 조류 활동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도 논의될 거 보입니다.

관심이 큰 건 무안공항 둔덕 시설에 대한 조사일텐데요.

앞서 사고 직후 이 둔덕 시설을 두고, 활주로 안전구역 내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당 시설이 안전구역 밖에 있어서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었는데요.

이 둔덕 시설물과 사고와의 연관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입증해낼 수 있을지가 사조위의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신선미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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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5 12:33:47
    • 수정2025-07-25 13: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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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사조위가 조사 관련 자료와 기록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며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사안 취재하고 있는 경제산업부 이지은 기자와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 기자, 지난 주말 사고조사위원회가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 과정을 설명하다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어떤 내용이었던 건가요?

[기자]

네, 사조위가 유가족에게 엔진 정밀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는데요.

조류 충돌로 엔진이 크게 손상을 입자 오른쪽 엔진을 끄는 비상 절차를 조종사가 수행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큰 불을 막기 위해 매뉴얼대로 조치한 것으로 조종석 녹음장치에 관련 내용이 저장돼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후 조사 과정에서 실제 꺼진 엔진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 엔진인 걸로 확인됐다고 밝힙니다.

사조위는 또, 사고기 엔진의 자체 결함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엔진 블랙박스 조사에서 결함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고, 동체 착륙 당시 엔진의 소음 등을 분석한 결과 정상 출력의 65% 이상의 동력이 남아 있어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앵커]

사고 과정에서 조종사 실수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은데, 유가족들이 이 부분을 문제삼는 거죠?

[기자]

네, 사조위 설명대로면 조종사가 실수로 손상이 덜한 엔진을 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사조위는 항공기 블랙박스, FDR 기록 등으로 확인했다고 설명만 했을 뿐 당시 조종사가 좌측 엔진을 끄기까지 엔진상태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기록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은 녹음장치의 일부 내용만으로 조종사 과실로 단정짓고 있다며 기록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의 의견 들어보시죠.

[김유진/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 : "근거들을 함께 설득하고 납득할 수 있게 제시를 해주셔야 되는데 (보고서) 일부를 좀 보게 해달라 이렇게 했는데 이것들은 다 안 된다라고 말씀을 하셨고…"]

[앵커]

사조위의 결론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반론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사조위 판단에 반박하는 논리와 근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비행기에는 각 엔진과 연결된 파이어 핸들을 당기면 연료 공급을 차단시켜 엔진 화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고기 비상 매뉴얼을 보면 엔진 손상시 엔진을 끄고 '파이어 핸들'을 당기게 돼 있고, 엔진 화재가 감지됐을 때도 당기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기에는 꺼진 왼쪽 엔진과 연결된 '파이어 핸들'이 당겨져 있었던 것을 확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왼쪽 엔진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불이 나는 걸 막으려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사조위는 꺼진 왼쪽 엔진이 손상이 덜했다면서도 정확한 손상 정도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취재팀이 직접 사조위의 설명 자료 전문을 입수해봤더니, 왼쪽 엔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사조위도 알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요?

[기자]

네, 조류 충돌 직후 양쪽 엔진에서 진동이 있었고 오른쪽 엔진에서 불꽃과 화염 폭발, 즉 '서지 현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생존 승무원들의 증언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손상이 덜했다는 왼쪽에서도 '서지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기록장치, FDR이 꺼지기 전에 연소실 압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왼쪽 엔진 역시 심각한 손상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엔진 괸련 조사 외에 비행기 전기가 끊긴 경위에 대해서도 사조위가 결과를 냈죠?

[기자]

네, 비행기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IDG라는 장비가 양쪽 엔진에 장착돼 있는데요.

앞서 사조위 설명대로 왼쪽 엔진 시동이 꺼지면서 여기에 달려 있던 발전기, IDG도 함께 꺼졌고요.

오른쪽 엔진은 시동이 꺼지진 않았는데 이 IDG만 꺼져 있었다고 사조위는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IDG를 조종사가 끈 걸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IDG가 꺼지려면 내부 윤활유 온도가 상승해서 자동으로 멈췄거나 사람이 직접 스위치를 껐을 때 이 두 가지 가능성 뿐이라면서 당시 윤활유 온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 의해 꺼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이 점 역시 조종사의 과실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가 됐나요?

[기자]

사조위는 조종사가 IDG의 스위치를 꺼서 이 IDG가 꺼진 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IDG 스위치는 조종석 천장에 달려 있는데요.

끌 때는 위로 올리고, 켤 때는 아래로 내리도록 돼 있습니다.

또 스프링 방식이어서 스위치를 위로 올려도 다시 아래로 내려오게 제작됐습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기체에서 확인된 우측 IDG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진 상태였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즉, 스위치의 상태로만 봐서는 조종사가 직접 스위치를 껐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또, 엔진이 손상을 입어 출력이 급격하게 낮아졌을 때 IDG가 자동 분리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자료 공개 없이 조사 발표가 이뤄지다보니, 남은 조사에 대한 신뢰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군요?

[기자]

네, 일단 이 사고의 첫 시작이었던 조류 충돌과 관련해서 사고 연관성을 입증하는 용역 조사가 최근 끝났습니다.

특히 사고가 난 무안공항의 조류 활동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시스템 개선도 논의될 거 보입니다.

관심이 큰 건 무안공항 둔덕 시설에 대한 조사일텐데요.

앞서 사고 직후 이 둔덕 시설을 두고, 활주로 안전구역 내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당 시설이 안전구역 밖에 있어서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었는데요.

이 둔덕 시설물과 사고와의 연관성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입증해낼 수 있을지가 사조위의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신선미 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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