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속주행장치 켜놓고 졸음운전…사망 사고 잇따라
입력 2025.07.29 (14:03)
수정 2025.07.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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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경북 고령군의 한 교차로. 신호 대기 중이던 1톤 트럭을 뒤에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오던 하얀색 탑차가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1톤 트럭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동승자인 부인도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가 난 차량도 산산조각 나면서 결국 폐차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고가 났을까요. 운전자가 앞을 안 보고 있었던 걸까요?

■ 시속 86km 맞춰놓고 '꾸벅꾸벅'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설정해 놓은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정속주행장치, 일명 '크루즈 컨트롤'을 켜놓은 채 졸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사고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사고 5초 전부터 운전자는 엑셀도, 브레이크도, 핸들도 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시속 86km로 달리는 상태였습니다. 아무런 제어도 없이 무작정 앞만 보고 시속 86km로 달린 차량은 그야말로 '도로 위의 흉기'였습니다.
피해자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 앞에, 사고가 난 지 2달이 지나도록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정속주행장치를 켜놓아) 추돌할 수 있는 상황을 알면서도 졸음운전을 했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거의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 교통사고 피해자 유족 |
이처럼 정속주행장치를 켜놓은 채 주의를 소홀히 했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고속도로 정속주행장치 사고 증가세…5년간 19명 숨져

지난달 23일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양양터널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주행하던 차량이 터널 벽면을 들이받는 1차 사고로 멈춰 있었는데, 뒤따르던 차량이 이를 못 보고 그대로 추돌합니다. 이 사고도 정속주행장치를 켜고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 전국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장치로 일어난 사고는 23건, 모두 19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만 12건, 사망자가 11명 발생했을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 정속주행장치는 정지한 차량은 '인식 불가'
요즘 차량에 탑재된 정속주행장치는 차간거리도 알아서 조정할 정도로 똑똑합니다. 그런데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지 차량'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정속주행장치의 센서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은 차간거리 변화를 쉽게 인식하지만, 차량이 신호대기나 작업 등의 이유로 멈춰있는 경우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차량 제조사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량 설명서에 정지 차량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우리가 '3단계 자율주행이다' 이렇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주행 중에는 보조 역할만 하는 거거든요. 명확히 인지할 수 없는 경우도 늘 생각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장거리 운전도 늘어나는 계절이 됐습니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게 정속주행장치인데요. 하지만 이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운전 내내 전방을 주시하고 항상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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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5-07-29 14:15:55

지난 5월 23일, 경북 고령군의 한 교차로. 신호 대기 중이던 1톤 트럭을 뒤에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 오던 하얀색 탑차가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1톤 트럭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동승자인 부인도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가 난 차량도 산산조각 나면서 결국 폐차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고가 났을까요. 운전자가 앞을 안 보고 있었던 걸까요?

■ 시속 86km 맞춰놓고 '꾸벅꾸벅'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설정해 놓은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정속주행장치, 일명 '크루즈 컨트롤'을 켜놓은 채 졸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실제로 사고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사고 5초 전부터 운전자는 엑셀도, 브레이크도, 핸들도 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시속 86km로 달리는 상태였습니다. 아무런 제어도 없이 무작정 앞만 보고 시속 86km로 달린 차량은 그야말로 '도로 위의 흉기'였습니다.
피해자 유족들은 억울한 죽음 앞에, 사고가 난 지 2달이 지나도록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정속주행장치를 켜놓아) 추돌할 수 있는 상황을 알면서도 졸음운전을 했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거의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 교통사고 피해자 유족 |
이처럼 정속주행장치를 켜놓은 채 주의를 소홀히 했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고속도로 정속주행장치 사고 증가세…5년간 19명 숨져

지난달 23일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양양터널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주행하던 차량이 터널 벽면을 들이받는 1차 사고로 멈춰 있었는데, 뒤따르던 차량이 이를 못 보고 그대로 추돌합니다. 이 사고도 정속주행장치를 켜고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 전국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장치로 일어난 사고는 23건, 모두 19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만 12건, 사망자가 11명 발생했을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 정속주행장치는 정지한 차량은 '인식 불가'
요즘 차량에 탑재된 정속주행장치는 차간거리도 알아서 조정할 정도로 똑똑합니다. 그런데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정지 차량'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정속주행장치의 센서가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은 차간거리 변화를 쉽게 인식하지만, 차량이 신호대기나 작업 등의 이유로 멈춰있는 경우 이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차량 제조사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량 설명서에 정지 차량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라고 경고합니다.
"우리가 '3단계 자율주행이다' 이렇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고, 주행 중에는 보조 역할만 하는 거거든요. 명확히 인지할 수 없는 경우도 늘 생각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장거리 운전도 늘어나는 계절이 됐습니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 흔히 사용하는 게 정속주행장치인데요. 하지만 이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운전 내내 전방을 주시하고 항상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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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joo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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