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배’로 필사의 탈출…공무원·주민 합심해 11명 구조

입력 2025.08.05 (14:39) 수정 2025.08.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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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지난달 19일 오후 경남 합천군에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지대가 낮은 삼가면 하금마을은 인근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며 순식간에 물에 잠겼습니다.

마을에 있던 주민들은 꼼짝없이 고립됐습니다.

합천군 곳곳에서 119 신고가 빗발쳐 당장 구조대가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물은 점점 차올랐고, 급기야 마을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이 옥상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자료:합천군)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이 옥상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자료:합천군)

그 순간 주민들 앞에 '네모난 하얀 배'가 나타났습니다.

건축용 스티로폼을 여러 장 겹친 작은 배였습니다.

스티로폼을 부여잡고 주민들을 구조하러 나선 이들은 합천군 삼가면사무소 김준환·정의권 주무관과 마을 주민, 그리고 삼가면 청년회 회원들이었습니다.

당시 마을 곳곳은 성인 남성 가슴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습니다.

온통 흙탕물인 탓에 발밑 배수로나 하수관 등의 위험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진입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그때 이들 앞으로 건축용 스티로폼이 유유히 떠내려왔습니다.

순간 마을 주민들을 구조해 낼 수 있는 '충분한 도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들은 스티로폼 배의 귀퉁이를 잡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디디며, 마을로 진입했습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먼저 옥상에 있는 주민을 먼저 구조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켰습니다.

스티로폼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앞뒤, 양옆에서 균형을 맞추며 배를 끌었습니다.

이어, 마을을 누비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집 안팎 곳곳에서 고령의 주민들은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민 1~2명씩을 배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구출해 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주민은 모두 11명에 이릅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당시 구조활동에 나선 삼가면사무소 김준환 주무관은 "목까지 물이 차올랐고, 흙탕물로 발 아래가 보이지 않아 많이 두려웠지만 할머니께서 오들오들 떨고 계시는 걸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마을의 젊은 주민들과 면의 청년회원들이 함께 나서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일"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합천에는 최대 699㎜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 500여 채가 침수되거나 파손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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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8-05 14: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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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지난달 19일 오후 경남 합천군에 시간당 80㎜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지대가 낮은 삼가면 하금마을은 인근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며 순식간에 물에 잠겼습니다.

마을에 있던 주민들은 꼼짝없이 고립됐습니다.

합천군 곳곳에서 119 신고가 빗발쳐 당장 구조대가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물은 점점 차올랐고, 급기야 마을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주민이 옥상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  (자료:합천군)
그 순간 주민들 앞에 '네모난 하얀 배'가 나타났습니다.

건축용 스티로폼을 여러 장 겹친 작은 배였습니다.

스티로폼을 부여잡고 주민들을 구조하러 나선 이들은 합천군 삼가면사무소 김준환·정의권 주무관과 마을 주민, 그리고 삼가면 청년회 회원들이었습니다.

당시 마을 곳곳은 성인 남성 가슴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습니다.

온통 흙탕물인 탓에 발밑 배수로나 하수관 등의 위험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했지만 진입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그때 이들 앞으로 건축용 스티로폼이 유유히 떠내려왔습니다.

순간 마을 주민들을 구조해 낼 수 있는 '충분한 도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들은 스티로폼 배의 귀퉁이를 잡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디디며, 마을로 진입했습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먼저 옥상에 있는 주민을 먼저 구조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안전하게 대피시켰습니다.

스티로폼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앞뒤, 양옆에서 균형을 맞추며 배를 끌었습니다.

이어, 마을을 누비며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집 안팎 곳곳에서 고령의 주민들은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민 1~2명씩을 배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구출해 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주민은 모두 11명에 이릅니다.

지난달 19일 경남 합천군 삼가면의 한 마을에서 삼가면사무소 공무원과 마을의 젊은 주민, 청년회 회원들이 폭우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는 모습  (자료:합천군)
당시 구조활동에 나선 삼가면사무소 김준환 주무관은 "목까지 물이 차올랐고, 흙탕물로 발 아래가 보이지 않아 많이 두려웠지만 할머니께서 오들오들 떨고 계시는 걸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마을의 젊은 주민들과 면의 청년회원들이 함께 나서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일"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합천에는 최대 699㎜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 500여 채가 침수되거나 파손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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