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생중계 도중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사 처벌만으로는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경제적 불이익'을 가해야 기업이 변한다는 취지로 한 말입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산재 사망 사고가 알려지면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전후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과 재해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기업의 '수익률'을 비교한 한 논문에 따르면, 답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재해 발생 기업이 무재해 기업에 비해 비정상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저자들은 "자본 시장이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 향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한 걸로 해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기업과학혁신'(47권 3호)라는 학회지에 실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공시 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전후로, 자본 시장이 기업 내 중대 재해 발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연간 산업재해율이 업종 평균 이상인 사업장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볼 때,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한 번 이상 중대 재해가 발생한 상장 기업'은 168개였고, 이 중 절반(51.6%)은 재해가 두 번 이상 발생한 기업이었습니다.
이 기업들이 속한 동종 산업에서 '무재해 기업'은 1580개였습니다.
저자들은 두 기업 집단의 ' 누적비정상수익률'을 비교했습니다.
'누적비정상수익률'이란 특정한 정보의 공표 등 일정 기간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주식 수익률의 합입니다.
이 논문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안 통과 시점 전·후 10일, 5일, 3일, 1일을 기간으로 설정했고, 직원 수와 부채 비율 등의 변수는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통제했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기간에서 재해 발생 기업들의 누적비정상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시장에서 기업의 과거 재해 발생 이력을 기억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기업
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중대 재해의 심각성이나 빈도에 따른 '주가 반응'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 중대 재해 발생 횟수가 많을수록,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가 하락이 추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논문은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에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자본 시장의 관심과 정보 공개도 영향을 미친다. (중략) 향후 산업재해 관련 정보가 다양하게 공개되어 시장의 투자자들과 학계에서의 평가·분석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산재를 줄이려면 처벌만큼이나 '정보 공개'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현재 자사의 산재 현황을 얼마나 공개하고 있을까요?
최근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일부 공시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의무 공시가 아니라 자율 공시입니다. 즉, 공시를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공시를 하더라도 어떤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사에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되거나 산재 현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최근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진 포스코이앤씨의 24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그렇습니다.
안전보건 교육 시간 등 실적 위주로 보고서가 쓰였고, 정작 '산업재해율'이나 '안전보건 투자 예산' 등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산재율은 재해자 수를 연평균 근로자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기본적인 지표에 해당합니다.
■ '안전 투자 예산' 공시 의무화 시도했지만…
특정한 공시 항목을 의무화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긴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면서, 기업의 안전보건 예산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고가 터지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안전보건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산이 공개돼 투자 결정 요소로 반영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할 거라는 게 고용부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최종 발표된 '로드맵'에서 빠졌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안전보건 투자 예산의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 'ESG 평가 항목 자체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선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공시'를 통해 창피를 주는 것이 산재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입증이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산재 정보를 공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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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 공시하면 주가 폭락? “실제 영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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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12 07:00:50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생중계 도중 "산재 사망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면, 여러 차례 공시해서 주가가 폭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사 처벌만으로는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경제적 불이익'을 가해야 기업이 변한다는 취지로 한 말입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산재 사망 사고가 알려지면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전후로, 중대재해 발생 기업과 재해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은 기업의 '수익률'을 비교한 한 논문에 따르면, 답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재해 발생 기업이 무재해 기업에 비해 비정상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저자들은 "자본 시장이 중대재해 발생 이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 향후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한 걸로 해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기업과학혁신'(47권 3호)라는 학회지에 실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공시 효과 분석'이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전후로, 자본 시장이 기업 내 중대 재해 발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연간 산업재해율이 업종 평균 이상인 사업장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볼 때,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한 번 이상 중대 재해가 발생한 상장 기업'은 168개였고, 이 중 절반(51.6%)은 재해가 두 번 이상 발생한 기업이었습니다.
이 기업들이 속한 동종 산업에서 '무재해 기업'은 1580개였습니다.
저자들은 두 기업 집단의 ' 누적비정상수익률'을 비교했습니다.
'누적비정상수익률'이란 특정한 정보의 공표 등 일정 기간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주식 수익률의 합입니다.
이 논문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안 통과 시점 전·후 10일, 5일, 3일, 1일을 기간으로 설정했고, 직원 수와 부채 비율 등의 변수는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통제했습니다.
분석 결과, 모든 기간에서 재해 발생 기업들의 누적비정상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시장에서 기업의 과거 재해 발생 이력을 기억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기업
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중대 재해의 심각성이나 빈도에 따른 '주가 반응'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 중대 재해 발생 횟수가 많을수록,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가 하락이 추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논문은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에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자본 시장의 관심과 정보 공개도 영향을 미친다. (중략) 향후 산업재해 관련 정보가 다양하게 공개되어 시장의 투자자들과 학계에서의 평가·분석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산재를 줄이려면 처벌만큼이나 '정보 공개'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현재 자사의 산재 현황을 얼마나 공개하고 있을까요?
최근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일부 공시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의무 공시가 아니라 자율 공시입니다. 즉, 공시를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공시를 하더라도 어떤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사에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되거나 산재 현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는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최근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진 포스코이앤씨의 24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그렇습니다.
안전보건 교육 시간 등 실적 위주로 보고서가 쓰였고, 정작 '산업재해율'이나 '안전보건 투자 예산' 등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산재율은 재해자 수를 연평균 근로자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기본적인 지표에 해당합니다.
■ '안전 투자 예산' 공시 의무화 시도했지만…
특정한 공시 항목을 의무화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긴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면서, 기업의 안전보건 예산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고가 터지면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안전보건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산이 공개돼 투자 결정 요소로 반영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할 거라는 게 고용부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최종 발표된 '로드맵'에서 빠졌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안전보건 투자 예산의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 'ESG 평가 항목 자체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선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공시'를 통해 창피를 주는 것이 산재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입증이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산재 정보를 공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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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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