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살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사라져가는 흔적

입력 2025.08.13 (21:41) 수정 2025.08.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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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쟁 당시 일본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소녀들도 위안소로 강제 동원했습니다.

전후 80년,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의 증언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요.

광복절 기획 보도, 오늘(13일)은 첫 순서로 96살의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최민영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96살 미사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환한 웃음 뒤엔 80년 전 상처가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1944년 10월 어느 날, 아침 식사 자리에 들이닥친 일본군에 끌려간 기억은 여전히 할머니를 괴롭힙니다.

[루시아 미사/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그 남자가 들어오면, 나에겐 나무 몽둥이가 있어요. 나무 몽둥이가…."]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루시아 미사/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피해자 집회 좋아요. 나도 휠체어를 타고 가고 싶어요."]

하지만 미사 할머니 같은 역사의 증언자도, 유적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일본군이 실제로 위안소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위안부 피해라는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이미 상당 부분 무너져 내린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2017년 마닐라 시내에 설치됐던 위안부 동상마저 필리핀 정부가 넉 달 만에 기습 철거했습니다.

[샤론 카부사오 실바/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사무총장 : "일본은 마닐라 위안부상을 두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기념물이 설치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필리핀 외교부와 접촉할 것이라고 한 뒤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인 클라베리아 할머니.

2019년 한국의 수요시위에 참석해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증언했습니다.

[나르시사 클라베리아/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누구든 전쟁을 계획하는 사람은 정말로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전쟁을 하면 특히 무고한 여성이 고통받습니다. 나에겐 손녀가 많아요."]

할머니의 남은 소원은 손녀들에게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하정현/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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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살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사라져가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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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8-13 2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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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쟁 당시 일본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소녀들도 위안소로 강제 동원했습니다.

전후 80년,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의 증언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요.

광복절 기획 보도, 오늘(13일)은 첫 순서로 96살의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최민영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시골 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96살 미사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환한 웃음 뒤엔 80년 전 상처가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1944년 10월 어느 날, 아침 식사 자리에 들이닥친 일본군에 끌려간 기억은 여전히 할머니를 괴롭힙니다.

[루시아 미사/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그 남자가 들어오면, 나에겐 나무 몽둥이가 있어요. 나무 몽둥이가…."]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루시아 미사/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피해자 집회 좋아요. 나도 휠체어를 타고 가고 싶어요."]

하지만 미사 할머니 같은 역사의 증언자도, 유적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일본군이 실제로 위안소로 사용했던 건물입니다.

위안부 피해라는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이미 상당 부분 무너져 내린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2017년 마닐라 시내에 설치됐던 위안부 동상마저 필리핀 정부가 넉 달 만에 기습 철거했습니다.

[샤론 카부사오 실바/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사무총장 : "일본은 마닐라 위안부상을 두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기념물이 설치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필리핀 외교부와 접촉할 것이라고 한 뒤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인 클라베리아 할머니.

2019년 한국의 수요시위에 참석해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증언했습니다.

[나르시사 클라베리아/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누구든 전쟁을 계획하는 사람은 정말로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전쟁을 하면 특히 무고한 여성이 고통받습니다. 나에겐 손녀가 많아요."]

할머니의 남은 소원은 손녀들에게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하정현/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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