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특권의 도시’ 평양…“돈주와 공생”
입력 2025.08.16 (08:17)
수정 2025.08.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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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북한의 수영 교육이 일부 특권층에만 해당된다고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게 수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의 현대식 시설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곳, 바로 평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도 평양에 자원을 집중해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주민들도 철저한 신분 검증을 통과해야만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엘리트층 구성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유한 집단인 돈의 주인, 이른바 '돈주'들이 대거 진입했고, 당국은 이들의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특권층으로 떠오른 '돈주'들, 그리고 화려한 평양의 이면에 가려진 특권층과 당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수상스키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고층 건물들 사이로 펼쳐지는 평양 대동강의 풍경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원형 유람보트'인데요.
소형 테이블이 놓인 보트 안에서는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유람보트의 높은 인기를 전하며 '명절이나 휴일에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물놀이장도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튜브를 끌며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곳곳에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문수물놀이장 이용객 : "미끄럼대를 열 번 탔는데, 이제 열 번 더 타겠습니다."]
그 밖에도 승마, 사격, 볼링은 물론 각종 쇼핑몰과 음식까지.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는데요.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만큼은 다른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류층 출신으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김금혁 씨는 이 모든 것이 평양이기 때문에, 또 평양 시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김금혁/탈북민 : "평양 시민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특권이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주민의 편의를 위한 봉사시설이라고 부르죠 북한에선.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아이스링크장이나 다양한 체육시설이 대부분 다 평양에만 있고요. 다른 지역에선 사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인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평양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고 지방은 평양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선 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6·25 전쟁 직후 김일성은 '평양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평양은 사회주의 계획도시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는데요.
[조선중앙TV :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뻔했던 평양을 가장 빛나는 도시로 일떠세운 기적의 속도 평양 속도."]
이후에도 엄격한 인구 통제와 토지 이용 규제로 평양을 관리했고,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속에서도 건설을 이어가며 외형적인 화려함을 더해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평양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대동강 주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민들의 삶도 향상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최관철/평양 여명거리 거주자 : "옛날에는 우리가 더부살이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배려로 려명거리가 일떠서니 보십시오. 이리 좋은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희시설 건설 사업에도 박차를 가했는데요.
낡은 놀이공원들이 대대적으로 보수되거나 개축됐고 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말을 타니까 30대의 젊은 기분입니다."]
["말타기 좋습니다!"]
'인민 생활 향상', '문명 국가 건설'과 같은 정책 기조에 따른 개발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집권 초기 불안정했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건설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2012년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개성청년지구의 공원이라든가 테마파크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기존에 있던 테마파크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가져왔거든요. 결국 김정은 본인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혹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의 만족을 위한 시설들의 확충 (필요성)을 그들도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끊임없는 평양 개발이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북한에 새롭게 등장한 북한식 자본가 집단, '돈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이들의 자금을 산업·경제 전반에 흡수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지금 보이지 않게 돈주들이 모든 상업망, 산업망에 확장되어 있다는 거고요. 북한의 경제는 하이브리드(혼합형)식 생존 경제인데 그것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경제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 경제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간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에서 장사와 고리대금,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소규모 거래에서 대규모 무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설 투기를 통해 자본 규모를 더욱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독점을 위해 권력기관에 뇌물과 청탁을 일삼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도 이들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막대한 자금 운용 능력을 무기로 북한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쳐온 '돈주'들이 이제 평양의 새로운 특권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권력과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떼야 뗄 수가 없는 한 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면 도와줘야지 국가가 살아가고 전반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이 운용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개발을 통해 '돈주'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편,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준공된 평양 뉴타운과 그곳에 들어선 각종 서비스 시설들도 살림집 확충이라는 명분 뒤에 북한식 자본가 집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성 대동강 맥주 집에서 대동강 맥주의 진맛을 새롭게 맛보게 됩니다."]
["하루 노동의 피곤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평양이 발전할수록 지방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방발전 20승10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력과 연료, 건설 자재 등 핵심 자원이 평양 우선으로 공급되면서 지방의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
이 같은 불균형이 고착될수록 내부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인간이란 것이 결국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지방 사람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죠. 여기에 교육시설이라든가 각급 대학교라든가 이런 것들도 물론 지방에도 교육시설이 있고 대학교가 있지만 평양에 있는 교육시설과 비교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박탈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종합온실에서 생산된 갖가지 남새(채소)들이 수도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강동종합온실에서 재배된 채소들이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진숙/평양시민 : "온 가족이 기뻐할 것 같고 정말 남새(채소)가 푸르싱싱하고 연하고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5년 전, 코로나19로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생활용수와 채소 공급 등 평양 시민의 실생활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처럼 '평양 우선' 기조는 자금을 쥔 '돈주'와 국가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공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관계가 계속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화려한 개발과 위락시설 뒤에 자리한 북한식 자본가 '돈주'와 권력의 공생.
특권의 도시 평양의 그 빛나는 풍경 속에서 북한이 말하는 평등 사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서 북한의 수영 교육이 일부 특권층에만 해당된다고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게 수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의 현대식 시설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곳, 바로 평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도 평양에 자원을 집중해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주민들도 철저한 신분 검증을 통과해야만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엘리트층 구성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유한 집단인 돈의 주인, 이른바 '돈주'들이 대거 진입했고, 당국은 이들의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특권층으로 떠오른 '돈주'들, 그리고 화려한 평양의 이면에 가려진 특권층과 당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수상스키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고층 건물들 사이로 펼쳐지는 평양 대동강의 풍경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원형 유람보트'인데요.
소형 테이블이 놓인 보트 안에서는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유람보트의 높은 인기를 전하며 '명절이나 휴일에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물놀이장도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튜브를 끌며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곳곳에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문수물놀이장 이용객 : "미끄럼대를 열 번 탔는데, 이제 열 번 더 타겠습니다."]
그 밖에도 승마, 사격, 볼링은 물론 각종 쇼핑몰과 음식까지.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는데요.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만큼은 다른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류층 출신으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김금혁 씨는 이 모든 것이 평양이기 때문에, 또 평양 시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김금혁/탈북민 : "평양 시민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특권이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주민의 편의를 위한 봉사시설이라고 부르죠 북한에선.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아이스링크장이나 다양한 체육시설이 대부분 다 평양에만 있고요. 다른 지역에선 사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인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평양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고 지방은 평양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선 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6·25 전쟁 직후 김일성은 '평양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평양은 사회주의 계획도시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는데요.
[조선중앙TV :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뻔했던 평양을 가장 빛나는 도시로 일떠세운 기적의 속도 평양 속도."]
이후에도 엄격한 인구 통제와 토지 이용 규제로 평양을 관리했고,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속에서도 건설을 이어가며 외형적인 화려함을 더해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평양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대동강 주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민들의 삶도 향상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최관철/평양 여명거리 거주자 : "옛날에는 우리가 더부살이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배려로 려명거리가 일떠서니 보십시오. 이리 좋은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희시설 건설 사업에도 박차를 가했는데요.
낡은 놀이공원들이 대대적으로 보수되거나 개축됐고 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말을 타니까 30대의 젊은 기분입니다."]
["말타기 좋습니다!"]
'인민 생활 향상', '문명 국가 건설'과 같은 정책 기조에 따른 개발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집권 초기 불안정했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건설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2012년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개성청년지구의 공원이라든가 테마파크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기존에 있던 테마파크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가져왔거든요. 결국 김정은 본인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혹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의 만족을 위한 시설들의 확충 (필요성)을 그들도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끊임없는 평양 개발이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북한에 새롭게 등장한 북한식 자본가 집단, '돈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이들의 자금을 산업·경제 전반에 흡수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지금 보이지 않게 돈주들이 모든 상업망, 산업망에 확장되어 있다는 거고요. 북한의 경제는 하이브리드(혼합형)식 생존 경제인데 그것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경제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 경제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간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에서 장사와 고리대금,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소규모 거래에서 대규모 무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설 투기를 통해 자본 규모를 더욱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독점을 위해 권력기관에 뇌물과 청탁을 일삼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도 이들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막대한 자금 운용 능력을 무기로 북한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쳐온 '돈주'들이 이제 평양의 새로운 특권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권력과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떼야 뗄 수가 없는 한 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면 도와줘야지 국가가 살아가고 전반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이 운용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개발을 통해 '돈주'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편,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준공된 평양 뉴타운과 그곳에 들어선 각종 서비스 시설들도 살림집 확충이라는 명분 뒤에 북한식 자본가 집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성 대동강 맥주 집에서 대동강 맥주의 진맛을 새롭게 맛보게 됩니다."]
["하루 노동의 피곤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평양이 발전할수록 지방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방발전 20승10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력과 연료, 건설 자재 등 핵심 자원이 평양 우선으로 공급되면서 지방의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
이 같은 불균형이 고착될수록 내부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인간이란 것이 결국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지방 사람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죠. 여기에 교육시설이라든가 각급 대학교라든가 이런 것들도 물론 지방에도 교육시설이 있고 대학교가 있지만 평양에 있는 교육시설과 비교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박탈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종합온실에서 생산된 갖가지 남새(채소)들이 수도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강동종합온실에서 재배된 채소들이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진숙/평양시민 : "온 가족이 기뻐할 것 같고 정말 남새(채소)가 푸르싱싱하고 연하고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5년 전, 코로나19로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생활용수와 채소 공급 등 평양 시민의 실생활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처럼 '평양 우선' 기조는 자금을 쥔 '돈주'와 국가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공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관계가 계속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화려한 개발과 위락시설 뒤에 자리한 북한식 자본가 '돈주'와 권력의 공생.
특권의 도시 평양의 그 빛나는 풍경 속에서 북한이 말하는 평등 사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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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즈업 북한] ‘특권의 도시’ 평양…“돈주와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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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16 08:17:44
- 수정2025-08-16 08:38:16

[앵커]
앞서 북한의 수영 교육이 일부 특권층에만 해당된다고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게 수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의 현대식 시설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곳, 바로 평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도 평양에 자원을 집중해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주민들도 철저한 신분 검증을 통과해야만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엘리트층 구성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유한 집단인 돈의 주인, 이른바 '돈주'들이 대거 진입했고, 당국은 이들의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특권층으로 떠오른 '돈주'들, 그리고 화려한 평양의 이면에 가려진 특권층과 당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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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수상스키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고층 건물들 사이로 펼쳐지는 평양 대동강의 풍경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원형 유람보트'인데요.
소형 테이블이 놓인 보트 안에서는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유람보트의 높은 인기를 전하며 '명절이나 휴일에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물놀이장도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튜브를 끌며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곳곳에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문수물놀이장 이용객 : "미끄럼대를 열 번 탔는데, 이제 열 번 더 타겠습니다."]
그 밖에도 승마, 사격, 볼링은 물론 각종 쇼핑몰과 음식까지.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는데요.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만큼은 다른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류층 출신으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김금혁 씨는 이 모든 것이 평양이기 때문에, 또 평양 시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김금혁/탈북민 : "평양 시민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특권이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주민의 편의를 위한 봉사시설이라고 부르죠 북한에선.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아이스링크장이나 다양한 체육시설이 대부분 다 평양에만 있고요. 다른 지역에선 사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인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평양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고 지방은 평양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선 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6·25 전쟁 직후 김일성은 '평양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평양은 사회주의 계획도시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는데요.
[조선중앙TV :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뻔했던 평양을 가장 빛나는 도시로 일떠세운 기적의 속도 평양 속도."]
이후에도 엄격한 인구 통제와 토지 이용 규제로 평양을 관리했고,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속에서도 건설을 이어가며 외형적인 화려함을 더해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평양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대동강 주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민들의 삶도 향상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최관철/평양 여명거리 거주자 : "옛날에는 우리가 더부살이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배려로 려명거리가 일떠서니 보십시오. 이리 좋은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희시설 건설 사업에도 박차를 가했는데요.
낡은 놀이공원들이 대대적으로 보수되거나 개축됐고 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말을 타니까 30대의 젊은 기분입니다."]
["말타기 좋습니다!"]
'인민 생활 향상', '문명 국가 건설'과 같은 정책 기조에 따른 개발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집권 초기 불안정했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건설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2012년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개성청년지구의 공원이라든가 테마파크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기존에 있던 테마파크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가져왔거든요. 결국 김정은 본인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혹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의 만족을 위한 시설들의 확충 (필요성)을 그들도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끊임없는 평양 개발이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북한에 새롭게 등장한 북한식 자본가 집단, '돈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이들의 자금을 산업·경제 전반에 흡수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지금 보이지 않게 돈주들이 모든 상업망, 산업망에 확장되어 있다는 거고요. 북한의 경제는 하이브리드(혼합형)식 생존 경제인데 그것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경제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 경제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간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에서 장사와 고리대금,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소규모 거래에서 대규모 무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설 투기를 통해 자본 규모를 더욱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독점을 위해 권력기관에 뇌물과 청탁을 일삼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도 이들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막대한 자금 운용 능력을 무기로 북한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쳐온 '돈주'들이 이제 평양의 새로운 특권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권력과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떼야 뗄 수가 없는 한 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면 도와줘야지 국가가 살아가고 전반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이 운용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개발을 통해 '돈주'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편,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준공된 평양 뉴타운과 그곳에 들어선 각종 서비스 시설들도 살림집 확충이라는 명분 뒤에 북한식 자본가 집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성 대동강 맥주 집에서 대동강 맥주의 진맛을 새롭게 맛보게 됩니다."]
["하루 노동의 피곤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평양이 발전할수록 지방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방발전 20승10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력과 연료, 건설 자재 등 핵심 자원이 평양 우선으로 공급되면서 지방의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
이 같은 불균형이 고착될수록 내부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인간이란 것이 결국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지방 사람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죠. 여기에 교육시설이라든가 각급 대학교라든가 이런 것들도 물론 지방에도 교육시설이 있고 대학교가 있지만 평양에 있는 교육시설과 비교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박탈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종합온실에서 생산된 갖가지 남새(채소)들이 수도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강동종합온실에서 재배된 채소들이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진숙/평양시민 : "온 가족이 기뻐할 것 같고 정말 남새(채소)가 푸르싱싱하고 연하고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5년 전, 코로나19로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생활용수와 채소 공급 등 평양 시민의 실생활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처럼 '평양 우선' 기조는 자금을 쥔 '돈주'와 국가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공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관계가 계속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화려한 개발과 위락시설 뒤에 자리한 북한식 자본가 '돈주'와 권력의 공생.
특권의 도시 평양의 그 빛나는 풍경 속에서 북한이 말하는 평등 사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앞서 북한의 수영 교육이 일부 특권층에만 해당된다고 전해드렸죠.
그런데 이게 수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북한의 현대식 시설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곳, 바로 평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도 평양에 자원을 집중해 인프라를 구축해왔고 주민들도 철저한 신분 검증을 통과해야만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엘리트층 구성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유한 집단인 돈의 주인, 이른바 '돈주'들이 대거 진입했고, 당국은 이들의 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특혜를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새로운 특권층으로 떠오른 '돈주'들, 그리고 화려한 평양의 이면에 가려진 특권층과 당국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수상스키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
고층 건물들 사이로 펼쳐지는 평양 대동강의 풍경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원형 유람보트'인데요.
소형 테이블이 놓인 보트 안에서는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유람보트의 높은 인기를 전하며 '명절이나 휴일에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 속 물놀이장도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미끄럼틀을 타고 튜브를 끌며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곳곳에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문수물놀이장 이용객 : "미끄럼대를 열 번 탔는데, 이제 열 번 더 타겠습니다."]
그 밖에도 승마, 사격, 볼링은 물론 각종 쇼핑몰과 음식까지.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는데요.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만큼은 다른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류층 출신으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김금혁 씨는 이 모든 것이 평양이기 때문에, 또 평양 시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김금혁/탈북민 : "평양 시민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특권이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주민의 편의를 위한 봉사시설이라고 부르죠 북한에선. 대부분 평양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평양에는 아이스링크장이나 다양한 체육시설이 대부분 다 평양에만 있고요. 다른 지역에선 사실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인 것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한 편의시설들은 평양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고 지방은 평양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평양은 단순한 수도를 넘어선 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6·25 전쟁 직후 김일성은 '평양속도'를 구호로 내걸고 폐허가 된 도시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평양은 사회주의 계획도시로 새롭게 탄생하게 됐는데요.
[조선중앙TV :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뻔했던 평양을 가장 빛나는 도시로 일떠세운 기적의 속도 평양 속도."]
이후에도 엄격한 인구 통제와 토지 이용 규제로 평양을 관리했고,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속에서도 건설을 이어가며 외형적인 화려함을 더해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집권 초기부터 평양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대동강 주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성된 미래과학자거리와 여명거리에는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들어섰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민들의 삶도 향상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최관철/평양 여명거리 거주자 : "옛날에는 우리가 더부살이하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배려로 려명거리가 일떠서니 보십시오. 이리 좋은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희시설 건설 사업에도 박차를 가했는데요.
낡은 놀이공원들이 대대적으로 보수되거나 개축됐고 빙상장과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말을 타니까 30대의 젊은 기분입니다."]
["말타기 좋습니다!"]
'인민 생활 향상', '문명 국가 건설'과 같은 정책 기조에 따른 개발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집권 초기 불안정했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체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건설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2012년 후계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개성청년지구의 공원이라든가 테마파크들을 많이 만들어놓고 기존에 있던 테마파크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가져왔거든요. 결국 김정은 본인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혹은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의 만족을 위한 시설들의 확충 (필요성)을 그들도 느꼈을 겁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끊임없는 평양 개발이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북한에 새롭게 등장한 북한식 자본가 집단, '돈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른바 '돈주'라고 불리는 이들의 자금을 산업·경제 전반에 흡수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지금 보이지 않게 돈주들이 모든 상업망, 산업망에 확장되어 있다는 거고요. 북한의 경제는 하이브리드(혼합형)식 생존 경제인데 그것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된 경제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시장 경제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민간 주도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배급 체계가 붕괴된 북한에서 장사와 고리대금, 밀수 등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들은 소규모 거래에서 대규모 무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건설 투기를 통해 자본 규모를 더욱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 독점을 위해 권력기관에 뇌물과 청탁을 일삼았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도 이들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막대한 자금 운용 능력을 무기로 북한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쳐온 '돈주'들이 이제 평양의 새로운 특권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권력과 돈주들의 자금 흐름이라든지. 모든 것들이 떼야 뗄 수가 없는 한 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어떻게 보면 도와줘야지 국가가 살아가고 전반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이 운용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개발을 통해 '돈주'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한편,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최근 준공된 평양 뉴타운과 그곳에 들어선 각종 서비스 시설들도 살림집 확충이라는 명분 뒤에 북한식 자본가 집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성 대동강 맥주 집에서 대동강 맥주의 진맛을 새롭게 맛보게 됩니다."]
["하루 노동의 피곤이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평양이 발전할수록 지방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방발전 20승10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력과 연료, 건설 자재 등 핵심 자원이 평양 우선으로 공급되면서 지방의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
이 같은 불균형이 고착될수록 내부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금혁/탈북민 : "인간이란 것이 결국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조금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지방 사람들은 많은 불만을 갖고 있죠. 여기에 교육시설이라든가 각급 대학교라든가 이런 것들도 물론 지방에도 교육시설이 있고 대학교가 있지만 평양에 있는 교육시설과 비교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박탈감을 느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동종합온실에서 생산된 갖가지 남새(채소)들이 수도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강동종합온실에서 재배된 채소들이 평양 시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진숙/평양시민 : "온 가족이 기뻐할 것 같고 정말 남새(채소)가 푸르싱싱하고 연하고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5년 전, 코로나19로 물자가 부족하던 시기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생활용수와 채소 공급 등 평양 시민의 실생활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는데요.
이처럼 '평양 우선' 기조는 자금을 쥔 '돈주'와 국가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곽인옥/통일경제사회연구소장 : "공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런 관계가 계속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화려한 개발과 위락시설 뒤에 자리한 북한식 자본가 '돈주'와 권력의 공생.
특권의 도시 평양의 그 빛나는 풍경 속에서 북한이 말하는 평등 사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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