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망상이고 개꿈”…문턱 높이는 북한 외

입력 2025.08.23 (08:08) 수정 2025.08.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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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기지를 조성했다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평안북도 신풍동인데 지하시설 입구와 지휘부, 지원용 구조물 등이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는 15곳에서 20곳으로 추정되는데요, 보고서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 벨트'가 동아시아와 미국 본토에 잠재적인 핵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8월의 넷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화해 손짓에도 북한이 적대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김여정 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우리를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손을 내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UFS가 시작된 지난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4월 진수된 5천 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았습니다.

신형 구축함의 실전배치가 임박한 듯 다중 표적을 조기에 탐지하는 위상배열 레이더의 덮개가 벗겨진 모습이 눈에 띕니다.

비록 모자이크로 일부 가리긴 했지만, 전투지휘실과 승조원 생활공간 등도 공개됐습니다.

최현호의 무장체계통합 시험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우선 한미 연합연습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9일 :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연습은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고 하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으로..."]

또, 한미 연합연습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며, 북한 핵 무장화의 급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UFS의 야외기동훈련 절반을 다음 달로 연기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화해 메시지를 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북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겁니다.

[광복절 기념식/8월 15일 :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남북 간 신뢰 구축을 강조했는데요.

[을지 국무회의/8월 18일 :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또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토대도 마련될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또다시 싸늘한 대답이었습니다.

이번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정은의 대외정책 구상을 외무성에 전달하는 자리에서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방랑시인 같은 말'이자,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본 결과 보수든 진보든 자신들과의 대결야망이 대물림 되어 왔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이런 평가도 내놨습니다.

[김여정 발언 대독/라디오 '조선의소리' :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

김여정은 또, 한미연합연습 중단도 거듭 압박하면서, 한국은 북한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지금 북한은 북러 관계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할 유인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인 것 같고요. 북한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김여정 담화, 김정은 이야기, 또 김여정 담화 이렇게 계속 발표하는 것으로 보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남쪽의 변화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북측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강하게 압박하며 대화의 문턱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지금의 이런 국면은 북한이 더 센 요구를 해도 미국이나 한국이 거기에 대해서 강압적인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오히려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본인의 전략적인 위치나, 현재 북한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동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종합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남북 간 신뢰 회복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이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가장 주목되는 조치로는 9·19 남북 군사합의의 복원이 꼽힙니다.

[정동영/통일부 장관/8월 18일 : "철저히 상황을 관리하면서 단계적으로 군 통신과 9·19 군사합의 복원 등 군사적 신뢰를 쌓아 가겠습니다."]

북한이 접촉을 거부하는 현시점에, 9·19 군사합의 내용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 GP 상호 철수나 유해 발굴 사업 등은 동력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육·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과 기동훈련을 중단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분야로 거론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그것을 한꺼번에 확 줄이겠다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줄여가면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해간다고 하면 제한적이지만 저는 북한의 반응이 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상응조치 없이 정부가 군사합의 복원에 속도를 냈다가 자칫 우리의 대북 억지력만 약화될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일례로 해상 완충수역이 다시 적용되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있는 해병대 포병 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북한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보다 더 강한 얘기를 할 거고 계속해서 우리를 압박하는 정책을 취할 때 그때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오히려 없다는 거죠. 그럼 선제적으로 먼저 제시했던 걸 거둬들이는 방법밖에 없을 텐데 그때 거둬들였을 때 오히려 북한은 또 우리한테 한국이 먼저 위기를 에스컬레이션(고조) 했다는 쪽으로 비난할 거고."]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처음으로 내놓았습니다.

1단계는 핵·미사일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 비핵화라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광복절 공동 기념…‘북러 혈맹’ 과시▲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군사적·경제적 실익을 얻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북한도 최근 광복 80주년 기념행사를 했는데, 이마저도 러시아와의 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전 무대로 채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

종전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리포트]

평양의 개선문 광장.

광복절을 기념하는 화려한 장식과 함께 특설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대형 연단 중앙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자리 잡은 사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

공연이 시작되자 대형 전광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이 나오고, 러시아 사절단은 눈시울을 붉힙니다.

러시아 노래까지 울려 퍼지면서, 광복절 기념행사는 사실상 북러 양국의 공동 기념식으로 변했습니다.

[러시아 가요 '전진하라, 러시아!' : "러시아, 러시아! 그 이름은 멸적의 기상. 추켜들자 러시아 깃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축하공연에선 친푸틴 성향의 러시아 가수 샤먼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를 양손에 들고 포효하듯 무대를 활보하고.

["이는 나의 러시아. 이는 나의 인민."]

전자기타와 드럼 소리 등 록 사운드도 휘몰아쳤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샤먼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혈맹임을 강조하는 광복절 첫 공개 연설을 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을 찾아 헌화하는 장면도 연출했습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가 북한과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오히려 밀착을 대외에 과시하며 종전 관련 상황까지 논의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지난 12일,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담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조·러 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지난 15일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쉽게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만약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푸틴 대통령의 의지대로 관철된다면, 향후 북한의 대미 외교에서 북러 밀착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러시아가 구상하는 세계 전략이란 건 여러 다극 질서를 얘기합니다. 여러 강대국 중심의 다극 질서로 분할이 되되 러시아가 그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건데 거기에 기대서 북한은 새로운 외교적인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가 어느 정도 찾아지면,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북한) 파병군을 바로 돌려보내기보다는 일정 정도 그 지역에 대한 안정화 측면에서 여러 가지 타이틀을 바꿔가면서 재건을 위해서 왔다라든지 역할의 임무 전환을 통해서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장 경험은 물론 첨단 무기체계 흡수까지 군사적 실익을 챙기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강력한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외교적 활로까지 적극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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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망상이고 개꿈”…문턱 높이는 북한 외
    • 입력 2025-08-23 08:08:16
    • 수정2025-08-23 08:34:26
    남북의 창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중국 국경과 가까운 곳에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기지를 조성했다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평안북도 신풍동인데 지하시설 입구와 지휘부, 지원용 구조물 등이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는 15곳에서 20곳으로 추정되는데요, 보고서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 벨트'가 동아시아와 미국 본토에 잠재적인 핵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8월의 넷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화해 손짓에도 북한이 적대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김여정 부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우리를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손을 내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이 내용,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 UFS가 시작된 지난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4월 진수된 5천 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았습니다.

신형 구축함의 실전배치가 임박한 듯 다중 표적을 조기에 탐지하는 위상배열 레이더의 덮개가 벗겨진 모습이 눈에 띕니다.

비록 모자이크로 일부 가리긴 했지만, 전투지휘실과 승조원 생활공간 등도 공개됐습니다.

최현호의 무장체계통합 시험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우선 한미 연합연습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8월 19일 :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연습은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고 하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으로..."]

또, 한미 연합연습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며, 북한 핵 무장화의 급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UFS의 야외기동훈련 절반을 다음 달로 연기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화해 메시지를 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북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겁니다.

[광복절 기념식/8월 15일 :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남북 간 신뢰 구축을 강조했는데요.

[을지 국무회의/8월 18일 :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또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토대도 마련될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또다시 싸늘한 대답이었습니다.

이번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정은의 대외정책 구상을 외무성에 전달하는 자리에서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겨냥했습니다.

'방랑시인 같은 말'이자,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본 결과 보수든 진보든 자신들과의 대결야망이 대물림 되어 왔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이런 평가도 내놨습니다.

[김여정 발언 대독/라디오 '조선의소리' : "이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

김여정은 또, 한미연합연습 중단도 거듭 압박하면서, 한국은 북한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지금 북한은 북러 관계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할 유인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인 것 같고요. 북한이 굉장히 짧은 시간에 김여정 담화, 김정은 이야기, 또 김여정 담화 이렇게 계속 발표하는 것으로 보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남쪽의 변화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북측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강하게 압박하며 대화의 문턱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지금의 이런 국면은 북한이 더 센 요구를 해도 미국이나 한국이 거기에 대해서 강압적인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오히려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본인의 전략적인 위치나, 현재 북한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동을 하고 있다는 계산이 종합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우리 정부는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남북 간 신뢰 회복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이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는데, 가장 주목되는 조치로는 9·19 남북 군사합의의 복원이 꼽힙니다.

[정동영/통일부 장관/8월 18일 : "철저히 상황을 관리하면서 단계적으로 군 통신과 9·19 군사합의 복원 등 군사적 신뢰를 쌓아 가겠습니다."]

북한이 접촉을 거부하는 현시점에, 9·19 군사합의 내용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 GP 상호 철수나 유해 발굴 사업 등은 동력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육·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과 기동훈련을 중단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분야로 거론됩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그것을 한꺼번에 확 줄이겠다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줄여가면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해간다고 하면 제한적이지만 저는 북한의 반응이 또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상응조치 없이 정부가 군사합의 복원에 속도를 냈다가 자칫 우리의 대북 억지력만 약화될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일례로 해상 완충수역이 다시 적용되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있는 해병대 포병 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은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북한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보다 더 강한 얘기를 할 거고 계속해서 우리를 압박하는 정책을 취할 때 그때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오히려 없다는 거죠. 그럼 선제적으로 먼저 제시했던 걸 거둬들이는 방법밖에 없을 텐데 그때 거둬들였을 때 오히려 북한은 또 우리한테 한국이 먼저 위기를 에스컬레이션(고조) 했다는 쪽으로 비난할 거고."]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처음으로 내놓았습니다.

1단계는 핵·미사일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 비핵화라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광복절 공동 기념…‘북러 혈맹’ 과시▲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군사적·경제적 실익을 얻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북한도 최근 광복 80주년 기념행사를 했는데, 이마저도 러시아와의 밀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전 무대로 채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

종전 협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최대 수혜자는 북한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리포트]

평양의 개선문 광장.

광복절을 기념하는 화려한 장식과 함께 특설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대형 연단 중앙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자리 잡은 사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

공연이 시작되자 대형 전광판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상이 나오고, 러시아 사절단은 눈시울을 붉힙니다.

러시아 노래까지 울려 퍼지면서, 광복절 기념행사는 사실상 북러 양국의 공동 기념식으로 변했습니다.

[러시아 가요 '전진하라, 러시아!' : "러시아, 러시아! 그 이름은 멸적의 기상. 추켜들자 러시아 깃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축하공연에선 친푸틴 성향의 러시아 가수 샤먼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를 양손에 들고 포효하듯 무대를 활보하고.

["이는 나의 러시아. 이는 나의 인민."]

전자기타와 드럼 소리 등 록 사운드도 휘몰아쳤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샤먼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혈맹임을 강조하는 광복절 첫 공개 연설을 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을 찾아 헌화하는 장면도 연출했습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러시아가 북한과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오히려 밀착을 대외에 과시하며 종전 관련 상황까지 논의하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지난 12일,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담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조·러 간 조약의 정신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앞으로도 러시아 지도부가 취하게 될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지난 15일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쉽게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만약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푸틴 대통령의 의지대로 관철된다면, 향후 북한의 대미 외교에서 북러 밀착관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용환/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 "러시아가 구상하는 세계 전략이란 건 여러 다극 질서를 얘기합니다. 여러 강대국 중심의 다극 질서로 분할이 되되 러시아가 그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건데 거기에 기대서 북한은 새로운 외교적인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가 어느 정도 찾아지면,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이호령/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 : "(북한) 파병군을 바로 돌려보내기보다는 일정 정도 그 지역에 대한 안정화 측면에서 여러 가지 타이틀을 바꿔가면서 재건을 위해서 왔다라든지 역할의 임무 전환을 통해서 여러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전장 경험은 물론 첨단 무기체계 흡수까지 군사적 실익을 챙기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강력한 공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외교적 활로까지 적극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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