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우표서 사라진 ‘남한’…등장한 ‘주애’

입력 2025.08.23 (08:20) 수정 2025.08.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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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편지 쓰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우표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수집하는 사람도 많은데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우표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시대의 흐름이나 상징적 의미를 담아 우표를 발행하곤 하는데 북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우표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과거 발행된 우표 중 민족과 통일을 상징하던 것들이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저희 남북의 창 제작진이 북한 우표목록 책자를 입수해 확인해 봤습니다.

[리포트]

전시장 벽면을 빼곡히 채운 우표와 이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관람객들.

북한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우표 전람회 현장인데요.

다양한 형태의 우표들이 소개됐지만 결국 전시의 핵심은 북한 지도자들의 업적을 내세운 우표였습니다.

[조선중앙TV/8월13일 : "우표들에는 탁월한 사상과 영도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위상을 만방에 빛내어주시고 조국 번영의 찬란한 새 시대를 펼쳐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존귀하신 영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북한은 주요 국가 기념일마다 우표를 발행하거나 전시회를 엽니다.

주목할 점은 이 우표들이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입니다.

[김경일/평양고려국제여행사 부원 : "전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현명한 영도 밑에 나날이 변모해 가는 우리 인민의 실생활을 가슴 뿌듯이 체감하면서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그런 자각을 가지게 됩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전인 1946년, 김일성 지시에 따라 최초로 우표를 발행했는데요.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방된 지 얼마 안 되던 1945년 11월 7일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당시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 체신국장을 만나신 자리에서 체신 사업은 나라의 통신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시며…."]

북한 우표의 본래 목적은 서신 발송이었지만 그 자체가 체제 선전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상의료제'와 같은 사회주의 제도를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고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1957년에 발행된 이 첫 보건 우표들을 통해서 이미 해방 직후부터 실시되어왔고 세계적으로 그 수준이 높아진 여성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국가 부담에 의한 의료혜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무상교육'체제를 선전하며, 지도자의 애민 정신을 찬양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교육주제의 우표들에 반영되어 있는 지나온 연대들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품속에서 새롭게 새겨지는 뜨거운 후대사랑의 전설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목적은 지도자 우상화인데 그 시작은 김일성의 얼굴이 새겨진 우표였습니다.

해방 1년을 맞아 발행된 이 우표는 김일성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각인시키는 정치적 상징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당 우표가 북한 우표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남북의 창' 제작진이 입수한 조선우표목록.

9년 만에 발행된 최신판을 과거 발행 내역과 비교해 본 결과, 우표가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는 그 이유를 배경인 '태극기'에서 찾았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김일성 주석의 초상이 들어간 최초의 우표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해방 1주년이라는 민족적인 큰 상징을 가지고 있는 기념우표인데 김일성 주석의 뒷배경에 태극기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습니다."]

2023년 말, 북한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민족과 통일의 개념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한 대남 기구들을 폐지하고 남북 경제협력 관련 법안과 합의서도 잇따라 파기했습니다.

또 북한의 애국가 가사에서 한반도 전역을 뜻하는 '삼천리' 표현을 삭제했고 일기예보 속 한반도 이미지까지 수정했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우표에도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 북한이 과거에 발행했던 남북정상회담 기념 우표들도 최신 목록에선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조선 우표 목록은 북한이 1946년도에 최초의 우표를 발행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우표를 담은 목록집입니다. 사진이 담겨있고요. 그 우표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이게 9년 만에 새롭게 발간이 됐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한민국과 관련된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이슈의 우표는 모조리 다 뺐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이런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에는 오히려 우표를 통해 민족과 통일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마다 통일을 애타게 부르고 소원하며 우표에도 우리는 하나라고 마디마디 절절히 새겨넣었지만 아직도 오지 않은 통일."]

북한은 통일 관련 우표들을 다양하게 발행하며 김일성이 마지막까지 조국 통일을 강조했음을 부각했습니다.

김정일 역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한 바 있는데요.

북한 매체는 이런 김정일을 민족 화해와 단합, 통일의 시대를 연 인물로 선전했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 "북남 공동선언이 발표되게 된 것이야말로 위대한 장군님께서 조국 통일 운동사에 쌓으신 불멸의 업적으로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세 차례 회담을 모두 담은 기념 우표를 발행했습니다.

해당 우표에는 남북 두 정상의 모습 대신 합의문과 식수 행사, 백두산 천지 방문 등 상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우표조차 최신 우표 목록에서는 단 한 장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북미정상회담 우표는 여전히 목록에 남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북한이 발행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념우표는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북한 당국이 유독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담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서야 발행됐을 뿐 아니라, 무려 세 종류가 발행됐고 발행량도 평소의 세 배에 달해 다른 어떤 정상회담의 기념 우표보다 큰 비중을 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이 우표를 지우지 않은 건 비록 북미관계는 경색됐지만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북중, 북러 정상회담 기념 우표 역시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남북관계와 통일의 흔적은 지워낸 반면, 그 외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업적을 부각한 우표는 남겨둔 것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 정책,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우표들이 굉장히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러시아라든가 중국과 같은 우방과의 친선을 상징하는 우표들도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우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린 자녀의 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딸 주애인데요.

김주애는 화성-17형 발사 기념 우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첩을 비롯해 화성-18형 발사 기념 우표와 평양의 신도시인 전위거리 준공식 우표에도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이들 우표는 모두 공식 석상에 등장한 모습을 담은 것인데, 밖으로는 후계자 여부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안으로는 지도자 가족을 친근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미/탈북민 : "김주애 초상화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자그마하게 김주애를 사람들한테 내보이는 그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자 지도자를 받아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사람들한테 조금씩 그 노출되다 보면 어느 순간 쭉 북한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주민들이 세뇌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봤어요."]

9년 만에 발행된 북한의 우표목록에서 남북관계의 단절을 읽어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무엇보다도 우표목록 속의 빈 번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삭제했던 기존 우표가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남측과 관련된 우표를 모두 뺐지만 우표 번호는 살려놨습니다. 그래서 향후에 남북 관계가 더 완화되고 발전해 나감에 따라서 우표를 살려서 다시 목록에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북한에서 이른바 '종이 보석' '꼬마 외교관'이라 불리는 우표.

체제의 거울이자 선전 수단이고, 나아가 정치적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는 북한 우표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분위기를 바꿔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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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3 08:20:09
    • 수정2025-08-23 08:34:26
    남북의 창
[앵커]

손편지 쓰는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히 우표가 발행되고 있습니다.

수집하는 사람도 많은데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우표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나라들이 시대의 흐름이나 상징적 의미를 담아 우표를 발행하곤 하는데 북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우표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과거 발행된 우표 중 민족과 통일을 상징하던 것들이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의 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저희 남북의 창 제작진이 북한 우표목록 책자를 입수해 확인해 봤습니다.

[리포트]

전시장 벽면을 빼곡히 채운 우표와 이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관람객들.

북한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우표 전람회 현장인데요.

다양한 형태의 우표들이 소개됐지만 결국 전시의 핵심은 북한 지도자들의 업적을 내세운 우표였습니다.

[조선중앙TV/8월13일 : "우표들에는 탁월한 사상과 영도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위상을 만방에 빛내어주시고 조국 번영의 찬란한 새 시대를 펼쳐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존귀하신 영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북한은 주요 국가 기념일마다 우표를 발행하거나 전시회를 엽니다.

주목할 점은 이 우표들이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입니다.

[김경일/평양고려국제여행사 부원 : "전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현명한 영도 밑에 나날이 변모해 가는 우리 인민의 실생활을 가슴 뿌듯이 체감하면서 나라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그런 자각을 가지게 됩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전인 1946년, 김일성 지시에 따라 최초로 우표를 발행했는데요.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방된 지 얼마 안 되던 1945년 11월 7일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당시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 체신국장을 만나신 자리에서 체신 사업은 나라의 통신을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시며…."]

북한 우표의 본래 목적은 서신 발송이었지만 그 자체가 체제 선전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상의료제'와 같은 사회주의 제도를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고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1957년에 발행된 이 첫 보건 우표들을 통해서 이미 해방 직후부터 실시되어왔고 세계적으로 그 수준이 높아진 여성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국가 부담에 의한 의료혜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무상교육'체제를 선전하며, 지도자의 애민 정신을 찬양하기도 합니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교육주제의 우표들에 반영되어 있는 지나온 연대들은 경애하는 원수님의 품속에서 새롭게 새겨지는 뜨거운 후대사랑의 전설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목적은 지도자 우상화인데 그 시작은 김일성의 얼굴이 새겨진 우표였습니다.

해방 1년을 맞아 발행된 이 우표는 김일성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각인시키는 정치적 상징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당 우표가 북한 우표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남북의 창' 제작진이 입수한 조선우표목록.

9년 만에 발행된 최신판을 과거 발행 내역과 비교해 본 결과, 우표가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는 그 이유를 배경인 '태극기'에서 찾았습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김일성 주석의 초상이 들어간 최초의 우표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해방 1주년이라는 민족적인 큰 상징을 가지고 있는 기념우표인데 김일성 주석의 뒷배경에 태극기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했습니다."]

2023년 말, 북한은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민족과 통일의 개념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한 대남 기구들을 폐지하고 남북 경제협력 관련 법안과 합의서도 잇따라 파기했습니다.

또 북한의 애국가 가사에서 한반도 전역을 뜻하는 '삼천리' 표현을 삭제했고 일기예보 속 한반도 이미지까지 수정했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우표에도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 북한이 과거에 발행했던 남북정상회담 기념 우표들도 최신 목록에선 모두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조선 우표 목록은 북한이 1946년도에 최초의 우표를 발행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우표를 담은 목록집입니다. 사진이 담겨있고요. 그 우표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이게 9년 만에 새롭게 발간이 됐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한민국과 관련된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이슈의 우표는 모조리 다 뺐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이런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에는 오히려 우표를 통해 민족과 통일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TV '우표 이야기' : "해마다 통일을 애타게 부르고 소원하며 우표에도 우리는 하나라고 마디마디 절절히 새겨넣었지만 아직도 오지 않은 통일."]

북한은 통일 관련 우표들을 다양하게 발행하며 김일성이 마지막까지 조국 통일을 강조했음을 부각했습니다.

김정일 역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한 바 있는데요.

북한 매체는 이런 김정일을 민족 화해와 단합, 통일의 시대를 연 인물로 선전했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 "북남 공동선언이 발표되게 된 것이야말로 위대한 장군님께서 조국 통일 운동사에 쌓으신 불멸의 업적으로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세 차례 회담을 모두 담은 기념 우표를 발행했습니다.

해당 우표에는 남북 두 정상의 모습 대신 합의문과 식수 행사, 백두산 천지 방문 등 상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우표조차 최신 우표 목록에서는 단 한 장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북미정상회담 우표는 여전히 목록에 남아 있어 눈길을 끕니다.

북한이 발행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념우표는 북미 간 첫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북한 당국이 유독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담이 끝난 지 1년이 지나서야 발행됐을 뿐 아니라, 무려 세 종류가 발행됐고 발행량도 평소의 세 배에 달해 다른 어떤 정상회담의 기념 우표보다 큰 비중을 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이 우표를 지우지 않은 건 비록 북미관계는 경색됐지만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북중, 북러 정상회담 기념 우표 역시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남북관계와 통일의 흔적은 지워낸 반면, 그 외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업적을 부각한 우표는 남겨둔 것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 정책,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우표들이 굉장히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러시아라든가 중국과 같은 우방과의 친선을 상징하는 우표들도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우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린 자녀의 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딸 주애인데요.

김주애는 화성-17형 발사 기념 우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첩을 비롯해 화성-18형 발사 기념 우표와 평양의 신도시인 전위거리 준공식 우표에도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이들 우표는 모두 공식 석상에 등장한 모습을 담은 것인데, 밖으로는 후계자 여부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안으로는 지도자 가족을 친근하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장미/탈북민 : "김주애 초상화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자그마하게 김주애를 사람들한테 내보이는 그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자 지도자를 받아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사람들한테 조금씩 그 노출되다 보면 어느 순간 쭉 북한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주민들이 세뇌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봤어요."]

9년 만에 발행된 북한의 우표목록에서 남북관계의 단절을 읽어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언제든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입니다.

무엇보다도 우표목록 속의 빈 번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삭제했던 기존 우표가 다시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이상현/북한 우표 전문가/민화협 체육위원 : "남측과 관련된 우표를 모두 뺐지만 우표 번호는 살려놨습니다. 그래서 향후에 남북 관계가 더 완화되고 발전해 나감에 따라서 우표를 살려서 다시 목록에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북한에서 이른바 '종이 보석' '꼬마 외교관'이라 불리는 우표.

체제의 거울이자 선전 수단이고, 나아가 정치적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는 북한 우표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분위기를 바꿔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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