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사고 20주년…그 후는?

입력 2006.04.28 (11:18) 수정 2006.04.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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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사고인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난 지 20년이 됐습니다.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불이 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는데요.

그 결과 유럽 전역이 오염되는 대재앙이 일어났고 인류는 핵의 공포를 실감했습니다. 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지구촌의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만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모스크바 신성범 특파원을 위성으로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신 특파원, 체르노빌 참사가 벌써 20주년인데 특별한 행사가 있었나요?

<리포트>

우크라이나에서는 각종 추모행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 정부 관료와 시민들은 20주년인 어제 수도 키에프에 있는 참사 기념비에서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첫 폭발이 일어난 시각인 새벽 1시 23분에는 키에프의 전 교회가 20번 종을 치며 20년전의 그날을 기렸습니다.

<질문>
방사능이 누출됐던 체르노빌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답>
체르노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나 갈 수 없는 땅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반경 30킬로미터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여기서는 방사능 측정기가 필수품입니다.

발전소 부근은 정상적인 방사능 수치의 백배가 넘습니다. 사고가 난 4호 원자로는 현재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로 사방을 덮어놨습니다. 구조물의 이름도 돌로 만든 관, 석관입니다. 이 석과안에 들어있는 것은 방사능 덩어리들입니다.

방사능 성분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데는 수백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이렇게 가두는 것 뿐입니다.

<질문>
당시 방사능 누출사고의 원인은 무엇이었죠?

<대답>
역설적이게도 안전점검을 하다가 원자로가 폭발했습니다.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은 애초에 원자로 설계가 잘못된데다 기술자들의 실수가 겹친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자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모래와 납을 퍼붓고 연인원 60만명이 동원돼 열흘만에 불길은 잡았지만 이미 천톤이 넘는 방사능 물질이 하늘로 퍼져나간 후였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합한 것 보다 100배나 많은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유럽 14개 국가로 번진 것입니다.

<질문>
체르노빌 일대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답>
발전소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프리피야트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들이 살었던 아파트촌입니다.

당시 이곳에 살던 5만명을 포함해 부근 마을 주민 12만명에게 소개령이 내려진 것이 폭발사고가 난지 36시간 후였습니다.

누구도 사고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불이 난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당시 소련 정부가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천 킬로미터 떨어진 스웨덴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문의를 하고 나서야 소련은 사고를 시인했습니다. 지금 프리피야트는 버려진 도시,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도가 조금 낮은 다른 마을에는 다시 되돌아온 주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노인들로 암으로 죽기전에 늙어죽을 것이 뻔하니 고향에서 마지막 생을 보내겠다며 통제구역안으로 되돌아온 사람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처음에는 거주를 막다가 최근에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경 30킬로미터 통제구역안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이 8백명입니다. 사람들이 떠난 체르노빌 근처 산림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세계자연보호 연맹은 체르노빌지역에 사슴과 곰,늑대등 10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인명피해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죠?

<대답>
가장 큰 논쟁거리입니다. 체르노빌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가장 많이 쏟아진 나라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라루시입니다.

세나라에서 60만명의 주민들이 기준치의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방사능에 노출됐는데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후유증으로 숨질 것인가를 놓고 전문가들 조차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국제원자력 기구와 세계 보건기구의 조사 결과는 사망자가 4천명은 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망 원인이 방사능피폭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지난 20년간 60명뿐이고 방사능 때문에 생긴 갑상선암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예상되는 사망자가 많아야 4천명선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9만명 넘게 숨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방사능의 잠복기가 긴데다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암에 걸리는지 증명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 단계의 결론은 앞으로 이삼십년 더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한동안 뜸했었는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대답>
체르노빌 사고 직후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최근 부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443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도 12기를 운용중인데 오는 203년까지 11기를 더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유가로 화력발전소가 돈이 많이 드는데다 원전이 대기 오염을 줄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찾아낼때 까지는 체르노빌이라는 이름과 함께 원전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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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르노빌 원전사고 20주년…그 후는?
    • 입력 2006-04-28 10:01:06
    • 수정2006-04-28 11:22:2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사고인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난 지 20년이 됐습니다. 1986년 4월 26일, 옛 소련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불이 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는데요. 그 결과 유럽 전역이 오염되는 대재앙이 일어났고 인류는 핵의 공포를 실감했습니다. 사고의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지구촌의 원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만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모스크바 신성범 특파원을 위성으로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신 특파원, 체르노빌 참사가 벌써 20주년인데 특별한 행사가 있었나요? <리포트> 우크라이나에서는 각종 추모행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 정부 관료와 시민들은 20주년인 어제 수도 키에프에 있는 참사 기념비에서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첫 폭발이 일어난 시각인 새벽 1시 23분에는 키에프의 전 교회가 20번 종을 치며 20년전의 그날을 기렸습니다. <질문> 방사능이 누출됐던 체르노빌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대답> 체르노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나 갈 수 없는 땅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반경 30킬로미터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여기서는 방사능 측정기가 필수품입니다. 발전소 부근은 정상적인 방사능 수치의 백배가 넘습니다. 사고가 난 4호 원자로는 현재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로 사방을 덮어놨습니다. 구조물의 이름도 돌로 만든 관, 석관입니다. 이 석과안에 들어있는 것은 방사능 덩어리들입니다. 방사능 성분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데는 수백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이렇게 가두는 것 뿐입니다. <질문> 당시 방사능 누출사고의 원인은 무엇이었죠? <대답> 역설적이게도 안전점검을 하다가 원자로가 폭발했습니다.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은 애초에 원자로 설계가 잘못된데다 기술자들의 실수가 겹친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고가 나자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모래와 납을 퍼붓고 연인원 60만명이 동원돼 열흘만에 불길은 잡았지만 이미 천톤이 넘는 방사능 물질이 하늘로 퍼져나간 후였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합한 것 보다 100배나 많은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유럽 14개 국가로 번진 것입니다. <질문> 체르노빌 일대에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답> 발전소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프리피야트라는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들이 살었던 아파트촌입니다. 당시 이곳에 살던 5만명을 포함해 부근 마을 주민 12만명에게 소개령이 내려진 것이 폭발사고가 난지 36시간 후였습니다. 누구도 사고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불이 난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당시 소련 정부가 사고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천 킬로미터 떨어진 스웨덴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문의를 하고 나서야 소련은 사고를 시인했습니다. 지금 프리피야트는 버려진 도시,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도시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도가 조금 낮은 다른 마을에는 다시 되돌아온 주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노인들로 암으로 죽기전에 늙어죽을 것이 뻔하니 고향에서 마지막 생을 보내겠다며 통제구역안으로 되돌아온 사람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처음에는 거주를 막다가 최근에는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경 30킬로미터 통제구역안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이 8백명입니다. 사람들이 떠난 체르노빌 근처 산림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세계자연보호 연맹은 체르노빌지역에 사슴과 곰,늑대등 10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인명피해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죠? <대답> 가장 큰 논쟁거리입니다. 체르노빌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가장 많이 쏟아진 나라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벨라루시입니다. 세나라에서 60만명의 주민들이 기준치의 수십배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방사능에 노출됐는데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후유증으로 숨질 것인가를 놓고 전문가들 조차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국제원자력 기구와 세계 보건기구의 조사 결과는 사망자가 4천명은 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망 원인이 방사능피폭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지난 20년간 60명뿐이고 방사능 때문에 생긴 갑상선암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예상되는 사망자가 많아야 4천명선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9만명 넘게 숨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방사능의 잠복기가 긴데다 어느 정도 노출되어야 암에 걸리는지 증명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 단계의 결론은 앞으로 이삼십년 더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한동안 뜸했었는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대답> 체르노빌 사고 직후 중단됐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최근 부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443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도 12기를 운용중인데 오는 203년까지 11기를 더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유가로 화력발전소가 돈이 많이 드는데다 원전이 대기 오염을 줄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찾아낼때 까지는 체르노빌이라는 이름과 함께 원전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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