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간다] 무한도박 유혹하는 ‘콤프’
입력 2013.12.20 (23:12)
수정 2013.12.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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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예전엔 탄광으로 유명했던, 지금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사북읍의 인구는 5천여 명.
읍내는 한산합니다.
시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문을 닫은 상점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녹취> 이위숙(주민) : "외지인들도 저기 카지노에서만 왔다갔다 거리고 하지 여기는 실제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상점마다 팻말이 하나씩 붙어 있다는 것.
팻말에는 '콤프 가능' 또는 '콤프 마감'이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습니다.
이 콤프(comp)란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무료, 보상을 뜻하는 영어 complimentary를 줄여 쓰는 말.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객에게 게임 금액과 시간에 따라 강원랜드 회원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일종의 마일리지입니다.
지역 상점에서 숙박과 식비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가맹점은 8백여곳.
강원랜드의 카지노 포인트인 콤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지역 가맹점에서 콤프의 하루 사용액은 8만 원, 가맹점 한 곳당 한 달 3백만 원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콤프가 본래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한 쌀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은 없고 쌀만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하루에 평균 손님이 몇 분이나 오세요?) 오늘은 한 대밖에 못 팔았어요. 한 분도 안 오셨어요. 오늘."
이 가게는 3년 전 콤프 가맹점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쌀을 젊은 분들이 50대 되는 분들이 와서 끊었는데 할아버지 계실 때 할아버지가 끊어드렸어요. 저는 없었고 며칠 간 끊었는데... 우린 돈 줘야 깡(현금 할인 환전)인 줄 알았거든요. 한 사람이 세 장씩, 두 장씩 가져와 긁은 게 깡이래요."
콤프로 물건을 산 뒤 그 물건을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하는 이들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결제해줬다 적발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콤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녹취> 주민 : "시장 살리기 위해서 콤프라는 걸 해줬는데 이렇게 건수를 잡아가지고 다 죽여버리니...차라리 애당초 안해줬으면 기대를 안 하지..."
<녹취> 주민 : "강원랜드에서 깡은 자기들이 다 먹지, 시내에서 돈 몇만 원 벌어 집세라도 내려고 했는데 그걸 죽이고..."
콤프를 할인해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콤프깡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녹취> 박흥식(주민) : "(손님이 가게에 와서 어떻게 깡을 하는 건지?) 예를 들어서 내가 오늘 8만 원을 하는데, 8만 원을 써야되는데 5만 원만 주쇼. 3만 원은 당신이 먹고. 이런 식이죠. (5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그렇죠. (그러면 그냥 주나요? 가게에서? 왜 그러죠?) 우선 급하니까.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게임장에 다니는 분들이 극한적으로 얘기하면 자살까지 하고 그런 상황인데..."
<녹취> "약물 등을 이용한 사기 도박이 성행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영업이 끝나는 새벽 6시.
출입구 옆의 흡연실에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집니다.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업자들이 카지노 손님들을 접촉합니다.
<녹취> "콤프 삽니다. 콤프."
업자들은 담배를 피우러 온 손님들에게 조용히 접근해 말을 겁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콤프 삽니다. 콤프 얼마 있어요? (얼마 없는데... 백 얼마...)"
콤프 적립액이 백만 원이 좀 넘는다는 말에 업자는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흡연실 밖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녹취> 업자 : "보안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 되니까...따라 나가셔야 돼요. 내가 뒤따라 갈게. (얼마씩 해주세요? 그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냐고? 40만 원 드린다고."
콤프 100만 원을 현금 40만 원에 사겠다는 것.
<녹취> "(50은 줘야죠.) 우리가 50만 원 남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해 드리죠. 그런 게 아니고 가맹점에 깡을 하면 가맹점에 돈 준다고요. 중간에 떨어지는 것은 얼마 안 떨어져요."
취재진은 이 업자의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습니다.
이튿날.
통화를 하고 업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00 전당사(전당포)라고 있어요. 거기에서 20분 후에 뵙는 걸로 하죠."
<녹취> 업자 : "(저희가 사실은 KBS에서 왔습니다.) 아... 그랬어요? (업체가 있고 그래요?) 그렇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네. 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죠."
<녹취>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카지노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그분들은 차비도 없어서 그런 분들은 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분들이 하시죠."
콤프 현금 환전업자들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모두 잃거나 출입이 정지된 고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업자를 통해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취재진은 강원랜드 단골 출입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인 임 모씨.
그는 사북 읍내의 한 원룸에서 사글세 60만 원을 내고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집에 와선 스포츠 토토 등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게 그의 일상입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이기지를 못하네. 토요일 일요일 해서 백여만 원 잃었어요. (그런데 왜 계속 하세요? 계속 잃으시면서.) 중독이라고 봐야죠. (잃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에 빠져 있으니까. 하는 일이 그래요. 하루 일상이 거의 다 도박하고 관련 안 된 건... 다 관련됐어요. 관련 안 된 게 없어."
블랙잭을 워낙 잘해서 한때 '신통한 박사'로 통했다는 임 씨.
14년을 강원랜드에서 살다시피하며 게임을 했는데 결과는 재산을 다 날리고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위장약이 지금 냉장고 안에 있지만 위장약이 늘 있어요.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왜 하는 거죠. 깡(현금 할인 환전)을?) 깡은 현금을 쓰려고. 그걸로 다시 도박자금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백만 원 있으면 40%를 줘. 사실은 필요악인 거 같아요. 우리한테 볼 때는."
취재 결과 '콤프 현금화'는 지역 상점보다는 강원랜드 안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가맹점에선 콤프 사용에 한도가 있지만 강원랜드 안에선 액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출입자) : "물어봤다고 직원들한테. 내가 이걸 돈으로 좀 환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그건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죠. 이러더라고. 그러면 비공개적으로는 된다는 얘기 아냐."
취재진은 실제로 강원랜드 매장에서 콤프 현금화가 가능한지 인근 주민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강원랜드 지하 주차장에서 콤프 환전업자를 만났습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혹시 콤프 좀 사려고 하는데..."
<녹취> 콤프 환전업자(음성변조) : "어디에 쓰시려고?"
<녹취> 주민 : "양주, 와인 같은 거."
업자는 콤프를 갖고 있는 사람과 연결해 준다며 매장으로 데려갑니다.
<녹취> 업자 :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녹취> 주민 : "네, 연결 좀 해 주세요. 그럼 얼마 드려야 되죠?"
<녹취> 업자 : "60%로."
<녹취> 주민 : "10만 원이면 6만 원?"
<녹취> 업자 : "네."
취재진은 매장에서 와인 2병을 골랐습니다.
<녹취> 업자 : "골랐어요?"
<녹취> 주민 : "네 골랐어요."
두 병 합해서 8만 9천 원.
계산은 업자가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의 콤프 카드로 끝냈습니다.
강원랜드 규정상 콤프는 본인만 사용해야 하지만, 매장 직원은 콤프로 물건을 산 사람이 콤프 주인인지 확인하지 않습니다.
매장 앞엔 콤프 주인이 와 있습니다.
<녹취> 업자 : "5만 3천4백 원."
<녹취> 주민 : "5만 3천 원만 주면 되죠? 잔돈 있어요?"
취재진은 업자에게 8만 9천 원의 60퍼센트인 5만 3천 원을 줬습니다.
매장 판매가의 60퍼센트 가격에 와인을 산 겁니다.
그리고 콤프 환전업자는 취재진에게서 받은 현금의 일부를 콤프 주인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깁니다.
콤프 환전업자가 받는 수수료는 보통 콤프 결제 금액의 20퍼센트.
콤프 주인은 현금으로 4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강원랜드 안 매장에선 바깥의 가맹점과 달리 콤프 사용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금액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카지노 고객과 콤프 환전업자간 양도 각서입니다.
말하자면 콤프 환전 거래 계약섭니다.
콤프를 가진 카지노 고객이 콤프 금액 35만 원을 환전업자에게 넘기면서 현금 14만 원을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40퍼센트입니다.
강원랜드가 발행하는 콤프 액수는 연간 천억 원대.
이 가운데 85퍼센트는 강원랜드 안에서 거래됩니다.
그만큼 거액의 콤프 환전도 강원랜드 안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올해 4월과 8월, 강원랜드 내 지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한번 판매한 물건이 다시 창고로 들어온 게 적발됐습니다.
당시 콤프 사용액은 12억 원.
강원랜드 측은 이 가운데 5억 원 어치 정도가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사들여져 입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우(강원랜드 홍보팀장) : "카지노 객장 내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불법 권유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그런 것이 근절됐다고는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콤프 현금 환전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녹취> 정선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랜드랑 경찰서랑 같이 합동으로 해서 단속을 하긴 하시나요?) 단속할 근거가 있어야 단속을 하죠. 처벌 조항이 있어야 단속을 하는데 처벌 조항이 없잖아요. (처벌 조항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필요한데 지금 그럼 모든 게 다 적용이 돼야 하는데요.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기프트 카드도 다 포함시켜야겠죠."
현재 여신금융업법에선 신용카드 등 유가증권의 현금화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강원랜드 콤프와 같은 포인트 카드의 현금 할인 환전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헛점 속에 콤프 제도가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이자,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자금줄로 전락하게 된 셈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 출입자) :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해서 그 사람들이 차비로 하는 걸 갖고해서 집으로 가면 괜찮은데 모든 걸 끊고. 그것 갖고 또 관전하러 올라간다고. 만 얼마 있으면 올라가고. 못하면 백 원짜리 기계라도. 이 도박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거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선 베팅, 즉 돈 걸기에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한차례 베팅에 30만 원.
판돈을 크게 하는 VIP는 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상한액을 넘겨 돈을 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팅을 대신하게 하면 됩니다.
이 대리인은 보통 '병정'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은 도박 중독자, 장기 출입자들입니다.
병정은 딴 돈의 10%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콤프도 적립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콤프가 생기고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만들 수 있기에 도박 중독자들은 이 병정 역할을 하면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콤프가 하나의 발목이에요. 발목. 그거에 발목 잡혀가지고 게임을 더 하게 되고 콤프를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콤프 제도.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내 7백여 상점이 콤프를 받고 할인한 현금을 주다 콤프 부정 사용으로 가맹점에서 해지됐습니다.
<녹취> 박흥식(주민) : "랜드 쪽에서는 객장을 확장하고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역은 점차 더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부다 랜드만 쳐다보고 있거든요."
강원랜드에 지난 한 해 100일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사람은 모두 천 7백여 명.
대부분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보이는 이들입니다.
강원랜드 인근에선 최근 5년 동안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콤프는 도박을 무한 반복하게 하고, 인생을 망치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의 덫이 됐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예전엔 탄광으로 유명했던, 지금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사북읍의 인구는 5천여 명.
읍내는 한산합니다.
시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문을 닫은 상점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녹취> 이위숙(주민) : "외지인들도 저기 카지노에서만 왔다갔다 거리고 하지 여기는 실제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상점마다 팻말이 하나씩 붙어 있다는 것.
팻말에는 '콤프 가능' 또는 '콤프 마감'이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습니다.
이 콤프(comp)란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무료, 보상을 뜻하는 영어 complimentary를 줄여 쓰는 말.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객에게 게임 금액과 시간에 따라 강원랜드 회원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일종의 마일리지입니다.
지역 상점에서 숙박과 식비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가맹점은 8백여곳.
강원랜드의 카지노 포인트인 콤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지역 가맹점에서 콤프의 하루 사용액은 8만 원, 가맹점 한 곳당 한 달 3백만 원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콤프가 본래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한 쌀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은 없고 쌀만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하루에 평균 손님이 몇 분이나 오세요?) 오늘은 한 대밖에 못 팔았어요. 한 분도 안 오셨어요. 오늘."
이 가게는 3년 전 콤프 가맹점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쌀을 젊은 분들이 50대 되는 분들이 와서 끊었는데 할아버지 계실 때 할아버지가 끊어드렸어요. 저는 없었고 며칠 간 끊었는데... 우린 돈 줘야 깡(현금 할인 환전)인 줄 알았거든요. 한 사람이 세 장씩, 두 장씩 가져와 긁은 게 깡이래요."
콤프로 물건을 산 뒤 그 물건을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하는 이들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결제해줬다 적발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콤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녹취> 주민 : "시장 살리기 위해서 콤프라는 걸 해줬는데 이렇게 건수를 잡아가지고 다 죽여버리니...차라리 애당초 안해줬으면 기대를 안 하지..."
<녹취> 주민 : "강원랜드에서 깡은 자기들이 다 먹지, 시내에서 돈 몇만 원 벌어 집세라도 내려고 했는데 그걸 죽이고..."
콤프를 할인해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콤프깡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녹취> 박흥식(주민) : "(손님이 가게에 와서 어떻게 깡을 하는 건지?) 예를 들어서 내가 오늘 8만 원을 하는데, 8만 원을 써야되는데 5만 원만 주쇼. 3만 원은 당신이 먹고. 이런 식이죠. (5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그렇죠. (그러면 그냥 주나요? 가게에서? 왜 그러죠?) 우선 급하니까.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게임장에 다니는 분들이 극한적으로 얘기하면 자살까지 하고 그런 상황인데..."
<녹취> "약물 등을 이용한 사기 도박이 성행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영업이 끝나는 새벽 6시.
출입구 옆의 흡연실에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집니다.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업자들이 카지노 손님들을 접촉합니다.
<녹취> "콤프 삽니다. 콤프."
업자들은 담배를 피우러 온 손님들에게 조용히 접근해 말을 겁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콤프 삽니다. 콤프 얼마 있어요? (얼마 없는데... 백 얼마...)"
콤프 적립액이 백만 원이 좀 넘는다는 말에 업자는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흡연실 밖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녹취> 업자 : "보안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 되니까...따라 나가셔야 돼요. 내가 뒤따라 갈게. (얼마씩 해주세요? 그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냐고? 40만 원 드린다고."
콤프 100만 원을 현금 40만 원에 사겠다는 것.
<녹취> "(50은 줘야죠.) 우리가 50만 원 남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해 드리죠. 그런 게 아니고 가맹점에 깡을 하면 가맹점에 돈 준다고요. 중간에 떨어지는 것은 얼마 안 떨어져요."
취재진은 이 업자의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습니다.
이튿날.
통화를 하고 업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00 전당사(전당포)라고 있어요. 거기에서 20분 후에 뵙는 걸로 하죠."
<녹취> 업자 : "(저희가 사실은 KBS에서 왔습니다.) 아... 그랬어요? (업체가 있고 그래요?) 그렇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네. 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죠."
<녹취>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카지노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그분들은 차비도 없어서 그런 분들은 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분들이 하시죠."
콤프 현금 환전업자들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모두 잃거나 출입이 정지된 고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업자를 통해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취재진은 강원랜드 단골 출입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인 임 모씨.
그는 사북 읍내의 한 원룸에서 사글세 60만 원을 내고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집에 와선 스포츠 토토 등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게 그의 일상입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이기지를 못하네. 토요일 일요일 해서 백여만 원 잃었어요. (그런데 왜 계속 하세요? 계속 잃으시면서.) 중독이라고 봐야죠. (잃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에 빠져 있으니까. 하는 일이 그래요. 하루 일상이 거의 다 도박하고 관련 안 된 건... 다 관련됐어요. 관련 안 된 게 없어."
블랙잭을 워낙 잘해서 한때 '신통한 박사'로 통했다는 임 씨.
14년을 강원랜드에서 살다시피하며 게임을 했는데 결과는 재산을 다 날리고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위장약이 지금 냉장고 안에 있지만 위장약이 늘 있어요.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왜 하는 거죠. 깡(현금 할인 환전)을?) 깡은 현금을 쓰려고. 그걸로 다시 도박자금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백만 원 있으면 40%를 줘. 사실은 필요악인 거 같아요. 우리한테 볼 때는."
취재 결과 '콤프 현금화'는 지역 상점보다는 강원랜드 안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가맹점에선 콤프 사용에 한도가 있지만 강원랜드 안에선 액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출입자) : "물어봤다고 직원들한테. 내가 이걸 돈으로 좀 환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그건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죠. 이러더라고. 그러면 비공개적으로는 된다는 얘기 아냐."
취재진은 실제로 강원랜드 매장에서 콤프 현금화가 가능한지 인근 주민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강원랜드 지하 주차장에서 콤프 환전업자를 만났습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혹시 콤프 좀 사려고 하는데..."
<녹취> 콤프 환전업자(음성변조) : "어디에 쓰시려고?"
<녹취> 주민 : "양주, 와인 같은 거."
업자는 콤프를 갖고 있는 사람과 연결해 준다며 매장으로 데려갑니다.
<녹취> 업자 :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녹취> 주민 : "네, 연결 좀 해 주세요. 그럼 얼마 드려야 되죠?"
<녹취> 업자 : "60%로."
<녹취> 주민 : "10만 원이면 6만 원?"
<녹취> 업자 : "네."
취재진은 매장에서 와인 2병을 골랐습니다.
<녹취> 업자 : "골랐어요?"
<녹취> 주민 : "네 골랐어요."
두 병 합해서 8만 9천 원.
계산은 업자가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의 콤프 카드로 끝냈습니다.
강원랜드 규정상 콤프는 본인만 사용해야 하지만, 매장 직원은 콤프로 물건을 산 사람이 콤프 주인인지 확인하지 않습니다.
매장 앞엔 콤프 주인이 와 있습니다.
<녹취> 업자 : "5만 3천4백 원."
<녹취> 주민 : "5만 3천 원만 주면 되죠? 잔돈 있어요?"
취재진은 업자에게 8만 9천 원의 60퍼센트인 5만 3천 원을 줬습니다.
매장 판매가의 60퍼센트 가격에 와인을 산 겁니다.
그리고 콤프 환전업자는 취재진에게서 받은 현금의 일부를 콤프 주인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깁니다.
콤프 환전업자가 받는 수수료는 보통 콤프 결제 금액의 20퍼센트.
콤프 주인은 현금으로 4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강원랜드 안 매장에선 바깥의 가맹점과 달리 콤프 사용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금액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카지노 고객과 콤프 환전업자간 양도 각서입니다.
말하자면 콤프 환전 거래 계약섭니다.
콤프를 가진 카지노 고객이 콤프 금액 35만 원을 환전업자에게 넘기면서 현금 14만 원을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40퍼센트입니다.
강원랜드가 발행하는 콤프 액수는 연간 천억 원대.
이 가운데 85퍼센트는 강원랜드 안에서 거래됩니다.
그만큼 거액의 콤프 환전도 강원랜드 안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올해 4월과 8월, 강원랜드 내 지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한번 판매한 물건이 다시 창고로 들어온 게 적발됐습니다.
당시 콤프 사용액은 12억 원.
강원랜드 측은 이 가운데 5억 원 어치 정도가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사들여져 입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우(강원랜드 홍보팀장) : "카지노 객장 내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불법 권유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그런 것이 근절됐다고는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콤프 현금 환전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녹취> 정선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랜드랑 경찰서랑 같이 합동으로 해서 단속을 하긴 하시나요?) 단속할 근거가 있어야 단속을 하죠. 처벌 조항이 있어야 단속을 하는데 처벌 조항이 없잖아요. (처벌 조항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필요한데 지금 그럼 모든 게 다 적용이 돼야 하는데요.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기프트 카드도 다 포함시켜야겠죠."
현재 여신금융업법에선 신용카드 등 유가증권의 현금화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강원랜드 콤프와 같은 포인트 카드의 현금 할인 환전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헛점 속에 콤프 제도가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이자,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자금줄로 전락하게 된 셈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 출입자) :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해서 그 사람들이 차비로 하는 걸 갖고해서 집으로 가면 괜찮은데 모든 걸 끊고. 그것 갖고 또 관전하러 올라간다고. 만 얼마 있으면 올라가고. 못하면 백 원짜리 기계라도. 이 도박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거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선 베팅, 즉 돈 걸기에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한차례 베팅에 30만 원.
판돈을 크게 하는 VIP는 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상한액을 넘겨 돈을 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팅을 대신하게 하면 됩니다.
이 대리인은 보통 '병정'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은 도박 중독자, 장기 출입자들입니다.
병정은 딴 돈의 10%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콤프도 적립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콤프가 생기고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만들 수 있기에 도박 중독자들은 이 병정 역할을 하면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콤프가 하나의 발목이에요. 발목. 그거에 발목 잡혀가지고 게임을 더 하게 되고 콤프를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콤프 제도.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내 7백여 상점이 콤프를 받고 할인한 현금을 주다 콤프 부정 사용으로 가맹점에서 해지됐습니다.
<녹취> 박흥식(주민) : "랜드 쪽에서는 객장을 확장하고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역은 점차 더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부다 랜드만 쳐다보고 있거든요."
강원랜드에 지난 한 해 100일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사람은 모두 천 7백여 명.
대부분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보이는 이들입니다.
강원랜드 인근에선 최근 5년 동안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콤프는 도박을 무한 반복하게 하고, 인생을 망치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의 덫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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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간다] 무한도박 유혹하는 ‘콤프’
-
- 입력 2013-12-20 17:52:47
- 수정2013-12-21 06:55:35
<리포트>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예전엔 탄광으로 유명했던, 지금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사북읍의 인구는 5천여 명.
읍내는 한산합니다.
시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문을 닫은 상점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녹취> 이위숙(주민) : "외지인들도 저기 카지노에서만 왔다갔다 거리고 하지 여기는 실제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상점마다 팻말이 하나씩 붙어 있다는 것.
팻말에는 '콤프 가능' 또는 '콤프 마감'이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습니다.
이 콤프(comp)란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무료, 보상을 뜻하는 영어 complimentary를 줄여 쓰는 말.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객에게 게임 금액과 시간에 따라 강원랜드 회원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일종의 마일리지입니다.
지역 상점에서 숙박과 식비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가맹점은 8백여곳.
강원랜드의 카지노 포인트인 콤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지역 가맹점에서 콤프의 하루 사용액은 8만 원, 가맹점 한 곳당 한 달 3백만 원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콤프가 본래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한 쌀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은 없고 쌀만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하루에 평균 손님이 몇 분이나 오세요?) 오늘은 한 대밖에 못 팔았어요. 한 분도 안 오셨어요. 오늘."
이 가게는 3년 전 콤프 가맹점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쌀을 젊은 분들이 50대 되는 분들이 와서 끊었는데 할아버지 계실 때 할아버지가 끊어드렸어요. 저는 없었고 며칠 간 끊었는데... 우린 돈 줘야 깡(현금 할인 환전)인 줄 알았거든요. 한 사람이 세 장씩, 두 장씩 가져와 긁은 게 깡이래요."
콤프로 물건을 산 뒤 그 물건을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하는 이들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결제해줬다 적발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콤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녹취> 주민 : "시장 살리기 위해서 콤프라는 걸 해줬는데 이렇게 건수를 잡아가지고 다 죽여버리니...차라리 애당초 안해줬으면 기대를 안 하지..."
<녹취> 주민 : "강원랜드에서 깡은 자기들이 다 먹지, 시내에서 돈 몇만 원 벌어 집세라도 내려고 했는데 그걸 죽이고..."
콤프를 할인해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콤프깡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녹취> 박흥식(주민) : "(손님이 가게에 와서 어떻게 깡을 하는 건지?) 예를 들어서 내가 오늘 8만 원을 하는데, 8만 원을 써야되는데 5만 원만 주쇼. 3만 원은 당신이 먹고. 이런 식이죠. (5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그렇죠. (그러면 그냥 주나요? 가게에서? 왜 그러죠?) 우선 급하니까.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게임장에 다니는 분들이 극한적으로 얘기하면 자살까지 하고 그런 상황인데..."
<녹취> "약물 등을 이용한 사기 도박이 성행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영업이 끝나는 새벽 6시.
출입구 옆의 흡연실에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집니다.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업자들이 카지노 손님들을 접촉합니다.
<녹취> "콤프 삽니다. 콤프."
업자들은 담배를 피우러 온 손님들에게 조용히 접근해 말을 겁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콤프 삽니다. 콤프 얼마 있어요? (얼마 없는데... 백 얼마...)"
콤프 적립액이 백만 원이 좀 넘는다는 말에 업자는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흡연실 밖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녹취> 업자 : "보안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 되니까...따라 나가셔야 돼요. 내가 뒤따라 갈게. (얼마씩 해주세요? 그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냐고? 40만 원 드린다고."
콤프 100만 원을 현금 40만 원에 사겠다는 것.
<녹취> "(50은 줘야죠.) 우리가 50만 원 남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해 드리죠. 그런 게 아니고 가맹점에 깡을 하면 가맹점에 돈 준다고요. 중간에 떨어지는 것은 얼마 안 떨어져요."
취재진은 이 업자의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습니다.
이튿날.
통화를 하고 업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00 전당사(전당포)라고 있어요. 거기에서 20분 후에 뵙는 걸로 하죠."
<녹취> 업자 : "(저희가 사실은 KBS에서 왔습니다.) 아... 그랬어요? (업체가 있고 그래요?) 그렇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네. 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죠."
<녹취>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카지노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그분들은 차비도 없어서 그런 분들은 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분들이 하시죠."
콤프 현금 환전업자들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모두 잃거나 출입이 정지된 고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업자를 통해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취재진은 강원랜드 단골 출입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인 임 모씨.
그는 사북 읍내의 한 원룸에서 사글세 60만 원을 내고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집에 와선 스포츠 토토 등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게 그의 일상입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이기지를 못하네. 토요일 일요일 해서 백여만 원 잃었어요. (그런데 왜 계속 하세요? 계속 잃으시면서.) 중독이라고 봐야죠. (잃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에 빠져 있으니까. 하는 일이 그래요. 하루 일상이 거의 다 도박하고 관련 안 된 건... 다 관련됐어요. 관련 안 된 게 없어."
블랙잭을 워낙 잘해서 한때 '신통한 박사'로 통했다는 임 씨.
14년을 강원랜드에서 살다시피하며 게임을 했는데 결과는 재산을 다 날리고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위장약이 지금 냉장고 안에 있지만 위장약이 늘 있어요.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왜 하는 거죠. 깡(현금 할인 환전)을?) 깡은 현금을 쓰려고. 그걸로 다시 도박자금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백만 원 있으면 40%를 줘. 사실은 필요악인 거 같아요. 우리한테 볼 때는."
취재 결과 '콤프 현금화'는 지역 상점보다는 강원랜드 안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가맹점에선 콤프 사용에 한도가 있지만 강원랜드 안에선 액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출입자) : "물어봤다고 직원들한테. 내가 이걸 돈으로 좀 환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그건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죠. 이러더라고. 그러면 비공개적으로는 된다는 얘기 아냐."
취재진은 실제로 강원랜드 매장에서 콤프 현금화가 가능한지 인근 주민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강원랜드 지하 주차장에서 콤프 환전업자를 만났습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혹시 콤프 좀 사려고 하는데..."
<녹취> 콤프 환전업자(음성변조) : "어디에 쓰시려고?"
<녹취> 주민 : "양주, 와인 같은 거."
업자는 콤프를 갖고 있는 사람과 연결해 준다며 매장으로 데려갑니다.
<녹취> 업자 :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녹취> 주민 : "네, 연결 좀 해 주세요. 그럼 얼마 드려야 되죠?"
<녹취> 업자 : "60%로."
<녹취> 주민 : "10만 원이면 6만 원?"
<녹취> 업자 : "네."
취재진은 매장에서 와인 2병을 골랐습니다.
<녹취> 업자 : "골랐어요?"
<녹취> 주민 : "네 골랐어요."
두 병 합해서 8만 9천 원.
계산은 업자가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의 콤프 카드로 끝냈습니다.
강원랜드 규정상 콤프는 본인만 사용해야 하지만, 매장 직원은 콤프로 물건을 산 사람이 콤프 주인인지 확인하지 않습니다.
매장 앞엔 콤프 주인이 와 있습니다.
<녹취> 업자 : "5만 3천4백 원."
<녹취> 주민 : "5만 3천 원만 주면 되죠? 잔돈 있어요?"
취재진은 업자에게 8만 9천 원의 60퍼센트인 5만 3천 원을 줬습니다.
매장 판매가의 60퍼센트 가격에 와인을 산 겁니다.
그리고 콤프 환전업자는 취재진에게서 받은 현금의 일부를 콤프 주인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깁니다.
콤프 환전업자가 받는 수수료는 보통 콤프 결제 금액의 20퍼센트.
콤프 주인은 현금으로 4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강원랜드 안 매장에선 바깥의 가맹점과 달리 콤프 사용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금액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카지노 고객과 콤프 환전업자간 양도 각서입니다.
말하자면 콤프 환전 거래 계약섭니다.
콤프를 가진 카지노 고객이 콤프 금액 35만 원을 환전업자에게 넘기면서 현금 14만 원을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40퍼센트입니다.
강원랜드가 발행하는 콤프 액수는 연간 천억 원대.
이 가운데 85퍼센트는 강원랜드 안에서 거래됩니다.
그만큼 거액의 콤프 환전도 강원랜드 안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올해 4월과 8월, 강원랜드 내 지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한번 판매한 물건이 다시 창고로 들어온 게 적발됐습니다.
당시 콤프 사용액은 12억 원.
강원랜드 측은 이 가운데 5억 원 어치 정도가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사들여져 입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우(강원랜드 홍보팀장) : "카지노 객장 내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불법 권유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그런 것이 근절됐다고는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콤프 현금 환전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녹취> 정선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랜드랑 경찰서랑 같이 합동으로 해서 단속을 하긴 하시나요?) 단속할 근거가 있어야 단속을 하죠. 처벌 조항이 있어야 단속을 하는데 처벌 조항이 없잖아요. (처벌 조항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필요한데 지금 그럼 모든 게 다 적용이 돼야 하는데요.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기프트 카드도 다 포함시켜야겠죠."
현재 여신금융업법에선 신용카드 등 유가증권의 현금화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강원랜드 콤프와 같은 포인트 카드의 현금 할인 환전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헛점 속에 콤프 제도가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이자,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자금줄로 전락하게 된 셈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 출입자) :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해서 그 사람들이 차비로 하는 걸 갖고해서 집으로 가면 괜찮은데 모든 걸 끊고. 그것 갖고 또 관전하러 올라간다고. 만 얼마 있으면 올라가고. 못하면 백 원짜리 기계라도. 이 도박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거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선 베팅, 즉 돈 걸기에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한차례 베팅에 30만 원.
판돈을 크게 하는 VIP는 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상한액을 넘겨 돈을 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팅을 대신하게 하면 됩니다.
이 대리인은 보통 '병정'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은 도박 중독자, 장기 출입자들입니다.
병정은 딴 돈의 10%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콤프도 적립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콤프가 생기고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만들 수 있기에 도박 중독자들은 이 병정 역할을 하면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콤프가 하나의 발목이에요. 발목. 그거에 발목 잡혀가지고 게임을 더 하게 되고 콤프를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콤프 제도.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내 7백여 상점이 콤프를 받고 할인한 현금을 주다 콤프 부정 사용으로 가맹점에서 해지됐습니다.
<녹취> 박흥식(주민) : "랜드 쪽에서는 객장을 확장하고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역은 점차 더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부다 랜드만 쳐다보고 있거든요."
강원랜드에 지난 한 해 100일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사람은 모두 천 7백여 명.
대부분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보이는 이들입니다.
강원랜드 인근에선 최근 5년 동안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콤프는 도박을 무한 반복하게 하고, 인생을 망치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의 덫이 됐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예전엔 탄광으로 유명했던, 지금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사북읍의 인구는 5천여 명.
읍내는 한산합니다.
시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문을 닫은 상점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녹취> 이위숙(주민) : "외지인들도 저기 카지노에서만 왔다갔다 거리고 하지 여기는 실제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상점마다 팻말이 하나씩 붙어 있다는 것.
팻말에는 '콤프 가능' 또는 '콤프 마감'이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습니다.
이 콤프(comp)란 단어는 대체 무엇일까?
무료, 보상을 뜻하는 영어 complimentary를 줄여 쓰는 말.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객에게 게임 금액과 시간에 따라 강원랜드 회원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일종의 마일리지입니다.
지역 상점에서 숙박과 식비 등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습니다.
현재 가맹점은 8백여곳.
강원랜드의 카지노 포인트인 콤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지역 가맹점에서 콤프의 하루 사용액은 8만 원, 가맹점 한 곳당 한 달 3백만 원으로, 사용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콤프가 본래 취지대로 쓰이지 않고 있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한 쌀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손님은 없고 쌀만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하루에 평균 손님이 몇 분이나 오세요?) 오늘은 한 대밖에 못 팔았어요. 한 분도 안 오셨어요. 오늘."
이 가게는 3년 전 콤프 가맹점에서 제외됐습니다.
<녹취> 최춘자(사북읍 주민/쌀집 운영) : "쌀을 젊은 분들이 50대 되는 분들이 와서 끊었는데 할아버지 계실 때 할아버지가 끊어드렸어요. 저는 없었고 며칠 간 끊었는데... 우린 돈 줘야 깡(현금 할인 환전)인 줄 알았거든요. 한 사람이 세 장씩, 두 장씩 가져와 긁은 게 깡이래요."
콤프로 물건을 산 뒤 그 물건을 다시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을 하는 이들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결제해줬다 적발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콤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립니다.
<녹취> 주민 : "시장 살리기 위해서 콤프라는 걸 해줬는데 이렇게 건수를 잡아가지고 다 죽여버리니...차라리 애당초 안해줬으면 기대를 안 하지..."
<녹취> 주민 : "강원랜드에서 깡은 자기들이 다 먹지, 시내에서 돈 몇만 원 벌어 집세라도 내려고 했는데 그걸 죽이고..."
콤프를 할인해서 현금화하는 이른바 콤프깡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녹취> 박흥식(주민) : "(손님이 가게에 와서 어떻게 깡을 하는 건지?) 예를 들어서 내가 오늘 8만 원을 하는데, 8만 원을 써야되는데 5만 원만 주쇼. 3만 원은 당신이 먹고. 이런 식이죠. (5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는?) 그렇죠. (그러면 그냥 주나요? 가게에서? 왜 그러죠?) 우선 급하니까.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게임장에 다니는 분들이 극한적으로 얘기하면 자살까지 하고 그런 상황인데..."
<녹취> "약물 등을 이용한 사기 도박이 성행하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영업이 끝나는 새벽 6시.
출입구 옆의 흡연실에선 은밀한 거래가 이뤄집니다.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업자들이 카지노 손님들을 접촉합니다.
<녹취> "콤프 삽니다. 콤프."
업자들은 담배를 피우러 온 손님들에게 조용히 접근해 말을 겁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콤프 삽니다. 콤프 얼마 있어요? (얼마 없는데... 백 얼마...)"
콤프 적립액이 백만 원이 좀 넘는다는 말에 업자는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흡연실 밖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녹취> 업자 : "보안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 되니까...따라 나가셔야 돼요. 내가 뒤따라 갈게. (얼마씩 해주세요? 그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냐고? 40만 원 드린다고."
콤프 100만 원을 현금 40만 원에 사겠다는 것.
<녹취> "(50은 줘야죠.) 우리가 50만 원 남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해 드리죠. 그런 게 아니고 가맹점에 깡을 하면 가맹점에 돈 준다고요. 중간에 떨어지는 것은 얼마 안 떨어져요."
취재진은 이 업자의 연락처를 받고 헤어졌습니다.
이튿날.
통화를 하고 업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녹취> 업자(음성변조) : "00 전당사(전당포)라고 있어요. 거기에서 20분 후에 뵙는 걸로 하죠."
<녹취> 업자 : "(저희가 사실은 KBS에서 왔습니다.) 아... 그랬어요? (업체가 있고 그래요?) 그렇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네. 개인적으로...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런 거죠."
<녹취>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카지노를 하려고 하는 거죠?) 그분들은 차비도 없어서 그런 분들은 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 분들이 하시죠."
콤프 현금 환전업자들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모두 잃거나 출입이 정지된 고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업자를 통해 콤프를 현금으로 바꿔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취재진은 강원랜드 단골 출입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났습니다.
올해 마흔여덟 살인 임 모씨.
그는 사북 읍내의 한 원룸에서 사글세 60만 원을 내고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집에 와선 스포츠 토토 등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게 그의 일상입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이기지를 못하네. 토요일 일요일 해서 백여만 원 잃었어요. (그런데 왜 계속 하세요? 계속 잃으시면서.) 중독이라고 봐야죠. (잃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에 빠져 있으니까. 하는 일이 그래요. 하루 일상이 거의 다 도박하고 관련 안 된 건... 다 관련됐어요. 관련 안 된 게 없어."
블랙잭을 워낙 잘해서 한때 '신통한 박사'로 통했다는 임 씨.
14년을 강원랜드에서 살다시피하며 게임을 했는데 결과는 재산을 다 날리고 10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00 (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위장약이 지금 냉장고 안에 있지만 위장약이 늘 있어요. 오래 못 살 것 같아요. (왜 하는 거죠. 깡(현금 할인 환전)을?) 깡은 현금을 쓰려고. 그걸로 다시 도박자금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에 백만 원 있으면 40%를 줘. 사실은 필요악인 거 같아요. 우리한테 볼 때는."
취재 결과 '콤프 현금화'는 지역 상점보다는 강원랜드 안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가맹점에선 콤프 사용에 한도가 있지만 강원랜드 안에선 액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출입자) : "물어봤다고 직원들한테. 내가 이걸 돈으로 좀 환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그건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되죠. 이러더라고. 그러면 비공개적으로는 된다는 얘기 아냐."
취재진은 실제로 강원랜드 매장에서 콤프 현금화가 가능한지 인근 주민과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강원랜드 지하 주차장에서 콤프 환전업자를 만났습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혹시 콤프 좀 사려고 하는데..."
<녹취> 콤프 환전업자(음성변조) : "어디에 쓰시려고?"
<녹취> 주민 : "양주, 와인 같은 거."
업자는 콤프를 갖고 있는 사람과 연결해 준다며 매장으로 데려갑니다.
<녹취> 업자 :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녹취> 주민 : "네, 연결 좀 해 주세요. 그럼 얼마 드려야 되죠?"
<녹취> 업자 : "60%로."
<녹취> 주민 : "10만 원이면 6만 원?"
<녹취> 업자 : "네."
취재진은 매장에서 와인 2병을 골랐습니다.
<녹취> 업자 : "골랐어요?"
<녹취> 주민 : "네 골랐어요."
두 병 합해서 8만 9천 원.
계산은 업자가 갖고 있는 다른 사람의 콤프 카드로 끝냈습니다.
강원랜드 규정상 콤프는 본인만 사용해야 하지만, 매장 직원은 콤프로 물건을 산 사람이 콤프 주인인지 확인하지 않습니다.
매장 앞엔 콤프 주인이 와 있습니다.
<녹취> 업자 : "5만 3천4백 원."
<녹취> 주민 : "5만 3천 원만 주면 되죠? 잔돈 있어요?"
취재진은 업자에게 8만 9천 원의 60퍼센트인 5만 3천 원을 줬습니다.
매장 판매가의 60퍼센트 가격에 와인을 산 겁니다.
그리고 콤프 환전업자는 취재진에게서 받은 현금의 일부를 콤프 주인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자신이 챙깁니다.
콤프 환전업자가 받는 수수료는 보통 콤프 결제 금액의 20퍼센트.
콤프 주인은 현금으로 40퍼센트를 가져갑니다.
강원랜드 안 매장에선 바깥의 가맹점과 달리 콤프 사용에 상한이 없기 때문에 금액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습니다.
취재팀이 입수한 카지노 고객과 콤프 환전업자간 양도 각서입니다.
말하자면 콤프 환전 거래 계약섭니다.
콤프를 가진 카지노 고객이 콤프 금액 35만 원을 환전업자에게 넘기면서 현금 14만 원을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강원랜드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40퍼센트입니다.
강원랜드가 발행하는 콤프 액수는 연간 천억 원대.
이 가운데 85퍼센트는 강원랜드 안에서 거래됩니다.
그만큼 거액의 콤프 환전도 강원랜드 안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올해 4월과 8월, 강원랜드 내 지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한번 판매한 물건이 다시 창고로 들어온 게 적발됐습니다.
당시 콤프 사용액은 12억 원.
강원랜드 측은 이 가운데 5억 원 어치 정도가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사들여져 입고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이경우(강원랜드 홍보팀장) : "카지노 객장 내라든가 이런 곳에서의 불법 권유를 한다든가.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그런 것이 근절됐다고는 단정지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콤프 현금 환전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녹취> 정선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강원랜드랑 경찰서랑 같이 합동으로 해서 단속을 하긴 하시나요?) 단속할 근거가 있어야 단속을 하죠. 처벌 조항이 있어야 단속을 하는데 처벌 조항이 없잖아요. (처벌 조항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필요한데 지금 그럼 모든 게 다 적용이 돼야 하는데요. 강원랜드뿐만 아니라 기프트 카드도 다 포함시켜야겠죠."
현재 여신금융업법에선 신용카드 등 유가증권의 현금화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강원랜드 콤프와 같은 포인트 카드의 현금 할인 환전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헛점 속에 콤프 제도가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이자,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자금줄로 전락하게 된 셈입니다.
<녹취> 윤00(前 강원랜드 장기 출입자) : "깡(현금 할인 환전)을 해서 그 사람들이 차비로 하는 걸 갖고해서 집으로 가면 괜찮은데 모든 걸 끊고. 그것 갖고 또 관전하러 올라간다고. 만 얼마 있으면 올라가고. 못하면 백 원짜리 기계라도. 이 도박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거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선 베팅, 즉 돈 걸기에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반 고객은 한차례 베팅에 30만 원.
판돈을 크게 하는 VIP는 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상한액을 넘겨 돈을 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팅을 대신하게 하면 됩니다.
이 대리인은 보통 '병정'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은 도박 중독자, 장기 출입자들입니다.
병정은 딴 돈의 10%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콤프도 적립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콤프가 생기고 이른바 깡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만들 수 있기에 도박 중독자들은 이 병정 역할을 하면서 카지노를 떠나지 못합니다.
<녹취> 이00(장기 출입자/음성변조) : "콤프가 하나의 발목이에요. 발목. 그거에 발목 잡혀가지고 게임을 더 하게 되고 콤프를 요긴하게 쓰지도 못하고..."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콤프 제도.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내 7백여 상점이 콤프를 받고 할인한 현금을 주다 콤프 부정 사용으로 가맹점에서 해지됐습니다.
<녹취> 박흥식(주민) : "랜드 쪽에서는 객장을 확장하고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지역은 점차 더 망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전부다 랜드만 쳐다보고 있거든요."
강원랜드에 지난 한 해 100일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사람은 모두 천 7백여 명.
대부분 도박 중독에 빠졌다고 보이는 이들입니다.
강원랜드 인근에선 최근 5년 동안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콤프는 도박을 무한 반복하게 하고, 인생을 망치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의 덫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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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 기자 hanspon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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