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골프가 운동이 된다고? 천만의 말씀!
입력 2015.10.09 (00:05)
수정 2015.10.0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골프 대중화…스크린 골프도 한몫?
우리나라에서 골프가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만 치는 운동인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골프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골프장 이용자는 2010년 2천547만 명에서 2011년 2천654만 명, 2013년에는 2천951만 명, 2014년에는 3천204만 명으로 3천만 명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골프 인구는 4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이용객 이외에도 골프 인구는 더 많은 듯합니다. 스크린 골프 때문인데요. 젊은이들은 골프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 사이에는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크린 골프의 장점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실제 골프장에 가서 치는 필드 라운딩의 단점과 같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굳이 주말이나 휴일에 이른 새벽 일어나 도시 외곽에 멀리 있는 골프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새벽잠을 못 자는 불편함도 없고,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어 시간도 절약할 수 있죠. 휴일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에 골프를 치러 나가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경우가 많은데 스크린 골프는 이런 걱정도 없습니다. 골프장에선 18홀을 도는 동안 이래저래 걸어 다녀야 하고 땀도 나지만, 스크린 골프는 그 자리에서 드라이버에 퍼팅까지 하니까 이런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탁 트인 야외와는 분위기부터 다르고, 진짜 내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죠. 실제 퍼팅 감각을 느끼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실전 같은 경기를 만끽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단점입니다. 스크린 골프는 공을 치는 사람의 자세와 공의 각도, 공의 세기 등을 분석해 공이 날아간 방향과 거리 등을 추산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말하는 것처럼‘기분만 내 보자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크린 골프가 최근 많이 대중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회식을 대신하거나 퇴근 후 편하게 직장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합니다.
■ 잔디 깎기보다 못한 골프의 운동 효과
얼마 전 미국에서 골프가 운동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조사로는 카트를 타고 골프를 치면 1분당 운동 효과는 '원반 밀어치기 놀이'보다는 크지만, 활쏘기나 저글링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의 운동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골프 코스 내내 카트를 타지 않고 직접 걸어서 골프를 한다면 전체 운동량은 50%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벼운 야외 운동을 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열심히 하더라도 같은 시간 태극권 동작을 하는 정도의 운동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실제로 18살 이상 성인을 상대로, 걸어서 9홀 골프를 친 사람과 40분간 잔디 깎기를 한 사람의 운동량을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골프를 친 쪽은 소비열량이 310㎉였습니다. 반면에 잔디를 깎은 쪽은 250㎉를 소비했습니다. 9홀 골프에 2시간 30분가량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위 시간당 소비열량은 골프가 턱없이 적습니다. 한마디로 잔디 깎기가 더 운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운동을 위해 골프를 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제대로 땀을 빼고 운동 효과를 보려면 등산을 하든지 건강 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한 골프 전문지에 따르면 18홀 한 경기를 마칠 경우 약 45분간 근력 운동을 하거나 2시간 달리기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심폐 기능과 지구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효과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저 차례를 기다리다 골프채로 스윙하고, 다시 걸어가 또 스윙하거나 퍼팅을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18홀 라운딩이 45분간의 근력 운동이나 2시간 달리기와 운동 효과가 같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잘 들지 않습니다. 물론 평소보다 많이 걷기는 하겠지만, 격렬하게 운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 “골프 치면 노인 정신 건강에 도움”
그럼에도 골프를 즐기는 분들은 나름대로 골프도 운동이 많이 된다고 믿고 싶은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뛰고 걷고 허리를 돌려 스윙을 하며 공을 날리는 만큼 운동 효과가 크다고 믿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이런 점에서 골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경우 골프를 하는 쪽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 균형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더욱 높았습니다. 또 골프가 당장 육체적인 건강 수준을 높여주지는 못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골프가 노인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치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골프장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정기권을 노인들에게 제공해 언제든 맘 편히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줍니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3, 4홀을 함께 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미국에서는 정기권으로 끊은 거라 힘들면 중간에 안 쳐도 손해가 아닙니다. 오전에 와서 잠깐 치다가 오후에 다시 와서 쳐도 됩니다.
그냥 동네 산책이나 가까운 산에 하이킹 왔다 싶을 정도로 편하게 와서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멀리 날려 보겠다고 골프채에 잔뜩 힘을 주고 치지도 않습니다. 그냥 볼링을 하듯이, 배드민턴 채로 가벼운 배드민턴 공을 밀어내듯이 편하고 쉽게 칩니다. 노인들은 카트도 잘 타지 않고 그냥 자기 골프백을 개인용 카트에 싣고 끌면서 다닙니다. 그런 면에서는 카트 타고 골프 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운동이 됩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골프가 공짜인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들만 돈을 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그냥 연습이 아니라 라운딩을 하며 골프를 농구나 탁구처럼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20,30달러정도만 주면 18홀을 마음껏 칠 수 있습니다.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지인이 하는 말이 골프는 '심리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평소 개인 교습과 연습을 통해 자세와 스윙 훈련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윙이나 퍼팅 순간의 집중력이 경기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더군요. 그런 면에서 집중력을 키우는 데 골프가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프는 70, 80대 노인들도 20, 30대 젊은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외국에서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걸을 수 있고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다면 언제든 칠 수 있는 여건이 외국은 조성돼 있으니까요. 어쨌든 골프든 배드민턴이든 그냥 내 몸에 맞고 무리가 되지 않고 계속 해도 지루하지 않은 운동이 있다면 그걸 꾸준히 하는 게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가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만 치는 운동인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골프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골프장 이용자는 2010년 2천547만 명에서 2011년 2천654만 명, 2013년에는 2천951만 명, 2014년에는 3천204만 명으로 3천만 명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골프 인구는 4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이용객 이외에도 골프 인구는 더 많은 듯합니다. 스크린 골프 때문인데요. 젊은이들은 골프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 사이에는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크린 골프의 장점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실제 골프장에 가서 치는 필드 라운딩의 단점과 같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굳이 주말이나 휴일에 이른 새벽 일어나 도시 외곽에 멀리 있는 골프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새벽잠을 못 자는 불편함도 없고,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어 시간도 절약할 수 있죠. 휴일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에 골프를 치러 나가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경우가 많은데 스크린 골프는 이런 걱정도 없습니다. 골프장에선 18홀을 도는 동안 이래저래 걸어 다녀야 하고 땀도 나지만, 스크린 골프는 그 자리에서 드라이버에 퍼팅까지 하니까 이런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탁 트인 야외와는 분위기부터 다르고, 진짜 내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죠. 실제 퍼팅 감각을 느끼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실전 같은 경기를 만끽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단점입니다. 스크린 골프는 공을 치는 사람의 자세와 공의 각도, 공의 세기 등을 분석해 공이 날아간 방향과 거리 등을 추산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말하는 것처럼‘기분만 내 보자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크린 골프가 최근 많이 대중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회식을 대신하거나 퇴근 후 편하게 직장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합니다.
골프
■ 잔디 깎기보다 못한 골프의 운동 효과
얼마 전 미국에서 골프가 운동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조사로는 카트를 타고 골프를 치면 1분당 운동 효과는 '원반 밀어치기 놀이'보다는 크지만, 활쏘기나 저글링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의 운동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골프 코스 내내 카트를 타지 않고 직접 걸어서 골프를 한다면 전체 운동량은 50%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벼운 야외 운동을 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열심히 하더라도 같은 시간 태극권 동작을 하는 정도의 운동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실제로 18살 이상 성인을 상대로, 걸어서 9홀 골프를 친 사람과 40분간 잔디 깎기를 한 사람의 운동량을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골프를 친 쪽은 소비열량이 310㎉였습니다. 반면에 잔디를 깎은 쪽은 250㎉를 소비했습니다. 9홀 골프에 2시간 30분가량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위 시간당 소비열량은 골프가 턱없이 적습니다. 한마디로 잔디 깎기가 더 운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운동을 위해 골프를 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제대로 땀을 빼고 운동 효과를 보려면 등산을 하든지 건강 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한 골프 전문지에 따르면 18홀 한 경기를 마칠 경우 약 45분간 근력 운동을 하거나 2시간 달리기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심폐 기능과 지구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효과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저 차례를 기다리다 골프채로 스윙하고, 다시 걸어가 또 스윙하거나 퍼팅을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18홀 라운딩이 45분간의 근력 운동이나 2시간 달리기와 운동 효과가 같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잘 들지 않습니다. 물론 평소보다 많이 걷기는 하겠지만, 격렬하게 운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노인 골프
■ “골프 치면 노인 정신 건강에 도움”
그럼에도 골프를 즐기는 분들은 나름대로 골프도 운동이 많이 된다고 믿고 싶은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뛰고 걷고 허리를 돌려 스윙을 하며 공을 날리는 만큼 운동 효과가 크다고 믿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이런 점에서 골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경우 골프를 하는 쪽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 균형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더욱 높았습니다. 또 골프가 당장 육체적인 건강 수준을 높여주지는 못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골프가 노인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치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골프장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정기권을 노인들에게 제공해 언제든 맘 편히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줍니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3, 4홀을 함께 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미국에서는 정기권으로 끊은 거라 힘들면 중간에 안 쳐도 손해가 아닙니다. 오전에 와서 잠깐 치다가 오후에 다시 와서 쳐도 됩니다.
그냥 동네 산책이나 가까운 산에 하이킹 왔다 싶을 정도로 편하게 와서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멀리 날려 보겠다고 골프채에 잔뜩 힘을 주고 치지도 않습니다. 그냥 볼링을 하듯이, 배드민턴 채로 가벼운 배드민턴 공을 밀어내듯이 편하고 쉽게 칩니다. 노인들은 카트도 잘 타지 않고 그냥 자기 골프백을 개인용 카트에 싣고 끌면서 다닙니다. 그런 면에서는 카트 타고 골프 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운동이 됩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골프가 공짜인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들만 돈을 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그냥 연습이 아니라 라운딩을 하며 골프를 농구나 탁구처럼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20,30달러정도만 주면 18홀을 마음껏 칠 수 있습니다.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지인이 하는 말이 골프는 '심리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평소 개인 교습과 연습을 통해 자세와 스윙 훈련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윙이나 퍼팅 순간의 집중력이 경기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더군요. 그런 면에서 집중력을 키우는 데 골프가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프는 70, 80대 노인들도 20, 30대 젊은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외국에서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걸을 수 있고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다면 언제든 칠 수 있는 여건이 외국은 조성돼 있으니까요. 어쨌든 골프든 배드민턴이든 그냥 내 몸에 맞고 무리가 되지 않고 계속 해도 지루하지 않은 운동이 있다면 그걸 꾸준히 하는 게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골프가 운동이 된다고? 천만의 말씀!
-
- 입력 2015-10-09 00:05:19
- 수정2015-10-09 15:00:48
■ 골프 대중화…스크린 골프도 한몫?
우리나라에서 골프가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만 치는 운동인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골프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골프장 이용자는 2010년 2천547만 명에서 2011년 2천654만 명, 2013년에는 2천951만 명, 2014년에는 3천204만 명으로 3천만 명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골프장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골프 인구는 400만 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골프장 이용객 이외에도 골프 인구는 더 많은 듯합니다. 스크린 골프 때문인데요. 젊은이들은 골프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 사이에는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크린 골프의 장점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실제 골프장에 가서 치는 필드 라운딩의 단점과 같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굳이 주말이나 휴일에 이른 새벽 일어나 도시 외곽에 멀리 있는 골프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새벽잠을 못 자는 불편함도 없고,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어 시간도 절약할 수 있죠. 휴일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에 골프를 치러 나가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경우가 많은데 스크린 골프는 이런 걱정도 없습니다. 골프장에선 18홀을 도는 동안 이래저래 걸어 다녀야 하고 땀도 나지만, 스크린 골프는 그 자리에서 드라이버에 퍼팅까지 하니까 이런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죠. 탁 트인 야외와는 분위기부터 다르고, 진짜 내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죠. 실제 퍼팅 감각을 느끼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실전 같은 경기를 만끽할 수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단점입니다. 스크린 골프는 공을 치는 사람의 자세와 공의 각도, 공의 세기 등을 분석해 공이 날아간 방향과 거리 등을 추산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말하는 것처럼‘기분만 내 보자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크린 골프가 최근 많이 대중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회식을 대신하거나 퇴근 후 편하게 직장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합니다.
■ 잔디 깎기보다 못한 골프의 운동 효과
얼마 전 미국에서 골프가 운동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조사로는 카트를 타고 골프를 치면 1분당 운동 효과는 '원반 밀어치기 놀이'보다는 크지만, 활쏘기나 저글링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의 운동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골프 코스 내내 카트를 타지 않고 직접 걸어서 골프를 한다면 전체 운동량은 50%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벼운 야외 운동을 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 스윙을 열심히 하더라도 같은 시간 태극권 동작을 하는 정도의 운동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은 실제로 18살 이상 성인을 상대로, 걸어서 9홀 골프를 친 사람과 40분간 잔디 깎기를 한 사람의 운동량을 비교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골프를 친 쪽은 소비열량이 310㎉였습니다. 반면에 잔디를 깎은 쪽은 250㎉를 소비했습니다. 9홀 골프에 2시간 30분가량 소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위 시간당 소비열량은 골프가 턱없이 적습니다. 한마디로 잔디 깎기가 더 운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운동을 위해 골프를 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제대로 땀을 빼고 운동 효과를 보려면 등산을 하든지 건강 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한 골프 전문지에 따르면 18홀 한 경기를 마칠 경우 약 45분간 근력 운동을 하거나 2시간 달리기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심폐 기능과 지구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효과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저 차례를 기다리다 골프채로 스윙하고, 다시 걸어가 또 스윙하거나 퍼팅을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18홀 라운딩이 45분간의 근력 운동이나 2시간 달리기와 운동 효과가 같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잘 들지 않습니다. 물론 평소보다 많이 걷기는 하겠지만, 격렬하게 운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 “골프 치면 노인 정신 건강에 도움”
그럼에도 골프를 즐기는 분들은 나름대로 골프도 운동이 많이 된다고 믿고 싶은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뛰고 걷고 허리를 돌려 스윙을 하며 공을 날리는 만큼 운동 효과가 크다고 믿는 것이 정신적으로 더 좋을 것 같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이런 점에서 골프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2011년 발표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경우 골프를 하는 쪽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 균형도,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더욱 높았습니다. 또 골프가 당장 육체적인 건강 수준을 높여주지는 못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골프가 노인들에게 매우 인기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치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골프장은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정기권을 노인들에게 제공해 언제든 맘 편히 골프를 칠 수 있게 해 줍니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3, 4홀을 함께 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미국에서는 정기권으로 끊은 거라 힘들면 중간에 안 쳐도 손해가 아닙니다. 오전에 와서 잠깐 치다가 오후에 다시 와서 쳐도 됩니다.
그냥 동네 산책이나 가까운 산에 하이킹 왔다 싶을 정도로 편하게 와서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멀리 날려 보겠다고 골프채에 잔뜩 힘을 주고 치지도 않습니다. 그냥 볼링을 하듯이, 배드민턴 채로 가벼운 배드민턴 공을 밀어내듯이 편하고 쉽게 칩니다. 노인들은 카트도 잘 타지 않고 그냥 자기 골프백을 개인용 카트에 싣고 끌면서 다닙니다. 그런 면에서는 카트 타고 골프 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운동이 됩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골프가 공짜인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들만 돈을 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그냥 연습이 아니라 라운딩을 하며 골프를 농구나 탁구처럼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어른들도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20,30달러정도만 주면 18홀을 마음껏 칠 수 있습니다.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지인이 하는 말이 골프는 '심리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평소 개인 교습과 연습을 통해 자세와 스윙 훈련을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윙이나 퍼팅 순간의 집중력이 경기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더군요. 그런 면에서 집중력을 키우는 데 골프가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프는 70, 80대 노인들도 20, 30대 젊은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외국에서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인식하는 분위기입니다. 걸을 수 있고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다면 언제든 칠 수 있는 여건이 외국은 조성돼 있으니까요. 어쨌든 골프든 배드민턴이든 그냥 내 몸에 맞고 무리가 되지 않고 계속 해도 지루하지 않은 운동이 있다면 그걸 꾸준히 하는 게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
-
김학재 기자 curator77@gmail.com
김학재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