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왕’의 연호(年號)를 쓰는 나라, 일본

입력 2017.01.12 (19:02) 수정 2017.02.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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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年號)'

사실 요즘 잘 쓰이는 않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비롯되어 한자(漢字)를 사용하는 아시아의 군주국가에서 쓰던 기년법(紀年法)<두산백과>"라고 정의돼 있다.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어느 나라의 왕이 즉위했을 때 그 해부터 시작해 연수를 세는 법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보면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영락(永樂)'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한다. 영락 1년이면 391년, 영락 2년이면 392년이다.

근대 이후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상징적 군왕제로 바뀐 데다, 무엇보다 왕이 즉위할 때마다 '연(年)'을 셈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연호'를 쓰는 나라는 사실 없다.

없다? 아니다 있다. 일본은 아직 쓴다.

2017년은 '헤이세이(平成) 29년'이다. 현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1989년 왕위를 계승하면서 연호 '헤이세이(平成)'를 발표했고, 그 해부터 1년씩 더해가며 연도를 표시하고 있다.

1989년 1월 7일 새로운 연호 발표1989년 1월 7일 새로운 연호 발표

외국인으로서는 참 불편한 노릇이다. 어딜 가서도 심지어는 은행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도, 차 계약을 할 때도 연호를 쓴다. 헤이세이(平成) 몇 년이 서기 몇 년인지 알기 위해서는 '헤이세이(平成) - 12 = 서기 몇 년' 이런 식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한다. 책을 읽다 헤이세이(平成) 17년이라고 나오면 '17 - 12 = 5' 그러니까 2005년이구나 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현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이후인 헤이세이(平成)는 괜찮다 하자. 1989년 이전에 쓰였던 연호는 쇼와(昭和)였다. 1970년대나 1980년대로 넘어가면 연호를 서기로 바꿔서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지경에 이른다.

지난 11일 일본 조간신문의 상당수는 2019년부터 새로운 연호를 쓴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자신의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면서, 그 시기가 2019년 1월 1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 천황 관련된 뉴스는 연호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아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를 생전에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와 관련된 뉴스는 거의 메인 뉴스로 다뤄진다. 일왕 퇴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정부 고문단 회의의 회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물러난 뒤 명칭을 '전왕(前王)'으로 할 것이지 '상왕(上王)'으로 할 것인지 까지 시시콜콜한 뉴스까지 전한다.

일본에서 '왕'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새삼 알 수 있을 정도다. 모 언론사에 조사에 따르면 현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비율이 불과 수 퍼센트(%)에 불과하다 하니 얼마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존재인지 알만하다.

다시 연호 이야기

1989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이 숨진 것이 1월 7일이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 해 달력 등등 연도를 표시한 모든 곳에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인 '쇼와'가 쓰이고 있다가, 갑자기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1월 초에 '헤이세이'로 연호를 바꿔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2019년 왕위 승계에 맞춰 그 몇 개월 전에 새로운 연호를 발표해, 이를 준비할 시간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다. 이래저래 왜 쓰는지 모를 '연호' 때문에 참 불편할 만도 한데 누구 하나 바꾸자는 사람도 없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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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왕’의 연호(年號)를 쓰는 나라, 일본
    • 입력 2017-01-12 19:02:46
    • 수정2017-02-01 17:48:47
    특파원 리포트
'연호(年號)' 사실 요즘 잘 쓰이는 않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비롯되어 한자(漢字)를 사용하는 아시아의 군주국가에서 쓰던 기년법(紀年法)<두산백과>"라고 정의돼 있다.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어느 나라의 왕이 즉위했을 때 그 해부터 시작해 연수를 세는 법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보면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391년부터 ‘영락(永樂)'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한다. 영락 1년이면 391년, 영락 2년이면 392년이다. 근대 이후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상징적 군왕제로 바뀐 데다, 무엇보다 왕이 즉위할 때마다 '연(年)'을 셈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연호'를 쓰는 나라는 사실 없다. 없다? 아니다 있다. 일본은 아직 쓴다. 2017년은 '헤이세이(平成) 29년'이다. 현 아키히토 일왕이 지난 1989년 왕위를 계승하면서 연호 '헤이세이(平成)'를 발표했고, 그 해부터 1년씩 더해가며 연도를 표시하고 있다. 1989년 1월 7일 새로운 연호 발표 외국인으로서는 참 불편한 노릇이다. 어딜 가서도 심지어는 은행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도, 차 계약을 할 때도 연호를 쓴다. 헤이세이(平成) 몇 년이 서기 몇 년인지 알기 위해서는 '헤이세이(平成) - 12 = 서기 몇 년' 이런 식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 한다. 책을 읽다 헤이세이(平成) 17년이라고 나오면 '17 - 12 = 5' 그러니까 2005년이구나 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현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이후인 헤이세이(平成)는 괜찮다 하자. 1989년 이전에 쓰였던 연호는 쇼와(昭和)였다. 1970년대나 1980년대로 넘어가면 연호를 서기로 바꿔서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이 필요할 지경에 이른다. 지난 11일 일본 조간신문의 상당수는 2019년부터 새로운 연호를 쓴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자신의 왕위를 물려주기로 하면서, 그 시기가 2019년 1월 1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 천황 관련된 뉴스는 연호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아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위를 생전에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와 관련된 뉴스는 거의 메인 뉴스로 다뤄진다. 일왕 퇴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정부 고문단 회의의 회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물러난 뒤 명칭을 '전왕(前王)'으로 할 것이지 '상왕(上王)'으로 할 것인지 까지 시시콜콜한 뉴스까지 전한다. 일본에서 '왕'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새삼 알 수 있을 정도다. 모 언론사에 조사에 따르면 현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비율이 불과 수 퍼센트(%)에 불과하다 하니 얼마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존재인지 알만하다. 다시 연호 이야기 1989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이 숨진 것이 1월 7일이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 해 달력 등등 연도를 표시한 모든 곳에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인 '쇼와'가 쓰이고 있다가, 갑자기 얼마 써보지도 못하고 1월 초에 '헤이세이'로 연호를 바꿔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2019년 왕위 승계에 맞춰 그 몇 개월 전에 새로운 연호를 발표해, 이를 준비할 시간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다. 이래저래 왜 쓰는지 모를 '연호' 때문에 참 불편할 만도 한데 누구 하나 바꾸자는 사람도 없으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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