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필리핀 경찰 셋업 범죄…한국인 노린다

입력 2017.02.04 (21:58) 수정 2017.02.0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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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필리핀 경찰청 본부에서 현지 경찰에게 피살돼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누명을 씌워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셋 업 범죄가 기승인데 부패한 경찰들이 돈을 뜯고 심지어 살해까지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이 같은 범죄에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두려움에 쉬쉬할 뿐이라고 합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까지 필리핀에서 광물 사업을 하던 김 모 씨.

3월 어느 날 느닷없이 필리핀 경찰 8명에게 연행됐습니다.

혐의는 마약 거래였습니다.

경찰들은 김 씨를 차에 태운 뒤 무려 10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백만 페소 우리 돈 2천 3백만 원을 주면 없었던 일로 해 주겠다며 전기충격기로 고문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필리핀 경찰 범죄 피해자) : "2시간 정도를 전기 충격기로 고문을 해요.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까 한쪽 손하고 등, 목까지 아주 새까맣게 탔더라고요. 전기 충격기만 경찰이 만지작만지작해도 온몸이 전율이 일고 겁이 나니깐요."

돈을 주지 않자 현지 경찰들은 김 씨를 마약 사범으로 구속했습니다.

현지 언론을 불러 마약 거래를 기정사실로 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은 김 씨.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년간의 고통스러운 교도소 생활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경찰 조서에 김 씨를 중국인이라고 작성하는가 하면 12시간 동안 경찰과 김 씨의 행방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모 씨 : "당한 만큼 갚아 주고 싶어요. 아직도 (경찰)얼굴들을 기억하니까.(하지만) 열이면 열 하는 이야기가 그냥 한국에 돌아가라고..살고 싶으면..."

지난해 12월 말 앙헬레스의 한 주택에 현지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필리핀 경찰들은 인터넷 도박장 신고를 받았다며 한국인 2명을 총을 위협한 뒤 강제로 연행했습니다.

파출소에서 46만 원을 빼앗은 경찰들은 한국인들을 인근 사격장으로 데려가 다시 위협을 가했습니다.

돈을 더 뜯어 내기 위해 실탄까지 쐈습니다.

<녹취> 김대희(주 필리핀 대한민국 경찰영사) : "양이 안 차는지 근처 사격장으로 데려가서 공중으로 총을 쏘며 협박했죠. 30만 페소(7백만 원)를 건네고 풀려났고.."

현직 경찰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실상 무장 강도를 벌인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우리 대사관의 강력한 항의에 무장 강도 행각을 벌인 경찰들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누명을 씌우는 이른바 셋 업 범죄.

누명을 씌우기 위해선 공권력이 필요한 만큼 모든 셋 업 범죄는 경찰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덮어씌우는 범죄는 주로 마약이나 인터넷 도박 혐의, 심지어 여행용 가방에 총알을 넣어두고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며 돈을 뜯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찰 셋 업의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 : "여러 번 내가 한국 사람을 잡아봤지만 너 같이 돈 안 주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이 얼마나 한국사람들을 많이 작업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마약을 이용한 셋 업 범죄가 기승입니다.

필리핀 치안의 심장부인 경찰청.

지난해 10월 경찰관 3명이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한국인 사업가 지 모 씨를 경찰청으로 끌고 왔습니다.

이들은 차량을 마약단속국 옆 주차장에 세운 뒤 그날 밤 지 씨를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경찰본부에서 그것도 경찰이 우리 한국인을 납치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겁니다.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살해된 마약단속국 앞 주차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인적이 드문 데다 가로등도 없어 밤이 되면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범인들은 지 씨를 살해한 뒤 지 씨 가족을 협박해 몸값으로 1억 2천만 원도 받아 챙겼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주범은 마약 단속국에 근무하는 이사벨 경사.

마약 단속국을 찾아가자 경찰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출입을 통제합니다.

그러곤 같은 경찰로서 사과한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녹취> 경찰 인터뷰

필리핀 검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관 2명 등 7명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간부가 포함된 조직적 범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주범인 이사벨 경사가 경찰 내부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필리핀 상원까지 청문회를 열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지 씨 피살의 충격을 말해 주듯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습니다.

또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중이라며 현재 용의자가 대부분 확인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로드리고 두테르테(지난 26일)

그러면서 경찰들의 부패 청산에 나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마약 단속 조직 해체하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비리 경찰관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반군 토벌에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경찰에게 살인 면허를 주고 있다며 마약범 즉결 처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패 경찰들의 셋업 범죄가 사라질 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경찰들은 공권력을 이용해 손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공권력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활(필리핀 교민 보호 단체) : "공권력한테 보호받아야 하는데 공권력한테 버림받고 공권력의 피해자가 되는데 할 수 있는 게 뭐 있습니까? 돈을 줄 수 밖에 없죠."

필리핀에는 10만 명 넘는 교민이 살고 있고 해마다 백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해 두 자릿수 넘는 한국인이 이곳에서 피살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특단의 대책에 필요해 보입니다.

마닐라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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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현장] 필리핀 경찰 셋업 범죄…한국인 노린다
    • 입력 2017-02-04 22:07:51
    • 수정2017-02-04 22: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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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필리핀 경찰청 본부에서 현지 경찰에게 피살돼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돈을 목적으로 누명을 씌워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셋 업 범죄가 기승인데 부패한 경찰들이 돈을 뜯고 심지어 살해까지 하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이 같은 범죄에 희생양이 되고 있지만 두려움에 쉬쉬할 뿐이라고 합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4년까지 필리핀에서 광물 사업을 하던 김 모 씨.

3월 어느 날 느닷없이 필리핀 경찰 8명에게 연행됐습니다.

혐의는 마약 거래였습니다.

경찰들은 김 씨를 차에 태운 뒤 무려 10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백만 페소 우리 돈 2천 3백만 원을 주면 없었던 일로 해 주겠다며 전기충격기로 고문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필리핀 경찰 범죄 피해자) : "2시간 정도를 전기 충격기로 고문을 해요.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까 한쪽 손하고 등, 목까지 아주 새까맣게 탔더라고요. 전기 충격기만 경찰이 만지작만지작해도 온몸이 전율이 일고 겁이 나니깐요."

돈을 주지 않자 현지 경찰들은 김 씨를 마약 사범으로 구속했습니다.

현지 언론을 불러 마약 거래를 기정사실로 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은 김 씨.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년간의 고통스러운 교도소 생활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경찰 조서에 김 씨를 중국인이라고 작성하는가 하면 12시간 동안 경찰과 김 씨의 행방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모 씨 : "당한 만큼 갚아 주고 싶어요. 아직도 (경찰)얼굴들을 기억하니까.(하지만) 열이면 열 하는 이야기가 그냥 한국에 돌아가라고..살고 싶으면..."

지난해 12월 말 앙헬레스의 한 주택에 현지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필리핀 경찰들은 인터넷 도박장 신고를 받았다며 한국인 2명을 총을 위협한 뒤 강제로 연행했습니다.

파출소에서 46만 원을 빼앗은 경찰들은 한국인들을 인근 사격장으로 데려가 다시 위협을 가했습니다.

돈을 더 뜯어 내기 위해 실탄까지 쐈습니다.

<녹취> 김대희(주 필리핀 대한민국 경찰영사) : "양이 안 차는지 근처 사격장으로 데려가서 공중으로 총을 쏘며 협박했죠. 30만 페소(7백만 원)를 건네고 풀려났고.."

현직 경찰이 한국인을 상대로 사실상 무장 강도를 벌인 겁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우리 대사관의 강력한 항의에 무장 강도 행각을 벌인 경찰들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누명을 씌우는 이른바 셋 업 범죄.

누명을 씌우기 위해선 공권력이 필요한 만큼 모든 셋 업 범죄는 경찰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덮어씌우는 범죄는 주로 마약이나 인터넷 도박 혐의, 심지어 여행용 가방에 총알을 넣어두고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며 돈을 뜯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찰 셋 업의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 모 씨 : "여러 번 내가 한국 사람을 잡아봤지만 너 같이 돈 안 주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들이 얼마나 한국사람들을 많이 작업했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마약을 이용한 셋 업 범죄가 기승입니다.

필리핀 치안의 심장부인 경찰청.

지난해 10월 경찰관 3명이 마약 관련 혐의가 있다며 한국인 사업가 지 모 씨를 경찰청으로 끌고 왔습니다.

이들은 차량을 마약단속국 옆 주차장에 세운 뒤 그날 밤 지 씨를 목 졸라 살해했습니다.

경찰본부에서 그것도 경찰이 우리 한국인을 납치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겁니다.

50대 한국인 사업가가 살해된 마약단속국 앞 주차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인적이 드문 데다 가로등도 없어 밤이 되면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범인들은 지 씨를 살해한 뒤 지 씨 가족을 협박해 몸값으로 1억 2천만 원도 받아 챙겼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주범은 마약 단속국에 근무하는 이사벨 경사.

마약 단속국을 찾아가자 경찰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출입을 통제합니다.

그러곤 같은 경찰로서 사과한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녹취> 경찰 인터뷰

필리핀 검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관 2명 등 7명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간부가 포함된 조직적 범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주범인 이사벨 경사가 경찰 내부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필리핀 상원까지 청문회를 열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 지 씨 피살의 충격을 말해 주듯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직접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습니다.

또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중이라며 현재 용의자가 대부분 확인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로드리고 두테르테(지난 26일)

그러면서 경찰들의 부패 청산에 나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마약 단속 조직 해체하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비리 경찰관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반군 토벌에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을 빌미로 경찰에게 살인 면허를 주고 있다며 마약범 즉결 처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패 경찰들의 셋업 범죄가 사라질 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경찰들은 공권력을 이용해 손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공권력에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활(필리핀 교민 보호 단체) : "공권력한테 보호받아야 하는데 공권력한테 버림받고 공권력의 피해자가 되는데 할 수 있는 게 뭐 있습니까? 돈을 줄 수 밖에 없죠."

필리핀에는 10만 명 넘는 교민이 살고 있고 해마다 백만 명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해 두 자릿수 넘는 한국인이 이곳에서 피살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특단의 대책에 필요해 보입니다.

마닐라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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