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벽보에 담긴 정치…그 변천사
입력 2017.04.18 (18:47)
수정 2017.04.1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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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가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선거의 선전물은, 제3공화국 때인 1967년 5월 치러진 제6대 선거부터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4년 만에 재선을 노리고 6번 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높아 후보들의 기호가 아라비아 숫자보다 작대기 개수로 훨씬 크게 표시돼 있다. 일명 '작대기 선거'다. 슬쩍 작대기를 몇 개 더 그려 넣기가 쉬웠던 탓에 통금으로 인적이 끊긴 틈을 타, 상대 후보의 벽보에 손을 대는 불법 행위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분기탱천할 때 혼자서 '명랑생활'
당시 다른 후보들은 벽보에서 날카로운 눈빛과 결기에 찬 표정으로 '정의 실현'과 '썩은 정치 근절',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오직 박정희 당시 대통령만 여유롭고 인자한 표정으로 '명랑한 생활'을 구호로 내걸었다.
활짝~ 치아를 드러낸 최초의 후보...본격 이미지 정치광고 시대
대선 벽보에서 역대 처음으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사람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린 역동적 자세까지 더해져, 이전에 볼 수 없던 느낌의 벽보를 선보였다. 여기에 나긋한 말투로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라는 노 후보의 발언이 유행어가 되며 '보통사람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전두환 군부정권을 민중항쟁으로 무너뜨리고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의 대한민국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뜨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내세운 노태우 후보의 전략은 성공해,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벽보는,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 즉 12·12사태를 일으킨 주범이자, 그의 집권이 군부 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을 감추는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본격 이미지 정치광고의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너도 나도 김치~ 대세는 따뜻한 미소!
이후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근엄함을 벗어던지고, 활기차고 따뜻한 모습으로 벽보에 등장했다.
세 번째 벽보, 튀어야 산다?
1번 후보는 순서상 그 자체로 이점을 가지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 없이 정면을 바라보거나, 2번 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자세로 확실한 대조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다. 2번 후보는 1번 후보에게 등을 지거나 고개를 돌린 각도를 활용해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3번 후보는 어떻게든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색다른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가장 손쉬운 것이 손동작이라는 분석이다.
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벽보가 공개됐다. 모든 후보가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띠고 있다. 1번과 2번 후보들은 서로 살짝 등을 졌고, 3번 후보는 팔을 들었다. 어느 후보의 선전 구호와 이미지가 더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두드렸을지, 약 20일 뒤 결과를 지켜보자.
제6대 대선(1967년)
출처 =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2014)
당시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높아 후보들의 기호가 아라비아 숫자보다 작대기 개수로 훨씬 크게 표시돼 있다. 일명 '작대기 선거'다. 슬쩍 작대기를 몇 개 더 그려 넣기가 쉬웠던 탓에 통금으로 인적이 끊긴 틈을 타, 상대 후보의 벽보에 손을 대는 불법 행위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분기탱천할 때 혼자서 '명랑생활'
제6대 대선(1967년)
당시 다른 후보들은 벽보에서 날카로운 눈빛과 결기에 찬 표정으로 '정의 실현'과 '썩은 정치 근절',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오직 박정희 당시 대통령만 여유롭고 인자한 표정으로 '명랑한 생활'을 구호로 내걸었다.
활짝~ 치아를 드러낸 최초의 후보...본격 이미지 정치광고 시대
제13대 대선(1987년)
대선 벽보에서 역대 처음으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사람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린 역동적 자세까지 더해져, 이전에 볼 수 없던 느낌의 벽보를 선보였다. 여기에 나긋한 말투로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라는 노 후보의 발언이 유행어가 되며 '보통사람 바람'을 일으켰다.
제13대 대선(1987년)
당시 전두환 군부정권을 민중항쟁으로 무너뜨리고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의 대한민국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뜨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내세운 노태우 후보의 전략은 성공해,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벽보는,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 즉 12·12사태를 일으킨 주범이자, 그의 집권이 군부 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을 감추는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본격 이미지 정치광고의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2년 당선인 2007년 당선인 2012년 당선인
너도 나도 김치~ 대세는 따뜻한 미소!
이후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근엄함을 벗어던지고, 활기차고 따뜻한 모습으로 벽보에 등장했다.
김대중 후보 71년 → 87년 → 92년 → 97년 15대 대통령 당선
김영삼 후보 87년 13대 대선 → 92년14대 대통령 당선
이회창 후보 97년 정면 보고 웃었다가 → 2002년 ‘이번엔 오른쪽으로 요래~’
세 번째 벽보, 튀어야 산다?
제14대(1992년) 대선
제15대(1997년) 대선
1번 후보는 순서상 그 자체로 이점을 가지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 없이 정면을 바라보거나, 2번 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자세로 확실한 대조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다. 2번 후보는 1번 후보에게 등을 지거나 고개를 돌린 각도를 활용해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3번 후보는 어떻게든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색다른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가장 손쉬운 것이 손동작이라는 분석이다.
제19대(2017년) 대선 벽보
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벽보가 공개됐다. 모든 후보가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띠고 있다. 1번과 2번 후보들은 서로 살짝 등을 졌고, 3번 후보는 팔을 들었다. 어느 후보의 선전 구호와 이미지가 더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두드렸을지, 약 20일 뒤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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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벽보에 담긴 정치…그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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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4-18 18:47:48
- 수정2017-04-18 18:49:28
선거관리위원회가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선거의 선전물은, 제3공화국 때인 1967년 5월 치러진 제6대 선거부터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4년 만에 재선을 노리고 6번 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높아 후보들의 기호가 아라비아 숫자보다 작대기 개수로 훨씬 크게 표시돼 있다. 일명 '작대기 선거'다. 슬쩍 작대기를 몇 개 더 그려 넣기가 쉬웠던 탓에 통금으로 인적이 끊긴 틈을 타, 상대 후보의 벽보에 손을 대는 불법 행위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분기탱천할 때 혼자서 '명랑생활'
당시 다른 후보들은 벽보에서 날카로운 눈빛과 결기에 찬 표정으로 '정의 실현'과 '썩은 정치 근절',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오직 박정희 당시 대통령만 여유롭고 인자한 표정으로 '명랑한 생활'을 구호로 내걸었다.
활짝~ 치아를 드러낸 최초의 후보...본격 이미지 정치광고 시대
대선 벽보에서 역대 처음으로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사람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린 역동적 자세까지 더해져, 이전에 볼 수 없던 느낌의 벽보를 선보였다. 여기에 나긋한 말투로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라는 노 후보의 발언이 유행어가 되며 '보통사람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전두환 군부정권을 민중항쟁으로 무너뜨리고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의 대한민국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뜨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내세운 노태우 후보의 전략은 성공해,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벽보는,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 즉 12·12사태를 일으킨 주범이자, 그의 집권이 군부 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을 감추는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본격 이미지 정치광고의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너도 나도 김치~ 대세는 따뜻한 미소!
이후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근엄함을 벗어던지고, 활기차고 따뜻한 모습으로 벽보에 등장했다.
세 번째 벽보, 튀어야 산다?
1번 후보는 순서상 그 자체로 이점을 가지기 때문에 특별한 장치 없이 정면을 바라보거나, 2번 후보에게 등을 돌리는 자세로 확실한 대조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다. 2번 후보는 1번 후보에게 등을 지거나 고개를 돌린 각도를 활용해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3번 후보는 어떻게든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색다른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가장 손쉬운 것이 손동작이라는 분석이다.
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벽보가 공개됐다. 모든 후보가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띠고 있다. 1번과 2번 후보들은 서로 살짝 등을 졌고, 3번 후보는 팔을 들었다. 어느 후보의 선전 구호와 이미지가 더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두드렸을지, 약 20일 뒤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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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란 기자 na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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