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유발 가짜 양주, 어떻게 만들까?

입력 2017.05.24 (15:20) 수정 2017.05.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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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유발 가짜 양주, 어떻게 만들까?

두통 유발 가짜 양주, 어떻게 만들까?

전날 마신 양주 때문에 머리가 깨지듯 아파 본 경험들 있을 것이다. 혹시 가짜는 아닐까 의심은 해 보지만, 딱히 증거는 없다. 양주 병을 유심히 살펴 보지만 병마개 프로텍터(일명 키퍼)가 부착돼 있어 가짜 양주는 아닐 거라 믿어 본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깨고 너무나 간단히 가짜 양주를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은 무척 허탈해질 것이다.

양주병에 부착돼 있는‘키퍼’를 간단히 무력화시키고 가짜 양주를 유통해 온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에서 유흥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가짜 양주를 만들어 팔 경우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종업원들과 함께 전국 유흥주점에 '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라고 적힌 명함을 돌렸다. 그리고선 생수병(500㎖)에 담은 먹다 남은 양주를 퀵서비스로 병당 5000원에 사들였다.

A씨는 사들인 먹다 남은 양주를 마트에서 구입한 저가 양주와 섞어 가짜 양주를 만들었다.

마지막 관건은 이런 가짜 양주를 진짜 양주병에 담는 것. 양주병에는 가짜 양주를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병마개 프로텍터(일명 키퍼)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키퍼는 의외로 쉽게 무력화 됐다. 이들은 양주병 입구에 이쑤시개 2개를 꽂아 키퍼(병 안에 내용물을 넣지 못하게 하는 위조방지용 잠금장치)를 들어 올린 뒤 혼합 양주를 넣고서 밀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가짜 양주를 정품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양주병 뚜껑을 비닐 커버로 밀봉했다. 술에 취한 손님들이 진짜와 가짜 구별이 힘들다는 것을 악용해 진짜와 가짜 양주를 함께 팔거나, 만취한 손님에게는 더 많은 가짜 양주를 판매했다.

이들이 제조한 가짜 양주는 손님에게는 병당 15만원에 팔렸고, 이 중 업주가 13만원, 종업원이 2만원 씩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A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만2천여병의 가짜 양주를 만들어 팔아 4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최수진 부장판사는 가짜 양주 3만여병을 제조·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 징역 3년∼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가짜 양주를 제조·판매해 소비자들에게 건강상 위해를 끼칠 위험성이 매우 크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조세포탈까지 이어져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절 안되는 가짜 양주

가짜 양주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쉽게 가짜 양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경찰 등 유관 기관에 따르면 업소에서 빈 병에 가짜 술을 부을 때는 주사기나 고무장갑·이쑤시개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주사기를 쓰면 병 입구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 쉽다. 그러면 가짜 티가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고무장갑을 병 입구에 덮어씌워 공기를 차단시킨 후 조금씩 압력을 주면서 술을 붓는 수법이 개발됐다. 이쑤시개는 위조방지용 추를 들어올리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고급 양주병 입구부분에 이쑤시개를 몇개 끼운 후 술을 조금씩 부으면 술이 이쑤시개를 타고 들어가 꽉 채워진 새 양주로 둔갑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시중에 유통되는 양주 대부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짜 양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손미들이 양주 병뚜껑 비닐 덮개를 직접 확인하고 직접 개봉하거나, 업소에 비치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리더기를 이용해 진품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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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24 15:20:57
    • 수정2017-05-24 15:21:16
    취재K
전날 마신 양주 때문에 머리가 깨지듯 아파 본 경험들 있을 것이다. 혹시 가짜는 아닐까 의심은 해 보지만, 딱히 증거는 없다. 양주 병을 유심히 살펴 보지만 병마개 프로텍터(일명 키퍼)가 부착돼 있어 가짜 양주는 아닐 거라 믿어 본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깨고 너무나 간단히 가짜 양주를 만들 수 있다면 당신은 무척 허탈해질 것이다.

양주병에 부착돼 있는‘키퍼’를 간단히 무력화시키고 가짜 양주를 유통해 온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에서 유흥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가짜 양주를 만들어 팔 경우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종업원들과 함께 전국 유흥주점에 '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라고 적힌 명함을 돌렸다. 그리고선 생수병(500㎖)에 담은 먹다 남은 양주를 퀵서비스로 병당 5000원에 사들였다.

A씨는 사들인 먹다 남은 양주를 마트에서 구입한 저가 양주와 섞어 가짜 양주를 만들었다.

마지막 관건은 이런 가짜 양주를 진짜 양주병에 담는 것. 양주병에는 가짜 양주를 넣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병마개 프로텍터(일명 키퍼)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키퍼는 의외로 쉽게 무력화 됐다. 이들은 양주병 입구에 이쑤시개 2개를 꽂아 키퍼(병 안에 내용물을 넣지 못하게 하는 위조방지용 잠금장치)를 들어 올린 뒤 혼합 양주를 넣고서 밀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또 가짜 양주를 정품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양주병 뚜껑을 비닐 커버로 밀봉했다. 술에 취한 손님들이 진짜와 가짜 구별이 힘들다는 것을 악용해 진짜와 가짜 양주를 함께 팔거나, 만취한 손님에게는 더 많은 가짜 양주를 판매했다.

이들이 제조한 가짜 양주는 손님에게는 병당 15만원에 팔렸고, 이 중 업주가 13만원, 종업원이 2만원 씩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A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만2천여병의 가짜 양주를 만들어 팔아 4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전주지법 형사2단독 최수진 부장판사는 가짜 양주 3만여병을 제조·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및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각 징역 3년∼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가짜 양주를 제조·판매해 소비자들에게 건강상 위해를 끼칠 위험성이 매우 크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조세포탈까지 이어져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절 안되는 가짜 양주

가짜 양주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쉽게 가짜 양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경찰 등 유관 기관에 따르면 업소에서 빈 병에 가짜 술을 부을 때는 주사기나 고무장갑·이쑤시개 등을 사용한다고 한다. 주사기를 쓰면 병 입구에 작은 구멍이 생기기 쉽다. 그러면 가짜 티가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고무장갑을 병 입구에 덮어씌워 공기를 차단시킨 후 조금씩 압력을 주면서 술을 붓는 수법이 개발됐다. 이쑤시개는 위조방지용 추를 들어올리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고급 양주병 입구부분에 이쑤시개를 몇개 끼운 후 술을 조금씩 부으면 술이 이쑤시개를 타고 들어가 꽉 채워진 새 양주로 둔갑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시중에 유통되는 양주 대부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짜 양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손미들이 양주 병뚜껑 비닐 덮개를 직접 확인하고 직접 개봉하거나, 업소에 비치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리더기를 이용해 진품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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