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 기적 ‘레인빅토리호’…“한국으로 가져와야”

입력 2017.07.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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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기적 ‘레인빅토리호’…“한국으로 가져와야”

흥남철수 기적 ‘레인빅토리호’…“한국으로 가져와야”

"생명수와 같은 것이죠. 피란민들은 그 배로 인해서 자기 목숨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는 것과 그분들이 보는 것은 완전 다르죠."

'생명 그 자체'. 흥남 철수 피란민들에게 레인빅토리호가 갖는 의미다. 1950년 12월 8일 상선 레인빅토리호는 7천여 명의 피란민을 품고 흥남에서 철수작전에 동원됐다. 윤경원(59·사진) 예비역 해병 준장이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으로 인도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그는 2015년 출범한 레인빅토리호 한국 인도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참혹한 전쟁 중에서 민간인 구출은 이례적입니다. 군 장비 다 버리고, 우리 민족을 다 구했다는 말이에요. 그 당시에 (미 10군단) 알몬드 사령관부터 어려운 결정을 했고, 수송선에 태워서 나온 거란 말이에요. 세계사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것은 거의 없어요. 그렇게 많은 전쟁 피난민들을 구했다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됩니다."


레인빅토리호의 소유권은 미 국토부에 있는데,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피드로 항구에 정박한 채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영은 '2차대전 상선참전용사회'가 맡고 있다. 윤경원 추진단장은 이 참전용사회 소속 지인으로부터 레인빅토리호의 사정을 듣게 됐다.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 레인빅토리호에 대한 유지 보수비 등 지원금이 중단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기금으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데, 자칫하면 외부에 매각돼 고철이 될 수 있는 형편인 것을 알게 됐다.

함흥철수의 기적을 일궈냈던 또 다른 함선 메러디스빅토리호는 1993년 이미 고철 신세가 됐다. 메러디스빅토리호는 한번에 피란민 1만 4천여 명을 태우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한 것으로 인정돼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당시 피란민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부모님이 바로 메러디스빅토리호를 타고 구출돼 거제도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윤 추진단장은 더 늦기 전에 '생명의 항해'를 이끌었던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인수를 결심하고 추진단을 꾸렸고, 지금 해병 예비역을 포함한 지인 5명과 함께 하고 있다. 윤 추진단장은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 레인빅토리호는 미국의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상태에서 자체 기금을 가지고 운영이 되고 있고, 머지 않아서 이 배는 사실은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있습니다. 잘못하면 이게 고철로 팔려 나갈 수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 있어요. 시기가 더 빨리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정부 선에서 잘 협조만 된다고 한다면, 사오든 무상으로 받아 오든 미국 정부가 한국으로 주겠다는 약속만 하면 우리는 가져올 수 있어요."


윤 추진단장은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온 후 항구에 정박시켜 주변에 평화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레인빅토리호가 도착했던 경남 거제시가 유력한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거제시와 구체적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거제시 역시 2011년부터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가장 적합한 장소, 제가 볼 땐 거제예요. 거제에서 배를 전시해서 실향민들이나 흥남철수 작전 때 오셨던 분들이 옛날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이고, 전후 세대에게 좋은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이고, 추가로 인프라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할 수 있습니다."

레인빅토리호를 인수하는 데는 50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진단은 보고 있다. 윤경원 추진단장은 레인빅토리호를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인수할 목표를 갖고 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에 포위되자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10만 5천 명의 군인과 9만 1천여 명의 피란민을 193척의 함대에 싣고 거제 장승포항으로 철수한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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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남철수 기적 ‘레인빅토리호’…“한국으로 가져와야”
    • 입력 2017-07-14 17:57:02
    취재K
"생명수와 같은 것이죠. 피란민들은 그 배로 인해서 자기 목숨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는 것과 그분들이 보는 것은 완전 다르죠."

'생명 그 자체'. 흥남 철수 피란민들에게 레인빅토리호가 갖는 의미다. 1950년 12월 8일 상선 레인빅토리호는 7천여 명의 피란민을 품고 흥남에서 철수작전에 동원됐다. 윤경원(59·사진) 예비역 해병 준장이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으로 인도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그는 2015년 출범한 레인빅토리호 한국 인도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참혹한 전쟁 중에서 민간인 구출은 이례적입니다. 군 장비 다 버리고, 우리 민족을 다 구했다는 말이에요. 그 당시에 (미 10군단) 알몬드 사령관부터 어려운 결정을 했고, 수송선에 태워서 나온 거란 말이에요. 세계사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것은 거의 없어요. 그렇게 많은 전쟁 피난민들을 구했다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됩니다."


레인빅토리호의 소유권은 미 국토부에 있는데,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피드로 항구에 정박한 채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운영은 '2차대전 상선참전용사회'가 맡고 있다. 윤경원 추진단장은 이 참전용사회 소속 지인으로부터 레인빅토리호의 사정을 듣게 됐다.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 레인빅토리호에 대한 유지 보수비 등 지원금이 중단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기금으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데, 자칫하면 외부에 매각돼 고철이 될 수 있는 형편인 것을 알게 됐다.

함흥철수의 기적을 일궈냈던 또 다른 함선 메러디스빅토리호는 1993년 이미 고철 신세가 됐다. 메러디스빅토리호는 한번에 피란민 1만 4천여 명을 태우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을 성공한 것으로 인정돼 2004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당시 피란민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부모님이 바로 메러디스빅토리호를 타고 구출돼 거제도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윤 추진단장은 더 늦기 전에 '생명의 항해'를 이끌었던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인수를 결심하고 추진단을 꾸렸고, 지금 해병 예비역을 포함한 지인 5명과 함께 하고 있다. 윤 추진단장은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금 레인빅토리호는 미국의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상태에서 자체 기금을 가지고 운영이 되고 있고, 머지 않아서 이 배는 사실은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있습니다. 잘못하면 이게 고철로 팔려 나갈 수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 있어요. 시기가 더 빨리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정부 선에서 잘 협조만 된다고 한다면, 사오든 무상으로 받아 오든 미국 정부가 한국으로 주겠다는 약속만 하면 우리는 가져올 수 있어요."


윤 추진단장은 레인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온 후 항구에 정박시켜 주변에 평화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레인빅토리호가 도착했던 경남 거제시가 유력한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 다만, 거제시와 구체적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거제시 역시 2011년부터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가장 적합한 장소, 제가 볼 땐 거제예요. 거제에서 배를 전시해서 실향민들이나 흥남철수 작전 때 오셨던 분들이 옛날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이고, 전후 세대에게 좋은 장소를 제공해주는 것이고, 추가로 인프라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할 수 있습니다."

레인빅토리호를 인수하는 데는 50억여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진단은 보고 있다. 윤경원 추진단장은 레인빅토리호를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인수할 목표를 갖고 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에 포위되자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10만 5천 명의 군인과 9만 1천여 명의 피란민을 193척의 함대에 싣고 거제 장승포항으로 철수한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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