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결단의 책상’ 앉은 김정은과 트럼프, 최종 선택지는?

입력 2018.12.27 (07:01) 수정 2018.12.2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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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시 결단의 시기가 임박했다.

2018년 첫발을 뗀 한반도 평화-비핵화 여정이 북미 관계 진전을 거쳐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지, 아니면 현 교착 국면을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갈지를 가늠할 신년사 발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먼저 움직인 건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 전야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대북 브리핑을 받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다시 한 번 비핵화를 결단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손을 맞잡을까? 한해 결산(총화)을 모두 마친 김 위원장은 지금쯤 북한판 '결단의 책상'인 노동당 청사 집무실 책상에서 실무진이 넘긴 신년사 초안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스티브 비건(왼쪽)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부보좌관의 브리핑을 들으며 보고서를 읽고 있다(출처: 트럼프 트위터)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스티브 비건(왼쪽)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부보좌관의 브리핑을 들으며 보고서를 읽고 있다(출처: 트럼프 트위터)

■이례적인 트럼프의 성탄 메시지..."북미 협상 진전, 2차 회담 고대"

성탄 전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대북 메시지는 짧지만 명확했다.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 등 참모진으로부터 대북 브리핑을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한다'(Progress being made. Looking forward to my next summit with Chairman Kim!)는 어찌 보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수사로 읽히지만, 발표 시점과 형식을 따져보면 의미가 달라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건 대북 메시지의 발표 시점이다.

미국의 연말은 그야말로 뒤숭숭하다. 시리아 철군 결정과 그에 따른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 후폭풍,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겹쳐 가뜩이나 어수선한 연말을 맞고 있는 트럼트 대통령의 상황을 감안하면 성탄 전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다.

미국 내 온갖 악재, 그리고 갈수록 고조되는 대북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 문제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의 결단만 있다면 새해에도 북한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뤄나갈 의지가 있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는 평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결단의 책상’을 앞에 두고 외교안보 참모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북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회의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결단의 책상’을 앞에 두고 외교안보 참모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북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회의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앞에서의 대북 브리핑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북 브리핑을 받는 모습을 공개한 건 지난 8월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참석한 북한 관련 회의 이후 넉 달 만이다.

당시 회의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린 대북 전략회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북미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건 대표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이 부쩍 북한 달래기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열렸다.

두 달 넘게 북미 교착이 길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미 협상의 '진전(progress)'을 언급하고, 나아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의사를 재확인한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신년사 발표를 앞둔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상황 오판을 하지 말라는 예방적 차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북미 교착 상황을 타개할 모종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악재 휩싸인 트럼프...북핵 이슈 '우선순위(priority)' 밀려나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유화 행보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련 미국 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주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미국의 새 의회가 개원을 하게 되면, 트럼트 대통령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는 물론 러시아 스캔들과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시리아 철군 논란 등 온갖 악재를 놓고 민주당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미국 내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그만큼 북한 문제가 미국 내 이슈에 묻혀 언제든 미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성이 커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 내 대북 피로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 또한 북미 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북 여론이 악화될 수록 미국 내 비핵화 검증 수위는 그만큼 높아지고, 북미 협상에 임하는 트럼트 대통령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미가 절충할 수 있는 협상 지대가 좁아지는 셈이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앤드루 김 CIA 센터장 등 대북 협상파가 점차 퇴조하고,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미국 내 정치 지형 변화도 북미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엔 북미 교착 상황이 길어지고 대북 성과가 지지부진하면서 북미 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先 상응 조치' 입장을 고수한 채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선뜻 양보안을 제시하기엔 미국 내 상황이 만만치 않고, 2019년 새해 북미 협상 전망 역시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과 '북미' 사이에서..김정은의 선택지는 어디?

북한의 통상적인 정치 일정대로라면, 북한은 지금 올 한해의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는 '연말 총화(결산)와 신년사 준비' 기간이다.

어제(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끝으로 사실상 올해 남북관계 이벤트를 모두 마무리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쯤 실무진들이 준비한 신년사 초안을 토대로 닷새 뒤 발표할 신년사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의 고민 지점은 역시 남북관계 진전 속에서도 북미 관계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특히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인사인 정세현, 이종석 두 전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충고는 김 위원장에게 참고할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답방 무산과 현 북미 교착상황 등과 관련해 "국제 정치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의 관계는 1:1이 절대로 아니다. 북한이 냉혹한 현실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북한이 단식농성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1월 초에 '당일치기'라도 서울 답방해야 하며, "(미국) 민주당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기 전에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로드맵이 나와줘야 한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조언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보다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창의적인 양보'를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북미가) 서로 버티고 있는데 시간은 누구 편이냐는 질문에 "최소한 2019년은 미국 편"이라면서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창의적인 양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1단계 제재 완화를 결단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전직 장관 모두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축소 등 미국 내 정치 상황 변화와 국제 정치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지금은 북한이 마냥 버틸 때가 아니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이 먼저 움직여줘야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를 오가며 활동할 수 있는 '중재 공간'도 넓어진다는 취지로 읽힌다.

북미 교착 국면에서 서울 답방까지 미뤄가며 장고에 들어간 김정은 위원장. 그 고민의 결과는 닷새 뒤인 내년 1월 1일 신년사 발표를 통해 큰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특히 북한 TV를 통해 흘러나올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내용에 따라 2019년 새해 한반도 정세의 출발선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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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2-27 0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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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시 결단의 시기가 임박했다.

2018년 첫발을 뗀 한반도 평화-비핵화 여정이 북미 관계 진전을 거쳐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지, 아니면 현 교착 국면을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갈지를 가늠할 신년사 발표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신년사 발표를 앞두고 먼저 움직인 건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탄 전야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대북 브리핑을 받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다시 한 번 비핵화를 결단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내민 손을 맞잡을까? 한해 결산(총화)을 모두 마친 김 위원장은 지금쯤 북한판 '결단의 책상'인 노동당 청사 집무실 책상에서 실무진이 넘긴 신년사 초안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에 앉아 스티브 비건(왼쪽)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부보좌관의 브리핑을 들으며 보고서를 읽고 있다(출처: 트럼프 트위터)
■이례적인 트럼프의 성탄 메시지..."북미 협상 진전, 2차 회담 고대"

성탄 전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대북 메시지는 짧지만 명확했다.

발표 내용만 놓고 보면,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 등 참모진으로부터 대북 브리핑을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진전이 이뤄지고 있고 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한다'(Progress being made. Looking forward to my next summit with Chairman Kim!)는 어찌 보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수사로 읽히지만, 발표 시점과 형식을 따져보면 의미가 달라 보인다.

우선 주목되는 건 대북 메시지의 발표 시점이다.

미국의 연말은 그야말로 뒤숭숭하다. 시리아 철군 결정과 그에 따른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퇴 후폭풍,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겹쳐 가뜩이나 어수선한 연말을 맞고 있는 트럼트 대통령의 상황을 감안하면 성탄 전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다.

미국 내 온갖 악재, 그리고 갈수록 고조되는 대북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북한 문제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의 결단만 있다면 새해에도 북한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뤄나갈 의지가 있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는 평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결단의 책상’을 앞에 두고 외교안보 참모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북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 회의 직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에 올린 이른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앞에서의 대북 브리핑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북 브리핑을 받는 모습을 공개한 건 지난 8월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참석한 북한 관련 회의 이후 넉 달 만이다.

당시 회의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린 대북 전략회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북미교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건 대표를 비롯한 미국 관리들이 부쩍 북한 달래기 행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열렸다.

두 달 넘게 북미 교착이 길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트럼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미 협상의 '진전(progress)'을 언급하고, 나아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의사를 재확인한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신년사 발표를 앞둔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상황 오판을 하지 말라는 예방적 차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북미 교착 상황을 타개할 모종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각종 악재 휩싸인 트럼프...북핵 이슈 '우선순위(priority)' 밀려나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유화 행보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련 미국 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주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미국의 새 의회가 개원을 하게 되면, 트럼트 대통령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른 멕시코 국경 장벽 문제는 물론 러시아 스캔들과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시리아 철군 논란 등 온갖 악재를 놓고 민주당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미국 내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라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그만큼 북한 문제가 미국 내 이슈에 묻혀 언제든 미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성이 커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 내 대북 피로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 또한 북미 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북 여론이 악화될 수록 미국 내 비핵화 검증 수위는 그만큼 높아지고, 북미 협상에 임하는 트럼트 대통령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미가 절충할 수 있는 협상 지대가 좁아지는 셈이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앤드루 김 CIA 센터장 등 대북 협상파가 점차 퇴조하고,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미국 내 정치 지형 변화도 북미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엔 북미 교착 상황이 길어지고 대북 성과가 지지부진하면서 북미 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先 상응 조치' 입장을 고수한 채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선뜻 양보안을 제시하기엔 미국 내 상황이 만만치 않고, 2019년 새해 북미 협상 전망 역시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과 '북미' 사이에서..김정은의 선택지는 어디?

북한의 통상적인 정치 일정대로라면, 북한은 지금 올 한해의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도 사업을 구상하는 '연말 총화(결산)와 신년사 준비' 기간이다.

어제(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끝으로 사실상 올해 남북관계 이벤트를 모두 마무리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쯤 실무진들이 준비한 신년사 초안을 토대로 닷새 뒤 발표할 신년사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의 고민 지점은 역시 남북관계 진전 속에서도 북미 관계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특히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 인사인 정세현, 이종석 두 전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충고는 김 위원장에게 참고할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답방 무산과 현 북미 교착상황 등과 관련해 "국제 정치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의 관계는 1:1이 절대로 아니다. 북한이 냉혹한 현실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북한이 단식농성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1월 초에 '당일치기'라도 서울 답방해야 하며, "(미국) 민주당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기 전에 북미 간 2차 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로드맵이 나와줘야 한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조언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보다 직접 김정은 위원장의 '창의적인 양보'를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북미가) 서로 버티고 있는데 시간은 누구 편이냐는 질문에 "최소한 2019년은 미국 편"이라면서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창의적인 양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1단계 제재 완화를 결단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전직 장관 모두 미국의 전향적인 조치를 촉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축소 등 미국 내 정치 상황 변화와 국제 정치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지금은 북한이 마냥 버틸 때가 아니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이 먼저 움직여줘야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를 오가며 활동할 수 있는 '중재 공간'도 넓어진다는 취지로 읽힌다.

북미 교착 국면에서 서울 답방까지 미뤄가며 장고에 들어간 김정은 위원장. 그 고민의 결과는 닷새 뒤인 내년 1월 1일 신년사 발표를 통해 큰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특히 북한 TV를 통해 흘러나올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내용에 따라 2019년 새해 한반도 정세의 출발선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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