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방위비분담금② 국방부 시행합의서의 ‘하극상’

입력 2019.04.12 (09:04) 수정 2019.04.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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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하 방위비 협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 한가지가 드러났다. 방위비분담금을 일본이나 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정비비에 썼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국회 천정배 의원의 질의를 받고 제출한 자료에 제9차 방위비 협정 기간(2014~2018년) 동안 주한미군이 아닌 영외 장비에 대한 정비비로 954억 원(연간 191억 원)을 방위비분담금에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영외 장비는 주로 F-15 전투기와 HH-60 구조헬기로 대부분 주일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자료: 국방부·송영길 의원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영외 미군 자산 정비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9차 방위비 협정 비준 후 체결되는 시행합의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말한 군수분야 시행합의서를 입수해 관련 내용을 확인해봤다.

제9차 방위비 협정 군수분야 시행합의서제9차 방위비 협정 군수분야 시행합의서

시행합의서는 방위비 협정의 부속합의서인 이행약정, 그 이행약정의 부속합의서, 즉 부속의 부속 합의서 성격으로 육군 소장인 국방부 군수관리관과 미군 대령인 주한미군 군수참모부장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희한한 점은 사진에서 보듯이 시행합의서 3조 4항은 "모든 군수분야 방위비분담금 사업이 대한민국 또는 그 영해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별지 3항에는 위 3조 4항의 예외로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 밖에 배치되어 있으나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소유의 항공기, 지상 장비, 기타 장비의 보수·정비 업무"를 방위비분담 사업의 종류와 범위로 지정한 것이다.

결국, 시행합의서의 별지 내용이 시행합의서 본 규정을 넘어서고, 더 나아가 상위의 이행약정, 그 위의 특별협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소지가 있다. 육군 소장이 서명한 문서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이행약정과 정부를 대표해 외교부 장관이 서명한 특별협정을 능가하는 소위 하극상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3일 9시 뉴스를 통해 제10차 방위비 협정의 이행약정이 주한미군의 일시적 주둔, 즉 해외 미군에게도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해 특별협정이나 SOFA 협정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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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위비분담금 또는 미군기지 이전사업 비용의 불평등 문제점들은 정부 간 합의에는 없던 내용을 국방부와 미군이 양해사항 등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10차 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관련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이 역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군대의 뇌'에 해당하는 '작전권'을 미군이 가진 상황에서 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국방부가 맡는다는 것이 타당하냐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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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2 09:04:18
    • 수정2019-04-12 09:07:10
    취재후·사건후
최근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하 방위비 협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 한가지가 드러났다. 방위비분담금을 일본이나 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정비비에 썼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국회 천정배 의원의 질의를 받고 제출한 자료에 제9차 방위비 협정 기간(2014~2018년) 동안 주한미군이 아닌 영외 장비에 대한 정비비로 954억 원(연간 191억 원)을 방위비분담금에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영외 장비는 주로 F-15 전투기와 HH-60 구조헬기로 대부분 주일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자료: 국방부·송영길 의원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영외 미군 자산 정비는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9차 방위비 협정 비준 후 체결되는 시행합의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말한 군수분야 시행합의서를 입수해 관련 내용을 확인해봤다.

제9차 방위비 협정 군수분야 시행합의서
시행합의서는 방위비 협정의 부속합의서인 이행약정, 그 이행약정의 부속합의서, 즉 부속의 부속 합의서 성격으로 육군 소장인 국방부 군수관리관과 미군 대령인 주한미군 군수참모부장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희한한 점은 사진에서 보듯이 시행합의서 3조 4항은 "모든 군수분야 방위비분담금 사업이 대한민국 또는 그 영해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별지 3항에는 위 3조 4항의 예외로 "대한민국 영토와 영해 밖에 배치되어 있으나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소유의 항공기, 지상 장비, 기타 장비의 보수·정비 업무"를 방위비분담 사업의 종류와 범위로 지정한 것이다.

결국, 시행합의서의 별지 내용이 시행합의서 본 규정을 넘어서고, 더 나아가 상위의 이행약정, 그 위의 특별협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소지가 있다. 육군 소장이 서명한 문서가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이행약정과 정부를 대표해 외교부 장관이 서명한 특별협정을 능가하는 소위 하극상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KBS 탐사보도부는 지난 3일 9시 뉴스를 통해 제10차 방위비 협정의 이행약정이 주한미군의 일시적 주둔, 즉 해외 미군에게도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명문화해 특별협정이나 SOFA 협정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탐사K] 잠시 들르는 해외 미군도 분담금 지원…“협정 위반” (뉴스9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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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위비분담금 또는 미군기지 이전사업 비용의 불평등 문제점들은 정부 간 합의에는 없던 내용을 국방부와 미군이 양해사항 등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10차 협정 비준 과정에서 국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관련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지만, 이 역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군대의 뇌'에 해당하는 '작전권'을 미군이 가진 상황에서 미군이 방위비분담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국방부가 맡는다는 것이 타당하냐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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