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무협상 새 대표 김명길은 누구?

입력 2019.07.0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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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단독으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가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2~3주 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실무팀을 꾸리는 이유에 대해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협상팀을 바꾼 것은 미국만이 아닙니다. 새 실무팀을 꾸리겠다면서도 기존의 실무협상 대표인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를 재신임한 미국과 달리, 북한은 협상팀 진용 전체를 뒤흔들어 새로 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북한 측 협상의 얼굴을 담당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비핵화 협상에서도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에도 낯설었던 새 대표의 이름 '김명길'

지난 30일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은 새 대표의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미국 측은 내심 자신들이 잘 아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대표로 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북한이 꺼낸 새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측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아닌 새로운 이름이 언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생소해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름도 명확히 듣지 못해, 나중에 통역의 필사를 통해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통보된 북한 측 새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은 '김명길'로 알려졌습니다. 낯선 이름이지만 사실 얼굴은 이미 수 차례 공개된 인물입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 직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회담 결렬 이후에도 베트남 순방 일정을 진행한 김정은 위원장을 당시 밀착수행해 TV 화면에도 여러번 잡혔습니다. 이름은 생소해도 얼굴만은 미국에 낯설지 않은 인물인 셈입니다. 하노이 협상을 준비하고, 그 결렬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테니 경험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던 김명길 전 대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던 김명길 전 대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미 협상 경험 많고 영어 잘 하는 '미국통'

1959년 3월생, 자강도 출신인 김명길은 지금까지 30년 넘게 외교관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영어문학과 출신으로 영어를 쓰는 남미 국가인 가이아나에서 유학해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도 높은 편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는 베트남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베트남 대사의 서열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북핵과 관련한 업무 경력도 적지 않습니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를 맡았고, 주 유엔 북한대표부 정무공사였던 2007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놓고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재개된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 북측 수석대표로도 활동했습니다. 미국 측의 입장에서는 대미 협상에 있어 경력이 적었던 전임 김혁철 전 대표에 비해 '말이 통하는 인사' 로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협상 경력이 풍부해 오히려 까다로운 인물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北 외무성 중심으로 협상팀 개편...최선희는 '막후 지휘'?

전격적이었던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주축이었던 북한의 협상팀이 외무성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확인됐습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활약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일단은 막후에서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고 지휘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북한 측 실무대표를 선정하는데도 최선희 부상과의 호흡이 고려됐을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 경험이 있고, 최선희 제1부상과 호흡이 잘 맞을 인물이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김명길 전 대사가 최선희 부상보다 나이도 많고 과거 최 부상의 상관이기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최선희 부상의 위상이 올라갔다"면서 "현재 북한에서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까지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회담 결렬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책을 당해 강등됐고, 근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김 전 대표가 하노이 실무 협의 당시 협상 내용 보고와 관련한 문제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전합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혁철 전 대표가 교양 학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도 밝혔습니다.

미국 측이 지난 김영철-김혁철 중심의 북한 협상팀보다 새 협상팀에 기대를 더 걸고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참모들과의 만남에서 속을 알 수 없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회담 전 북미 실무협상에서 오갔던 미국 측 의도가 북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도가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전의 협상팀에 비해 해외 경험이 잦고 협상 경험이 풍부한 외무성이 주축이 된 새 협상팀을 미국이 더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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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실무협상 새 대표 김명길은 누구?
    • 입력 2019-07-07 09:01:10
    취재K
지난달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단독으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가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2~3주 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실무팀을 꾸리는 이유에 대해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협상팀을 바꾼 것은 미국만이 아닙니다. 새 실무팀을 꾸리겠다면서도 기존의 실무협상 대표인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를 재신임한 미국과 달리, 북한은 협상팀 진용 전체를 뒤흔들어 새로 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북한 측 협상의 얼굴을 담당하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비핵화 협상에서도 손을 뗀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에도 낯설었던 새 대표의 이름 '김명길'

지난 30일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은 새 대표의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미국 측은 내심 자신들이 잘 아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대표로 원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북한이 꺼낸 새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측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당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아닌 새로운 이름이 언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생소해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름도 명확히 듣지 못해, 나중에 통역의 필사를 통해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통보된 북한 측 새 실무협상 대표의 이름은 '김명길'로 알려졌습니다. 낯선 이름이지만 사실 얼굴은 이미 수 차례 공개된 인물입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 직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회담 결렬 이후에도 베트남 순방 일정을 진행한 김정은 위원장을 당시 밀착수행해 TV 화면에도 여러번 잡혔습니다. 이름은 생소해도 얼굴만은 미국에 낯설지 않은 인물인 셈입니다. 하노이 협상을 준비하고, 그 결렬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을 테니 경험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던 김명길 전 대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미 협상 경험 많고 영어 잘 하는 '미국통'

1959년 3월생, 자강도 출신인 김명길은 지금까지 30년 넘게 외교관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영어문학과 출신으로 영어를 쓰는 남미 국가인 가이아나에서 유학해 영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도 높은 편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는 베트남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베트남 대사의 서열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북핵과 관련한 업무 경력도 적지 않습니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 대사를 맡았고, 주 유엔 북한대표부 정무공사였던 2007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놓고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재개된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 북측 수석대표로도 활동했습니다. 미국 측의 입장에서는 대미 협상에 있어 경력이 적었던 전임 김혁철 전 대표에 비해 '말이 통하는 인사' 로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협상 경력이 풍부해 오히려 까다로운 인물일 수도 있는 셈입니다.

北 외무성 중심으로 협상팀 개편...최선희는 '막후 지휘'?

전격적이었던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에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주축이었던 북한의 협상팀이 외무성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확인됐습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활약했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일단은 막후에서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고 지휘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북한 측 실무대표를 선정하는데도 최선희 부상과의 호흡이 고려됐을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 경험이 있고, 최선희 제1부상과 호흡이 잘 맞을 인물이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본부장은 김명길 전 대사가 최선희 부상보다 나이도 많고 과거 최 부상의 상관이기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최선희 부상의 위상이 올라갔다"면서 "현재 북한에서는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까지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회담 결렬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책을 당해 강등됐고, 근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외교소식통은 김 전 대표가 하노이 실무 협의 당시 협상 내용 보고와 관련한 문제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전합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혁철 전 대표가 교양 학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도 밝혔습니다.

미국 측이 지난 김영철-김혁철 중심의 북한 협상팀보다 새 협상팀에 기대를 더 걸고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참모들과의 만남에서 속을 알 수 없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회담 전 북미 실무협상에서 오갔던 미국 측 의도가 북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도가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전의 협상팀에 비해 해외 경험이 잦고 협상 경험이 풍부한 외무성이 주축이 된 새 협상팀을 미국이 더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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