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네 나라로 돌아가!”…美 ‘인종 차별’ 파문 확산

입력 2019.07.20 (21:40) 수정 2019.07.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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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인종 차별 논란으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초선의원 4인방을 향해 "너희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자유와 평등을 옹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을 반복해온 미국의 민낯이 공개됐다는 자조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 인종차별 트윗이 불러온 파문, 보도본부 국제부 김도엽 기자를 연결해 자세히 들어봅니다.

[리포트]

그간 사람들은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로 불러왔습니다.

미국 보스턴의 플리머스라는 해안 마을에 가면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는데요,

1620년, 미국의 선조들을 싣고 온 메이플라워호를 복원해 놓은 겁니다.

미국의 뿌리가 바로 이민자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죠, 그런데 이 근간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주 초에 띄워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었습니다.

내용을 한번 볼까요?

"완전히 망가지고,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 출신인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범죄가 들끓는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서 거기 문제나 고쳐라." 이런 조롱성 글이었습니다.

겨냥한 대상은 이번에 중간선거로 하원에 입성한 민주당 유색 여성 의원 4명입니다.

최근, 이민자 관련 정책에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해온 의원들인데요,

히스패닉, 소말리아 무슬림, 팔레스타인 난민 2세, 흑인, 비록 이렇게 모두 유색인종이지만 현재는 미국 시민이고, 이 중 3명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색인종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후폭풍이 거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엔 글이 아닌 말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15일 : "어떤 사람은 이 문제가 논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좋아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미국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항상 불평하고 있다면, 간단해요. 여길 떠나요. 당장이요."]

트럼프가 인종 차별에 불을 지핀 바로 그 날, 미국 뉴욕과 LA 등 10개 주요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일제히 개시됐습니다.

추방명령을 받았던 2천여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대상인데, 대상자가 아닐지라도 이번에 우연히 적발돼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이민자 사회를 휘감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4명의 의원을 공격하고 나선 이면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시장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서까지도 부정적인 나머지 대중적으로도, 또 당내에서도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당내 좌장격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도 각을 세우며 내전을 벌이던 와중이었죠.

민주당과 4명의 의원 사이에는 그야말로 약한 고리가 있었던 거죠.

트럼프는 그 점을 파고든 건데요,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민주당은 즉각 이들 4명을 끌어안으며 공동 전선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사안을 '인종차별적 막말'이라 규정하고 그의 계획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라 '미국을 다시 하얗게' 라는 걸 확인하게 됐다며 반격에 나섰는데요,

[낸시 펠로시/미 하원의장/민주당 : "백악관에서 나온 이런 발언들은 수치스럽습니다. 이런 발언들은 인종차별적입니다."]

트럼프의 공격을 받았던 당사자들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습니다.

[일한 오마르/민주당 의원 : "이것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어젠다입니다. 채팅방에서 벌어지고 있고, 전국 방송에서도 나오고 있고, 이제는 백악관까지 도달했습니다."]

공화당 일부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고 영국, 캐나다 등 동맹국의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이민자 출신 유명 연예인들도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며, 비판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역풍이 불 걸 모르는바 아닌 트럼프 대통령은 왜 금기시되고 있는 '인종 문제'를 건드린 걸까요.

우리는 사흘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유세 장면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시간의 3분의 1을 써가며 이들 4명의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유세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그들 나라로 돌려보내라고 연호하며, 의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트럼프가 인종차별 트윗을 올리면 한편에선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만 다른 한편에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한편으론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을 반복하고 있는 바로 두 얼굴의 미국의 민낯을 트럼프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미 하원에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인용하며 표결에 부쳐진 탄핵소추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대거 나오며 부결됐습니다.

미국 CNN은 최근의 미국의 상황은 노예제를 두고 남북으로 갈렸던 남북전쟁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며, 미국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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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네 나라로 돌아가!”…美 ‘인종 차별’ 파문 확산
    • 입력 2019-07-20 22:14:14
    • 수정2019-07-20 22: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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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인종 차별 논란으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여성 유색인종 초선의원 4인방을 향해 "너희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공격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자유와 평등을 옹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을 반복해온 미국의 민낯이 공개됐다는 자조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트럼프 인종차별 트윗이 불러온 파문, 보도본부 국제부 김도엽 기자를 연결해 자세히 들어봅니다.

[리포트]

그간 사람들은 미국을 '이민자의 나라'로 불러왔습니다.

미국 보스턴의 플리머스라는 해안 마을에 가면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는데요,

1620년, 미국의 선조들을 싣고 온 메이플라워호를 복원해 놓은 겁니다.

미국의 뿌리가 바로 이민자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죠, 그런데 이 근간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주 초에 띄워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었습니다.

내용을 한번 볼까요?

"완전히 망가지고,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 출신인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데 범죄가 들끓는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서 거기 문제나 고쳐라." 이런 조롱성 글이었습니다.

겨냥한 대상은 이번에 중간선거로 하원에 입성한 민주당 유색 여성 의원 4명입니다.

최근, 이민자 관련 정책에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해온 의원들인데요,

히스패닉, 소말리아 무슬림, 팔레스타인 난민 2세, 흑인, 비록 이렇게 모두 유색인종이지만 현재는 미국 시민이고, 이 중 3명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색인종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미국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후폭풍이 거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엔 글이 아닌 말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 15일 : "어떤 사람은 이 문제가 논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좋아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미국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항상 불평하고 있다면, 간단해요. 여길 떠나요. 당장이요."]

트럼프가 인종 차별에 불을 지핀 바로 그 날, 미국 뉴욕과 LA 등 10개 주요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이 일제히 개시됐습니다.

추방명령을 받았던 2천여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대상인데, 대상자가 아닐지라도 이번에 우연히 적발돼 추방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이민자 사회를 휘감고 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4명의 의원을 공격하고 나선 이면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시장 자본주의 자체에 대해서까지도 부정적인 나머지 대중적으로도, 또 당내에서도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당내 좌장격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도 각을 세우며 내전을 벌이던 와중이었죠.

민주당과 4명의 의원 사이에는 그야말로 약한 고리가 있었던 거죠.

트럼프는 그 점을 파고든 건데요,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민주당은 즉각 이들 4명을 끌어안으며 공동 전선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사안을 '인종차별적 막말'이라 규정하고 그의 계획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라 '미국을 다시 하얗게' 라는 걸 확인하게 됐다며 반격에 나섰는데요,

[낸시 펠로시/미 하원의장/민주당 : "백악관에서 나온 이런 발언들은 수치스럽습니다. 이런 발언들은 인종차별적입니다."]

트럼프의 공격을 받았던 당사자들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습니다.

[일한 오마르/민주당 의원 : "이것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어젠다입니다. 채팅방에서 벌어지고 있고, 전국 방송에서도 나오고 있고, 이제는 백악관까지 도달했습니다."]

공화당 일부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고 영국, 캐나다 등 동맹국의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이민자 출신 유명 연예인들도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며, 비판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역풍이 불 걸 모르는바 아닌 트럼프 대통령은 왜 금기시되고 있는 '인종 문제'를 건드린 걸까요.

우리는 사흘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유세 장면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시간의 3분의 1을 써가며 이들 4명의 의원을 공격할 때마다, 유세장을 메운 지지자들은 그들 나라로 돌려보내라고 연호하며, 의원들에게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녀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트럼프가 인종차별 트윗을 올리면 한편에선 사람들이 충격을 받지만 다른 한편에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한편으론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소수자를 억압하고 차별을 반복하고 있는 바로 두 얼굴의 미국의 민낯을 트럼프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난 17일 미 하원에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인용하며 표결에 부쳐진 탄핵소추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표가 대거 나오며 부결됐습니다.

미국 CNN은 최근의 미국의 상황은 노예제를 두고 남북으로 갈렸던 남북전쟁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며, 미국인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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