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탄핵 쏘아올린 우크라이나 스캔들…트럼프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입력 2019.10.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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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방으로 끝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로 '면죄부'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5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정국에 휘말렸다. 스캔들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자신을 몰아붙인 세력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게 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의 컴퓨터 보안 회사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관련 언급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대선을 앞둔 2016년 여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서버에서 힐러리 클린턴 등의 이메일이 대량 유출된 사건을 조사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유출 경위에 대해 ‘러시아인들의 해킹’으로 결론 내렸고, 이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의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발표를 믿지 않고 러시아 스캔들을 민주당이 내부에서 벌어진 기밀 유출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스캔들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면, ‘DNC의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있으니 조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진영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탄핵 불똥’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를 종용한 부분이다.

녹취록 공개로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며 싸워온 미국 주류 언론은 '바이든 조사 종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은 이 사안을 이유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과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탄핵 정국에 갑자기 튀어나온 ‘DNC 서버 해킹’ 사건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착수한 명분이 된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 종용' 등을 담은 통화 내용은 정보기관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바이든 의혹'은 2016년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측에 당시 자신의 아들이 임원으로 있던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인데, 공식 석상에서 바이든 본인이 무용담을 얘기하듯 떠벌려 세상에 알려졌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대선 경쟁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을 외국 정상에게 종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기밀 해제돼 공개된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3년 전 벌어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해킹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언급’ 녹취록 발췌 (KBS 뉴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언급’ 녹취록 발췌 (KBS 뉴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녹취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형식적인 대화를 나눈 뒤 본론으로 들어간다. DNC 서버 해킹 사건을 조사한 보안 회사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얘기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가 DNC 서버를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다.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의 관심은 'DNC 서버의 행방'에 꽂혀있는 듯하다.

[연관기사] [글로벌 돋보기] 美 민주당 직원 ‘세스 리치’ 살해 배후는?…트럼프의 반격이 주목되는 이유

2016년 7월,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DNC의 이메일을 입수해 폭로해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됐던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막강한 워싱턴 인맥을 자랑하는 그의 참모 존 포데스타가 주고받은 수천 개의 이메일이 공개됐다. 이메일이 유출되기 보름 전, DNC 직원 세스리치가 거리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했는데 이후 줄리안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정보원이 리치였냐'는 언론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대선이 끝나자 어산지의 한 측근으로부터 "민주당 내부 고발자가 위키리크스에 이메일 정보를 넘겼다"는 증언이 나왔고, 이듬해인 2017년 5월에는 리치의 유족이 고용한 사설탐정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FBI가 정보를 갖고 있다는 말을 확실히 들었다. 그것은 세스리치와 위키리크스를 연결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녹취록 핵심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트럼프 진영은 세스리치가 DNC에서 이메일 정보를 빼내 어산지에게 전달한 직후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또, 러시아 스캔들은 내부 문건 유출로 시작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덮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지난 3월 뮬러 특검 보고서가 발표되자 "이제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근원을 들여다볼 때다. 상대편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밝혀 반격을 예고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이런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뮬러 특검보고서 발표 이후 출석한 상원 청문회에서 "2016년 여름,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DNC 서버와 조사를 맡았던 보안 회사를 거론한 사실은 바 장관이 밝혔던 '2016년 상황 재구성'과 관련성이 커 보인다. 녹취록에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바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통화하게 하고 싶다'는 뜻도 밝힌 거로 나온다.

[연관기사] 트럼프, 탄핵 공세에 ‘녹취록 공개’…파장 일파만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각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각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를 종용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대선 개입', '대통령 권한 남용' '민주주의와 취임 선서에 대한 배신'이라는 등의 비판을 가하며 탄핵 정국의 문을 연 와중에 녹취록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민주당과 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민주당 차원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CNN이나 NBC,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류 언론은 러시아스캔들 관련 보도를 통해 트럼프 때리기에 열중해온 게 사실이다. 반면,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서는 집요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들 언론을 통해서는 그동안 '세스리치'와 마찬가지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단어 자체를 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녹취록이 공개되자 미국의 주류 언론도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트럼프가 왜 이 회사를 거론했는지 배경 등을 간략하게나마 다루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노림수였을까?

트럼프 “‘러시아 해킹’ 결론 못 믿어” vs 주류 언론 “음모론”

이와 관련해 주류 언론의 보도 줄기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뭔가?", "3년 전 조사해 끝난 사안인데, 트럼프가 여전히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 등 크게 두 가지였다. 대부분 매체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DNC 해킹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결론 낸 것을 믿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AP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부유한 우크라이나인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크라이나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DNC 해킹 배후가 러시아라는 조사 결과는 신빙성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해 일했던 적은 있지만, 당시 맡은 일은 DNC나 미국 대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각 25일 유엔총회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지시각 25일 유엔총회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매체들은 2017년 트럼프의 발언을 반박하는데 비중을 뒀다. CNN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공동창업자 드미트리 알페로비치가 우크라이나인? 알페로비치는 러시아 태생 미국 시민"이라고 전했고, 온라인 매체 VOX와 엑시오스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 AP 통신 인터뷰 주장이 거짓"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인이 DNC 해킹의 배후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크라이나가 DNC 서버를 갖고 있다'고 말했는지 알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공개한 재구성된 녹취록에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왜 우크라이나가 수사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과거 AP에 말한 대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우크라이나 기반 회사'라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최근 정부 차원에 조사를 통해 뭔가 밝혀낸 사실이 있어서 그랬는지 ...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서버 관련 조사를 요청한 배경 자체가 수수께끼다. CNN은 통화 사실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를 인용해 "대통령이 왜 이 서버를 우크라이나와 연결시켰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VOX는 "트럼프 대통령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서버를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서버 분실은 없었다. 러시아 해커들 소행으로 이미 결론났다"고 보도했다. 엑시오스도 "우크라이나는 DNC의 서버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2016년 당시 FBI가 물리적으로 서버를 확보하지 않고 이미지화된 서버를 조사했다는 사실에 집착한다. FBI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로부터 포렌식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FBI가 DNC 서버를 확보하지도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데 대한 트럼프 진영 반발에 대한 반박 기사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올린 트윗. 당시 트윗에서 트럼프는 “DNC 서버는 어디에 있는가? 왜 FBI는 서버를 확보하지 않았나? 딥스테이트?”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올린 트윗. 당시 트윗에서 트럼프는 “DNC 서버는 어디에 있는가? 왜 FBI는 서버를 확보하지 않았나? 딥스테이트?”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당사자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은 성명을 통해 "2016년 DNC 해킹 수사 관련 모든 증거와 분석 자료를 FBI에 제공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지금도 서버가 존재하는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DNC 서버의 행방에 집중해왔다"면서 "DNC의 주요 서버 중 하나는 2016년 12월 DNC 건물 지하에 있었다. 이는 서버가 오프라인 상태로 바뀐 뒤 몇 달 지난 시점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반격 준비, 잘 안 풀리나

2017년 7월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2016년 대선 기간 민주당의 정보원이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NC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했다는 것은 확실히 양국 정상 회담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공화당의 정적인 민주당과 러시아의 앙숙인 우크라이나 간 부정한 결탁설'을 거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백악관 입장을 봐도 트럼프가 정권이 바뀐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에게 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언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레이엄 의원과 바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반격을 예고한 지 5개월이 흘렀다.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 스캔들 조작의 근원지'라고 주장해온 DNC 서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있다고 들었다'는 식으로 말하며 상대국 정상에게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정황을 보면, 5개월 전 공언한 대로 반격의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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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이메일 유출의 당사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송환도 6개월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메일 정보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어산지가 밝히면 러시아 스캔들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단번에 가려진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2017년 말부터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를 빼내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는 현재 런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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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C 서버가 해킹되고 세스리치가 사망한 무렵 FBI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이유로 트럼프 캠프 측을 도청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2016년 당시, FBI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감청 영장을 발부받은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감청영장을 발부받는데 증거로 쓰인 '트럼프 X파일' 작성자와 DNC가 사업 관계로 얽힌 사실도 드러났다. 대선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나를 도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은 X파일을 근거로 발부된 영장 기록에 대한 기밀 해제도 "가장 유용할 타이밍에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바 법무장관은 오바마 정부 FBI의 트럼프 캠프 수사를 '스파이 활동'이라고 표현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덫에 걸려” 여유 보이지만…파장 만만치 않을 듯

민주당이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6주 전 미리 제작해놓은 민주당 비판 영상을 트윗에 올렸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탄핵 사태를 의도적으로 일으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진영은 "바이든의 부패를 조사하자는 것이 문제의 본질",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없으니 판을 흔들고 있다"는 식으로 역공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선거구호였던 'Drain the swamp (“‘늪:워싱턴 기성 정치권력’을 청소하라”)를 딴 "나는 늪을 청소하고 있다"는 글과 "내가 국민을 위해 싸우기 때문에 그들(늪)은 나를 멈추려 한다"는 글을 트윗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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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의 비리 의혹 조사를 외국 정상에게 요구한 행위는 부적절하다. 바이든의 비리와 그 경중을 떠나, 자신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공개 전 녹취록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옮겨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트럼프의 오른팔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외교 총책이자 심복인 폼페이오 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탄핵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적절한 접촉 과정에 이들도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탄핵 여부는 결국 여론이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찬성하는 비율은 43%였다가 불과 사흘 뒤인 29일 CBS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55%로 증가하며 절반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통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64%나 된다고 한다. 민주당 경선 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였던 바이든의 지지율도 엘리자베스 워런에게 추월당해 빠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자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과 트럼프 두 사람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25일 올린 트윗 글. 트윗에서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배신했다. 트럼프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25일 올린 트윗 글. 트윗에서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배신했다. 트럼프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트럼프 저격수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필두로 전열을 가다듬어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고, 트럼프의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도 탄핵 대열에 동참한 모양새다. 러시아 스캔들과 달리 '녹취록'이라는 분명한 실체가 드러난 만큼 기성 언론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집권한 지 만 3년을 채워가는 트럼프에게 최대 위기가 될지, 반전을 위한 클라이막스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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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탄핵 쏘아올린 우크라이나 스캔들…트럼프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 입력 2019-10-01 0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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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방으로 끝난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로 '면죄부'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5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정국에 휘말렸다. 스캔들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자신을 몰아붙인 세력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게 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의 컴퓨터 보안 회사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관련 언급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대선을 앞둔 2016년 여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서버에서 힐러리 클린턴 등의 이메일이 대량 유출된 사건을 조사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유출 경위에 대해 ‘러시아인들의 해킹’으로 결론 내렸고, 이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의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발표를 믿지 않고 러시아 스캔들을 민주당이 내부에서 벌어진 기밀 유출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스캔들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면, ‘DNC의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있으니 조사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진영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탄핵 불똥’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를 종용한 부분이다.

녹취록 공개로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며 싸워온 미국 주류 언론은 '바이든 조사 종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은 이 사안을 이유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과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탄핵 정국에 갑자기 튀어나온 ‘DNC 서버 해킹’ 사건

민주당이 탄핵 조사에 착수한 명분이 된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 종용' 등을 담은 통화 내용은 정보기관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바이든 의혹'은 2016년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측에 당시 자신의 아들이 임원으로 있던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인데, 공식 석상에서 바이든 본인이 무용담을 얘기하듯 떠벌려 세상에 알려졌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대선 경쟁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을 외국 정상에게 종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기밀 해제돼 공개된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3년 전 벌어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해킹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언급’ 녹취록 발췌 (KBS 뉴스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녹취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형식적인 대화를 나눈 뒤 본론으로 들어간다. DNC 서버 해킹 사건을 조사한 보안 회사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얘기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가 DNC 서버를 갖고 있다"는 말을 했다.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의 관심은 'DNC 서버의 행방'에 꽂혀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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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핵심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트럼프 진영은 세스리치가 DNC에서 이메일 정보를 빼내 어산지에게 전달한 직후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또, 러시아 스캔들은 내부 문건 유출로 시작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덮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지난 3월 뮬러 특검 보고서가 발표되자 "이제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근원을 들여다볼 때다. 상대편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밝혀 반격을 예고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이런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뮬러 특검보고서 발표 이후 출석한 상원 청문회에서 "2016년 여름,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DNC 서버와 조사를 맡았던 보안 회사를 거론한 사실은 바 장관이 밝혔던 '2016년 상황 재구성'과 관련성이 커 보인다. 녹취록에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바 장관이 우크라이나 측과 통화하게 하고 싶다'는 뜻도 밝힌 거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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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현지시각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관해 공식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비리 의혹 조사를 종용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대선 개입', '대통령 권한 남용' '민주주의와 취임 선서에 대한 배신'이라는 등의 비판을 가하며 탄핵 정국의 문을 연 와중에 녹취록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민주당과 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민주당 차원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CNN이나 NBC,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류 언론은 러시아스캔들 관련 보도를 통해 트럼프 때리기에 열중해온 게 사실이다. 반면,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서는 집요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들 언론을 통해서는 그동안 '세스리치'와 마찬가지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라는 단어 자체를 접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녹취록이 공개되자 미국의 주류 언론도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트럼프가 왜 이 회사를 거론했는지 배경 등을 간략하게나마 다루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노림수였을까?

트럼프 “‘러시아 해킹’ 결론 못 믿어” vs 주류 언론 “음모론”

이와 관련해 주류 언론의 보도 줄기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뭔가?", "3년 전 조사해 끝난 사안인데, 트럼프가 여전히 음모론을 믿고 있다'는 등 크게 두 가지였다. 대부분 매체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DNC 해킹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결론 낸 것을 믿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AP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부유한 우크라이나인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크라이나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DNC 해킹 배후가 러시아라는 조사 결과는 신빙성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위해 일했던 적은 있지만, 당시 맡은 일은 DNC나 미국 대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각 25일 유엔총회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매체들은 2017년 트럼프의 발언을 반박하는데 비중을 뒀다. CNN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공동창업자 드미트리 알페로비치가 우크라이나인? 알페로비치는 러시아 태생 미국 시민"이라고 전했고, 온라인 매체 VOX와 엑시오스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 AP 통신 인터뷰 주장이 거짓"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인이 DNC 해킹의 배후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크라이나가 DNC 서버를 갖고 있다'고 말했는지 알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공개한 재구성된 녹취록에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왜 우크라이나가 수사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과거 AP에 말한 대로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우크라이나 기반 회사'라고 믿어서인지, 아니면 최근 정부 차원에 조사를 통해 뭔가 밝혀낸 사실이 있어서 그랬는지 ...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서버 관련 조사를 요청한 배경 자체가 수수께끼다. CNN은 통화 사실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를 인용해 "대통령이 왜 이 서버를 우크라이나와 연결시켰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VOX는 "트럼프 대통령은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서버를 빼돌렸다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서버 분실은 없었다. 러시아 해커들 소행으로 이미 결론났다"고 보도했다. 엑시오스도 "우크라이나는 DNC의 서버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2016년 당시 FBI가 물리적으로 서버를 확보하지 않고 이미지화된 서버를 조사했다는 사실에 집착한다. FBI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로부터 포렌식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FBI가 DNC 서버를 확보하지도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데 대한 트럼프 진영 반발에 대한 반박 기사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올린 트윗. 당시 트윗에서 트럼프는 “DNC 서버는 어디에 있는가? 왜 FBI는 서버를 확보하지 않았나? 딥스테이트?”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녹취록이 공개되자 당사자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측은 성명을 통해 "2016년 DNC 해킹 수사 관련 모든 증거와 분석 자료를 FBI에 제공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지금도 서버가 존재하는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DNC 서버의 행방에 집중해왔다"면서 "DNC의 주요 서버 중 하나는 2016년 12월 DNC 건물 지하에 있었다. 이는 서버가 오프라인 상태로 바뀐 뒤 몇 달 지난 시점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반격 준비, 잘 안 풀리나

2017년 7월 숀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2016년 대선 기간 민주당의 정보원이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NC와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했다는 것은 확실히 양국 정상 회담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공화당의 정적인 민주당과 러시아의 앙숙인 우크라이나 간 부정한 결탁설'을 거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백악관 입장을 봐도 트럼프가 정권이 바뀐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에게 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언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레이엄 의원과 바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반격을 예고한 지 5개월이 흘렀다.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 스캔들 조작의 근원지'라고 주장해온 DNC 서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있다고 들었다'는 식으로 말하며 상대국 정상에게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정황을 보면, 5개월 전 공언한 대로 반격의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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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산지 대화 녹음해 CIA에 넘긴 경비업체 스페인서 수사받아” (연합뉴스)


힐러리 이메일 유출의 당사자인 줄리언 어산지의 미국 송환도 6개월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메일 정보를 누구에게 받았는지 어산지가 밝히면 러시아 스캔들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단번에 가려진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2017년 말부터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를 빼내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는 현재 런던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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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C 서버가 해킹되고 세스리치가 사망한 무렵 FBI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이유로 트럼프 캠프 측을 도청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2016년 당시, FBI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감청 영장을 발부받은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감청영장을 발부받는데 증거로 쓰인 '트럼프 X파일' 작성자와 DNC가 사업 관계로 얽힌 사실도 드러났다. 대선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나를 도청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은 X파일을 근거로 발부된 영장 기록에 대한 기밀 해제도 "가장 유용할 타이밍에 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바 법무장관은 오바마 정부 FBI의 트럼프 캠프 수사를 '스파이 활동'이라고 표현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덫에 걸려” 여유 보이지만…파장 만만치 않을 듯

민주당이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6주 전 미리 제작해놓은 민주당 비판 영상을 트윗에 올렸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탄핵 사태를 의도적으로 일으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진영은 "바이든의 부패를 조사하자는 것이 문제의 본질",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없으니 판을 흔들고 있다"는 식으로 역공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선거구호였던 'Drain the swamp (“‘늪:워싱턴 기성 정치권력’을 청소하라”)를 딴 "나는 늪을 청소하고 있다"는 글과 "내가 국민을 위해 싸우기 때문에 그들(늪)은 나를 멈추려 한다"는 글을 트윗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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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의 비리 의혹 조사를 외국 정상에게 요구한 행위는 부적절하다. 바이든의 비리와 그 경중을 떠나, 자신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공개 전 녹취록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옮겨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트럼프의 오른팔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외교 총책이자 심복인 폼페이오 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탄핵 조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적절한 접촉 과정에 이들도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탄핵 여부는 결국 여론이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찬성하는 비율은 43%였다가 불과 사흘 뒤인 29일 CBS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55%로 증가하며 절반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통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64%나 된다고 한다. 민주당 경선 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였던 바이든의 지지율도 엘리자베스 워런에게 추월당해 빠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자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과 트럼프 두 사람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25일 올린 트윗 글. 트윗에서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배신했다. 트럼프 탄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트럼프 저격수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필두로 전열을 가다듬어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고, 트럼프의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도 탄핵 대열에 동참한 모양새다. 러시아 스캔들과 달리 '녹취록'이라는 분명한 실체가 드러난 만큼 기성 언론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집권한 지 만 3년을 채워가는 트럼프에게 최대 위기가 될지, 반전을 위한 클라이막스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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