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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동생이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하죠?”
입력 2020.01.21 (14:09) 수정 2020.01.21 (14:09) 취재후
[취재후] “동생이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하죠?”
"동생이 탱크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달 16일 동생 송병지 씨 사고 이후 형 송병홍 씨가 답답한 마음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동생이 회사에서 선박용 탱크 컨테이너 안에 갇힌 채 독성물질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회사에선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퇴근해버렸고, 결국 연락이 되지 않는 동생을 찾아 나선 어머니가 발견해 119를 불렀다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 KBS가 지난 18일 '뉴스9' '현장K' 코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연관 기사][현장K] “컨테이너에서 죽을 뻔했는데 다들 퇴근했어요”…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KBS1TV ‘뉴스9’ 2020.01.18.)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여수노동청 점검 결과, 회사는 환기, 감시인 배치, 인원점검, 산소농도 측정, 안전한 작업방법 주지 등 안전보건규칙 대부분을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병지 씨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관련자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하는 게 당연한 순서처럼 보이지만, 회사가 내놓은 대답은 그야말로 황당했습니다.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톨루엔을 사용해 작업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톨루엔을 사용해 작업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밀폐공간에서 위험한 '톨루엔'…4차례나 사고 났는데 못 막았다.

병지 씨는 밀폐된 컨테이너 안을 휘발성이 강한 '톨루엔'이라는 세척제로 닦아내다 급성 중독 증세를 일으키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톨루엔은 중추신경계 자극 증상이 있어서 조금 마시게 되면 어지럽고 구토가 나고 두통이 있으며 심하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 있다"며 "톨루엔같이 휘발성이 큰 물질을 가지고 작업할 때는 작업하는 과정을 충분히 모니터링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업 전은 물론 작업을 하면서도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해야 하고 환기시설도 충분히 갖춰야 하며, 환기가 안 된다면 방독마스크나 송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전에 충분하게 톨루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농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감시인 없이 작업자 혼자 일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병지 씨 사고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던 것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 자체 조사 결과, 병지 씨가 쓰러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전에도 톨루엔에 중독돼 4회 정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병지 씨에게 경고하는 것 외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당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작업상 안전 문제는 없는지, 병지 씨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건지 꼼꼼하게 살펴봤다면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송병지 씨는 탱크 컨테이너 상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톨루엔을 사용해 내부를 청소하고 닦아내는 작업을 해왔다.송병지 씨는 탱크 컨테이너 상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톨루엔을 사용해 내부를 청소하고 닦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근무했다"는데…'톨루엔' 사용은 어떻게?

회사 측은 KBS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팀 차원에서 톨루엔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병지 씨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톨루엔을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답변서에는 "송병지 씨에게 수차례 경고하고 혼을 냈으나 송병지 씨는 이를 위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근무하다가 결국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병지 씨와 가족들은 이러한 회사 측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세척 작업에 쓰라며 톨루엔을 지급해놓고 이제 와서 작업자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거죠. 병지 씨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뿌리는 약이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인데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심경이 복잡하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병지 씨는 또 톨루엔을 사용하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 톨루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안전교육' 명목의 회의가 있긴 했지만 안전한 작업 방법, 사용해야 하는 보호구나 장비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조회 형식에 불과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노동청 "시정명령·과태료 부과"…경찰 "사고 책임자 혐의 적용 검토 중"

병지 씨 사건은 여수고용노동지청과 전남 광양경찰서에서 함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사업장에 현장조사를 나간 여수노동청은 안전규칙 미이행 사항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3백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측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광양서는 지난주 병지 씨가 당시 사용했던 세척제와 걸레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감정을 의뢰했고, 해당 팀장과 부장 등 사고 책임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병지 씨가 지난달 겪은 사고는, 비단 병지 씨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건 대단한 용기나 힘이 아니라, 일상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당연한 듯 보이는 안전 규칙들입니다.
  • [취재후] “동생이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하죠?”
    • 입력 2020.01.21 (14:09)
    • 수정 2020.01.21 (14:09)
    취재후
[취재후] “동생이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하죠?”
"동생이 탱크 컨테이너에 갇혀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달 16일 동생 송병지 씨 사고 이후 형 송병홍 씨가 답답한 마음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동생이 회사에서 선박용 탱크 컨테이너 안에 갇힌 채 독성물질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회사에선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 채 퇴근해버렸고, 결국 연락이 되지 않는 동생을 찾아 나선 어머니가 발견해 119를 불렀다는 이 충격적인 이야기. KBS가 지난 18일 '뉴스9' '현장K' 코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연관 기사][현장K] “컨테이너에서 죽을 뻔했는데 다들 퇴근했어요”…여전한 안전 사각지대 (KBS1TV ‘뉴스9’ 2020.01.18.)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여수노동청 점검 결과, 회사는 환기, 감시인 배치, 인원점검, 산소농도 측정, 안전한 작업방법 주지 등 안전보건규칙 대부분을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병지 씨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관련자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하는 게 당연한 순서처럼 보이지만, 회사가 내놓은 대답은 그야말로 황당했습니다.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톨루엔을 사용해 작업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밀폐공간에서 톨루엔을 사용해 작업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밀폐공간에서 위험한 '톨루엔'…4차례나 사고 났는데 못 막았다.

병지 씨는 밀폐된 컨테이너 안을 휘발성이 강한 '톨루엔'이라는 세척제로 닦아내다 급성 중독 증세를 일으키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톨루엔은 중추신경계 자극 증상이 있어서 조금 마시게 되면 어지럽고 구토가 나고 두통이 있으며 심하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 있다"며 "톨루엔같이 휘발성이 큰 물질을 가지고 작업할 때는 작업하는 과정을 충분히 모니터링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업 전은 물론 작업을 하면서도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해야 하고 환기시설도 충분히 갖춰야 하며, 환기가 안 된다면 방독마스크나 송풍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사전에 충분하게 톨루엔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농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감시인 없이 작업자 혼자 일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병지 씨 사고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던 것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측 자체 조사 결과, 병지 씨가 쓰러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전에도 톨루엔에 중독돼 4회 정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병지 씨에게 경고하는 것 외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당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작업상 안전 문제는 없는지, 병지 씨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건지 꼼꼼하게 살펴봤다면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사고는 분명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송병지 씨는 탱크 컨테이너 상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톨루엔을 사용해 내부를 청소하고 닦아내는 작업을 해왔다.송병지 씨는 탱크 컨테이너 상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톨루엔을 사용해 내부를 청소하고 닦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근무했다"는데…'톨루엔' 사용은 어떻게?

회사 측은 KBS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팀 차원에서 톨루엔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병지 씨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톨루엔을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답변서에는 "송병지 씨에게 수차례 경고하고 혼을 냈으나 송병지 씨는 이를 위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근무하다가 결국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병지 씨와 가족들은 이러한 회사 측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세척 작업에 쓰라며 톨루엔을 지급해놓고 이제 와서 작업자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거죠. 병지 씨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뿌리는 약이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인데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심경이 복잡하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병지 씨는 또 톨루엔을 사용하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 톨루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안전교육' 명목의 회의가 있긴 했지만 안전한 작업 방법, 사용해야 하는 보호구나 장비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자'는 의지를 다지는 조회 형식에 불과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노동청 "시정명령·과태료 부과"…경찰 "사고 책임자 혐의 적용 검토 중"

병지 씨 사건은 여수고용노동지청과 전남 광양경찰서에서 함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사업장에 현장조사를 나간 여수노동청은 안전규칙 미이행 사항들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3백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측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광양서는 지난주 병지 씨가 당시 사용했던 세척제와 걸레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감정을 의뢰했고, 해당 팀장과 부장 등 사고 책임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병지 씨가 지난달 겪은 사고는, 비단 병지 씨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여전히 많은 사업장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수많은 노동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건 대단한 용기나 힘이 아니라, 일상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당연한 듯 보이는 안전 규칙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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