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선교 제안 거절…‘비례정당 사용 설명서’

입력 2020.03.11 (13:49) 수정 2020.03.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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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은 바뀐 공직선거법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이 만든 위성정당 혹은 자매정당으로 불리는 정당입니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만 내고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을 전담합니다.

이렇게 선거에서 의석수를 극대화한 뒤, 21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 두 당의 합당 절차를 마친다는 것이 두 당이 추진하는 이번 총선 전략의 큰 틀입니다.

4·15 총선에 임하는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국민의당의 자세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만 공천하기로 한 정당은 미래한국당 말고 또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입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 지난 1월부터 이번 총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두 가지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폭주를 막고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과 "실용 중도 정치의 길을 통해 양당 구도를 바꿔 보겠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중도·보수 표심 극대화의 기회'로 읽히는 겁니다.

안철수를 포기하지 않는 쪽…왜?

그래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과정에서 안 대표를 향해 끝까지 문을 열어뒀었고, 이번에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안 대표를 만나겠다는 강한 뜻을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오늘(1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으려면 뭉쳐야 한다"며 "곧 대구로 내려가 (의료 활동 중인)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가 원한다면 통합된 당의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거나 아예 대표 자리를 넘길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오후에 미래한국당 영입 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한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만나려고 오래전에 마음먹었는데 안 대표가 대구 봉사를 하러 내려가 제안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안철수와의 통합이냐, 이 부분은 "중도의 영역까지 온전한 통합을 이루려면 국민의당도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보수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대화하는 황교안 대표와 한선교 대표지난달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대화하는 황교안 대표와 한선교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도 오늘 오전 유튜브 '고성국 TV'에 출연해 한 대표의 이런 제안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한 접근"이라며 결론에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려면 양쪽이 큰 틀에서 뭉쳐야 하는데 전체 파이가 커질수록 나눌 수 있는 몫도 커지니 통합이 정답"이라는 설명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명연 의원도 오늘 오전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에게 제안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문연대'만큼은 확실히 해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심 원내대표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안철수의 거듭된 답, 그리고…"누구 만날 상황 아냐"

언론을 통한 한선교 대표의 제안에 안철수 대표는 곧바로 입장을 냈습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기본 입장"이라며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나는 실용적 중도 정치의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돼 있었습니다. 한 대표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겁니다.

또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라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지난 9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에 나서는 안철수 대표와 부인 김미경 교수지난 9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에 나서는 안철수 대표와 부인 김미경 교수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미래한국당 쪽에서 사전 물밑 접촉이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도 접촉할 일이 없을 것이고 합당 논의를 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선교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하고 한바탕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뭘 잘못 먹었을까"라며, 안 대표가 "통합은 없다"고 했음에도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스토킹"이라고 썼습니다.

보수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이 러브콜을 보냈을 때도, 안 대표의 대답은 물론 오늘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이를 모를리 없지만, "안 대표와 국회 상임위 활동도 같이 한 적 있어 전화했는데 통화가 도저히 안 됐다"며 "안 대표가 중도 실용의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제든 연락 오면 당장이라도 내려갈 것"이라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vs 미래통합당+국민의당

안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만 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께선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달라"

'야권 후보'로 표현했지만,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니 사실상 통합당 후보에 투표해 달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미래지향적인 정당'은 당연히 국민의당입니다. 국민의당이 정당투표를 흡수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화상 연결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화상 연결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위성정당' '비례 정당'이 탄생하게 된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찬성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미래한국당의 구애가 계속되더라도 국민의당이 이런 원칙을 무너뜨리고 손 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를 1석도 얻지 못 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의 관계를 통해 답을 찾지 않을 것이라면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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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한선교 제안 거절…‘비례정당 사용 설명서’
    • 입력 2020-03-11 13:49:40
    • 수정2020-03-11 17:11:48
    취재K
미래한국당은 바뀐 공직선거법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이 만든 위성정당 혹은 자매정당으로 불리는 정당입니다.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만 내고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을 전담합니다.

이렇게 선거에서 의석수를 극대화한 뒤, 21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 두 당의 합당 절차를 마친다는 것이 두 당이 추진하는 이번 총선 전략의 큰 틀입니다.

4·15 총선에 임하는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국민의당의 자세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만 공천하기로 한 정당은 미래한국당 말고 또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입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 지난 1월부터 이번 총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두 가지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폭주를 막고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과 "실용 중도 정치의 길을 통해 양당 구도를 바꿔 보겠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중도·보수 표심 극대화의 기회'로 읽히는 겁니다.

안철수를 포기하지 않는 쪽…왜?

그래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과정에서 안 대표를 향해 끝까지 문을 열어뒀었고, 이번에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안 대표를 만나겠다는 강한 뜻을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오늘(1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으려면 뭉쳐야 한다"며 "곧 대구로 내려가 (의료 활동 중인)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가 원한다면 통합된 당의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거나 아예 대표 자리를 넘길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오후에 미래한국당 영입 인재 환영식에 참석한 한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을 만나려고 오래전에 마음먹었는데 안 대표가 대구 봉사를 하러 내려가 제안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안철수와의 통합이냐, 이 부분은 "중도의 영역까지 온전한 통합을 이루려면 국민의당도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보수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 대화하는 황교안 대표와 한선교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도 오늘 오전 유튜브 '고성국 TV'에 출연해 한 대표의 이런 제안에 대해 "굉장히 바람직한 접근"이라며 결론에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려면 양쪽이 큰 틀에서 뭉쳐야 하는데 전체 파이가 커질수록 나눌 수 있는 몫도 커지니 통합이 정답"이라는 설명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명연 의원도 오늘 오전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에게 제안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문연대'만큼은 확실히 해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심 원내대표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안철수의 거듭된 답, 그리고…"누구 만날 상황 아냐"

언론을 통한 한선교 대표의 제안에 안철수 대표는 곧바로 입장을 냈습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의 기본 입장"이라며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나는 실용적 중도 정치의 길을 굳건히 가겠다"고 돼 있었습니다. 한 대표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겁니다.

또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라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지난 9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봉사에 나서는 안철수 대표와 부인 김미경 교수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미래한국당 쪽에서 사전 물밑 접촉이 전혀 없었다"며 "앞으로도 접촉할 일이 없을 것이고 합당 논의를 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선교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하고 한바탕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뭘 잘못 먹었을까"라며, 안 대표가 "통합은 없다"고 했음에도 안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스토킹"이라고 썼습니다.

보수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이 러브콜을 보냈을 때도, 안 대표의 대답은 물론 오늘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이를 모를리 없지만, "안 대표와 국회 상임위 활동도 같이 한 적 있어 전화했는데 통화가 도저히 안 됐다"며 "안 대표가 중도 실용의 길을 가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제든 연락 오면 당장이라도 내려갈 것"이라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vs 미래통합당+국민의당

안 대표는 지난달 28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만 하겠다고 선언할 당시,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께선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달라"

'야권 후보'로 표현했지만,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니 사실상 통합당 후보에 투표해 달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미래지향적인 정당'은 당연히 국민의당입니다. 국민의당이 정당투표를 흡수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화상 연결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위성정당' '비례 정당'이 탄생하게 된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찬성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미래한국당의 구애가 계속되더라도 국민의당이 이런 원칙을 무너뜨리고 손 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를 1석도 얻지 못 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의 관계를 통해 답을 찾지 않을 것이라면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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