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엑스퍼트’는 온라인 브로커?

입력 2020.07.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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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용하기 시작한 '지식인 엑스퍼트(지식iN eXpert)' 서비스일 겁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전문가 상담 플랫폼'을 모토로 특정 분야의 지식 전문가가 사용자에게 1:1로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지식인 유료 버전' 서비스입니다. 네이버가 최근 법률 분야로도 서비스 분야를 넓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는데요.

법률분야 서비스 제공자(변호사 자격자)는 부동산·이혼 등 특정 분야를 내세우고 일정 시간당 상담료를 제시하고, 소비자는 일정 금액을 네이버에 선결제한 후 이 금액에서 상품 금액만큼을 차감하게 되며, 정해진 시간 동안 채팅 혹은 전화로 상담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네이버가 여기서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상담료의 5.5%를 직접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법 위반 소지가 있었던 겁니다.

현행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이른바 '법조 브로커 방지' 조항으로,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네이버 엑스퍼트가 수수료를 거둬 변호사들과 이익을 나눠 가진다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급기야 한 변호사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해 고발인 조사를 앞둔 상태입니다.

■네이버 '상담료 중 수수료 징수' 변호사법 위반일까

대한변호사협회엔 유권해석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변협 법제위원회는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대한변협은 특정 업체가 이용자를 변호사에게 소개해준 후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그 업체에 지급하는 돈이 통상적인 사용료나 광고료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변호사법이나 변호사업무광고규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돈이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의 일정 비율과 같은 방식이거나 통상적인 사용료보다 상당히 많은 돈이 지급되는 경우라면 동업으로 보아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즉 이 사안의 핵심은 네이버가 받는 5.5%의 수수료의 성격입니다. 이 수수료에 '실비'를 넘어서 네이버의 이익이 함께 포함된 경우, 이는 변호사와 동업으로 이익을 거둔 것이 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겁니다.

변호사들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는 업종에 따라 결제회사의 영향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인 사업자가 1~2% 내외이고 체크카드는 그보다 훨씬 낮은 현실을 감안하면, 네이버와 같은 초대형 사업자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를 5.5% 지급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면서 "또 신용카드 결제방식이 아닌 네이버페이, 계좌이체, 일반결제 등 다른 결제방법에서는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네이버가 배민라이더스 등 배달 전문업체에게 책정한 수수료율은 3.3%로, 여기엔 네이버 측의 이익이 포함돼 있는데, 그보다 더 높은 5.5%의 네이버 엑스퍼트 수수료율엔 당연히 네이버 측의 이익이 포함됐을 것'이란 게 이들의 추정입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5.5%의 수수료가 결제대행사(PG업체)에 전액 지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제대행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이 모두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이상, 동업이익을 분배받은 게 없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게 네이버 측의 주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와 같은 타 업체와의 수수료율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네이버 엑스퍼트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서비스다 보니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는 결제대행사의 수수료율이 포괄적으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측은 신용카드나 상품권, 휴대폰 소액결제 등 어떤 결제수단을 이용하든 5.5%의 수수료를 결제대행업체가 가져가며, 자사가 취하는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률시장 네이버 종속 우려도…모든 변호사 동등한 '새로운 운동장' 될까

현재까지 엑스퍼트에 가입한 변호사는 7월 19일 기준 총 200여 명이고, 6월 총 상담건수는 3630건으로 아직 규모가 크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 온라인 상담이 곧바로 수임으로 이어지는지 그 비율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목소리에는 자칫 법률시장이 네이버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깔려있습니다. 네이버 엑스퍼트가 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나는 주된 통로가 될 경우, 향후 네이버가 수수료를 올려도 변호사들이 쉽게 탈퇴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우려에섭니다.

한 변호사는 "편리해 보이는 서비스의 제공 이면에는 비용의 상승과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희생이 동반된다"면서 "최근 요식업계에서 배민 플랫폼 문제나, 기타 운송업계를 지배한 플랫폼의 독점적 행태가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법조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플랫폼의 발달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컨텐츠 제공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의뢰인이 더 편리하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이른바 '전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젊은 변호사들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변협 일각에선 리걸테크 기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창업되는 마당에 "과거 브로커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조항으로 신규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전문가를 찾으려는 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를 위한 신기술을 언제까지고 배척할 순 없다는 겁니다. 대한변협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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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엑스퍼트’는 온라인 브로커?
    • 입력 2020-07-27 07:01:10
    취재K
법조계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용하기 시작한 '지식인 엑스퍼트(지식iN eXpert)' 서비스일 겁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전문가 상담 플랫폼'을 모토로 특정 분야의 지식 전문가가 사용자에게 1:1로 실시간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지식인 유료 버전' 서비스입니다. 네이버가 최근 법률 분야로도 서비스 분야를 넓히면서 논란이 촉발됐는데요.

법률분야 서비스 제공자(변호사 자격자)는 부동산·이혼 등 특정 분야를 내세우고 일정 시간당 상담료를 제시하고, 소비자는 일정 금액을 네이버에 선결제한 후 이 금액에서 상품 금액만큼을 차감하게 되며, 정해진 시간 동안 채팅 혹은 전화로 상담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네이버가 여기서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상담료의 5.5%를 직접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법 위반 소지가 있었던 겁니다.

현행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이른바 '법조 브로커 방지' 조항으로,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네이버 엑스퍼트가 수수료를 거둬 변호사들과 이익을 나눠 가진다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고, 급기야 한 변호사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해 고발인 조사를 앞둔 상태입니다.

■네이버 '상담료 중 수수료 징수' 변호사법 위반일까

대한변호사협회엔 유권해석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변협 법제위원회는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대한변협은 특정 업체가 이용자를 변호사에게 소개해준 후 대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그 업체에 지급하는 돈이 통상적인 사용료나 광고료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변호사법이나 변호사업무광고규정에 위반되지 않지만, 그 돈이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의 일정 비율과 같은 방식이거나 통상적인 사용료보다 상당히 많은 돈이 지급되는 경우라면 동업으로 보아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즉 이 사안의 핵심은 네이버가 받는 5.5%의 수수료의 성격입니다. 이 수수료에 '실비'를 넘어서 네이버의 이익이 함께 포함된 경우, 이는 변호사와 동업으로 이익을 거둔 것이 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겁니다.

변호사들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는 업종에 따라 결제회사의 영향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인 사업자가 1~2% 내외이고 체크카드는 그보다 훨씬 낮은 현실을 감안하면, 네이버와 같은 초대형 사업자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를 5.5% 지급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면서 "또 신용카드 결제방식이 아닌 네이버페이, 계좌이체, 일반결제 등 다른 결제방법에서는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네이버가 배민라이더스 등 배달 전문업체에게 책정한 수수료율은 3.3%로, 여기엔 네이버 측의 이익이 포함돼 있는데, 그보다 더 높은 5.5%의 네이버 엑스퍼트 수수료율엔 당연히 네이버 측의 이익이 포함됐을 것'이란 게 이들의 추정입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5.5%의 수수료가 결제대행사(PG업체)에 전액 지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제대행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이 모두 변호사에게 귀속되는 이상, 동업이익을 분배받은 게 없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게 네이버 측의 주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배민라이더스와 같은 타 업체와의 수수료율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네이버 엑스퍼트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서비스다 보니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는 결제대행사의 수수료율이 포괄적으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측은 신용카드나 상품권, 휴대폰 소액결제 등 어떤 결제수단을 이용하든 5.5%의 수수료를 결제대행업체가 가져가며, 자사가 취하는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률시장 네이버 종속 우려도…모든 변호사 동등한 '새로운 운동장' 될까

현재까지 엑스퍼트에 가입한 변호사는 7월 19일 기준 총 200여 명이고, 6월 총 상담건수는 3630건으로 아직 규모가 크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 온라인 상담이 곧바로 수임으로 이어지는지 그 비율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목소리에는 자칫 법률시장이 네이버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깔려있습니다. 네이버 엑스퍼트가 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나는 주된 통로가 될 경우, 향후 네이버가 수수료를 올려도 변호사들이 쉽게 탈퇴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 우려에섭니다.

한 변호사는 "편리해 보이는 서비스의 제공 이면에는 비용의 상승과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희생이 동반된다"면서 "최근 요식업계에서 배민 플랫폼 문제나, 기타 운송업계를 지배한 플랫폼의 독점적 행태가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법조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플랫폼의 발달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컨텐츠 제공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의뢰인이 더 편리하게 전문가를 만날 수 있고, 이른바 '전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젊은 변호사들도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변협 일각에선 리걸테크 기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창업되는 마당에 "과거 브로커를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조항으로 신규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전문가를 찾으려는 수요가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를 위한 신기술을 언제까지고 배척할 순 없다는 겁니다. 대한변협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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