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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7년의 기록]⑤ 학대 확인돼도 ‘속수무책’…처벌도 주저, 왜?
입력 2020.08.27 (07:01) 수정 2020.08.30 (08:09) 데이터룸
■ 알고도 막지 못한 학대 엄마와의 4년

4년 전 가을, 세희(가명)가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습니다. 세 살 세희가 떼를 부리면 엄마는 세희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던졌습니다. 자주 소리를 지르고 세희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신고 내용을 확인하자, 엄마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다며 상담과 교육을 받아 행동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그때뿐이었습니다. 세희가 잘 지내는지, 엄마가 교육을 잘 받는지 상담원이 집을 방문하면 엄마는 연락을 끊거나 아이를 데리고 집을 비웠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세희에 대한 학대 신고가 또 들어왔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세희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세희를 무단결석시키면서, 딱 수업일수가 모자라지 않을 정도만 학교를 보냈습니다. 세희가 등교한 지 한두 시간 만에 학교를 찾아와 세희를 조퇴시키고 데려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교육적 방임입니다.

올해 들어 세희는 학교와 더 멀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실시되는 온라인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담원은 더 이상의 학대를 막기 위해 세희를 엄마에게서 떼놔야 한다고 판단하고 다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상담원을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학교에서 상담원이 세희를 만난 것이 부당하다며 민원도 넣었습니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세희의 분리보호를 위해 법원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법원 소환에도 응하지 않은 채 민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학대 아동으로 이름 붙여진 지 4년, 세희는 여전히 엄마의 학대 아래 집에 살고 있습니다.

■ 학대당해도 84%는 집에 남아…“아이들 보낼 곳이 없어요”

아동학대 사실이 발견되면, 아이들은 어떤 보호를 받을까요? 세희처럼 부모에게 학대당하더라도 '원가정 보호', 즉 집에 남는 경우가 절대다수였습니다. 2018년 통계에서 원가정에 남은 경우는 초기 조치 기준으로 84%였는데, 잠시라도 격리조치됐다가 집으로 돌아간 2%를 제외하고도 82%는 학대 이후 한 번도 집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원가정 보호' 비율은 갈수록 늘어서 7년 사이 1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분리돼 보호받는 아동의 비율은 비슷한 정도로 줄었습니다. 특히 ‘일시보호', 즉 친족이나 연고자의 보호가 아닌 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받는 아동의 비율이 2012년 15.2%에서 2017년에는 8.1%까지 떨어졌습니다. 보호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대표적인 보호시설인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경우, 매년 4~8곳이 꾸준히 늘었지만 이미 과포화 상태라 피해 아동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아동학대 피해가 만 천여 건에서 2만 4천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비해, 쉼터의 수는 46개에서 65개로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현재는 전국 72곳입니다.

황은희 전국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장은 "원래 정원은 한 쉼터당 7명이지만, 워낙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대도시에서는 한 쉼터당 10명씩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리가 비기 무섭게 아이들이 들어오고, 입소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누적되고 있어 정원 초과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운이 좋아 쉼터에 머물 수 있었던 아이들도 보통 3~9개월이 지나면 갈 곳을 정해야 합니다. 퇴소 후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2014년부터 5년간, 쉼터 퇴소 아동들의 원가정 복귀율은 46~60%로 다른 시설에 맡겨지는 비율보다 높았습니다.


■ '아동학대=범죄' 9~13%…피해아동은 '시설보호'·가해자는 '교육'

이번에는 학대받는 아동들이 법에 따라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동복지법은 피해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지자체장 판단하에 아이를 아동복지시설이나 쉼터로 보낼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현장에 출동해 범죄에 해당하는 아동학대를 발견했을 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매년 9~13%가량이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조치됩니다.


현장 출동한 경찰이나 상담원이 곧장 학대를 막아야 하는 긴급 상황일 경우, 경찰이나 상담원은 '응급조치'를 실시합니다. 범죄 행위를 즉각 제지하고 가해자에게서 아이를 떼놓은 다음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2018년 이뤄진 ‘응급조치’는 1,174건,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4.9%에 대해 응급조치가 실시됐습니다.

응급조치의 효력은 72시간입니다. 좀 더 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학대받은 아이를 가해자에게서 떼놓거나 아이를 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부모의 친권 행사를 정지할 수도 있는 제도입니다. 2018년에는 모두 314건의 사례에 대해 ‘피해아동보호명령’이 결정됐습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 4천여 건 중에는 1.3%, ‘응급조치’된 사례와 비교해보면 26.7% 정도가 법원 결정을 받았습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 중 가장 많이 내려진 명령은 아동을 시설에 위탁하라는 것으로 233건이었습니다. 법원을 거친 피해아동 네 명 중 세 명꼴로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아동을 분리할 필요가 있는데도 부모가 이를 강하게 반대할 경우 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 다음으로 가해자가 직접, 혹은 통신으로 피해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 조치가 많았습니다.

피해아동에 대한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하거나 정지하는 비교적 강력한 명령을 받은 경우도 54건으로, 전체 사례의 17.2%에 해당했습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이 학대 피해아동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법적 조치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의 기간은 1년, 연장이 가능합니다.


법은 학대 가해자에 대한 조치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역시 법원 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담이나 교육 같은 다소 가벼운 조치부터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내는 등의 비교적 강한 조치까지 7종류입니다. 조치 기간은 2개월, 연장은 최대 두 번까지만 가능합니다.

2018년에는 모두 1,558건의 결정이 내려졌는데, 상담이나 교육을 명령한 조치가 1,134건, 72.8%로 가장 많이 내려졌습니다. 아동에 대한 100m 접근금지와 통신을 통한 접근 금지를 명령한 경우가 뒤를 이었습니다. 피해아동과 마찬가지로 가해자도 한 사람이 여러 조치를 동시에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친권이나 후견인의 권한 행사를 제한한 조치는 90건으로, 전체의 6%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이 조치를 받았습니다.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내라는 명령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피해 아동과 달리 가해자에게는 더 무거운 형사처벌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판결의 15%만 형사처벌…무죄로 관리 막힐까 고소·고발 주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고소·고발 등의 형사적 조치가 취해진 경우는 2018년 한 해 동안 7,988건입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 4천여 건 가운데 약 3분의 1 가까이 됩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세간의 지적이 맞는지 살펴봤습니다. 2018년, 전체 고소·고발 중 판결까지 이어진 건 1,705건입니다. 이 중 '보호처분', 즉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친권을 정지하는 조치가 63.4%로 가장 많았습니다. 형사처벌까지 이뤄진 경우는 15.6%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보다 '불처분', 아무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경우가 약간 더 많았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는 상담원들은 성학대나 심각한 신체적 폭력이 있는 정도는 돼야 형사처벌이 나오고, 웬만한 가정 폭력이나 학대는 보호처분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학대 유형별로 판결 결과를 살펴봤더니, 성학대가 범죄 사실에 포함된 경우에는 60~66% 확률로 형사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성학대 없이 신체학대만 했을 경우는 형사처벌 확률이 훨씬 낮았는데, 오히려 무죄를 받는 확률이 이와 엇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정서학대나 방임만으로 형사처벌이 내려진 경우는 각각 14%와 7.2%에 불과했습니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현장에서는 불처분이나 무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고소나 고발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면담해 내놓은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 방향' 보고서도 이런 점을 지적합니다. 불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가해자가 판결 결과를 내세우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을 더 심하게 거부하게 돼 추가 학대를 막기가 더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실제 고소·고발을 하는 대신, 기한이 짧은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데 그치거나,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경고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아동학대를 다루는 상담원들의 얘깁니다.

[연관기사]
[인터랙티브] 아동학대, 7년의 기록
https://bit.ly/327IGPM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①아동학대로 멍든 10만...숨진 아동 3분의 1은 영아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3580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②데이터가 말해주는 아동학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3709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③ 태어나자마자 '학대'부터…데이터가 말하는 가해자의 민낯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4583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④ 눈감은 신고의무자…아동보호전문기관은 태부족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5557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⑤ 학대 확인돼도 '속수무책'…처벌도 주저, 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178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⑥ 학대 10%는 재발…악순환 계속되는 이유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6991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⑦ 통계 공개 ‘반토막’…기준도 들쭉날쭉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7853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⑧ 학대 증가 못 따라가는 ‘땜질’ 대책…“실행이라도 제대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151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강준희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 [아동학대 7년의 기록]⑤ 학대 확인돼도 ‘속수무책’…처벌도 주저, 왜?
    • 입력 2020-08-27 07:01:30
    • 수정2020-08-30 08:09:02
    데이터룸
■ 알고도 막지 못한 학대 엄마와의 4년

4년 전 가을, 세희(가명)가 엄마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습니다. 세 살 세희가 떼를 부리면 엄마는 세희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던졌습니다. 자주 소리를 지르고 세희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신고 내용을 확인하자, 엄마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다며 상담과 교육을 받아 행동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그때뿐이었습니다. 세희가 잘 지내는지, 엄마가 교육을 잘 받는지 상담원이 집을 방문하면 엄마는 연락을 끊거나 아이를 데리고 집을 비웠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세희에 대한 학대 신고가 또 들어왔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세희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세희를 무단결석시키면서, 딱 수업일수가 모자라지 않을 정도만 학교를 보냈습니다. 세희가 등교한 지 한두 시간 만에 학교를 찾아와 세희를 조퇴시키고 데려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교육적 방임입니다.

올해 들어 세희는 학교와 더 멀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실시되는 온라인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담원은 더 이상의 학대를 막기 위해 세희를 엄마에게서 떼놔야 한다고 판단하고 다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상담원을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학교에서 상담원이 세희를 만난 것이 부당하다며 민원도 넣었습니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세희의 분리보호를 위해 법원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법원 소환에도 응하지 않은 채 민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학대 아동으로 이름 붙여진 지 4년, 세희는 여전히 엄마의 학대 아래 집에 살고 있습니다.

■ 학대당해도 84%는 집에 남아…“아이들 보낼 곳이 없어요”

아동학대 사실이 발견되면, 아이들은 어떤 보호를 받을까요? 세희처럼 부모에게 학대당하더라도 '원가정 보호', 즉 집에 남는 경우가 절대다수였습니다. 2018년 통계에서 원가정에 남은 경우는 초기 조치 기준으로 84%였는데, 잠시라도 격리조치됐다가 집으로 돌아간 2%를 제외하고도 82%는 학대 이후 한 번도 집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원가정 보호' 비율은 갈수록 늘어서 7년 사이 1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분리돼 보호받는 아동의 비율은 비슷한 정도로 줄었습니다. 특히 ‘일시보호', 즉 친족이나 연고자의 보호가 아닌 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받는 아동의 비율이 2012년 15.2%에서 2017년에는 8.1%까지 떨어졌습니다. 보호시설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대표적인 보호시설인 학대피해아동쉼터의 경우, 매년 4~8곳이 꾸준히 늘었지만 이미 과포화 상태라 피해 아동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많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아동학대 피해가 만 천여 건에서 2만 4천여 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비해, 쉼터의 수는 46개에서 65개로 1.4배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현재는 전국 72곳입니다.

황은희 전국학대피해아동쉼터협의회장은 "원래 정원은 한 쉼터당 7명이지만, 워낙 쉼터가 부족하다 보니 대도시에서는 한 쉼터당 10명씩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리가 비기 무섭게 아이들이 들어오고, 입소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누적되고 있어 정원 초과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운이 좋아 쉼터에 머물 수 있었던 아이들도 보통 3~9개월이 지나면 갈 곳을 정해야 합니다. 퇴소 후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아이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2014년부터 5년간, 쉼터 퇴소 아동들의 원가정 복귀율은 46~60%로 다른 시설에 맡겨지는 비율보다 높았습니다.


■ '아동학대=범죄' 9~13%…피해아동은 '시설보호'·가해자는 '교육'

이번에는 학대받는 아동들이 법에 따라 어떻게 보호받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아동복지법은 피해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지자체장 판단하에 아이를 아동복지시설이나 쉼터로 보낼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현장에 출동해 범죄에 해당하는 아동학대를 발견했을 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가운데 매년 9~13%가량이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조치됩니다.


현장 출동한 경찰이나 상담원이 곧장 학대를 막아야 하는 긴급 상황일 경우, 경찰이나 상담원은 '응급조치'를 실시합니다. 범죄 행위를 즉각 제지하고 가해자에게서 아이를 떼놓은 다음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2018년 이뤄진 ‘응급조치’는 1,174건,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4.9%에 대해 응급조치가 실시됐습니다.

응급조치의 효력은 72시간입니다. 좀 더 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학대받은 아이를 가해자에게서 떼놓거나 아이를 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에 위탁하고, 부모의 친권 행사를 정지할 수도 있는 제도입니다. 2018년에는 모두 314건의 사례에 대해 ‘피해아동보호명령’이 결정됐습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 4천여 건 중에는 1.3%, ‘응급조치’된 사례와 비교해보면 26.7% 정도가 법원 결정을 받았습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 중 가장 많이 내려진 명령은 아동을 시설에 위탁하라는 것으로 233건이었습니다. 법원을 거친 피해아동 네 명 중 세 명꼴로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아동을 분리할 필요가 있는데도 부모가 이를 강하게 반대할 경우 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그 다음으로 가해자가 직접, 혹은 통신으로 피해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 조치가 많았습니다.

피해아동에 대한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하거나 정지하는 비교적 강력한 명령을 받은 경우도 54건으로, 전체 사례의 17.2%에 해당했습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이 학대 피해아동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법적 조치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의 기간은 1년, 연장이 가능합니다.


법은 학대 가해자에 대한 조치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역시 법원 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상담이나 교육 같은 다소 가벼운 조치부터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내는 등의 비교적 강한 조치까지 7종류입니다. 조치 기간은 2개월, 연장은 최대 두 번까지만 가능합니다.

2018년에는 모두 1,558건의 결정이 내려졌는데, 상담이나 교육을 명령한 조치가 1,134건, 72.8%로 가장 많이 내려졌습니다. 아동에 대한 100m 접근금지와 통신을 통한 접근 금지를 명령한 경우가 뒤를 이었습니다. 피해아동과 마찬가지로 가해자도 한 사람이 여러 조치를 동시에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친권이나 후견인의 권한 행사를 제한한 조치는 90건으로, 전체의 6%에 못 미치는 사례가 이 조치를 받았습니다.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내라는 명령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피해 아동과 달리 가해자에게는 더 무거운 형사처벌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판결의 15%만 형사처벌…무죄로 관리 막힐까 고소·고발 주저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고소·고발 등의 형사적 조치가 취해진 경우는 2018년 한 해 동안 7,988건입니다. 전체 아동학대 사례 2만 4천여 건 가운데 약 3분의 1 가까이 됩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세간의 지적이 맞는지 살펴봤습니다. 2018년, 전체 고소·고발 중 판결까지 이어진 건 1,705건입니다. 이 중 '보호처분', 즉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을 막거나 친권을 정지하는 조치가 63.4%로 가장 많았습니다. 형사처벌까지 이뤄진 경우는 15.6%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보다 '불처분', 아무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경우가 약간 더 많았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는 상담원들은 성학대나 심각한 신체적 폭력이 있는 정도는 돼야 형사처벌이 나오고, 웬만한 가정 폭력이나 학대는 보호처분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학대 유형별로 판결 결과를 살펴봤더니, 성학대가 범죄 사실에 포함된 경우에는 60~66% 확률로 형사처벌이 내려졌습니다.

성학대 없이 신체학대만 했을 경우는 형사처벌 확률이 훨씬 낮았는데, 오히려 무죄를 받는 확률이 이와 엇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정서학대나 방임만으로 형사처벌이 내려진 경우는 각각 14%와 7.2%에 불과했습니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현장에서는 불처분이나 무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고소나 고발을 주저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을 면담해 내놓은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 방향' 보고서도 이런 점을 지적합니다. 불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가해자가 판결 결과를 내세우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을 더 심하게 거부하게 돼 추가 학대를 막기가 더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실제 고소·고발을 하는 대신, 기한이 짧은 ‘임시조치’를 신청하는 데 그치거나, 고소·고발을 하겠다고 경고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아동학대를 다루는 상담원들의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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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7년의 기록]⑧ 학대 증가 못 따라가는 ‘땜질’ 대책…“실행이라도 제대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28151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강준희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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