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용·호랑이’ 문신 있어도 군대 간다

입력 2020.12.01 (15:45) 수정 2020.1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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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시술 자료 화면

문신 시술 자료 화면

26살 남성 A씨는 2013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등에 호랑이와 도깨비 문신 시술을 받았습니다. 문신 때문에 병역판정 검사에서 3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3등급이면 현역 입영 대상입니다.

A씨는 이후 문신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팔과 다리, 배까지 온몸에 문신을 더했습니다. 2020년, 그는 현역병으로 입영했지만 곧바로 귀가 조치됐습니다. 온몸을 덮은 문신 때문이었습니다.

귀가자 상대 병역판정 검사에서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병역 기피'를 위해 문신을 한 목적이 인정돼,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래도 군대는 안 갔습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적발한 병역면탈 방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위가 '고의 체중 조절(115명, 33.6%)', 2위 '정신질환 위장(69명, 19.9%), 3위가 '고의 문신(58명, 17.0%)'입니다.

이처럼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하는 건 이젠 소용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신에 문신이 있어도 현역 복무를 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체중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 몸에서 용이 승천해도 "현역 대상입니다"

국방부는 새로운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오늘(1일) 입법 예고 했습니다. 징병 검사에서 현역 판정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인데,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 기준을 더 까다롭게 고쳤습니다.


①전신 문신
그동안 온몸에 문신이 있으면 4급으로 판정됐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 기준을 삭제해 모두 현역(1~3급)으로 판정받도록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거부감 등 부정적 인식이 감소했고, 문신을 한 사람도 정상적인 군 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뤄진 조치라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②체질량
너무 뚱뚱하거나, 반대로 마르면 현역 복무에서 제외됐었죠. 이 기준도 더 강화됩니다.

BMI(체질량지수, ㎏/㎡)의 4급 판정 기준이 기존에 BMI 17 미만, 33 이상이었던 것을 16 미만 35 이상으로 고쳤습니다.

예컨대 키 175cm인 경우, 지금까지는 102kg이 넘으면 4급이었지만, 이젠 108kg을 초과해야 4급 판정을 받습니다. 저체중 기준도 52kg에서 48kg으로 낮아집니다.


③평발
이름바 '평발'도 군화를 신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역 복무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발의 4급 판정 기준도 강화됩니다. 발의 거골과 제1중족골 사이 각도가 기존 '15도 이상'이었는데, '16도 이상'으로 올렸습니다.


④근시·원시
근시의 경우 기존 -11D(디옵터)에서 -13D 이상으로, 원시는 +4D에서 +6D 이상으로 개정했습니다.


■ '정신과' 기준은 강화..사고 예방 차원

다만, 개정안은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현역 판정 기준은 더 강화합니다.

우울장애, 성격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12개 항목의 4급 기준을 5급 기준으로 조정하거나 일부 4급 기준을 강화합니다. 사회 복무가 곤란한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자를 보충역에서도 배제하는 방향입니다.

국방부는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가 부적합한 인원의 입영을 차단함으로써 야전 부대 지휘부담을 덜고, 사회복무요원의 사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도, 군대갈 청년 태부족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저출산에 따라 병역 자원이 감소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20살 남성 인구 및 현역가용자원 변화」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병역 자원이 급감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만 명이 부족하고, 후년에는 올해보다 5만 명이 줄어듭니다.

앞으로 온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도 군대에 보내고, 과체중이나 저체중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이들에게 총을 들게 한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급격한 병역자원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2036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에도 못 미치기 시작하고, 2041년 ~ 2043년에는 7만 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 국방부의 결정은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현역 충원 문제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역 부족 대응을 위해 신검 기준 조정 외에도 '첨단 과학기술 중심의 전력구조로 개편', '병력구조 고효율화', '여군 활용 확대', '귀화자 병역 의무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에서 반짝 등장했다가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모병제' 논의도 더 이상 미뤄두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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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에 ‘용·호랑이’ 문신 있어도 군대 간다
    • 입력 2020-12-01 15:45:55
    • 수정2020-12-01 16:00:01
    취재K

문신 시술 자료 화면

26살 남성 A씨는 2013년부터 수 차례에 걸쳐 등에 호랑이와 도깨비 문신 시술을 받았습니다. 문신 때문에 병역판정 검사에서 3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3등급이면 현역 입영 대상입니다.

A씨는 이후 문신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팔과 다리, 배까지 온몸에 문신을 더했습니다. 2020년, 그는 현역병으로 입영했지만 곧바로 귀가 조치됐습니다. 온몸을 덮은 문신 때문이었습니다.

귀가자 상대 병역판정 검사에서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A씨는 '병역 기피'를 위해 문신을 한 목적이 인정돼,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래도 군대는 안 갔습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적발한 병역면탈 방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1위가 '고의 체중 조절(115명, 33.6%)', 2위 '정신질환 위장(69명, 19.9%), 3위가 '고의 문신(58명, 17.0%)'입니다.

이처럼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하는 건 이젠 소용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신에 문신이 있어도 현역 복무를 하도록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체중 기준도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 몸에서 용이 승천해도 "현역 대상입니다"

국방부는 새로운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오늘(1일) 입법 예고 했습니다. 징병 검사에서 현역 판정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인데,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4급 판정 기준을 더 까다롭게 고쳤습니다.


①전신 문신
그동안 온몸에 문신이 있으면 4급으로 판정됐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 기준을 삭제해 모두 현역(1~3급)으로 판정받도록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거부감 등 부정적 인식이 감소했고, 문신을 한 사람도 정상적인 군 복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뤄진 조치라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②체질량
너무 뚱뚱하거나, 반대로 마르면 현역 복무에서 제외됐었죠. 이 기준도 더 강화됩니다.

BMI(체질량지수, ㎏/㎡)의 4급 판정 기준이 기존에 BMI 17 미만, 33 이상이었던 것을 16 미만 35 이상으로 고쳤습니다.

예컨대 키 175cm인 경우, 지금까지는 102kg이 넘으면 4급이었지만, 이젠 108kg을 초과해야 4급 판정을 받습니다. 저체중 기준도 52kg에서 48kg으로 낮아집니다.


③평발
이름바 '평발'도 군화를 신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역 복무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발의 4급 판정 기준도 강화됩니다. 발의 거골과 제1중족골 사이 각도가 기존 '15도 이상'이었는데, '16도 이상'으로 올렸습니다.


④근시·원시
근시의 경우 기존 -11D(디옵터)에서 -13D 이상으로, 원시는 +4D에서 +6D 이상으로 개정했습니다.


■ '정신과' 기준은 강화..사고 예방 차원

다만, 개정안은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현역 판정 기준은 더 강화합니다.

우울장애, 성격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12개 항목의 4급 기준을 5급 기준으로 조정하거나 일부 4급 기준을 강화합니다. 사회 복무가 곤란한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자를 보충역에서도 배제하는 방향입니다.

국방부는 현역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가 부적합한 인원의 입영을 차단함으로써 야전 부대 지휘부담을 덜고, 사회복무요원의 사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 여기저기서 끌어 모아도, 군대갈 청년 태부족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저출산에 따라 병역 자원이 감소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20살 남성 인구 및 현역가용자원 변화」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병역 자원이 급감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만 명이 부족하고, 후년에는 올해보다 5만 명이 줄어듭니다.

앞으로 온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도 군대에 보내고, 과체중이나 저체중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이들에게 총을 들게 한다고 해도, 역부족입니다. 급격한 병역자원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2036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에도 못 미치기 시작하고, 2041년 ~ 2043년에는 7만 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 국방부의 결정은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현역 충원 문제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역 부족 대응을 위해 신검 기준 조정 외에도 '첨단 과학기술 중심의 전력구조로 개편', '병력구조 고효율화', '여군 활용 확대', '귀화자 병역 의무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에서 반짝 등장했다가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모병제' 논의도 더 이상 미뤄두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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