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침 6시 반, 벌써 꽉찼다”…김포골드라인 타 보니

입력 2021.05.08 (10:01) 수정 2021.05.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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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부르죠. 여러 지하철 노선 중에서도 '지옥철'로 유명한 게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입니다.

열차가 총 2량뿐이기 때문인데요. 얼마나 아침 출근길에 이 열차를 타는 사람이 많길래 '지옥철'이라고까지 불리는 걸까요. 직접 타 봤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김포골드라인 열차 안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김포골드라인 열차 안
■ 4월 30일 아침 6시 40분...전동차는 이미 '만원'

지난달 30일(금) 아침 6시 40분쯤, 취재진은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으로 가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를 탔습니다.

지하철역 안에 들어서기 전에는 '아직 출근하기엔 이른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이미 승강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걸포북변역에 도착한 전동차는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아직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려면 정거장이 4개나 남았는데도 전동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 등에 멈춰 설 때마다 사람들은 빈틈을 찾아 전동차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앞사람 뒤통수가 거의 코에 닿을 정도로 거리는 가까웠습니다.

아침 8시가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더 늘었습니다.

열차에 탄 사람들은 체념한 지 오래라는 얼굴이었고,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런 광경은 익숙하다는 듯 만원 전동차를 그냥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로 빽빽이 찬 전동차 안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외출 자제하기, 2m 간격 유지하기 등 익숙한 내용이었는데요. '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도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서울지하철 5·9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서울지하철 5·9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
■김포 시민들, "열차 안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걸포북변역과 김포공항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듣고 촬영을 했습니다.

지하철 탄 지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몸은 이미 지쳤습니다. 김포공항역에서 다시 걸포북변역으로 돌아갈 땐 앉아서 이동했는데도 그랬습니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서울로 가는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은 컸습니다.

이우성 씨(경기도 김포시, 서울 출퇴근)

김포공항역에서 갈아탈 때는 말도 못 할 정도죠. 배차시간도 길다 보니까 문제가 더 심한 것 같아요.
항상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다음 차를 탈 때도 많아요. 이 열차를 누가 구성했는지가 궁금해요.

박 모 씨도 "주말도 그렇고, 항상 오전 9시나 오후 6시가 되면 사람이 되게 많다."라며 "숨도 안 쉬어지고, 답답할 정도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이 인터뷰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시민들이 한두 마디씩 거들기도 했습니다.

'왜 이제 왔느냐', '지금보다 좀 더 빨리 와야 얼마나 전동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느낄 수 있다', '오늘은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이다.' 등이라고 말이죠.

지난 주말 김포에서 진행한 촛불 행진지난 주말 김포에서 진행한 촛불 행진

■ 서울로 가는 'GTX-d' 고대해 왔건만...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전동차 노선은 이 김포골드라인이 전부입니다. 이른바 '지옥철'을 겪기 싫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김포시민들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빨리 개통되길 고대해 왔는데요.

지난달 22일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GTX-d 노선은 김포 시민들의 요구와는 달랐습니다. 김포(장기역)와 부천(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계획이 발표된 겁니다. 김포시가 김포~부천~서울~하남을 잇는 노선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서울 강남과 하남을 연결하는 노선이 빠진 겁니다.

김포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지난 1일에는 김포 시민과 인천 검단신도시 시민 등이 'GTX-d 강남직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선을 강남까지 연결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또 지난 주말에는 차량 2백여 대를 동원해 차량 시위를 하는가 하면, 김포에서 야간에 촛불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 노선 변동 가능성 있냐?...국토부 "사실상 힘들다"

GTX-d 노선을 포함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은 다음 달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노선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국토부는 "사실상 힘들다."라고 답했습니다.

김포 시민들은 한 번만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해 보면 얼마나 교통난이 심한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또 집값을 이유로 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부터 지정하고 뒤늦게 교통대책을 마련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중장기 교통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김포 시민들은 이번 주말에도 GTX-d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촛불 행진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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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아침 6시 반, 벌써 꽉찼다”…김포골드라인 타 보니
    • 입력 2021-05-08 10:01:26
    • 수정2021-05-08 10:01:34
    취재후·사건후

출퇴근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부르죠. 여러 지하철 노선 중에서도 '지옥철'로 유명한 게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입니다.

열차가 총 2량뿐이기 때문인데요. 얼마나 아침 출근길에 이 열차를 타는 사람이 많길래 '지옥철'이라고까지 불리는 걸까요. 직접 타 봤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김포골드라인 열차 안 ■ 4월 30일 아침 6시 40분...전동차는 이미 '만원'

지난달 30일(금) 아침 6시 40분쯤, 취재진은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으로 가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를 탔습니다.

지하철역 안에 들어서기 전에는 '아직 출근하기엔 이른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이미 승강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걸포북변역에 도착한 전동차는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아직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려면 정거장이 4개나 남았는데도 전동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 등에 멈춰 설 때마다 사람들은 빈틈을 찾아 전동차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앞사람 뒤통수가 거의 코에 닿을 정도로 거리는 가까웠습니다.

아침 8시가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더 늘었습니다.

열차에 탄 사람들은 체념한 지 오래라는 얼굴이었고,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이런 광경은 익숙하다는 듯 만원 전동차를 그냥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로 빽빽이 찬 전동차 안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외출 자제하기, 2m 간격 유지하기 등 익숙한 내용이었는데요. '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도 거리 두기를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서울지하철 5·9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 ■김포 시민들, "열차 안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걸포북변역과 김포공항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듣고 촬영을 했습니다.

지하철 탄 지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몸은 이미 지쳤습니다. 김포공항역에서 다시 걸포북변역으로 돌아갈 땐 앉아서 이동했는데도 그랬습니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서울로 가는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은 컸습니다.

이우성 씨(경기도 김포시, 서울 출퇴근)

김포공항역에서 갈아탈 때는 말도 못 할 정도죠. 배차시간도 길다 보니까 문제가 더 심한 것 같아요.
항상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다음 차를 탈 때도 많아요. 이 열차를 누가 구성했는지가 궁금해요.

박 모 씨도 "주말도 그렇고, 항상 오전 9시나 오후 6시가 되면 사람이 되게 많다."라며 "숨도 안 쉬어지고, 답답할 정도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이 인터뷰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시민들이 한두 마디씩 거들기도 했습니다.

'왜 이제 왔느냐', '지금보다 좀 더 빨리 와야 얼마나 전동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느낄 수 있다', '오늘은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이다.' 등이라고 말이죠.

지난 주말 김포에서 진행한 촛불 행진
■ 서울로 가는 'GTX-d' 고대해 왔건만...

김포에서 서울로 가는 전동차 노선은 이 김포골드라인이 전부입니다. 이른바 '지옥철'을 겪기 싫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김포시민들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빨리 개통되길 고대해 왔는데요.

지난달 22일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GTX-d 노선은 김포 시민들의 요구와는 달랐습니다. 김포(장기역)와 부천(부천종합운동장역)을 잇는 계획이 발표된 겁니다. 김포시가 김포~부천~서울~하남을 잇는 노선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서울 강남과 하남을 연결하는 노선이 빠진 겁니다.

김포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지난 1일에는 김포 시민과 인천 검단신도시 시민 등이 'GTX-d 강남직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선을 강남까지 연결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또 지난 주말에는 차량 2백여 대를 동원해 차량 시위를 하는가 하면, 김포에서 야간에 촛불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 노선 변동 가능성 있냐?...국토부 "사실상 힘들다"

GTX-d 노선을 포함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은 다음 달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노선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국토부는 "사실상 힘들다."라고 답했습니다.

김포 시민들은 한 번만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해 보면 얼마나 교통난이 심한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또 집값을 이유로 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부터 지정하고 뒤늦게 교통대책을 마련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중장기 교통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김포 시민들은 이번 주말에도 GTX-d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촛불 행진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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