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섬 건설…헝다 파산으로 좌초

입력 2022.01.22 (21:52) 수정 2022.01.22 (22:2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 섬은 시진핑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입니다.

이 곳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세계 최대 인공섬이 있습니다.

최근 디폴트에 빠진 중국의 부동산 회사 헝다가 조성중에 있는데요,

이 인공섬 건설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남단 하이난 성의 서북쪽에 있는 하이화다오 입니다.

여의도의 2배가 넘는 이 인공섬은 하이난 성의 성화인 '부겐빌레아' 꽃을 형상화 해 만들었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두바이 팜주메이라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먼저 파도 모양의 2호섬.

섬 끝자락에 시공중인 아파트 단지가 앞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8층 높이의 이 아파트에는 2천 7백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섰습니다.

이 아파트는 바다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어 총 분양 대금만 1조 4천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헝다가 부채위기에 빠진 지난해 부터 공사가 멈췄습니다.

[주민 : "(작년) 5월에 왔을때는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와 보니까 다 멈췄어요. 돈이 없어서 멈췄다는데 공사를 안 해요."]

그런데 최근 시 당국은 이 아파트 단지가 해양환경을 파괴한 위법 건축물이라며 열흘 안에, 철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호섬내 절반 가까이 되는 개발 예정지에 대한 건축 허가도 취소했습니다.

[분양 사무소 관계자 : "예전에는 이쪽에 건축허가를 내줬는데 회수했어요. 이 땅들은 더 이상 주택을 허가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방침 변경에는 헝다와 낙마한 시 최고위층과의 유착고리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헝다 분양 피해자 : "단저우 시 서기 등 많은 사람이 연류됐는데, 헝다를 철저히 조사하면 전국에서 적어도 만 명은 낙마해야 합니다."]

이런 부패 고리는 신축 아파트 뿐만 아니라, 이미 분양한 아파트에도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분양된 아파트는 2호섬에 3백여 동, 3호섬에 4백여 동, 모두 7만여 가구에 이릅니다.

대금을 치르고도 소유권자들이 아직까지 등기 권리증을 갖지 못해 팔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헝다가 이미 분양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헝다 분양 피해자 : "우리가 집을 살 때 어떻게 우리 집이 저당잡힌 것을 알 수 있습니까? 헝다가 저당 잡았으면 우리는 사지도 않았을 거예요.모두들 지금 집이 저당잡혀서 권익을 지켜야 합니다."]

심지어 헝다는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을 아파트로 대신 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아파트는 저당이 잡혀 있어 위험하다는게 현지 중개업소의 얘깁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 : "제곱미터당 7000-8000 위안의 집이라도 사지 마세요.그것은 헝다에 속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청산합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을 받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곧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해가 떨어진 아파트 단지.

불 켜진 집이 한 동에 네다섯 집에 불과합니다.

[주민 : "일반인들로 여기와서 겨울에 휴양하려면 건강 코드가 있어야 합니다."]

3호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번듯하게 지어진 수십 동의 아파트와, 불그스레한 지붕으로 가득찬 별장촌.

따뜻한 기후 덕분에 겨울을 나는 휴양지로 인기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3호섬의 별장촌은 유럽의 주택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무 호화롭게 지어졌습니다.하지만 대부분 집안은 텅 비어있고 길거리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을 없을 정도로 한산합니다.

외지인들이 대부분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쉬자인 헝다 회장의 해상 왕국을 실현한 1호섬.

호텔과 국제회의장, 대형 공연장, 영화촬영소, 고급 식당가 등이 막라된 최대 관광명소입니다.

하지만 바닷가 쪽에 있는 호화 별장단지는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습니다.

축구장 21배 규모로, 중국에서 가장 큰 면제점이 들어설 국제쇼핑센터.

당초 지난해 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보시는 것처럼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언제 손님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 3천 제곱미터나 되는 복합 공연장도 중도에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복합 공연장 경비 : "이건 대극원이고 저것은 음악당인데 문을 안열었어요.국제쇼핑센터처럼 큰데 아직 문을 안열었어요."]

헝다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호화롭던 야간 조명쇼도 크게 줄였습니다.

고급 식당가도 썰렁합니다.

성난 투자자들이 헝다그룹 본사인 이곳에서 투자금 반환 시위를 벌인지 석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 철통경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헝다는 최근 소리소문 없이 선전 본사를 이전해 '야반도주'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습니다.

30조원을 들여 쌓아 올린 세계 최대 인공섬은 지금 바빌론 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헝다의 야심작이 자금난에 빠진 헝다를 구하기는 커녕 승자의 저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이화다오에서 오세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계 최대 인공섬 건설…헝다 파산으로 좌초
    • 입력 2022-01-22 21:52:56
    • 수정2022-01-22 22:21:5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 섬은 시진핑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입니다.

이 곳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세계 최대 인공섬이 있습니다.

최근 디폴트에 빠진 중국의 부동산 회사 헝다가 조성중에 있는데요,

이 인공섬 건설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최남단 하이난 성의 서북쪽에 있는 하이화다오 입니다.

여의도의 2배가 넘는 이 인공섬은 하이난 성의 성화인 '부겐빌레아' 꽃을 형상화 해 만들었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두바이 팜주메이라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먼저 파도 모양의 2호섬.

섬 끝자락에 시공중인 아파트 단지가 앞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8층 높이의 이 아파트에는 2천 7백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섰습니다.

이 아파트는 바다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어 총 분양 대금만 1조 4천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헝다가 부채위기에 빠진 지난해 부터 공사가 멈췄습니다.

[주민 : "(작년) 5월에 왔을때는 공사를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와 보니까 다 멈췄어요. 돈이 없어서 멈췄다는데 공사를 안 해요."]

그런데 최근 시 당국은 이 아파트 단지가 해양환경을 파괴한 위법 건축물이라며 열흘 안에, 철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호섬내 절반 가까이 되는 개발 예정지에 대한 건축 허가도 취소했습니다.

[분양 사무소 관계자 : "예전에는 이쪽에 건축허가를 내줬는데 회수했어요. 이 땅들은 더 이상 주택을 허가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방침 변경에는 헝다와 낙마한 시 최고위층과의 유착고리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헝다 분양 피해자 : "단저우 시 서기 등 많은 사람이 연류됐는데, 헝다를 철저히 조사하면 전국에서 적어도 만 명은 낙마해야 합니다."]

이런 부패 고리는 신축 아파트 뿐만 아니라, 이미 분양한 아파트에도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분양된 아파트는 2호섬에 3백여 동, 3호섬에 4백여 동, 모두 7만여 가구에 이릅니다.

대금을 치르고도 소유권자들이 아직까지 등기 권리증을 갖지 못해 팔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헝다가 이미 분양전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헝다 분양 피해자 : "우리가 집을 살 때 어떻게 우리 집이 저당잡힌 것을 알 수 있습니까? 헝다가 저당 잡았으면 우리는 사지도 않았을 거예요.모두들 지금 집이 저당잡혀서 권익을 지켜야 합니다."]

심지어 헝다는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을 아파트로 대신 주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아파트는 저당이 잡혀 있어 위험하다는게 현지 중개업소의 얘깁니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 : "제곱미터당 7000-8000 위안의 집이라도 사지 마세요.그것은 헝다에 속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청산합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을 받으면서 부동산 가격은 곧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해가 떨어진 아파트 단지.

불 켜진 집이 한 동에 네다섯 집에 불과합니다.

[주민 : "일반인들로 여기와서 겨울에 휴양하려면 건강 코드가 있어야 합니다."]

3호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번듯하게 지어진 수십 동의 아파트와, 불그스레한 지붕으로 가득찬 별장촌.

따뜻한 기후 덕분에 겨울을 나는 휴양지로 인기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3호섬의 별장촌은 유럽의 주택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무 호화롭게 지어졌습니다.하지만 대부분 집안은 텅 비어있고 길거리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을 없을 정도로 한산합니다.

외지인들이 대부분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쉬자인 헝다 회장의 해상 왕국을 실현한 1호섬.

호텔과 국제회의장, 대형 공연장, 영화촬영소, 고급 식당가 등이 막라된 최대 관광명소입니다.

하지만 바닷가 쪽에 있는 호화 별장단지는 공사가 중단돼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습니다.

축구장 21배 규모로, 중국에서 가장 큰 면제점이 들어설 국제쇼핑센터.

당초 지난해 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보시는 것처럼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언제 손님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 3천 제곱미터나 되는 복합 공연장도 중도에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복합 공연장 경비 : "이건 대극원이고 저것은 음악당인데 문을 안열었어요.국제쇼핑센터처럼 큰데 아직 문을 안열었어요."]

헝다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호화롭던 야간 조명쇼도 크게 줄였습니다.

고급 식당가도 썰렁합니다.

성난 투자자들이 헝다그룹 본사인 이곳에서 투자금 반환 시위를 벌인지 석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 철통경비를 세우고 있습니다.

헝다는 최근 소리소문 없이 선전 본사를 이전해 '야반도주'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습니다.

30조원을 들여 쌓아 올린 세계 최대 인공섬은 지금 바빌론 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헝다의 야심작이 자금난에 빠진 헝다를 구하기는 커녕 승자의 저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이화다오에서 오세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