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1조 예산’ 다루는 서울 강남구청장…공천은 ‘진흙탕 싸움’

입력 2022.05.14 (08:00) 수정 2022.05.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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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가 이제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자 등록도 어제(13일)로 마감됐는데요.

17명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226명의 기초단체장, 779명의 광역의원, 2,602명의 기초의원 등을 뽑는 큰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대진표 완성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시끄러웠던 한 곳, 바로 국민의힘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 자리입니다.

급기야 마지막 날에는 탈락 후보들이 잇따라 국회로 찾아오고, 지지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하루 전 등판한 '1차 탈락자'…막판 뒤집기에 파열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어제(12일) 조성명 전 강남구의회 의장을 강남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했습니다. 후보 등록 마감을 6시간가량 남겨둔 상황, 전날 최고위에서 의견이 나온 뒤 곧바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거쳐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의결된 겁니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건 경선 1, 2위 후보를 모두 탈락시켰기 때문입니다.

당초 강남구청장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는 모두 14명인데요. 조성명 후보는 첫 문턱부터 일찌감치 '컷오프'를 당한 인물입니다. 이후 5명이 1차 경선을, 2명이 2차 경선을 치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서명옥 전 강남구 보건소장이 이은재 전 의원과의 1대1 경선에서 승리하며 1위 자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최고위원회가 최다 득표자인 서명옥 전 소장도, 차점자인 이은재 전 의원도 모두 뒤로 한 채 '1차 탈락자'를 데려와 경선을 뒤집은 겁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어제(13일)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어제(13일)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서명옥 전 소장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서 전 소장 측은 "이은재 전 의원이 국회 예산을 빼돌리다 사기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 500만 원을 냈다"는 내용의 문자를 유권자들에게 보냈다가, 이 전 의원에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해선 "과거 여러 차례 탈당한 이력도 있고, 당심과 민심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가 공통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최종 탈락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국회 찾은 경선 1·2위…"경선 무효화" 반발

이 소식을 들은 경선 1위 서명옥 전 소장, 어제 아침부터 국회를 찾았습니다.

서 전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과 유권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예비후보만이 그 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설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스스로 무효화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전 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도 항상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강조해왔고, 그에 맞게 경선 과정을 치열하게 밟고 올라왔다"며 "이렇게 치열하게 달려온 후보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최고위에서 바로 배제시켰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서 전 소장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후보 등록 마감 당일에 최종 발표가 나는 바람에 탈당이 늦어져 이조차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1위 서명옥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1위 서명옥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재 전 의원 역시 비슷한 시각 국회를 찾았습니다.

이 전 의원은 "최고위가 기존 1, 2위 후보는 모두 배제한 채 경선에 참여하지도 못했던 1차 컷오프 대상자를 최종 후보로 검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며 "서울시당은 그 권고를 받아들여 조성명 후보를 최종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탈락된 후보를 최종후보로 다시 결정한 것은 애초부터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실한 심사를 했다는 방증이며 심각한 자가당착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지자들은 최고위 회의실 앞에서 "차선자인 이은재를 공천하라", "강남구가 자기네 놀이터인 줄 알아?", "그럼 경선을 왜 하느냐"고 소리치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2위 이은재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2위 이은재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조 예산 다루는 '노른자' 구청장…경선 공정성은 과제

서울 강남구 예산은 올해 기준 '1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연 1위입니다. 가장 예산이 적은 종로구는 4,900억여 원, 두 배를 뛰어넘는 차이입니다. 강남구청장이 중앙 정치 무대를 뛰어넘는 이른바 '노른자' 자리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청은 다른 구청과 비교가 안 되게 다룰 수 있는 예산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인건비와 복지 예산을 제외한 사업 예산만 몇천억 단위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실상 국회의원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나 강남구청장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문제를 키우기도 합니다.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은 "강남구가 보수 성향이 강하고 대통령 선거 때도 최다 득표 차로 지지를 했던 곳이다 보니 이곳에 (깃발만) 꽂으면 누구든지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해 권력자들이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경선 결과나 공천 논의 과정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더더욱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의원도, 광역단체장도 아닌 서울 강남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유달리 잡음이 많이 나오는 이유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관위'라는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했는데, 이곳에서 결정된 사항을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뒤집은 것"이라며 "매번 지방선거 때마다 공천 불투명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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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1조 예산’ 다루는 서울 강남구청장…공천은 ‘진흙탕 싸움’
    • 입력 2022-05-14 08:00:20
    • 수정2022-05-14 08:04:37
    여심야심

6·1 지방선거가 이제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후보자 등록도 어제(13일)로 마감됐는데요.

17명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226명의 기초단체장, 779명의 광역의원, 2,602명의 기초의원 등을 뽑는 큰 선거인 만큼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대진표 완성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시끄러웠던 한 곳, 바로 국민의힘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 자리입니다.

급기야 마지막 날에는 탈락 후보들이 잇따라 국회로 찾아오고, 지지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하루 전 등판한 '1차 탈락자'…막판 뒤집기에 파열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어제(12일) 조성명 전 강남구의회 의장을 강남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했습니다. 후보 등록 마감을 6시간가량 남겨둔 상황, 전날 최고위에서 의견이 나온 뒤 곧바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를 거쳐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의결된 겁니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건 경선 1, 2위 후보를 모두 탈락시켰기 때문입니다.

당초 강남구청장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는 모두 14명인데요. 조성명 후보는 첫 문턱부터 일찌감치 '컷오프'를 당한 인물입니다. 이후 5명이 1차 경선을, 2명이 2차 경선을 치렀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서명옥 전 강남구 보건소장이 이은재 전 의원과의 1대1 경선에서 승리하며 1위 자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최고위원회가 최다 득표자인 서명옥 전 소장도, 차점자인 이은재 전 의원도 모두 뒤로 한 채 '1차 탈락자'를 데려와 경선을 뒤집은 겁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어제(13일)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서명옥 전 소장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문제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서 전 소장 측은 "이은재 전 의원이 국회 예산을 빼돌리다 사기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 500만 원을 냈다"는 내용의 문자를 유권자들에게 보냈다가, 이 전 의원에게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의원에 대해선 "과거 여러 차례 탈당한 이력도 있고, 당심과 민심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가 공통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최종 탈락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국회 찾은 경선 1·2위…"경선 무효화" 반발

이 소식을 들은 경선 1위 서명옥 전 소장, 어제 아침부터 국회를 찾았습니다.

서 전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과 유권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예비후보만이 그 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설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당내 경선을 스스로 무효화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전 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도 항상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강조해왔고, 그에 맞게 경선 과정을 치열하게 밟고 올라왔다"며 "이렇게 치열하게 달려온 후보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최고위에서 바로 배제시켰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서 전 소장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후보 등록 마감 당일에 최종 발표가 나는 바람에 탈당이 늦어져 이조차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1위 서명옥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은재 전 의원 역시 비슷한 시각 국회를 찾았습니다.

이 전 의원은 "최고위가 기존 1, 2위 후보는 모두 배제한 채 경선에 참여하지도 못했던 1차 컷오프 대상자를 최종 후보로 검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며 "서울시당은 그 권고를 받아들여 조성명 후보를 최종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처음부터 탈락된 후보를 최종후보로 다시 결정한 것은 애초부터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실한 심사를 했다는 방증이며 심각한 자가당착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지지자들은 최고위 회의실 앞에서 "차선자인 이은재를 공천하라", "강남구가 자기네 놀이터인 줄 알아?", "그럼 경선을 왜 하느냐"고 소리치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경선 2위 이은재 예비후보가 어제(13일) 국회를 찾아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조 예산 다루는 '노른자' 구청장…경선 공정성은 과제

서울 강남구 예산은 올해 기준 '1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단연 1위입니다. 가장 예산이 적은 종로구는 4,900억여 원, 두 배를 뛰어넘는 차이입니다. 강남구청장이 중앙 정치 무대를 뛰어넘는 이른바 '노른자' 자리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청은 다른 구청과 비교가 안 되게 다룰 수 있는 예산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인건비와 복지 예산을 제외한 사업 예산만 몇천억 단위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사실상 국회의원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나 강남구청장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문제를 키우기도 합니다.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은 "강남구가 보수 성향이 강하고 대통령 선거 때도 최다 득표 차로 지지를 했던 곳이다 보니 이곳에 (깃발만) 꽂으면 누구든지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해 권력자들이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경선 결과나 공천 논의 과정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더더욱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의원도, 광역단체장도 아닌 서울 강남구청장 공천 과정에서 유달리 잡음이 많이 나오는 이유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공관위'라는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했는데, 이곳에서 결정된 사항을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뒤집은 것"이라며 "매번 지방선거 때마다 공천 불투명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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