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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27도·신호등 끄고·샤워 5분만” 유럽은 전시동원 상태
입력 2022.08.12 (08:02) 취재K

■ 유럽 에너지 절약 비상…에어컨은 27℃까지·신호등 끄고·샤워 5분 이하로

40℃ 넘는 폭염에 고통받고 있는 스페인이 에어컨 온도 제한을 발표했다. 27℃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 겨울 계획도 미리 발표했다. 난방도 19℃ 이상으로는 못한다. 공공기관은 물론 쇼핑몰, 영화관, 직장, 호텔, 기차역, 공항이 적용 대상이다.

상점과 사무실 등은 밤 10시부터 불을 끄라는 지침도 내렸다. 'T셔츠를 입고 쇼핑하라'는 캠페인도 벌인다. 상점은 자동문 설치가 의무화된다. 기한은 2023년까지 계속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신호'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다고도 했다.

언제나 계획을 세우는 데는 독일만 한 나라가 없다. 중앙정부도, 각 도시도 모두 나섰다.

독일 뮌헨은 '피크 시간이 아니면' 신호등 불도 끈다고 했다. 시내 절반 정도의 신호등을 꺼서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 '사람이 차보다 먼저'이고 빨간불이어도 차가 없으면 건너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서 가능하긴 하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영향을 받는다. 맥주가든 천막의 가스난방도 올해는 안 하기로 했다.

베를린은 공공 명소의 조명을 끄기로 했다. 전승기념탑, 베를린 성당, 샬로텐부르크 궁전 가리지 않고 불을 끄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꺼지는 등이 1,400개라고 했다.


하노버는 도시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포츠담은 사우나와 공공수영장의 '온도'를 낮추기로 했다. 사우나실 온도가 당장 5℃ 낮아졌다.

네덜란드는 '샤워는 5분 이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공청사도 유사한 냉난방 규제가 도입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가스 통제에 직면해 유럽이 불을 낮추고, 수영장을 식히고, 샤워를 짧게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 에너지 위기는 '가스 위기'

가스 가격 때문이다. 지금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다니 다 그런 것 같지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계속 치솟고 있다.


안 그래도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영국은 더 고통받고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영국 물가 상승률이 올해 최고 13%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가격은 이미 비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영국인들이 올 한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공과금으로 3,500파운드, 미화 4,200달러를 부담한다고 했다. 우리 돈으로는 550만 원에 육박한다.

■ 가스 위기는 '식량 위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영국 상황을 보도하며 <유럽 에너지 대위기가 당신의 음식을 향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가격 영향으로 식품 가격은 계속해서 더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빵 굽는 비용도 너무 오르고 다른 식료품 가격도 쉬지 않고 오르는 상황이다. 이게 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커피를 로스팅하고, 옥수수나 해바라기 씨에서 식용유를 추출하는작업에는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다. 국제 밀, 식용유 가격은 넉 달째 내림세를 보이는데도 유럽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에너지 비용 때문이다.


이 와중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비판 대상이 됐다. 휴가 중에 제트스키를 탔다는 이유다. 직접 노를 젓는 '카누' 탄다고 말하더니, 실제로 휴가 가서는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 "최악은 아직 안 왔다"

유럽의 에너지 상황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악은 아직 안 왔다'고 말한다. 올 겨울에 유럽과 러시아가 극한 충돌로 치닫으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난방 위기가 도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오바마 정부 당시 에너지 정책고문 제임스 보르도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조건이 2개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푸틴이 가스를 완전히 끊는다면' 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 겨울이 무척 춥다면'이다. 둘 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

보르도프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유럽의 국가들이 분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독일 같은 나라가 자국의 에너지를 전시체제처럼 통제하면서, 자국을 지나 다른 나라로 전달되는 가스나 석유가 예전처럼 공급되게 내버려 둘까?' 같은 질문을 건네면서다.

"우리나라도 어려우니 에너지 수출을 통제하겠습니다"라고 할 가능성이 커진단 얘기다. 푸틴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 바로 와닿지 않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

우리는 그러나 그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에어컨 사용에 제약이 없고, 전기 아끼려고 신호등을 끄지도 않는다. 샤워 시간 줄이자는 이야기도 낯설다.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보르도프는 "결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반드시 아시아나 다른 대륙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가스가 부족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할 텐데, 그러면 LNG 수요 변동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을 준다. LNG는 국제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가격체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취약한 신흥국가, 저개발국가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드시 지구촌의 고통이 된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대란 가능성 앞에 서 있다. 유럽이 '전시동원체제' 같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참고기사·칼럼]
- WSJ <Facing Russian Gas Cuts, Europe Dims lights, Cools Pools and Shortens Showers.>
- The Economist <How to help with energy bills>
- NYT <Europe’s Energy Crisis May Get a Lot Worse>
- Bloomberg <The Great European Energy Crisis Is Now Coming for Your Food>
- The Times <Emmanuel Macron tries to solve world’s problems from his jet ski>
  • “에어컨 27도·신호등 끄고·샤워 5분만” 유럽은 전시동원 상태
    • 입력 2022-08-12 08:02:44
    취재K

■ 유럽 에너지 절약 비상…에어컨은 27℃까지·신호등 끄고·샤워 5분 이하로

40℃ 넘는 폭염에 고통받고 있는 스페인이 에어컨 온도 제한을 발표했다. 27℃ 이하로는 내릴 수 없다. 겨울 계획도 미리 발표했다. 난방도 19℃ 이상으로는 못한다. 공공기관은 물론 쇼핑몰, 영화관, 직장, 호텔, 기차역, 공항이 적용 대상이다.

상점과 사무실 등은 밤 10시부터 불을 끄라는 지침도 내렸다. 'T셔츠를 입고 쇼핑하라'는 캠페인도 벌인다. 상점은 자동문 설치가 의무화된다. 기한은 2023년까지 계속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신호'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다고도 했다.

언제나 계획을 세우는 데는 독일만 한 나라가 없다. 중앙정부도, 각 도시도 모두 나섰다.

독일 뮌헨은 '피크 시간이 아니면' 신호등 불도 끈다고 했다. 시내 절반 정도의 신호등을 꺼서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 '사람이 차보다 먼저'이고 빨간불이어도 차가 없으면 건너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서 가능하긴 하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적인 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영향을 받는다. 맥주가든 천막의 가스난방도 올해는 안 하기로 했다.

베를린은 공공 명소의 조명을 끄기로 했다. 전승기념탑, 베를린 성당, 샬로텐부르크 궁전 가리지 않고 불을 끄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꺼지는 등이 1,400개라고 했다.


하노버는 도시 전체 에너지 소비의 15%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포츠담은 사우나와 공공수영장의 '온도'를 낮추기로 했다. 사우나실 온도가 당장 5℃ 낮아졌다.

네덜란드는 '샤워는 5분 이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탈리아 공공청사도 유사한 냉난방 규제가 도입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가스 통제에 직면해 유럽이 불을 낮추고, 수영장을 식히고, 샤워를 짧게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 에너지 위기는 '가스 위기'

가스 가격 때문이다. 지금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다니 다 그런 것 같지만,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계속 치솟고 있다.


안 그래도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영국은 더 고통받고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영국 물가 상승률이 올해 최고 13%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가격은 이미 비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영국인들이 올 한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공과금으로 3,500파운드, 미화 4,200달러를 부담한다고 했다. 우리 돈으로는 550만 원에 육박한다.

■ 가스 위기는 '식량 위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영국 상황을 보도하며 <유럽 에너지 대위기가 당신의 음식을 향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가격 영향으로 식품 가격은 계속해서 더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빵 굽는 비용도 너무 오르고 다른 식료품 가격도 쉬지 않고 오르는 상황이다. 이게 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커피를 로스팅하고, 옥수수나 해바라기 씨에서 식용유를 추출하는작업에는 모두 에너지가 필요하다. 국제 밀, 식용유 가격은 넉 달째 내림세를 보이는데도 유럽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에너지 비용 때문이다.


이 와중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비판 대상이 됐다. 휴가 중에 제트스키를 탔다는 이유다. 직접 노를 젓는 '카누' 탄다고 말하더니, 실제로 휴가 가서는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 "최악은 아직 안 왔다"

유럽의 에너지 상황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최악은 아직 안 왔다'고 말한다. 올 겨울에 유럽과 러시아가 극한 충돌로 치닫으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난방 위기가 도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오바마 정부 당시 에너지 정책고문 제임스 보르도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조건이 2개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푸틴이 가스를 완전히 끊는다면' 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 겨울이 무척 춥다면'이다. 둘 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다.

보르도프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유럽의 국가들이 분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독일 같은 나라가 자국의 에너지를 전시체제처럼 통제하면서, 자국을 지나 다른 나라로 전달되는 가스나 석유가 예전처럼 공급되게 내버려 둘까?' 같은 질문을 건네면서다.

"우리나라도 어려우니 에너지 수출을 통제하겠습니다"라고 할 가능성이 커진단 얘기다. 푸틴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 바로 와닿지 않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

우리는 그러나 그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다. 에어컨 사용에 제약이 없고, 전기 아끼려고 신호등을 끄지도 않는다. 샤워 시간 줄이자는 이야기도 낯설다.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보르도프는 "결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반드시 아시아나 다른 대륙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가스가 부족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급증할 텐데, 그러면 LNG 수요 변동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을 준다. LNG는 국제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가격체계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취약한 신흥국가, 저개발국가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반드시 지구촌의 고통이 된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대란 가능성 앞에 서 있다. 유럽이 '전시동원체제' 같은 에너지 절약 대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참고기사·칼럼]
- WSJ <Facing Russian Gas Cuts, Europe Dims lights, Cools Pools and Shortens Showers.>
- The Economist <How to help with energy bills>
- NYT <Europe’s Energy Crisis May Get a Lot Worse>
- Bloomberg <The Great European Energy Crisis Is Now Coming for Your Food>
- The Times <Emmanuel Macron tries to solve world’s problems from his jet 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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