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파업 부른 안전운임제, 교통안전 개선 효과 있나? 없나?

입력 2022.12.0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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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파업 중인 화물연대 측 시멘트 운송 차량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양측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대상 범위 확대 불가를 고수하는 정부와 안전운임제 영구 도입과 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화물연대 간 입장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면서 2004년 관련법 제정 이후 첫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치달은 것입니다.

▶관련기사: 시멘트 운송 ‘업무개시명령’ 발동…“불법종식”·“반헌법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12663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차주들에게 최소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최저임금제 같은 제도입니다. 낮은 소득으로 인해 기사들이 과로와 과속, 과적에 내몰리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초 올해까지 시행해보고 폐지하는 '일몰제'였지만 화물연대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최근 정부가 '일몰 3년 연장안'을 내놨습니다.

표면적으로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건 안전운임제가 교통안전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정부는 그 효과가 불분명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면서 더 따져보자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는 이미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음에도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각기 주장하고 있는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따져봤습니다.

화물연대 집회 현장(11.24)화물연대 집회 현장(11.24)

■ 정부·화물연대, 같은 자료 보고 해석 엇갈려


그런데 정부와 화물연대가 각자의 논거로 삼은 건 동일한 자료입니다. 같은 자료를 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입니다. 이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연장 필요성이나 보완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교통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것입니다.

국토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을 전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사고 건수 추이를 비교 분석한 내용을 인용하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이 포함된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제도 시행 전인 2019년에 21명이었던 것이 시행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25명과 30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교통사고 건수도 690건에서 674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745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차주들의 과로, 과적, 과속이 줄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화물차 사고가 장시간 운전이나 과적·과속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해당 지표가 개선된 것은 결국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국토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안전운임제도의 안전증진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일평균 12시간 이상 운행을 하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주의 비율과 월평균 업무시간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후로 줄어든 월평균 업무시간 비율(화물연대 자료 발췌)안전운임제 도입 전후로 줄어든 월평균 업무시간 비율(화물연대 자료 발췌)

같은 기간(2019~2021) 화물차 과속·과적 단속 추이는 엇갈렸습니다.


화물연대는 과속·과적 건수가 엇갈렸지만,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과로·과적·과속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66%(컨테이너 차주)와 73.3%(시멘트 차주)로 나온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의 이런 결과들을 인용하며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교통사고 횟수와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하면 국토부는 교통사고 발생 추이를, 화물연대는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로·과적·과속 방지 효과에 주목한 것입니다.

■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부실한 근거' 탓

정부와 화물연대가 이처럼 같은 연구보고서를 보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건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 자체가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충분치 않은 근거로 양측 모두 각자의 논리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만 인용해 주장 하다 보니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도 해당 보고서가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판단할만한 객관적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더욱이 일부 데이터에는 조사 방식과 대상이 다른 데이터가 혼재돼 있어 일관된 추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맥락 설명 없이 단순 수치만 나열돼 있어 각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점도 문제입니다. 가령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상반기 수출입 컨테이너와 국내 시멘트 물동량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가 이후 대폭 늘어난 상황이나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 등 전례 없는 해운물류 대란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시장이 출렁인 계절적 효과 등은 수치만 보고 파악할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교통사고 발생을 유발하는 요인이 안전운임제 외에도 관련 제도나 도로상태, 날씨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지만, 해당 보고서 내용이 그런 변수까지 반영된 건 아닙니다.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위 그래프에도 나와 있다시피 양측이 내세운 조사 대상 자체가 '견인형 화물차', '사업용 특수자동차', '화물차' 등 제각각입니다. 현재 안전운임제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차량만 따로 떼어내 조사한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결과들 역시 '오차'나 '착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각 데이터 간 비교를 하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꼭 들어맞는 데이터가 없다 보니 관련 데이터를 통해 '추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지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로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있다, 없다를 논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도 그런 한계점이 있다는 점이 분명히 명시돼있습니다.

지난 9월 국토부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에 관한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부실한 근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어명소 국토부2차관이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안전운임제의 교통사고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하자 위원들이 근거의 신빙성을 두고 논쟁을 벌인 것입니다.

"호주는 이미 40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통계상으로 32년간 나온 이런 장기적인 추세에 따르면 확실하게 사망사고도 줄고 전체적인 교통사고도 줄고 기타 차량과 그렇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교통사고 사망자가 소폭 증가한) 2021년도 한 해 통계를 가지고 교통안전에 효과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그런 식으로 보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 최인호 위원(더불어민주당)

"장기적인 추세가 필요하다는 데는 저도 공감을 하고요. 다만 어쨌든 2년 동안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고요."
- 어명소 국토교통부제2차관

"제도의 효과를 계속해서 축적하면서 분석해 가고 이것을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년, 2년밖에 안 됐으니 분석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갈 수는 없는 거지요, 당연히."
- 윤창현 위원(국민의힘)

"정확히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 결정을 하자는 자료를 주신 것 같아서 좀 문제가 있는 자료라고 보여집니다."
- 용혜인 위원(기본소득당)

■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원문 뜯어보니

판단의 근거가 적은 상황에서 양측 목적에 따라 관련 데이터가 취사선택돼 알려지다보니 국민은 안전운임제가 교통안전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 원문을 살펴봤습니다. 양측 주장을 통해 알려진 내용 외에도 다른 맥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0쪽 분량의 보고서는 한시적으로 시행된 안전운임제가 실제로 화물운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시멘트 차량이 포함된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제도 시행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국토부가 강조한 것처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에 대해선 "소폭 증가"했다면서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을 뿐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결론 내리진 않았습니다.

과속·과적에 대해선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봤는데, 역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추후 조사범위를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으로 좁혀서 분석해야 한다는 제안이 반복됐습니다.

(교통사고 추이)
"2019년과 대비해 2020년에 증가했지만, 증가 수가 4명에 불과하고 부상자 수 감소율이 그 밖의 특수자동차나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감소율보다 커 운전자의 위험 운전 행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되나, 분석 기간의 한계로 구체적인 추가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임"

(과속·과적 단속 건수)
"제도 시행 이후 과속 및 과적의 개선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추후 안전운임 적용 대상으로 한정하여 추가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함"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

연구원은 화물연대가 강조한 화물차주의 노동여건에 대해선 근로시간이 줄고 소득이 늘어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노동여건 개선이 과로를 줄여 교통안전에 기여했다고 봤습니다.

연구원은 더불어 시장경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제도 시행 전에는 가격입찰을 통한 계약을 하다 보니 차주의 몫이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제도 시행으로 개선됐다는 것입니다.

(노동여건 개선)
"적정 소득 보장을 통한 과로 문제가 일부 개선되어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운전자와 도로교통 안전 확보에 일부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음"

(시장경쟁 측면)
"기존 시장에서 안전운송운임 또는 안전위탁운임 미만으로 가격 입찰이 이루어진 계약들이 법적으로 더는 지속될 수 없어 사라진 것으로 유추됨. 저가입찰을 통한 물량확보 방식 이외에 운수사가 제공하는 운송서비스 수준 등이 계약 시 고려 요소로 추가되어 새로운 경쟁요소 발굴에 긍정적 효과 발생"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

연구원은 다만 안전운임제로 인한 운임 인상이 지속될 경우 운송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별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면, 정부가 우려하는 바와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바 모두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셈입니다.

■ 판정: 판단유보

팩트체크K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관련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제도 시행 후인 2020~2021년 두 해에 국한돼 있어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가 분석 기간이 너무 짧아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은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각자가 주목하는 부분이 다를 뿐입니다.

"조사 기간의 한계가 아무래도 있어요. 분석 시기가 짧다는 점도 보고서에 이미 명시했고요.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안전효과가 불분명하다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는 겁니다."
-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 / KBS와의 통화 내용

"여러 가지 통계지표들은 아직 시행한 지 1~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제도를 수행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라는 것이 또 국토부 보고서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이 하나의 수치만 따와서 이렇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 박귀란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 / 11.30. YTN 뉴스라이더 출연 발언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미 화물차 운임과 교통안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들이 여럿 나와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 임금이 올라가면 교통사고 위험이 낮아진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정부가 당초 이런 점을 감안해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학계의 연구 내용이 안전운임제 시행을 통해 '실증적으로' 구현됐는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긴 시간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야 면밀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면서 살펴보자는 것이고 화물연대는 영구시행하면서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이해당사자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 취재지원: 강혜림 SNU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kangnews.hi@gmail.com)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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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파업 부른 안전운임제, 교통안전 개선 효과 있나? 없나?
    • 입력 2022-12-01 06:05:04
    팩트체크K

정부가 29일, 파업 중인 화물연대 측 시멘트 운송 차량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양측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대상 범위 확대 불가를 고수하는 정부와 안전운임제 영구 도입과 대상 확대를 촉구하는 화물연대 간 입장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면서 2004년 관련법 제정 이후 첫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치달은 것입니다.

▶관련기사: 시멘트 운송 ‘업무개시명령’ 발동…“불법종식”·“반헌법적”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612663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차주들에게 최소 적정 운송료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최저임금제 같은 제도입니다. 낮은 소득으로 인해 기사들이 과로와 과속, 과적에 내몰리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도입됐습니다. 당초 올해까지 시행해보고 폐지하는 '일몰제'였지만 화물연대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최근 정부가 '일몰 3년 연장안'을 내놨습니다.

표면적으로 정부와 화물연대 간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건 안전운임제가 교통안전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정부는 그 효과가 불분명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면서 더 따져보자는 입장이지만 화물연대는 이미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음에도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각기 주장하고 있는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따져봤습니다.

화물연대 집회 현장(11.24)
■ 정부·화물연대, 같은 자료 보고 해석 엇갈려


그런데 정부와 화물연대가 각자의 논거로 삼은 건 동일한 자료입니다. 같은 자료를 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입니다. 이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연장 필요성이나 보완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교통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것입니다.

국토부는 해당 보고서에서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을 전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사고 건수 추이를 비교 분석한 내용을 인용하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이 포함된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제도 시행 전인 2019년에 21명이었던 것이 시행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25명과 30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교통사고 건수도 690건에서 674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745건으로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차주들의 과로, 과적, 과속이 줄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화물차 사고가 장시간 운전이나 과적·과속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해당 지표가 개선된 것은 결국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국토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안전운임제도의 안전증진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일평균 12시간 이상 운행을 하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주의 비율과 월평균 업무시간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후로 줄어든 월평균 업무시간 비율(화물연대 자료 발췌)
같은 기간(2019~2021) 화물차 과속·과적 단속 추이는 엇갈렸습니다.


화물연대는 과속·과적 건수가 엇갈렸지만,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과로·과적·과속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66%(컨테이너 차주)와 73.3%(시멘트 차주)로 나온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의 이런 결과들을 인용하며 "화물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교통사고 횟수와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하면 국토부는 교통사고 발생 추이를, 화물연대는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로·과적·과속 방지 효과에 주목한 것입니다.

■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부실한 근거' 탓

정부와 화물연대가 이처럼 같은 연구보고서를 보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건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 자체가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충분치 않은 근거로 양측 모두 각자의 논리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만 인용해 주장 하다 보니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도 해당 보고서가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판단할만한 객관적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더욱이 일부 데이터에는 조사 방식과 대상이 다른 데이터가 혼재돼 있어 일관된 추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맥락 설명 없이 단순 수치만 나열돼 있어 각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점도 문제입니다. 가령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상반기 수출입 컨테이너와 국내 시멘트 물동량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가 이후 대폭 늘어난 상황이나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 등 전례 없는 해운물류 대란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시장이 출렁인 계절적 효과 등은 수치만 보고 파악할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교통사고 발생을 유발하는 요인이 안전운임제 외에도 관련 제도나 도로상태, 날씨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지만, 해당 보고서 내용이 그런 변수까지 반영된 건 아닙니다.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위 그래프에도 나와 있다시피 양측이 내세운 조사 대상 자체가 '견인형 화물차', '사업용 특수자동차', '화물차' 등 제각각입니다. 현재 안전운임제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차량만 따로 떼어내 조사한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결과들 역시 '오차'나 '착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각 데이터 간 비교를 하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꼭 들어맞는 데이터가 없다 보니 관련 데이터를 통해 '추론'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지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로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있다, 없다를 논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도 그런 한계점이 있다는 점이 분명히 명시돼있습니다.

지난 9월 국토부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안전운임제에 관한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도 부실한 근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어명소 국토부2차관이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안전운임제의 교통사고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하자 위원들이 근거의 신빙성을 두고 논쟁을 벌인 것입니다.

"호주는 이미 40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통계상으로 32년간 나온 이런 장기적인 추세에 따르면 확실하게 사망사고도 줄고 전체적인 교통사고도 줄고 기타 차량과 그렇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교통사고 사망자가 소폭 증가한) 2021년도 한 해 통계를 가지고 교통안전에 효과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그런 식으로 보고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 최인호 위원(더불어민주당)

"장기적인 추세가 필요하다는 데는 저도 공감을 하고요. 다만 어쨌든 2년 동안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고요."
- 어명소 국토교통부제2차관

"제도의 효과를 계속해서 축적하면서 분석해 가고 이것을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년, 2년밖에 안 됐으니 분석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갈 수는 없는 거지요, 당연히."
- 윤창현 위원(국민의힘)

"정확히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 결정을 하자는 자료를 주신 것 같아서 좀 문제가 있는 자료라고 보여집니다."
- 용혜인 위원(기본소득당)

■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원문 뜯어보니

판단의 근거가 적은 상황에서 양측 목적에 따라 관련 데이터가 취사선택돼 알려지다보니 국민은 안전운임제가 교통안전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 원문을 살펴봤습니다. 양측 주장을 통해 알려진 내용 외에도 다른 맥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0쪽 분량의 보고서는 한시적으로 시행된 안전운임제가 실제로 화물운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시멘트 차량이 포함된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제도 시행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국토부가 강조한 것처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에 대해선 "소폭 증가"했다면서도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을 뿐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결론 내리진 않았습니다.

과속·과적에 대해선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봤는데, 역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추후 조사범위를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으로 좁혀서 분석해야 한다는 제안이 반복됐습니다.

(교통사고 추이)
"2019년과 대비해 2020년에 증가했지만, 증가 수가 4명에 불과하고 부상자 수 감소율이 그 밖의 특수자동차나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감소율보다 커 운전자의 위험 운전 행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되나, 분석 기간의 한계로 구체적인 추가 조사 및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임"

(과속·과적 단속 건수)
"제도 시행 이후 과속 및 과적의 개선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추후 안전운임 적용 대상으로 한정하여 추가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함"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

연구원은 화물연대가 강조한 화물차주의 노동여건에 대해선 근로시간이 줄고 소득이 늘어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노동여건 개선이 과로를 줄여 교통안전에 기여했다고 봤습니다.

연구원은 더불어 시장경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제도 시행 전에는 가격입찰을 통한 계약을 하다 보니 차주의 몫이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제도 시행으로 개선됐다는 것입니다.

(노동여건 개선)
"적정 소득 보장을 통한 과로 문제가 일부 개선되어 안전운임제가 화물차 운전자와 도로교통 안전 확보에 일부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음"

(시장경쟁 측면)
"기존 시장에서 안전운송운임 또는 안전위탁운임 미만으로 가격 입찰이 이루어진 계약들이 법적으로 더는 지속될 수 없어 사라진 것으로 유추됨. 저가입찰을 통한 물량확보 방식 이외에 운수사가 제공하는 운송서비스 수준 등이 계약 시 고려 요소로 추가되어 새로운 경쟁요소 발굴에 긍정적 효과 발생"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 내용

연구원은 다만 안전운임제로 인한 운임 인상이 지속될 경우 운송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별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리하면, 정부가 우려하는 바와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바 모두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셈입니다.

■ 판정: 판단유보

팩트체크K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관련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제도 시행 후인 2020~2021년 두 해에 국한돼 있어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가 분석 기간이 너무 짧아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은 정부와 화물연대 모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각자가 주목하는 부분이 다를 뿐입니다.

"조사 기간의 한계가 아무래도 있어요. 분석 시기가 짧다는 점도 보고서에 이미 명시했고요. 정부는 그렇기 때문에 안전효과가 불분명하다라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는 겁니다."
- 국토부 물류산업과 관계자 / KBS와의 통화 내용

"여러 가지 통계지표들은 아직 시행한 지 1~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제도를 수행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라는 것이 또 국토부 보고서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이 하나의 수치만 따와서 이렇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 박귀란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 / 11.30. YTN 뉴스라이더 출연 발언

국내외 학계에서는 이미 화물차 운임과 교통안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자료들이 여럿 나와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의 평균 임금이 올라가면 교통사고 위험이 낮아진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정부가 당초 이런 점을 감안해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학계의 연구 내용이 안전운임제 시행을 통해 '실증적으로' 구현됐는지 여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더 긴 시간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야 면밀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면서 살펴보자는 것이고 화물연대는 영구시행하면서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이해당사자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 취재지원: 강혜림 SNU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kangnews.hi@gmail.com)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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