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대신 자유를”…들불처럼 번지는 중국 ‘백지 시위’

입력 2022.12.01 (07:00) 수정 2022.12.01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백지 시위 모습 / 로이터통신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백지 시위 모습 / 로이터통신

흰 종이를 든 사람들이 중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백지 시위'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기 위해 A4용지 크기의 하얀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밤 베이징 시내에도 수천 명의 시민이 백지를 들고 거리로 모였습니다.

#칭화대학 #백지혁명 뭐라고 적혀 있나? 인민들의 소리가 적혀있고, 독재자의 두려움이 적혀있다! / 트위터#칭화대학 #백지혁명 뭐라고 적혀 있나? 인민들의 소리가 적혀있고, 독재자의 두려움이 적혀있다! / 트위터

■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가는 '백지 시위' … "봉쇄 대신 자유를"

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중국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입니다. 10명이 숨지는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지난 8월부터 이어진 우루무치 지역에 대한 봉쇄령 때문에 화재 진압이 늦어지고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당국의 강도 높은 코로나 방역 정책을 견뎌왔던 중국인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터져 나온 분노는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우한과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 16곳으로 번져 나갔고 홍콩과 타이완 등 중화권은 물론 미국과 영국, 우리나라 대학가까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백지 시위가 특히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3년 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사용됐던 백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아무런 구호도 적혀있지 않은 흰 종이는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전례 없던 중국 본토에서의 대규모 시위에 중국 정부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저지에 나서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제로 코로나 폭정에 항의했고, 분노한 사람들은 경찰차를 둘러싸고 “차단 해제! 차단 해제! 차단 해제!”를 외쳤습니다.  / 트위터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제로 코로나 폭정에 항의했고, 분노한 사람들은 경찰차를 둘러싸고 “차단 해제! 차단 해제! 차단 해제!”를 외쳤습니다. / 트위터

■ 중국, 시위 차단 총력 … "결연히 타격·사회 안정 수호"

현재 중국 당국은 시위 장소마다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사람들을 해산하게 하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잡아 가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심 주요 도로에는 경찰력을 대거 배치하고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천원칭 중앙정법위 서기 주재로 지날달 28일 전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회의는 "법에 따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타격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정법위는 공안과 정보기관, 법원·검찰 등 정법 기관의 업무를 총괄 조율하는 기구입니다. 천원칭 서기는 경찰 출신의 공안 및 정법 조직의 사령탑입니다. 이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회의에서 백지 시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백지 시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2.11.28 컬럼비아 대학교 지혜의 여신상 :  시위 참가자들은 동상의  눈을 가려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의 무지함을 비판하고 상하이에 있는 ‘우루무치중루’ 표지판을 없애버린 것을 지적하기 위해 같은 모양의 팻말을 설치했다고 설명함. ‘우루무치중루’는 신장의 ‘우루무치’를 본떠 만든 도로 이름으로, 상하이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거리에 모여들자 중국 정부가 표지판을 없애버림.2022.11.28 컬럼비아 대학교 지혜의 여신상 : 시위 참가자들은 동상의 눈을 가려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의 무지함을 비판하고 상하이에 있는 ‘우루무치중루’ 표지판을 없애버린 것을 지적하기 위해 같은 모양의 팻말을 설치했다고 설명함. ‘우루무치중루’는 신장의 ‘우루무치’를 본떠 만든 도로 이름으로, 상하이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거리에 모여들자 중국 정부가 표지판을 없애버림.

세계 각국에서도 지지 밝혀 … "국민의 말 들어야", "국제인권법 따라 대응해야", "방역 정책 재보정 촉구"

여기에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의 에드 로런스 기자가 취재 도중 공안에 붙잡혀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된 뒤 몇 시간 동안 구타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영국 정부는 중국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지만,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언론인이 보도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그들은 법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영국 기자를 포함해 어떤 기자도 예외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전날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영국은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이나 다른 국내 사안을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백지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며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중국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고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중국 내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실질적으로 저항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힘을 보탰습니다. 이와 함께 UN과 IMF까지 나서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과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재보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중국 정부가 현재의 방역정책을 고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 최민주 리서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봉쇄 대신 자유를”…들불처럼 번지는 중국 ‘백지 시위’
    • 입력 2022-12-01 07:00:31
    • 수정2022-12-01 07:01:57
    세계는 지금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백지 시위 모습 / 로이터통신
흰 종이를 든 사람들이 중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백지 시위'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기 위해 A4용지 크기의 하얀 종이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밤 베이징 시내에도 수천 명의 시민이 백지를 들고 거리로 모였습니다.

#칭화대학 #백지혁명 뭐라고 적혀 있나? 인민들의 소리가 적혀있고, 독재자의 두려움이 적혀있다! / 트위터
■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져가는 '백지 시위' … "봉쇄 대신 자유를"

시위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중국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입니다. 10명이 숨지는 등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지난 8월부터 이어진 우루무치 지역에 대한 봉쇄령 때문에 화재 진압이 늦어지고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당국의 강도 높은 코로나 방역 정책을 견뎌왔던 중국인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터져 나온 분노는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우한과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 16곳으로 번져 나갔고 홍콩과 타이완 등 중화권은 물론 미국과 영국, 우리나라 대학가까지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백지 시위가 특히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3년 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사용됐던 백지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아무런 구호도 적혀있지 않은 흰 종이는 중국 정부의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전례 없던 중국 본토에서의 대규모 시위에 중국 정부는 공권력까지 동원해 저지에 나서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거리로 나와 제로 코로나 폭정에 항의했고, 분노한 사람들은 경찰차를 둘러싸고 “차단 해제! 차단 해제! 차단 해제!”를 외쳤습니다.  / 트위터
■ 중국, 시위 차단 총력 … "결연히 타격·사회 안정 수호"

현재 중국 당국은 시위 장소마다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사람들을 해산하게 하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잡아 가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도심 주요 도로에는 경찰력을 대거 배치하고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천원칭 중앙정법위 서기 주재로 지날달 28일 전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회의는 "법에 따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과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및 범죄 행위를 결연히 타격해 사회 전반의 안정을 확실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정법위는 공안과 정보기관, 법원·검찰 등 정법 기관의 업무를 총괄 조율하는 기구입니다. 천원칭 서기는 경찰 출신의 공안 및 정법 조직의 사령탑입니다. 이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회의에서 백지 시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백지 시위에 대한 단속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2.11.28 컬럼비아 대학교 지혜의 여신상 :  시위 참가자들은 동상의  눈을 가려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의 무지함을 비판하고 상하이에 있는 ‘우루무치중루’ 표지판을 없애버린 것을 지적하기 위해 같은 모양의 팻말을 설치했다고 설명함. ‘우루무치중루’는 신장의 ‘우루무치’를 본떠 만든 도로 이름으로, 상하이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거리에 모여들자 중국 정부가 표지판을 없애버림.
세계 각국에서도 지지 밝혀 … "국민의 말 들어야", "국제인권법 따라 대응해야", "방역 정책 재보정 촉구"

여기에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의 에드 로런스 기자가 취재 도중 공안에 붙잡혀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된 뒤 몇 시간 동안 구타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영국 정부는 중국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지만,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언론인이 보도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그들은 법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영국 기자를 포함해 어떤 기자도 예외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전날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영국은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이나 다른 국내 사안을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 중국의 백지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며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중국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고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중국 내 모든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의견을 공유하며 실질적으로 저항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힘을 보탰습니다. 이와 함께 UN과 IMF까지 나서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과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재보정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중국 정부가 현재의 방역정책을 고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취재 지원 및 번역 : 최민주 리서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