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② 질긴 공생…빌라왕 126명이 ‘있는데 없는’ 이유

입력 2023.03.10 (06:00) 수정 2023.05.04 (11: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기 조직과 연계된 임대인이 176명?'

KBS 탐사보도부와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의 공동 분석 결과입니다. 50채 이상 보유한 전국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176명이 빌라 건물을 매개로 마치 하나의 집단처럼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176명의 연결망, 어딘가 수상합니다. 3월 1일 현재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24명도 모두 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연결망에 포함됩니다. 전세 사기는 건축주와 분양대행 컨설팅, 중개사, 명의 대여 임대인이 공모해야 가능한 조직 범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24명이 포함된 연결망에 소속된 176명 모두 전세 사기 조직에 연계된 악성 임대인으로 의심된다는 게 염 교수의 진단입니다.

기사 보기 ☞ [단독/탐사K]① 숨어있는 ‘빌라왕’ 전수 추적…전국에 176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48

■ 시기별 분석 2019년부터 형성되기 시작...2021년까지 급증

그런데 이 연결망은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한 걸까요. 그 시작을 추적해 봤습니다.

전국 50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 2,659명이 보유한 건물이나 주택 39만 9,539채의 매입 시점 등을 확인해서 동그라미와 선으로 연결망을 표현해봤습니다. 동그라미(노드, node)는 임대인, 동그라미를 이어주는 선(링크, link)은 두 임대인이 같은 건물에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연결 정도가 커질수록 노드도 커지고, 더 붉어집니다. 링크는 더 짧고 굵어집니다.

그림1. 2018년 임대인 연결망그림1. 2018년 임대인 연결망

그림2. 2019년 임대인 연결망그림2. 2019년 임대인 연결망

전체 임대인 가운데 중심부에 위치한 586명의 연결망입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보입니다. 2018년에 없던 임대인 그룹이 2019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붉은색 노드들도 등장하는데, 특정 임대인들과 같은 건물에서 임대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거래량이 많아진 임대인들입니다.

그림3. 2021년 임대인 연결망그림3. 2021년 임대인 연결망

그림4. 2022년 임대인 연결망그림4. 2022년 임대인 연결망

2020년을 지나면서 임대인을 나타내는 동그라미, 즉 노드는 더 붉어졌고, 임대인을 이어주는 링크 역시 더 촘촘해지고 진해졌습니다. 특히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문제의 그룹은 더 확대, 강화됐습니다. 2022년 연결망을 보면 전체적인 모양도 더 커졌고, 형상도 원형에서 숫자 '9'처럼 변했습 니다. 그렇지만 성장세는 2019년~2021년보다 줄어들었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전세 사기 조직에 연계된 악성 임대인 추정 연결망은 2019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계속 성장하다가 2022년에 정점을 찍은 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핵심이 바로 KBS 탐사보도부가 드러낸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 연결망입니다.

■ 빌라왕의 활동 유형 ...'바지형' vs'마당발형'

이번에는 개별 임대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추정 악성 임대인 몇몇은 독특한 행동 패턴을 보였습니다.

우선, '바지형' 악성 임대인입니다. '바지'는 명의 대여자를 일컫습니다. 바지형 악성 임대인들 은 특정 전세 사기 조직에 예속된 빌라왕들 입니다. 장기판 위의 말처럼, 배후 세력에 의해 설계된 빌라 매매 판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빌라 매입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잦고, 동일 조직 내 다른 빌라왕들과도 왕성하게 거래합니다.

<그림5>에서 밝은 자주색으로 표시된 임대인은 모두 세 명인데, 모두 비슷한 지점에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2021년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사건'에 등장했던 빌라왕들로 나타났습니다. 초록색 임대인들 역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보다 서로 가까이에 위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세 사기 조직, '2400 조직'에 예속된 빌라왕들로 드러났습니다.

그림5. 임대인 연결망. 밝은 자주색 노드가 ‘세 모녀 사건’ 관련 빌라왕들, 초록색 노드는 2400 조직 관련 빌라왕들.그림5. 임대인 연결망. 밝은 자주색 노드가 ‘세 모녀 사건’ 관련 빌라왕들, 초록색 노드는 2400 조직 관련 빌라왕들.

바지형과 반대되는, 마당발형 악성 임대인도 있습니다.

마당발형은 특정 사기 조직에 예속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활동 범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물건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매수합니다. 이 조직, 저 조직을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도 더 많고, 전세 사기 업계에서 꽤 널리 알려진 인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특정한 지역에 국한해 활동하는 사기 조직이 급히 매물을 처리해야 할 때 해결사로 깜짝 등장하기도 합니다.

연결망 관점에서 보자면, 임대인들 간 상호작용을 더 활발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존재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빌라왕 김 모 씨가 전형적인 마당발형 악성 임대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400 조직이 인천을 기반으로, 1월 구속된 신 모 씨 조직이 서울 강서구 빌라를 주로 매입했던 것과 달리 김 씨는 서울과 경기뿐만 아니라 인천 지역 빌라까지 매입한 바 있습니다.

그림6. ‘마당발형’ 임대인. 여러 전세 사기 조직을 넘나들며 빌라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인다.그림6. ‘마당발형’ 임대인. 여러 전세 사기 조직을 넘나들며 빌라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마당발형 임대인이라도, 이 176명이 만든 연결망을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바지형 악성 임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76명 연결에서 자기들끼리 얽히고설킨 채 존재합니다. 적어도 다른 임대인 14명과, 많게는 148명까지도 연결돼 같은 빌라를 나눠 소유하며 공생하고 있습니다.

■ 추정 악성 임대인 6명이 나눠 산 서울 강서구 A 빌라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으로 이뤄진 빌라왕들 연결망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A 빌라입니다.

2021년 준공된 A 빌라는 신축인 점과 세탁실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춰졌다는 점 등을 내세웠습니다. 14.55제곱미터 면적의 빌라가 전세 2억 8천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확인 결과, 전체 130여 세대 가운데 110여 세대가 176명 연결망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유자는 모두 6명. 6명이 전체 130여 세대 빌라 중 110여 세대를 가지고 있는 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이 보유한 물량으로는 1등입니다.

사진1. 서울 강서구 A 빌라사진1. 서울 강서구 A 빌라

이들 중 가장 많은 빌라를 소유한 임대인은 송 모 씨였습니다. 모두 35채를 보유 중입니다. 송 씨는 지난 1월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인 '빌라왕 배후' 신 모 씨의 전세 사기 조직의 빌라왕 중 한 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송 씨 역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2021년 말 이 빌라에 입주했다는 세입자 김 모 씨는 "임대인 송 씨가 빌라왕인 사실도 올해 초에서야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이 건물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아마 대다수 입주자들이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와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던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 성기호 연구원은 "같은 건물 안에서 지분을 나눠서 같은 호실을 굉장히 많이 취득했다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모종의 어떤 공생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습니다.

■ '있는 데 없는' 사각 지대 빌라왕 126명...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답은?

KBS 탐사보도부는 이 176명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해 관리 중인 사람이 몇 명인지 확인했습니다. 모두 50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70%인 126명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언론에 거론된 적조차 없습니다. 임차인들이 미리 알고 대비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126명의 명단을 제공할테니, 이들이 한 번이라도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했는지, 보증 사고가 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그러니까 보증공사가 이 사각지대 126명을 파악하고 있는지, 혹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은 겁니다. 이에 대한 보증공사의 답입니다.

"특정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사고 유무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로 인하여 공개 불가능."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건데 저희 예상과는 다르게 176명은 누구인지, 50명을 뺀 126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초 국토부는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 사기 조직에 전세 보증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세부 개선 방안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기 조직과 밀접하게 연계된 걸로 보이는 176명의 임대인. 이 중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관리 대상에도 없는 126명에 대한 관리 대책도 이 세부 개선 방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126명의 임대인이 보유한 빌라는 2022년 11월까지 15,579채입니다.

[단독/탐사K]① 숨어있는 ‘빌라왕’ 전수 추적…전국에 176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48

취재 : 우한울, 송수진, 김연주 기자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 김성호 개발자
연구 지원 : 연세대 사회학과 'Social Networks & Neuroscience Lab'
염유식 교수, 성기호, 곽현정, 허예진, 황채민
그래픽 제작 : 존코바 디자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탐사K]② 질긴 공생…빌라왕 126명이 ‘있는데 없는’ 이유
    • 입력 2023-03-10 06:00:16
    • 수정2023-05-04 11:44:29
    탐사K

'사기 조직과 연계된 임대인이 176명?'

KBS 탐사보도부와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의 공동 분석 결과입니다. 50채 이상 보유한 전국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176명이 빌라 건물을 매개로 마치 하나의 집단처럼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176명의 연결망, 어딘가 수상합니다. 3월 1일 현재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24명도 모두 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연결망에 포함됩니다. 전세 사기는 건축주와 분양대행 컨설팅, 중개사, 명의 대여 임대인이 공모해야 가능한 조직 범죄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24명이 포함된 연결망에 소속된 176명 모두 전세 사기 조직에 연계된 악성 임대인으로 의심된다는 게 염 교수의 진단입니다.

기사 보기 ☞ [단독/탐사K]① 숨어있는 ‘빌라왕’ 전수 추적…전국에 176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48

■ 시기별 분석 2019년부터 형성되기 시작...2021년까지 급증

그런데 이 연결망은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한 걸까요. 그 시작을 추적해 봤습니다.

전국 50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 2,659명이 보유한 건물이나 주택 39만 9,539채의 매입 시점 등을 확인해서 동그라미와 선으로 연결망을 표현해봤습니다. 동그라미(노드, node)는 임대인, 동그라미를 이어주는 선(링크, link)은 두 임대인이 같은 건물에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연결 정도가 커질수록 노드도 커지고, 더 붉어집니다. 링크는 더 짧고 굵어집니다.

그림1. 2018년 임대인 연결망
그림2. 2019년 임대인 연결망
전체 임대인 가운데 중심부에 위치한 586명의 연결망입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보입니다. 2018년에 없던 임대인 그룹이 2019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붉은색 노드들도 등장하는데, 특정 임대인들과 같은 건물에서 임대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거래량이 많아진 임대인들입니다.

그림3. 2021년 임대인 연결망
그림4. 2022년 임대인 연결망
2020년을 지나면서 임대인을 나타내는 동그라미, 즉 노드는 더 붉어졌고, 임대인을 이어주는 링크 역시 더 촘촘해지고 진해졌습니다. 특히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문제의 그룹은 더 확대, 강화됐습니다. 2022년 연결망을 보면 전체적인 모양도 더 커졌고, 형상도 원형에서 숫자 '9'처럼 변했습 니다. 그렇지만 성장세는 2019년~2021년보다 줄어들었단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전세 사기 조직에 연계된 악성 임대인 추정 연결망은 2019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계속 성장하다가 2022년에 정점을 찍은 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핵심이 바로 KBS 탐사보도부가 드러낸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 연결망입니다.

■ 빌라왕의 활동 유형 ...'바지형' vs'마당발형'

이번에는 개별 임대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추정 악성 임대인 몇몇은 독특한 행동 패턴을 보였습니다.

우선, '바지형' 악성 임대인입니다. '바지'는 명의 대여자를 일컫습니다. 바지형 악성 임대인들 은 특정 전세 사기 조직에 예속된 빌라왕들 입니다. 장기판 위의 말처럼, 배후 세력에 의해 설계된 빌라 매매 판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빌라 매입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경우가 잦고, 동일 조직 내 다른 빌라왕들과도 왕성하게 거래합니다.

<그림5>에서 밝은 자주색으로 표시된 임대인은 모두 세 명인데, 모두 비슷한 지점에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2021년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사건'에 등장했던 빌라왕들로 나타났습니다. 초록색 임대인들 역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보다 서로 가까이에 위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세 사기 조직, '2400 조직'에 예속된 빌라왕들로 드러났습니다.

그림5. 임대인 연결망. 밝은 자주색 노드가 ‘세 모녀 사건’ 관련 빌라왕들, 초록색 노드는 2400 조직 관련 빌라왕들.
바지형과 반대되는, 마당발형 악성 임대인도 있습니다.

마당발형은 특정 사기 조직에 예속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활동 범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물건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매수합니다. 이 조직, 저 조직을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도 더 많고, 전세 사기 업계에서 꽤 널리 알려진 인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특정한 지역에 국한해 활동하는 사기 조직이 급히 매물을 처리해야 할 때 해결사로 깜짝 등장하기도 합니다.

연결망 관점에서 보자면, 임대인들 간 상호작용을 더 활발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존재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빌라왕 김 모 씨가 전형적인 마당발형 악성 임대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2400 조직이 인천을 기반으로, 1월 구속된 신 모 씨 조직이 서울 강서구 빌라를 주로 매입했던 것과 달리 김 씨는 서울과 경기뿐만 아니라 인천 지역 빌라까지 매입한 바 있습니다.

그림6. ‘마당발형’ 임대인. 여러 전세 사기 조직을 넘나들며 빌라를 매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마당발형 임대인이라도, 이 176명이 만든 연결망을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바지형 악성 임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76명 연결에서 자기들끼리 얽히고설킨 채 존재합니다. 적어도 다른 임대인 14명과, 많게는 148명까지도 연결돼 같은 빌라를 나눠 소유하며 공생하고 있습니다.

■ 추정 악성 임대인 6명이 나눠 산 서울 강서구 A 빌라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으로 이뤄진 빌라왕들 연결망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A 빌라입니다.

2021년 준공된 A 빌라는 신축인 점과 세탁실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춰졌다는 점 등을 내세웠습니다. 14.55제곱미터 면적의 빌라가 전세 2억 8천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 확인 결과, 전체 130여 세대 가운데 110여 세대가 176명 연결망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유자는 모두 6명. 6명이 전체 130여 세대 빌라 중 110여 세대를 가지고 있는 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이 보유한 물량으로는 1등입니다.

사진1. 서울 강서구 A 빌라
이들 중 가장 많은 빌라를 소유한 임대인은 송 모 씨였습니다. 모두 35채를 보유 중입니다. 송 씨는 지난 1월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인 '빌라왕 배후' 신 모 씨의 전세 사기 조직의 빌라왕 중 한 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송 씨 역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2021년 말 이 빌라에 입주했다는 세입자 김 모 씨는 "임대인 송 씨가 빌라왕인 사실도 올해 초에서야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이 건물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아마 대다수 입주자들이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와 함께 이번 연구를 진행했던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팀 성기호 연구원은 "같은 건물 안에서 지분을 나눠서 같은 호실을 굉장히 많이 취득했다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모종의 어떤 공생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습니다.

■ '있는 데 없는' 사각 지대 빌라왕 126명...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답은?

KBS 탐사보도부는 이 176명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해 관리 중인 사람이 몇 명인지 확인했습니다. 모두 50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70%인 126명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언론에 거론된 적조차 없습니다. 임차인들이 미리 알고 대비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KBS 탐사보도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126명의 명단을 제공할테니, 이들이 한 번이라도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했는지, 보증 사고가 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습니다. 그러니까 보증공사가 이 사각지대 126명을 파악하고 있는지, 혹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은 겁니다. 이에 대한 보증공사의 답입니다.

"특정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사고 유무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로 인하여 공개 불가능."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건데 저희 예상과는 다르게 176명은 누구인지, 50명을 뺀 126명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초 국토부는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 사기 조직에 전세 보증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세부 개선 방안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기 조직과 밀접하게 연계된 걸로 보이는 176명의 임대인. 이 중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관리 대상에도 없는 126명에 대한 관리 대책도 이 세부 개선 방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126명의 임대인이 보유한 빌라는 2022년 11월까지 15,579채입니다.

[단독/탐사K]① 숨어있는 ‘빌라왕’ 전수 추적…전국에 176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22748

취재 : 우한울, 송수진, 김연주 기자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 김성호 개발자
연구 지원 : 연세대 사회학과 'Social Networks & Neuroscience Lab'
염유식 교수, 성기호, 곽현정, 허예진, 황채민
그래픽 제작 : 존코바 디자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