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수능 23번’…“평가원 사전 검증 못하고 사후 이의 제기는 뭉개”

입력 2024.03.11 (14:01) 수정 2024.03.11 (14: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지문이 대형 입시업체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23번 문항’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었는데도 누락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이의 제기마저 조직적으로 뭉갠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문제 출제와 채점, 이의신청 심사 등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공공기관입니다.

또, 현직 고교 교사들이 입시학원과 함께 피라미드식 조직을 꾸려 모의고사 문제를 사고팔아 고액의 금품을 챙기는 등의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1일)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중간 감사 결과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교사와 학원 관계자, 대학 교수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능 출제 전 통상 입시업체 모의고사를 사전에 구매해 문항 검증 과정을 거치는데, 2022년 당시에는 문제가 된 입시업체 모의고사를 검증 대상에서 누락한 거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해당 입시업체 모의고사에 실린 영어 지문이 23년도 수능에 똑같이 실렸습니다.

해당 영어 지문은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달린 것으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 에서 발췌된 것인데, 이 도서는 수능이 치러지던 당시엔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평가원은 또 ‘23번 지문이 입시업체 모의고사와 똑같다’는 이의 제기를 고의로 묵살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 영어 23번 문항과 입시업체 모의고사에서 동일 지문이 출제된 것에 대한 이의신청이 210여 건 접수됐는데,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정성 논란을 우려해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하고 외부전문가 자문에서 미구매 사유도 거짓으로 설명했다는 게 감사 결과입니다.

감사원은 ‘23번 영어 지문’이 2022년 당시 EBS교재 감수본, 대형 입시업체 사설 모의고사, 23년도 수능에 연달아 실리게 된 경위도 조사한 결과, 수능출제위원으로 참여한 대학교수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 유명 학원 강사 등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고교 교사와 학원 강사 등이 조직적으로 수능 모의 문제 장사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고교 교사가 다른 교사 8명과 함께 ‘문항공급조직’을 꾸린 뒤, 4년여에 걸쳐 문제 2천여 개를 만들어 사교육업체,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팔아 6억6천만 원을 챙긴 사안도 드러났습니다.

또, 교사가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차린 뒤 EBS교재 집필진, 수능 출제경력 교사 등에게서 문항을 사들인 뒤 이를 입시업체에 팔거나, EBS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EBS교재에 실릴 문제들을 몰래 빼돌려 학원강사에게 팔아넘긴 교사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사들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한 ‘문항 거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논란의 수능 23번’…“평가원 사전 검증 못하고 사후 이의 제기는 뭉개”
    • 입력 2024-03-11 14:01:34
    • 수정2024-03-11 14:01:59
    정치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지문이 대형 입시업체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던 ‘23번 문항’과 관련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었는데도 누락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이의 제기마저 조직적으로 뭉갠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문제 출제와 채점, 이의신청 심사 등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공공기관입니다.

또, 현직 고교 교사들이 입시학원과 함께 피라미드식 조직을 꾸려 모의고사 문제를 사고팔아 고액의 금품을 챙기는 등의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오늘(11일)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중간 감사 결과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고, 교사와 학원 관계자, 대학 교수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수능 출제 전 통상 입시업체 모의고사를 사전에 구매해 문항 검증 과정을 거치는데, 2022년 당시에는 문제가 된 입시업체 모의고사를 검증 대상에서 누락한 거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해당 입시업체 모의고사에 실린 영어 지문이 23년도 수능에 똑같이 실렸습니다.

해당 영어 지문은 2022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달린 것으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 에서 발췌된 것인데, 이 도서는 수능이 치러지던 당시엔 국내에서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평가원은 또 ‘23번 지문이 입시업체 모의고사와 똑같다’는 이의 제기를 고의로 묵살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 영어 23번 문항과 입시업체 모의고사에서 동일 지문이 출제된 것에 대한 이의신청이 210여 건 접수됐는데,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정성 논란을 우려해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하고 외부전문가 자문에서 미구매 사유도 거짓으로 설명했다는 게 감사 결과입니다.

감사원은 ‘23번 영어 지문’이 2022년 당시 EBS교재 감수본, 대형 입시업체 사설 모의고사, 23년도 수능에 연달아 실리게 된 경위도 조사한 결과, 수능출제위원으로 참여한 대학교수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 유명 학원 강사 등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고교 교사와 학원 강사 등이 조직적으로 수능 모의 문제 장사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고교 교사가 다른 교사 8명과 함께 ‘문항공급조직’을 꾸린 뒤, 4년여에 걸쳐 문제 2천여 개를 만들어 사교육업체,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팔아 6억6천만 원을 챙긴 사안도 드러났습니다.

또, 교사가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차린 뒤 EBS교재 집필진, 수능 출제경력 교사 등에게서 문항을 사들인 뒤 이를 입시업체에 팔거나, EBS수능연계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EBS교재에 실릴 문제들을 몰래 빼돌려 학원강사에게 팔아넘긴 교사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사들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한 ‘문항 거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캡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