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사라져 의혹만 줄줄이…‘전북대생 이윤희 실종 사건’

입력 2024.04.18 (17:25) 수정 2024.04.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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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학과 이윤희 씨 모습.18년 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학과 이윤희 씨 모습.

-이름 : 이윤희
-나이 : 29살 (실종 당시)
-인상착의 : 키 165cm, 마른 편
-특이 사항 :
2006년 6월 6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종강 모임이 끝난 뒤 실종

■ "이윤희를 아시나요?"

2006년 6월 5일 저녁,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는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교수, 동기들과 함께 종강 모임을 했습니다.

윤희 씨는 다음 날인 6월 6일 새벽, 모임 자리를 떠났고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며칠 동안 윤희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동기들은 윤희 씨의 자취방에 찾아갔습니다.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매우 어질러진 채였습니다.

그런데 윤희 씨가 실종된 후, 윤희 씨의 컴퓨터 검색 기록을 살펴보던 언니가 수상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윤희 씨가 집에 도착한 거로 추정되는 시간 즈음, '112'와 '성추행'을 검색한 겁니다.

■ 유력한 용의자들…수사는 제자리

윤희 씨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동기생 김 씨.

평소 윤희 씨의 머리카락을 집에 보관하거나, 수첩에 윤희 씨의 기분이나 입은 옷을 기록하는 등 김 씨가 과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김 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증거가 없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또 다른 유력 용의자가 나타났습니다.

전주 일대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상습 성폭행을 저지르던 일명 '전주 발바리'가 검거된 겁니다.

하지만 그는 윤희 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렇게 경찰은 공소시효가 없는 실종 사건을 18년째 수사하고 있습니다.

■ 엉켜버린 실타래

윤희 씨 실종 수사가 꼬인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 씨는 실종되기 사흘 전에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범에게 휴대전화를 도둑맞았습니다.

실종 당시에도 윤희 씨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즉,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휴대전화를 훔쳐간 날치기 역시 지금까지 붙잡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자취방에 찾아간 동기들.

방이 어질러져 있자 이불을 세탁하는 등 방을 청소했습니다.

이유는 가족들이 어질러진 방을 보면 걱정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선의'는 실종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경찰의 해명에도 줄 잇는 의혹


딸이 사라진 지 18년째. 어느새 구순을 앞둔 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가 지난 16일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윤희 씨의 실종 사건에 대해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고 직무유기를 하는 등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이윤희 씨 사건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지던 2019년 당시의 전북경찰청장과 전주 덕진경찰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씨 가족 측은 이미 지난 2월,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들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낸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건은 결국 경찰로 넘어왔고 지금은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관련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동세 씨는 "우리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던 경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삭제하고 이런 상황인데 사건이 해결될 수 있겠느냐"며 "전주 시내에서 경찰에 다른 경찰을 수사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윤희 씨 가족이 제기하는 실종 관련 '10대 의혹'
1.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9일, 이윤희 휴대전화기의 발신 내역은 무엇인가?
2. 이윤희 실종 당일인 6월 6일, 이윤희의 컴퓨터 사용 기록이 임의로 삭제 혹은 누락 된 이유는 무엇인가?
3.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13일, 이윤희 컴퓨터에 접속한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4. 이윤희 실종 즈음이던 6월 4일부터 8일까지, 인터넷 사용 기록이 삭제된 경위가 무엇인가?
5. 4번 의혹에 대해 경찰은 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가?
6.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이윤희 컴퓨터 하드디스크 포렌식 분석을 한 결과, 인터넷 사용 기록 외에도 추가로 삭제된 사용 기록이 나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7. 6번 의혹과 관련해,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포렌식 분석을 한 결과와 경찰의 발표 내용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8.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8일, 이윤희 자취방에 있던 컴퓨터에서 사용 기록이 나왔다. 당시 방에 누군가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왜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구했는가?
9.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10일, 이윤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접속한 기록이 나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가?
10.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경찰에게 수사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박병연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기동 1팀장은 "가족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두로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며 "가족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수사에 관련한 것은 본인 진술 외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사용 기록 삭제 등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없어졌다고 하는 자료는 사본의 형태로 수사 서류에 첨부돼 있다"며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유족이 주장하는 부분이 맞는 부분도 있고 해명을 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인력을 기존 3명에서 7명으로 늘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18년 전 사라진 ‘전북대생 이윤희’…“실종 수사 진실 규명하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1060
[시사기획 창] ‘실종자 이윤희’ (2017.07.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518090&previewForEditor=Y

(촬영기자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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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째 사라져 의혹만 줄줄이…‘전북대생 이윤희 실종 사건’
    • 입력 2024-04-18 17:25:43
    • 수정2024-04-18 17: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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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학과 이윤희 씨 모습.
-이름 : 이윤희
-나이 : 29살 (실종 당시)
-인상착의 : 키 165cm, 마른 편
-특이 사항 :
2006년 6월 6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종강 모임이 끝난 뒤 실종

■ "이윤희를 아시나요?"

2006년 6월 5일 저녁,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는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교수, 동기들과 함께 종강 모임을 했습니다.

윤희 씨는 다음 날인 6월 6일 새벽, 모임 자리를 떠났고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며칠 동안 윤희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동기들은 윤희 씨의 자취방에 찾아갔습니다.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매우 어질러진 채였습니다.

그런데 윤희 씨가 실종된 후, 윤희 씨의 컴퓨터 검색 기록을 살펴보던 언니가 수상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윤희 씨가 집에 도착한 거로 추정되는 시간 즈음, '112'와 '성추행'을 검색한 겁니다.

■ 유력한 용의자들…수사는 제자리

윤희 씨를 마지막으로 봤다는 동기생 김 씨.

평소 윤희 씨의 머리카락을 집에 보관하거나, 수첩에 윤희 씨의 기분이나 입은 옷을 기록하는 등 김 씨가 과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은 김 씨를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김 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증거가 없었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09년, 또 다른 유력 용의자가 나타났습니다.

전주 일대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상습 성폭행을 저지르던 일명 '전주 발바리'가 검거된 겁니다.

하지만 그는 윤희 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렇게 경찰은 공소시효가 없는 실종 사건을 18년째 수사하고 있습니다.

■ 엉켜버린 실타래

윤희 씨 실종 수사가 꼬인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 씨는 실종되기 사흘 전에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범에게 휴대전화를 도둑맞았습니다.

실종 당시에도 윤희 씨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즉,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이 불가능했던 겁니다. 휴대전화를 훔쳐간 날치기 역시 지금까지 붙잡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 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자취방에 찾아간 동기들.

방이 어질러져 있자 이불을 세탁하는 등 방을 청소했습니다.

이유는 가족들이 어질러진 방을 보면 걱정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선의'는 실종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경찰의 해명에도 줄 잇는 의혹


딸이 사라진 지 18년째. 어느새 구순을 앞둔 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가 지난 16일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윤희 씨의 실종 사건에 대해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고 직무유기를 하는 등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이윤희 씨 사건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지던 2019년 당시의 전북경찰청장과 전주 덕진경찰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씨 가족 측은 이미 지난 2월,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들이 증거를 인멸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낸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건은 결국 경찰로 넘어왔고 지금은 전주 완산경찰서에서 관련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동세 씨는 "우리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던 경찰이 사실을 은폐하고 삭제하고 이런 상황인데 사건이 해결될 수 있겠느냐"며 "전주 시내에서 경찰에 다른 경찰을 수사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진실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윤희 씨 가족이 제기하는 실종 관련 '10대 의혹'
1.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9일, 이윤희 휴대전화기의 발신 내역은 무엇인가?
2. 이윤희 실종 당일인 6월 6일, 이윤희의 컴퓨터 사용 기록이 임의로 삭제 혹은 누락 된 이유는 무엇인가?
3.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13일, 이윤희 컴퓨터에 접속한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4. 이윤희 실종 즈음이던 6월 4일부터 8일까지, 인터넷 사용 기록이 삭제된 경위가 무엇인가?
5. 4번 의혹에 대해 경찰은 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가?
6.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이윤희 컴퓨터 하드디스크 포렌식 분석을 한 결과, 인터넷 사용 기록 외에도 추가로 삭제된 사용 기록이 나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7. 6번 의혹과 관련해,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포렌식 분석을 한 결과와 경찰의 발표 내용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8.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8일, 이윤희 자취방에 있던 컴퓨터에서 사용 기록이 나왔다. 당시 방에 누군가 침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왜 경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구했는가?
9. 이윤희 실종 이후인 6월 10일, 이윤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접속한 기록이 나왔다. 경찰은 이에 대해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가?
10.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경찰에게 수사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박병연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기동 1팀장은 "가족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두로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며 "가족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수사에 관련한 것은 본인 진술 외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사용 기록 삭제 등 의혹 제기 부분에 대해서는 "없어졌다고 하는 자료는 사본의 형태로 수사 서류에 첨부돼 있다"며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유족이 주장하는 부분이 맞는 부분도 있고 해명을 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인력을 기존 3명에서 7명으로 늘려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18년 전 사라진 ‘전북대생 이윤희’…“실종 수사 진실 규명하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1060
[시사기획 창] ‘실종자 이윤희’ (2017.07.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518090&previewForEditor=Y

(촬영기자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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