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겨울에만 문제? 더워도 문제!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6.22 (08:42) 수정 2024.06.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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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여름이 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곳곳이 뜨겁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열 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억 6천만 명이 섭씨 32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돼 있습니다. 38도 씨에 가까운 폭염을 견뎌야 하는 인구도 2천만 명이 넘습니다.

특히 이런 폭염에 고통스러워하는 곳은 미국 북동부로, 이 지역은 한여름에도 평균 최고 기온이 30도 씨를 잘 넘지 않습니다. 최근 폭염으로 연일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자동차 이용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때문입니다. 혹한에만 걱정해야 할 것 같았던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왜 여름에도 문제가 될까요?

■ "섭씨 25도 넘으면 배터리 성능 떨어지기 시작"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섭씨 20도에서 25도 정도로 간주됩니다. 이는 곧 이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폴크스바겐 전기자동차 배터리/게티이미지폴크스바겐 전기자동차 배터리/게티이미지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추적하는 회사 리커런트(Recurrent)가 등록 차량 7천500대를 추적한 결과를 보면 기온이 섭씨 27도일 때 주행 거리는 2.8% 안팎 줄어듭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주행거리는 더 급속히 줄어듭니다. 섭씨 32도일 때 주행거리가 5% 감소하지만, 35도가 되면 15%, 38도가 되면 31%가 줄어듭니다.

■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당연한 것 아닐까?

전기차가 아닌 휘발유나 경유차를 운전할 때도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연비가 떨어지는 걸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전기차도 한여름에 연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대USA 홈페이지에서 코나EV 이미지 갈무리현대USA 홈페이지에서 코나EV 이미지 갈무리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량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건 여름보다 겨울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차량 실내 온도를 22도 정도로 맞춘다고 가정했을 때, 겨울에 외부 기온이 0도라면 20도 이상 올려야 하고, 여름에 외부 기온이 30도라고 하면 10도만 낮추면 됩니다.

또 휘발유나 경유차는 엔진이 작동하면서 많은 열이 나고, 그래서 실내를 시원하게 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그만큼의 열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구동계와 에어컨 장치도 구분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온으로 인한 배터리 손실은 겨울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더운 날씨에 왜 주행거리가 많이 줄어드는 걸까요?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안의 이온이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정상적인 에너지 전달을 방해하고 방전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 주차만 해놔도 배터리가 닳는다!

휘발유나 경유차는 자동차가 달릴 때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가 있습니다. 차가 달릴 때만 작동하고, 멈춰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포드(Ford) 홈페이지에서 머스탱 마크-E 이미지 갈무리포드(Ford) 홈페이지에서 머스탱 마크-E 이미지 갈무리

하지만 전기차는 다릅니다. 차가 서 있을 때도 배터리가 너무 뜨거워지면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 장치가 가동됩니다. 이때 쓰이는 에너지가 바로 배터리에서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배터리 힘으로 스스로의 온도를 낮춰야 하니 뜨거운 곳에 주차를 해두면 차가 가만히 서 있어도 배터리 전력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미국 자동차협회 조사에 따르면 고온에선 배터리 전력량이 20%까지 감소한다고 합니다.

■ 추위보다 고온이 더 위험하다?

위에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양이 통상 여름이 겨울보다 적게 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만큼 주행거리 감소를 덜 걱정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을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추위로 인한 방전은 배터리에 영구적인 손상을 미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더위로 인한 방전은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고열에선 이온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때 액체 전해질이 고갈되고, 배터리 주변 보호층에 균열을 만드는데, 결국 배터리 수명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 그래서 어떻게?

휴대전화가 과열되면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듯이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항상 적정한 온도에 차를 둬야 합니다.

그래서 주차할 때는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나 그늘진 곳에 주차해야 합니다. 또 집에 충전장치가 있다면 주행 전에 냉각 장치를 미리 가동시키는 게 좋다고 합니다.

충전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기온이 높을 때 휘발유나 경유차에 주유하면 기름의 부피가 커져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름양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전기차도 비슷하게 고온에선 충전을 삼가야 합니다. 고온에서 충전하면 전류가 강해지면서 배터리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더울 땐 100%가 아닌 80% 정도까지만 충전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차량마다 고온이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32도 씨 이상일 때 쉐보레 볼트는 9%, 현대 코나EV는 5%, 머스탱 마크-E는 1%의 손실만 발생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온도가 더 높아지면 그 영향 역시 달라집니다. 그래도 위에 적은 조치는 모든 전기차에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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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자동차, 겨울에만 문제? 더워도 문제!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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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6-22 09: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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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여름이 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곳곳이 뜨겁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열 폭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억 6천만 명이 섭씨 32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돼 있습니다. 38도 씨에 가까운 폭염을 견뎌야 하는 인구도 2천만 명이 넘습니다.

특히 이런 폭염에 고통스러워하는 곳은 미국 북동부로, 이 지역은 한여름에도 평균 최고 기온이 30도 씨를 잘 넘지 않습니다. 최근 폭염으로 연일 수십 년 만의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자동차 이용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때문입니다. 혹한에만 걱정해야 할 것 같았던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왜 여름에도 문제가 될까요?

■ "섭씨 25도 넘으면 배터리 성능 떨어지기 시작"

일반적으로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섭씨 20도에서 25도 정도로 간주됩니다. 이는 곧 이 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폴크스바겐 전기자동차 배터리/게티이미지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추적하는 회사 리커런트(Recurrent)가 등록 차량 7천500대를 추적한 결과를 보면 기온이 섭씨 27도일 때 주행 거리는 2.8% 안팎 줄어듭니다.

기온이 오를수록 주행거리는 더 급속히 줄어듭니다. 섭씨 32도일 때 주행거리가 5% 감소하지만, 35도가 되면 15%, 38도가 되면 31%가 줄어듭니다.

■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데 당연한 것 아닐까?

전기차가 아닌 휘발유나 경유차를 운전할 때도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연비가 떨어지는 걸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전기차도 한여름에 연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대USA 홈페이지에서 코나EV 이미지 갈무리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량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건 여름보다 겨울이 더 심하다고 합니다. 차량 실내 온도를 22도 정도로 맞춘다고 가정했을 때, 겨울에 외부 기온이 0도라면 20도 이상 올려야 하고, 여름에 외부 기온이 30도라고 하면 10도만 낮추면 됩니다.

또 휘발유나 경유차는 엔진이 작동하면서 많은 열이 나고, 그래서 실내를 시원하게 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그만큼의 열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구동계와 에어컨 장치도 구분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온으로 인한 배터리 손실은 겨울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더운 날씨에 왜 주행거리가 많이 줄어드는 걸까요?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안의 이온이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정상적인 에너지 전달을 방해하고 방전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 주차만 해놔도 배터리가 닳는다!

휘발유나 경유차는 자동차가 달릴 때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가 있습니다. 차가 달릴 때만 작동하고, 멈춰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포드(Ford) 홈페이지에서 머스탱 마크-E 이미지 갈무리
하지만 전기차는 다릅니다. 차가 서 있을 때도 배터리가 너무 뜨거워지면 이를 식히기 위해 냉각 장치가 가동됩니다. 이때 쓰이는 에너지가 바로 배터리에서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배터리 힘으로 스스로의 온도를 낮춰야 하니 뜨거운 곳에 주차를 해두면 차가 가만히 서 있어도 배터리 전력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미국 자동차협회 조사에 따르면 고온에선 배터리 전력량이 20%까지 감소한다고 합니다.

■ 추위보다 고온이 더 위험하다?

위에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양이 통상 여름이 겨울보다 적게 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만큼 주행거리 감소를 덜 걱정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을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추위로 인한 방전은 배터리에 영구적인 손상을 미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더위로 인한 방전은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고열에선 이온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때 액체 전해질이 고갈되고, 배터리 주변 보호층에 균열을 만드는데, 결국 배터리 수명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 그래서 어떻게?

휴대전화가 과열되면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듯이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항상 적정한 온도에 차를 둬야 합니다.

그래서 주차할 때는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나 그늘진 곳에 주차해야 합니다. 또 집에 충전장치가 있다면 주행 전에 냉각 장치를 미리 가동시키는 게 좋다고 합니다.

충전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기온이 높을 때 휘발유나 경유차에 주유하면 기름의 부피가 커져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름양은 줄어든다고 합니다. 전기차도 비슷하게 고온에선 충전을 삼가야 합니다. 고온에서 충전하면 전류가 강해지면서 배터리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더울 땐 100%가 아닌 80% 정도까지만 충전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차량마다 고온이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온도가 32도 씨 이상일 때 쉐보레 볼트는 9%, 현대 코나EV는 5%, 머스탱 마크-E는 1%의 손실만 발생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온도가 더 높아지면 그 영향 역시 달라집니다. 그래도 위에 적은 조치는 모든 전기차에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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