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박사가 보증”…노인 속이려 리트머스까지 등장

입력 2024.07.04 (11:22) 수정 2024.07.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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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한 남성이 한 손에는 마이크를, 한 손에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발효가 잘됐는지 산성도를 측정하겠다'며 홍삼진액에 푸른 리트머스지를 넣자 시험지가 붉게 변하고, 구경하던 노인들은 환호성을 터트립니다.

알고 보니, 홍삼진액에 미리 식초를 타둔 것이었습니다.

■ 건강식품 허위·과대 광고로 노인 등친 '떴다방' 일당 검거

이처럼 허위·과대 광고로 바가지를 씌워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이른바 '떴다방' 일당이 제주도자치경찰단에 검거됐습니다.

약 3년간 피해자가 1,700명이 넘고 벌어들인 부당 이득은 26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떴다방 업체를 운영한 30대 대표와 70대 홍보강사를 의료법과 약사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자치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돌며 홍보관을 차려놓고, 사례품과 경품을 미끼로 노인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대상은 주로 60대 이상 여성들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을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판매했습니다.

■ 4만 원짜리 제품을 98만 원에 판매하기도…노인 1,700여 명 26억 피해

이들이 판매한 물품은 홍삼, 녹용, 사향단 등 170여 개에 이르는데, 단가 4만 원 짜리 제품을 무려 24.5배나 부풀려 98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수법에 속아 물건을 구입한 어르신만 1,700여 명, 이들이 취한 부당 이득은 약 2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는 70대 홍보강사를 대학교수나 생명공학박사, 유명 제약회사 대표, 연구원 등으로 허위 소개해 노인들의 환심을 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노인들에게 도수치료 등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며 '판매 제품을 복용해야 더 효과가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일당이 단속에 걸리지 않고 3년이나 범행을 지속할 수 있던 이유가 뭘까.

바로 '회원증'이었습니다. 회원 명부를 만들어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며 입단속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도 우선 제품을 가져가도록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협박 문자를 보내거나 회원 명부에 기록된 주소지로 찾아가 수금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2월 피해가 심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한 박상현 제주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어르신들은 피해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 그동안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었다"며 "자녀나 주변에서는 어르신들의 잦은 건강식품 구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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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7-04 11: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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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한 남성이 한 손에는 마이크를, 한 손에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발효가 잘됐는지 산성도를 측정하겠다'며 홍삼진액에 푸른 리트머스지를 넣자 시험지가 붉게 변하고, 구경하던 노인들은 환호성을 터트립니다.

알고 보니, 홍삼진액에 미리 식초를 타둔 것이었습니다.

■ 건강식품 허위·과대 광고로 노인 등친 '떴다방' 일당 검거

이처럼 허위·과대 광고로 바가지를 씌워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이른바 '떴다방' 일당이 제주도자치경찰단에 검거됐습니다.

약 3년간 피해자가 1,700명이 넘고 벌어들인 부당 이득은 26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떴다방 업체를 운영한 30대 대표와 70대 홍보강사를 의료법과 약사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자치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돌며 홍보관을 차려놓고, 사례품과 경품을 미끼로 노인들을 불러모았습니다.


대상은 주로 60대 이상 여성들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을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싸게 판매했습니다.

■ 4만 원짜리 제품을 98만 원에 판매하기도…노인 1,700여 명 26억 피해

이들이 판매한 물품은 홍삼, 녹용, 사향단 등 170여 개에 이르는데, 단가 4만 원 짜리 제품을 무려 24.5배나 부풀려 98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수법에 속아 물건을 구입한 어르신만 1,700여 명, 이들이 취한 부당 이득은 약 2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는 70대 홍보강사를 대학교수나 생명공학박사, 유명 제약회사 대표, 연구원 등으로 허위 소개해 노인들의 환심을 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노인들에게 도수치료 등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며 '판매 제품을 복용해야 더 효과가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일당이 단속에 걸리지 않고 3년이나 범행을 지속할 수 있던 이유가 뭘까.

바로 '회원증'이었습니다. 회원 명부를 만들어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며 입단속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제품을 구매할 능력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도 우선 제품을 가져가도록 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협박 문자를 보내거나 회원 명부에 기록된 주소지로 찾아가 수금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2월 피해가 심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한 박상현 제주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어르신들은 피해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 그동안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었다"며 "자녀나 주변에서는 어르신들의 잦은 건강식품 구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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