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서 골프 어프로치?…공공장소 ‘비양심 스윙’

입력 2024.07.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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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장·골프장도 아닌데…사라진 공중도덕 ‘눈살’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남녀가 버젓이 테니스를 즐기는 몰지각한 행태에 전국적으로 공분이 인 바 있죠. 이번에는 제주올레길 일대에서 골프 연습을 한 남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저녁, 바다가 보이는 제주 서귀포시의 한 목장 일대. 함께 제주 여행을 온 친구들과 제주올레 3코스를 따라 걷고 있던 관광객 정 모 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골프채를 쥔 남성과 여성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친 골프공은 해안 절벽이 있는 수풀 쪽으로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골프 스윙을 지도하듯 시범을 보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이들이 연습에 쓴 것으로 보이는 하얀 골프공 여러 개도 수풀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들이 골프 연습을 한 곳은 제주올레 3코스와 맞닿은 곳으로, 평소에도 도민과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정 씨 일행의 만류에도 두 남녀의 골프 연습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는 정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제주 유명 관광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두 남녀에게 ‘여기서 이렇게 어프로치 하시는 건 아니지 않으냐’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도 계속 골프를 치고 있었다”면서 “아름다운 제주의 환경을 해치는 행위라 생각해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올레길과 접한 초지에서 남녀 2명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시청자 제공지난 3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올레길과 접한 초지에서 남녀 2명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시청자 제공

■ 전국 각지에서 ‘몰지각 스윙’…단속 못 하고, 처벌은 솜방망이

공원이나 해수욕장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일은 잊을만하면 보도되는 ‘단골 뉴스’입니다. 최근에도 제주에서는 송악산 둘레길 인근 잔디밭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여성이 있다는 시민 신고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한 포구에선 방파제 위에 올라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날리는 황당한 광경이 포착됐고, 이보다 앞서 2022년에도 제주의 한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골프 스윙을 하는 사람이 논란이 됐습니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4월 서울에 있는 문화유적인 풍납토성 위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공개돼 공분이 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버젓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스윙 연습을 하는 남성도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2021년 7월 울산 진하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향해 골프 연습을 하는 남성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2021년 7월 울산 진하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향해 골프 연습을 하는 남성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 골프공에 사람 다치고, 물건 망가져야 ‘형법’ 적용 가능?

공공장소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단속 근거가 마땅치 않습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의 ‘물건 던지기 등 위험 행위’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또 골프 스윙에 날아간 공이 공공장소에 방치된 경우 쓰레기 투기 행위에 해당돼 역시 처벌 대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경북 안동에서는 낙동강 둔치 잔디밭에서 아이언으로 강 쪽을 향해 공을 치며 상습적으로 골프 연습을 한 60대가 즉결심판으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채로 친 공에 사람이 맞아 다치게 하면 과실치상죄, 다른 사람의 재물에 맞아 망가뜨리면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골프를 친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없으면, 경범죄로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아무 데서나 스윙과 어프로치를 연습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 2021년에는 공원과 해수욕장 등지에서 골프 연습을 금지하는, 이른바 ‘무단 골프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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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18: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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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장·골프장도 아닌데…사라진 공중도덕 ‘눈살’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남녀가 버젓이 테니스를 즐기는 몰지각한 행태에 전국적으로 공분이 인 바 있죠. 이번에는 제주올레길 일대에서 골프 연습을 한 남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저녁, 바다가 보이는 제주 서귀포시의 한 목장 일대. 함께 제주 여행을 온 친구들과 제주올레 3코스를 따라 걷고 있던 관광객 정 모 씨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골프채를 쥔 남성과 여성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친 골프공은 해안 절벽이 있는 수풀 쪽으로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골프 스윙을 지도하듯 시범을 보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이들이 연습에 쓴 것으로 보이는 하얀 골프공 여러 개도 수풀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들이 골프 연습을 한 곳은 제주올레 3코스와 맞닿은 곳으로, 평소에도 도민과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정 씨 일행의 만류에도 두 남녀의 골프 연습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는 정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제주 유명 관광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두 남녀에게 ‘여기서 이렇게 어프로치 하시는 건 아니지 않으냐’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도 계속 골프를 치고 있었다”면서 “아름다운 제주의 환경을 해치는 행위라 생각해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올레길과 접한 초지에서 남녀 2명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시청자 제공
■ 전국 각지에서 ‘몰지각 스윙’…단속 못 하고, 처벌은 솜방망이

공원이나 해수욕장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일은 잊을만하면 보도되는 ‘단골 뉴스’입니다. 최근에도 제주에서는 송악산 둘레길 인근 잔디밭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여성이 있다는 시민 신고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한 포구에선 방파제 위에 올라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날리는 황당한 광경이 포착됐고, 이보다 앞서 2022년에도 제주의 한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골프 스윙을 하는 사람이 논란이 됐습니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4월 서울에 있는 문화유적인 풍납토성 위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공개돼 공분이 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버젓이 골프채를 휘두르며 스윙 연습을 하는 남성도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2021년 7월 울산 진하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향해 골프 연습을 하는 남성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 골프공에 사람 다치고, 물건 망가져야 ‘형법’ 적용 가능?

공공장소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단속 근거가 마땅치 않습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의 ‘물건 던지기 등 위험 행위’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또 골프 스윙에 날아간 공이 공공장소에 방치된 경우 쓰레기 투기 행위에 해당돼 역시 처벌 대상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경북 안동에서는 낙동강 둔치 잔디밭에서 아이언으로 강 쪽을 향해 공을 치며 상습적으로 골프 연습을 한 60대가 즉결심판으로 벌금 1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채로 친 공에 사람이 맞아 다치게 하면 과실치상죄, 다른 사람의 재물에 맞아 망가뜨리면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골프를 친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없으면, 경범죄로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아무 데서나 스윙과 어프로치를 연습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 2021년에는 공원과 해수욕장 등지에서 골프 연습을 금지하는, 이른바 ‘무단 골프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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