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고령운전자, 실제 사고 얼마나 늘었나?

입력 2024.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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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부터 국립 중앙의료원 돌진 사고까지 최근 잇달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이나 주기적인 자격 시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지 따져봤습니다.

■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 높아지는 추세…5건 중 1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65세 이상(노인)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19년 14.5%였던 고령운전자 사고 비율은 2020년 15.0%, 2021년 15.7%, 2022년 17.6%로 계속 상승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19만 8,296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가 39,614건에 달해 20%를 차지했습니다. 5건 중 1건이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였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 사고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23% 수준이던 이 비율은 지난해 29.2%까지 올랐습니다. 이 통계에는 사고를 낸 고령운전자 본인의 사망 사고까지 포함됩니다.

이렇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건 인구 고령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니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 고령운전자 사고 '증가율' 주목할 필요

그래서 단순히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만 보기보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한 증가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삼성화재가 자사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사고를 토대로 만든 통계입니다.

추돌사고를 가장 많이 낸 연령대는 지난해 기준 40~50대였고, 20~30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건 60대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추돌 사고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추돌 사고는 2020년 3,435건에서 2023년 5,142건으로 4년간 49.7%(연평균 14.4%) 급증했습니다.

이 기간(2020년->2023년) 65세 이상 인구는 815만 2천 명에서 943만 6천 명으로 15.7% 늘었고,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의 경우 368만 명에서 475만 명으로 29% 늘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이나 면허 보유자 증가율보다, 사고 증가율이 더 크다는 걸 보여주죠.
같은 기간 20~30대 운전자의 추돌 사고는 11.9%(연평균 4.1%) 감소했습니다.


추돌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추돌사고 10건 가운데 1건 이상이 고령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65세 운전자 추돌 사고 점유율도 2020년 6.7%에서 지난해 9.3%로 증가폭이 컸는데, 지난해 30대 이하 운전자의 추돌사고 점유율은 2020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일본 "한정 면허·서포트카 도입"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 운전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해 왔는데요.

일본의 고령 운전자 대책을 분석한 보고서(국회도서관 통권 제47호 일본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저감 대책: 안전운전 서포트카를 중심으로, 구혜경)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고령 운전자 표식 부착,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검사 의무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7년부터는 사고 방지를 위한 운전보조 기능을 갖춘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서포트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고령 운전자의 조작 오류 방지에 중점을 둔 대책인데요.


일본 경제산업성은 7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규정하고 사망사고 원인을 분석했는데,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조작 오류로 인한 사망사고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나 페달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차선이탈 경보 장치, 지능형 전조 기능이 있는 안전운전 서포트카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등 정책적으로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생계 등을 이유로 고령에도 운전 면허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면허 자진 반납 제도 외에 안전한 자동차로 인정받으면 계속 운전할 수 있는 일종의 중간적인 선택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모든 신차에 비상제동장치 부착이 의무화됐습니다. 다만 고령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 대비 신차 구매율이 낮은 점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가 중고차 등을 구매하더라도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설치비를 지원하거나 설치할 경우 보험료 할인율 인상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 '형식적 운전면허 갱신' 검사 강화 필요성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10~30만 원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매년 2% 안팎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더딘 속도를 고려하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현재 3년에서 더 앞당기고 실효성 있는 검사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립니다. 단순 검사를 넘어 세부 항목별로 평가하고 이 결과를 보험료와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야간 운전 제한 같은 더 강도 높은 조건부 면허 도입 필요성도 나오고는 있지만,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기보다 전체 운전자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란 반론도 나옵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중요한 건 더는 반짝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지만, 논의는 곧 식고 말았습니다. 더는 피할 수 없는 고령화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에서 이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입니다.

고령 운전자들이 반드시 본인의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 역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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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5 06: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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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부터 국립 중앙의료원 돌진 사고까지 최근 잇달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이나 주기적인 자격 시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지 따져봤습니다.

■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 높아지는 추세…5건 중 1건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보면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65세 이상(노인)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19년 14.5%였던 고령운전자 사고 비율은 2020년 15.0%, 2021년 15.7%, 2022년 17.6%로 계속 상승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체 19만 8,296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가 39,614건에 달해 20%를 차지했습니다. 5건 중 1건이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였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 사고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23% 수준이던 이 비율은 지난해 29.2%까지 올랐습니다. 이 통계에는 사고를 낸 고령운전자 본인의 사망 사고까지 포함됩니다.

이렇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건 인구 고령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니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 고령운전자 사고 '증가율' 주목할 필요

그래서 단순히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만 보기보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한 증가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삼성화재가 자사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사고를 토대로 만든 통계입니다.

추돌사고를 가장 많이 낸 연령대는 지난해 기준 40~50대였고, 20~30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건 60대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추돌 사고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추돌 사고는 2020년 3,435건에서 2023년 5,142건으로 4년간 49.7%(연평균 14.4%) 급증했습니다.

이 기간(2020년->2023년) 65세 이상 인구는 815만 2천 명에서 943만 6천 명으로 15.7% 늘었고,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의 경우 368만 명에서 475만 명으로 29% 늘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이나 면허 보유자 증가율보다, 사고 증가율이 더 크다는 걸 보여주죠.
같은 기간 20~30대 운전자의 추돌 사고는 11.9%(연평균 4.1%) 감소했습니다.


추돌사고 중 고령 운전자 사고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추돌사고 10건 가운데 1건 이상이 고령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65세 운전자 추돌 사고 점유율도 2020년 6.7%에서 지난해 9.3%로 증가폭이 컸는데, 지난해 30대 이하 운전자의 추돌사고 점유율은 2020년과 비교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일본 "한정 면허·서포트카 도입"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 운전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해 왔는데요.

일본의 고령 운전자 대책을 분석한 보고서(국회도서관 통권 제47호 일본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저감 대책: 안전운전 서포트카를 중심으로, 구혜경)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고령 운전자 표식 부착, 면허 갱신 시 인지기능검사 의무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7년부터는 사고 방지를 위한 운전보조 기능을 갖춘 차량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서포트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고령 운전자의 조작 오류 방지에 중점을 둔 대책인데요.


일본 경제산업성은 7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규정하고 사망사고 원인을 분석했는데,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조작 오류로 인한 사망사고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나 페달조작 오류 급발진 억제 장치, 차선이탈 경보 장치, 지능형 전조 기능이 있는 안전운전 서포트카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등 정책적으로 고령 운전자들이 안전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생계 등을 이유로 고령에도 운전 면허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면허 자진 반납 제도 외에 안전한 자동차로 인정받으면 계속 운전할 수 있는 일종의 중간적인 선택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모든 신차에 비상제동장치 부착이 의무화됐습니다. 다만 고령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대 대비 신차 구매율이 낮은 점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가 중고차 등을 구매하더라도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설치비를 지원하거나 설치할 경우 보험료 할인율 인상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 '형식적 운전면허 갱신' 검사 강화 필요성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10~30만 원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매년 2% 안팎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더딘 속도를 고려하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현재 3년에서 더 앞당기고 실효성 있는 검사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립니다. 단순 검사를 넘어 세부 항목별로 평가하고 이 결과를 보험료와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합니다.

고령 운전자의 야간 운전 제한 같은 더 강도 높은 조건부 면허 도입 필요성도 나오고는 있지만,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기보다 전체 운전자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란 반론도 나옵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중요한 건 더는 반짝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곤 했지만, 논의는 곧 식고 말았습니다. 더는 피할 수 없는 고령화 문턱을 넘어선 우리나라에서 이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논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입니다.

고령 운전자들이 반드시 본인의 차량을 운전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 역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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