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 ‘슈퍼 파워’ 미국…동맹국 좌불안석, 중·러는 쾌재

입력 2024.07.16 (16:56) 수정 2024.07.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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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불과 보름 남짓 사이 뜻하지 않게 정치 대혼돈에 빠져들자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각 15일 진단했습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최근 불과 보름 남짓 사이에 핵폭탄급 이슈 2개가 연이어 터지면서 유례없는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사퇴론이 들끓던 와중에 지난 13일에는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저격을 당해 암살을 당할 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놓고 미국이 격동기로 접어들자 동맹국들은 이런 미국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좌불안석인 반면, 적성국이나 전략적 경쟁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WSJ은 짚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피를 흘리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기자 동맹국들은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보고 ‘트럼프 2기’에 맞는 정치적, 외교적 셈법 변경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한 신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후 “트럼프는 이제 ‘멈출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평한 칼럼을 싣고, 한국의 유진투자증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을 모면한 다음 날 ’떠오르는 트럼프, 추락하는 바이든‘이라는 투자 보고서를 낸 것은 동맹들의 이런 기류를 방증한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러시아는 미국의 정치 혼란을 반기면서 미국 체제를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발한 환경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극도로 분열된 미국이 현재 내전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다른 나라의 일에 간섭하는 미국의 태도가 트럼프에 대한 공격 원인“이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는 미국의 문제에 기름을 부어 온 전력을 지니고 있다“며 ”크렘린궁 입장에서는 트럼프 피격과 바이든의 고령 논란은 강해보이는 미국이 실은 임종 직전의 처지라는 러시아의 믿음을 강화해주는 소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최근의 미국의 혼란은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오랜 믿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영 CGTN 방송의 한펑 기자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과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퇴론으로 시끄러운 작금의 미국 정가의 상황을 놓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논평했습니다.

WSJ은 현재 전개되는 미국의 정치 상황 속에 트럼프의 복귀에 무게가 실리자 각국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우선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트럼프 2기를 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당선되면 바로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문제 삼으면서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바이든 대통령 대신에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에서도 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2년 반 동안 감내해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퇴장하고, ’트럼프 2기‘가 들어서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미국 정부가 바뀔 경우 유럽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서 미국·미주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레슬리 비냐무리 국장은 ”미국이 계속 협력 관계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우려가 (유럽 내에)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 정부조차 극우의 급부상 등으로 정치적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데다, 막대한 부채와 경기 침체 등의 문제까지 겹쳐 있는 터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의미 있는 군사적인 억제력을 갖추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현 바이든 정부보다 더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펼치고, 더 강경한 대중 경제 정책을 펼쳐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멕시코 정부가 미국으로 입국하는 이민 행렬을 저지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물품에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을 한 바 있습니다.

멕시코는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가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본국 송환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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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 속 ‘슈퍼 파워’ 미국…동맹국 좌불안석, 중·러는 쾌재
    • 입력 2024-07-16 16:56:04
    • 수정2024-07-16 16:57:45
    국제
미국이 불과 보름 남짓 사이 뜻하지 않게 정치 대혼돈에 빠져들자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각 15일 진단했습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최근 불과 보름 남짓 사이에 핵폭탄급 이슈 2개가 연이어 터지면서 유례없는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사퇴론이 들끓던 와중에 지난 13일에는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저격을 당해 암살을 당할 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선을 불과 3개월여 남겨놓고 미국이 격동기로 접어들자 동맹국들은 이런 미국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좌불안석인 반면, 적성국이나 전략적 경쟁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WSJ은 짚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피를 흘리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기자 동맹국들은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보고 ‘트럼프 2기’에 맞는 정치적, 외교적 셈법 변경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한 신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후 “트럼프는 이제 ‘멈출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평한 칼럼을 싣고, 한국의 유진투자증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을 모면한 다음 날 ’떠오르는 트럼프, 추락하는 바이든‘이라는 투자 보고서를 낸 것은 동맹들의 이런 기류를 방증한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러시아는 미국의 정치 혼란을 반기면서 미국 체제를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발한 환경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극도로 분열된 미국이 현재 내전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 의장은 ”다른 나라의 일에 간섭하는 미국의 태도가 트럼프에 대한 공격 원인“이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서방의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는 미국의 문제에 기름을 부어 온 전력을 지니고 있다“며 ”크렘린궁 입장에서는 트럼프 피격과 바이든의 고령 논란은 강해보이는 미국이 실은 임종 직전의 처지라는 러시아의 믿음을 강화해주는 소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최근의 미국의 혼란은 세계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오랜 믿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영 CGTN 방송의 한펑 기자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과 바이든 전 대통령의 사퇴론으로 시끄러운 작금의 미국 정가의 상황을 놓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논평했습니다.

WSJ은 현재 전개되는 미국의 정치 상황 속에 트럼프의 복귀에 무게가 실리자 각국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우선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트럼프 2기를 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당선되면 바로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문제 삼으면서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바이든 대통령 대신에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에서도 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2년 반 동안 감내해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입장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퇴장하고, ’트럼프 2기‘가 들어서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지원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미국 정부가 바뀔 경우 유럽 자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서 미국·미주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레슬리 비냐무리 국장은 ”미국이 계속 협력 관계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우려가 (유럽 내에)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 정부조차 극우의 급부상 등으로 정치적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데다, 막대한 부채와 경기 침체 등의 문제까지 겹쳐 있는 터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의미 있는 군사적인 억제력을 갖추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현 바이든 정부보다 더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펼치고, 더 강경한 대중 경제 정책을 펼쳐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멕시코 정부가 미국으로 입국하는 이민 행렬을 저지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물품에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을 한 바 있습니다.

멕시코는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가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본국 송환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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