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이 불 붙인 ‘두 국가론’…“통일, 하지 말자” 그게 다일까? [뒷北뉴스]

입력 2024.09.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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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드디어 소집하는 '북한의 국회' 최고인민회의…'두 국가' 명문화?

북한이 다음 달 7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 보충과 관련된 문제 등을 토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원래라면 3월에는 현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차기인 15기 대의원이 선출돼야 했지만, 북한은 이 선거 절차도 미루고 8개월간 헌법 개정을 위한 실무 검토를 이어오다 최근에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 '영토' 어떻게 규정하나…"서해 NLL 불인정, 전쟁 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 "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헌법 개정 중에는 역시 영토 조항이 가장 관심을 끕니다. 김 위원장은 7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우리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8일 해군기지 건설 현장 현지지도 때도 "영토 동서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인 우리나라"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남해를 언급하지 않은 건데, 이러한 김 위원장의 영토관에 따라 향후 북한 헌법의 영토 규정은 우리의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달리 한반도 북반부만을 규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해상 경계선은 육상 경계선보다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이 1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북방한계선, 즉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서해 '해상 국경선'은 연평도와 백령도 이북 서해 경비계선으로 하고 남한이 주장하는 서해 NLL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해 해상 국경선 침범 시 주권 침해로 간주할 것'이라는 취지의 조항을 만들어 이 지역을 영토 분쟁 지역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양 교수는 또 김 위원장이 앞서 '한반도 전쟁 시 무력 통일'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대한민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점령, 평정, 수복을 통해 대한민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킨다'의 규정을 신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남쪽에서도 터져 나온 '두 국가론'…"통일, 하지 맙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두 국가론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과 같은 '적대적' 두 국가론이 아닌,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 전 실장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이어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며 특히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3조는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개인의 의견으로 통일부가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 "북한 주장과 너무도 닮아"…"통일, 진영 간 갈등 소재 되면 안 돼"

임 전 실장의 '평화적 두 국가론'에는 즉각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입니다. 통일 정책에 관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헌법 부정이자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임 전 실장의 주장은 '감상적 통일 포기론'"이라며 "북한이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우리도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가야 한다는 논리 구조로 읽힐 수 있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의 주장 중 '정권 교체에 따라 통일 정책이 급변하며 통일 추진이 더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 문제는 진영 간 갈등에 있어서 핵심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며 "정권이 교체할 때마다 통일 정책을 수정해야 할 정치적 수요를 갖고, 그에 따라 통일 정책을 너무 자주 바꾸다 보니 지속 가능한 통일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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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석이 불 붙인 ‘두 국가론’…“통일, 하지 말자” 그게 다일까? [뒷北뉴스]
    • 입력 2024-09-21 07:15:18
    뒷北뉴스
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드디어 소집하는 '북한의 국회' 최고인민회의…'두 국가' 명문화?

북한이 다음 달 7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 보충과 관련된 문제 등을 토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원래라면 3월에는 현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의 임기가 끝나고 차기인 15기 대의원이 선출돼야 했지만, 북한은 이 선거 절차도 미루고 8개월간 헌법 개정을 위한 실무 검토를 이어오다 최근에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 '영토' 어떻게 규정하나…"서해 NLL 불인정, 전쟁 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 "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뤄질 헌법 개정 중에는 역시 영토 조항이 가장 관심을 끕니다. 김 위원장은 7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우리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8일 해군기지 건설 현장 현지지도 때도 "영토 동서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인 우리나라"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남해를 언급하지 않은 건데, 이러한 김 위원장의 영토관에 따라 향후 북한 헌법의 영토 규정은 우리의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그 부속도서로 한다')와 달리 한반도 북반부만을 규정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해상 경계선은 육상 경계선보다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이 1월 최고인민회의 당시 북방한계선, 즉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서해 '해상 국경선'은 연평도와 백령도 이북 서해 경비계선으로 하고 남한이 주장하는 서해 NLL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해 해상 국경선 침범 시 주권 침해로 간주할 것'이라는 취지의 조항을 만들어 이 지역을 영토 분쟁 지역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양 교수는 또 김 위원장이 앞서 '한반도 전쟁 시 무력 통일'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대한민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점령, 평정, 수복을 통해 대한민국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공화국 영토로 편입시킨다'의 규정을 신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 남쪽에서도 터져 나온 '두 국가론'…"통일, 하지 맙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두 국가론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과 같은 '적대적' 두 국가론이 아닌,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 전 실장이기에 더욱 충격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이어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며 특히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3조는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해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개인의 의견으로 통일부가 평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 "북한 주장과 너무도 닮아"…"통일, 진영 간 갈등 소재 되면 안 돼"

임 전 실장의 '평화적 두 국가론'에는 즉각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입니다. 통일 정책에 관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헌법 부정이자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임 전 실장의 주장은 '감상적 통일 포기론'"이라며 "북한이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우리도 통일을 포기하고 두 국가로 가야 한다는 논리 구조로 읽힐 수 있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의 주장 중 '정권 교체에 따라 통일 정책이 급변하며 통일 추진이 더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 문제는 진영 간 갈등에 있어서 핵심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며 "정권이 교체할 때마다 통일 정책을 수정해야 할 정치적 수요를 갖고, 그에 따라 통일 정책을 너무 자주 바꾸다 보니 지속 가능한 통일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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