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분노했다는 북한…무인기에 출렁이는 한반도 [뒷北뉴스]

입력 2024.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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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기 침투 사건' 기점으로...'북한이 달라졌다'

북한은 지난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중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이 지난 3일과 9일, 10일 심야시간에 수도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를 침범시켜 수많은 선동 삐라, 즉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엄중한 군사적 공격 행위"라며 "또다시 무인기를 침범시킬 경우 경고 없이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 무인기 침투 사건을 기점으로 북한에 기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2일 해당 성명을 북한 주민들이 매일 보는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한 겁니다.

이전까진 북한은 올해 대북 전단과 쓰레기 풍선을 두고 발생한 한국과의 갈등을 북한 주민들에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5월과 7월 대북 전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을 때도 일반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공개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이 유입된다는 사실 자체를 언급하기 꺼리는 모습이라는 의견과 북한이 의도적으로 상황 관리를 하는 거라는 분석 등이 나왔었는데, 수도 평양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공개 고백과 함께 대응 방식을 바꾼 겁니다.

■ 북한 내 긴장 고조 …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

북한은 12일 이후 연일 내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13일 노동신문 1면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 끓으며 노호하고(성내어 소리 지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밤 한국군이 남측 무인기 침투의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주장한 담화도 함께 실렸습니다. 같은 날 밤 북한군 국경선 인근 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까지 하달됐습니다.

10월 13일자 북한 노동신문10월 13일자 북한 노동신문

15일엔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에서 60m에 달하는 남북 연결도로와 철길을 폭파하고, 이 소식을 17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들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7일 '이 땅의 하루하루가 거세찬 보복 열기로 흐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조선인민군 입대, 복대를 열렬히 탄원하는 사람들이 날을 따라 늘어나고 원수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글 작품에 담아 터치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거족적인 보복 성전에 한 몸 바쳐 떨쳐나설 의지를 안고 돌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 경의선 북측 구간 폭파 장면지난 15일, 경의선 북측 구간 폭파 장면

북한 매체들이 어제(18일)는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의 전날 제2군단 지휘부 방문 소식을 전했습니다. 2군단은 북한군 내에서 서울 공격 임무를 맡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지도로 보이는 대형 작전지도를 살펴보며 "남북 연결 육로 폭파는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거침없이 사용하겠다는 마지막 선고의 의미"라며 위협했습니다.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제2군단 지휘부 방문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제2군단 지휘부 방문

■ 북한 정권은 왜 내부 긴장을 원하나…향후 관건은 '무인기'

평양에 무인기를 누가 보냈는지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평양 상공이 드론에 세 번이나 뚫린 치부를 공개하면서까지 문제 삼는 거 보면 우리 군이나 대북 단체가 보낸 게 맞다는 의견부터, 치밀하게 설계한 북한의 자작극이란 주장까지 실체 없는 의혹만 더해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공에 누가 무인기를 날렸는지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무인기 사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남북 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를 주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북한 당국이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무인기 사태가 한국은 우리를 적대할 뿐만 아니라, 영토를 침범해서 수도권까지 지금 이렇게 도발했다. 저런 상대와 어떻게 우리가 통일을 논의하고 같이 갈 수 있느냐' 이렇게 이제 전개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남북 관계 단절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진행해 오다 여름철 수해로 인해 복구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계기로 해서 미뤄뒀던 남북 관계의 전면 단절을 위한 조치 확대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에 비춰 북한 정권은 이번 긴장 국면을 계속 끌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문제는 현 상황에 또다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난다면 자칫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또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면 북한이 이번만은 제대로 한번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군사적인 형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현 갈등 상황을 관리하고 한껏 높아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면밀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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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나라가 분노했다는 북한…무인기에 출렁이는 한반도 [뒷北뉴스]
    • 입력 2024-10-19 07:00:12
    뒷北뉴스

■ '무인기 침투 사건' 기점으로...'북한이 달라졌다'

북한은 지난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중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이 지난 3일과 9일, 10일 심야시간에 수도 평양 중구역 상공에 무인기를 침범시켜 수많은 선동 삐라, 즉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엄중한 군사적 공격 행위"라며 "또다시 무인기를 침범시킬 경우 경고 없이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 무인기 침투 사건을 기점으로 북한에 기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2일 해당 성명을 북한 주민들이 매일 보는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한 겁니다.

이전까진 북한은 올해 대북 전단과 쓰레기 풍선을 두고 발생한 한국과의 갈등을 북한 주민들에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5월과 7월 대북 전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을 때도 일반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공개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이 유입된다는 사실 자체를 언급하기 꺼리는 모습이라는 의견과 북한이 의도적으로 상황 관리를 하는 거라는 분석 등이 나왔었는데, 수도 평양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공개 고백과 함께 대응 방식을 바꾼 겁니다.

■ 북한 내 긴장 고조 …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

북한은 12일 이후 연일 내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13일 노동신문 1면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 끓으며 노호하고(성내어 소리 지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밤 한국군이 남측 무인기 침투의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주장한 담화도 함께 실렸습니다. 같은 날 밤 북한군 국경선 인근 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까지 하달됐습니다.

10월 13일자 북한 노동신문
15일엔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에서 60m에 달하는 남북 연결도로와 철길을 폭파하고, 이 소식을 17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들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7일 '이 땅의 하루하루가 거세찬 보복 열기로 흐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조선인민군 입대, 복대를 열렬히 탄원하는 사람들이 날을 따라 늘어나고 원수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글 작품에 담아 터치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거족적인 보복 성전에 한 몸 바쳐 떨쳐나설 의지를 안고 돌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5일, 경의선 북측 구간 폭파 장면
북한 매체들이 어제(18일)는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의 전날 제2군단 지휘부 방문 소식을 전했습니다. 2군단은 북한군 내에서 서울 공격 임무를 맡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지도로 보이는 대형 작전지도를 살펴보며 "남북 연결 육로 폭파는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거침없이 사용하겠다는 마지막 선고의 의미"라며 위협했습니다.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제2군단 지휘부 방문
■ 북한 정권은 왜 내부 긴장을 원하나…향후 관건은 '무인기'

평양에 무인기를 누가 보냈는지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평양 상공이 드론에 세 번이나 뚫린 치부를 공개하면서까지 문제 삼는 거 보면 우리 군이나 대북 단체가 보낸 게 맞다는 의견부터, 치밀하게 설계한 북한의 자작극이란 주장까지 실체 없는 의혹만 더해지고 있습니다.

평양 상공에 누가 무인기를 날렸는지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무인기 사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남북 관계 단절을 위한 조치를 주민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북한 당국이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무인기 사태가 한국은 우리를 적대할 뿐만 아니라, 영토를 침범해서 수도권까지 지금 이렇게 도발했다. 저런 상대와 어떻게 우리가 통일을 논의하고 같이 갈 수 있느냐' 이렇게 이제 전개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남북 관계 단절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진행해 오다 여름철 수해로 인해 복구에 상당히 많은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계기로 해서 미뤄뒀던 남북 관계의 전면 단절을 위한 조치 확대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분석에 비춰 북한 정권은 이번 긴장 국면을 계속 끌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문제는 현 상황에 또다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난다면 자칫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또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면 북한이 이번만은 제대로 한번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군사적인 형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현 갈등 상황을 관리하고 한껏 높아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면밀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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