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거래처 기술 중국 업체에 빼돌린 귀뚜라미…공정위 제재

[앵커]

국내 보일러 선두권 업체인 '귀뚜라미'가 거래 단가를 낮추려고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경쟁업체로 빼돌려 만들게 한 뒤 같은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귀뚜라미 4번 타는 보일러."]

국내 가정용 보일러 업계 2위 사업자인 귀뚜라미.

그런데 귀뚜라미가 17년간 거래해 온 하도급업체 A사의 기술 자료를 다른 업체에 빼돌려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난방수 온도와 수위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센서' 기술 자료인데, 2020년 7월부터 9개월간 모두 32건에 이릅니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 : "차로 치면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확인하는 그런 센서 기술인데, 한 30년이 넘은 기술…."]

기술자료가 넘어간 중국업체는 A사의 경쟁 상대, 하지만 귀뚜라미는 같은 제품을 더 싼 값에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고, 같은 센서 개발에 성공한 중국 업체는 귀뚜라미에 더 저렴하게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제품 단가는 8.5% 떨어졌고, A사는 물량까지 뺏기며 1억 4천700여만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귀뚜라미는 2022년엔 B사가 납품하는 '열 교환' 관련 부품 자료를 다른 회사로 빼돌리기도 했습니다.

귀뚜라미는 이들 업체에 자료요구서면 등도 발급하지 않아 피해 업체들은 기술유용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대순/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 사무관 :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제공한 행위를 엄중히 제재해, 중소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호하려는 하도급법의 취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홀딩스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9억 5천400만 원을 물리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