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있었지만 위증교사 무죄?…판결문 분석해보니

[앵커]

네, 방금 보셨듯이 위증은 있었지만, 위증을 시킨 사람은 없다, 이런 결론이 나온 셈입니다.

재판부가 어떤 논리로 이렇게 판단했는지, 김범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위증교사 혐의가 인정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①증인이 위증을 해야 하고, ②그 증인에게 허위 증언을 시키겠다는 고의성이 있어야 하며, ③교사 행위가 실제 있어야 합니다.

재판부는 김진성 씨의 여섯 개 진술 가운데 네 가지를 기억에 어긋나는 '허위 증언'으로 보고 법정에서 위증이 벌어진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조건, 이 대표가 교사행위를 했다는 점은 일부만 인정을 했고 위증을 교사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이 대표가 김 씨와 통화하고 자신의 변론요지서를 전달한 건 '통상적인 증언 요청'일 뿐, 어떤 사실에 관한 위증을 요청하는 걸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가 통화 이후 진술서를 쓰고 이 대표의 변호사와 함께 증인 신문사항 등을 작성했지만, 이는 스스로 파악한 사실관계에 기초한데다, 이 대표가 여기에 관여했단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김 씨의 위증 부분 4가지에 대한 이 대표의 '교사행위'가 있었다고 보더라도 통화 시점에서 김 씨가 증언에 나설지, 어떤 내용의 증언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김 씨가 위증할 것이란 점을 이 대표가 예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교사에 '고의가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즉, 이 대표가 요청해서 김 씨가 증언했더라도, 김 씨를 통해 위증을 시키겠다는 이 대표의 고의가 명확히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증교사" 유죄를 인정할 순 없다는 겁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위증교사죄'의 구성 요건을 엄격하게 구분해 판단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앞으로 항소심에서 다시 치열하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고석훈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