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재판부 판단 살펴보니
입력 2024.11.26 (08:42)
수정 2024.11.26 (08:5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을 어제(25일)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진성 씨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사라고 속이는 과정(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후보자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은 누명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사실의 공표가 아닌 의견의 표현이라는 이유로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됐는데, 정작 이 공직선거법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정황이 불거진 겁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고, 어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죄 판단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이 대표의 '문제적 발언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들, 1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판결문으로 살펴봤습니다.
■ 이 대표의 '문제적 발언들'…재판부는 "한쪽으로 해석 불가"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김 씨와 통화하면서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나와 증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아래와 같이 허위 증언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발언으로 등장했던 문구입니다.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나버렸고, 저기 뭐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2018.12.22)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2018.12.24)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통화 녹취 中 |
재판부도 이 발언이 미심쩍었던 모양입니다.
재판부는 위 발언의 이유와 의미를 "(검찰 주장처럼) 김병량 성남시장이 2015년쯤 이미 사망해 이 대표와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허위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거나, 김 씨가 알지 못하는 내용에 관해 마치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허위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발언의 이유나 의미가 "세월이 많이 지났고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시장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는 것이거나 김 씨가 직접 경험하거나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라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봤습니다.
근거는 같은 통화 녹취록이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진짜 뭐, 뭐 세월도 지나 버렸고" △"그냥 있는 대로, 뭐 어차피 세월은 다 지났잖아요" △"뭐 예를 들면 사건, 그 날 뭐 통화할 때에 예를 들어 우리 김 비서관이 안 본 거 뭐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아…일단은 어, 어쨌든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 에…뭐 직접은 아니지만" △"음…뭐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를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그때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고"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통화 녹취 中 |
즉,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으로 들린단 겁니다.
이렇게 어떤 의사표현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검찰의 주장(공소사실)에만 부합하는 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 "변론요지서 보냈지만" 위증 교사 불인정
이 대표가 김 씨와의 통화 이후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낸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자 통화에서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하자 김 씨는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제가 거기 맞춰서 뭐 해야죠'라고 대답하였는 바, 이는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대로 증언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표의 행위가 상식에 반한다거나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누명을 썼다'는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했던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당시 상황과 의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당시 상황을 기억해 보게 하는 것은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증거의 탐색 및 수집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전화를 한 2018년 12월은 '검사 사칭 사건'이 있었던 2002년으로부터 약 16년이 경과한 시기여서 기억 환기 필요성이 있었단 겁니다.
또한 김 씨가 이런 답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김 씨가 위증할 것을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가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 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우리가 재판에서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한 점, 이 대표가 김 씨의 위 말을 들은 후 김 씨에게 "안 본 거 얘기할 필요 없고 시장님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상기해달라"고 말한 점 등이 근거였습니다.
또 김 씨가 증인신문기일 전날인 2019년 2월 13일 이 대표측 변호사에게 "변호사님…잘 계셨는지요? 낼 재판에 증인 출석 예정인데 내용에 추가 및 변동사항 있는지요?"라고 묻자, 해당 변호사는 "없습니다. 그냥 그 질문 그대로 답변하시면 됩니다"라고 회신한 점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들은 결국 검찰의 유죄 증명이 부족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유죄의 증명 책임은 최종적으로 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시한 증거로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이라는 게 우리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 항소심 쟁점은 '이 대표 위증교사 고의 증명' 될 듯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선 아래의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김 씨가 자신의 기억에 어긋나는 진술을 했다(허위 증언)고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만큼,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의 교사 행위가 있었는지, 위증교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로 좁혀진 상황이었습니다.
위증교사 성립 요건 ①피교사자(정범)의 법정 선서 후 허위 증언 ②피교사자에 대한 교사행위 ③피교사자의 행위를 결심하도록 하려는 고의 ④피교사자의 행위가 위증이라는 점에 대한 고의 |
1심은 그러나 이 조건들 가운데 이 대표의 위증 교사 '고의'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대표가 김 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이 대표가 자신이 요청한 증언사항과 관련해 김 씨가 어떠한 위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인식했거나 그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가정해도, 그러한 정도의 인식이나 예견만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의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이어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김 씨와 이 대표의 통화(교사행위) 당시 김 씨가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대표가 김 씨와의 통화 과정에서 각 증언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거나 진술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점 △각 증언의 내용은 (김 씨가 작성한)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에도 없는 내용이며 위와 같은 발언은 김 씨가 이 대표 측 변호사와의 통화 과정에서 먼저 언급한 내용인 점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었던 이유로 형법 교과서에 등장하는 '살인 교사' 예를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예를 들어 교사자는 정범(피교사자)이 A 씨를 살해할 것으로 예상하었는데 정범이 다른 사람인 B 씨를 살해한 경우, 교사자에게 B 씨에 대한 살인죄에 관하여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교사자가 막연히 정범이 살인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거나 예견했다고 해서 정범이 B 씨를 살해한 경우 교사자에게 B 씨에 대한 살인에 대해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 검찰 "김 씨 위증 인정했음에도 교사 불인정은 모순"
아울러 검찰은 위증이 실제 있었음에도 교사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재판부도 "김 씨가 위증을 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이 대표가 통화에서 증언 요청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논리를 구성했지만, 외관상으로는 약간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래는 1심 공판기일에서의 증인신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변호인(이하 변): '기억을 해보라'라는 피고인 말이 그 문언 그대로 기억해보라는게 아니고 자신의 기억에 반하더라도 이재명이 한대로 진술하라는 의미로 진술하셨네요 김진성 씨(이하 김): 네. 변: 그렇게 이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일단은 뭐 지사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일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변: 말은 기억을 해보라는 거잖아요. 그럼 아 기억을 해봐야겠다란 생각 안 했어요? 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말씀하신 자체가 사실이고 당연하니까 저한테 말했을거고, 기억을 떠올려봐라 이렇게는 생각 못했습니다. 변: 네 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그럼 기억해보겠다는게 아니고 이재명 말대로 진술하겠다는 그런 것이었나요? 김: 사실로 받아들여서 그렇게 답변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변: 증인, 검찰에서 첫번째 조사받으실 때는 '(이 대표가) 사실대로 얘기해달라고 한 것 같다'고 진술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맞습니까? 김: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 의사보다는 대표님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변: 그때도 자신이 어떤 부분을 거짓말했다고 알고 있었나요. 김: 실제 기억하지 못한 것을 말한 것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3회 공판기일 피고인 신문 中 |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런 얘기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재판부 판단 살펴보니
-
- 입력 2024-11-26 08:42:35
- 수정2024-11-26 08:53:1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을 어제(25일) 열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진성 씨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을 취재하던 중, 검사라고 속이는 과정(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이후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후보자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은 누명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사실의 공표가 아닌 의견의 표현이라는 이유로 최종 무죄 판결이 확정됐는데, 정작 이 공직선거법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정황이 불거진 겁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고, 어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무죄 판단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이 대표의 '문제적 발언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들, 1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판결문으로 살펴봤습니다.
■ 이 대표의 '문제적 발언들'…재판부는 "한쪽으로 해석 불가"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김 씨와 통화하면서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나와 증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아래와 같이 허위 증언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발언으로 등장했던 문구입니다.
△"어차피 세월도 다 지나버렸고, 저기 뭐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2018.12.22)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2018.12.24)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통화 녹취 中 |
재판부도 이 발언이 미심쩍었던 모양입니다.
재판부는 위 발언의 이유와 의미를 "(검찰 주장처럼) 김병량 성남시장이 2015년쯤 이미 사망해 이 대표와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허위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거나, 김 씨가 알지 못하는 내용에 관해 마치 들어서 알고 있는 것처럼 허위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발언의 이유나 의미가 "세월이 많이 지났고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시장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는 것이거나 김 씨가 직접 경험하거나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라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봤습니다.
근거는 같은 통화 녹취록이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진짜 뭐, 뭐 세월도 지나 버렸고" △"그냥 있는 대로, 뭐 어차피 세월은 다 지났잖아요" △"뭐 예를 들면 사건, 그 날 뭐 통화할 때에 예를 들어 우리 김 비서관이 안 본 거 뭐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는 거고" △"아…일단은 어, 어쨌든 그때 전체 캠프의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 에…뭐 직접은 아니지만" △"음…뭐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를 해줘도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그때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고"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통화 녹취 中 |
즉,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으로 들린단 겁니다.
이렇게 어떤 의사표현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검찰의 주장(공소사실)에만 부합하는 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
■ "변론요지서 보냈지만" 위증 교사 불인정
이 대표가 김 씨와의 통화 이후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낸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자 통화에서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하자 김 씨는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제가 거기 맞춰서 뭐 해야죠'라고 대답하였는 바, 이는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대로 증언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표의 행위가 상식에 반한다거나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누명을 썼다'는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했던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당시 상황과 의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당시 상황을 기억해 보게 하는 것은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증거의 탐색 및 수집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전화를 한 2018년 12월은 '검사 사칭 사건'이 있었던 2002년으로부터 약 16년이 경과한 시기여서 기억 환기 필요성이 있었단 겁니다.
또한 김 씨가 이런 답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김 씨가 위증할 것을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가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 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우리가 재판에서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한 점, 이 대표가 김 씨의 위 말을 들은 후 김 씨에게 "안 본 거 얘기할 필요 없고 시장님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상기해달라"고 말한 점 등이 근거였습니다.
또 김 씨가 증인신문기일 전날인 2019년 2월 13일 이 대표측 변호사에게 "변호사님…잘 계셨는지요? 낼 재판에 증인 출석 예정인데 내용에 추가 및 변동사항 있는지요?"라고 묻자, 해당 변호사는 "없습니다. 그냥 그 질문 그대로 답변하시면 됩니다"라고 회신한 점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들은 결국 검찰의 유죄 증명이 부족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유죄의 증명 책임은 최종적으로 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시한 증거로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이라는 게 우리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 항소심 쟁점은 '이 대표 위증교사 고의 증명' 될 듯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선 아래의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김 씨가 자신의 기억에 어긋나는 진술을 했다(허위 증언)고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만큼,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대표의 교사 행위가 있었는지, 위증교사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로 좁혀진 상황이었습니다.
위증교사 성립 요건 ①피교사자(정범)의 법정 선서 후 허위 증언 ②피교사자에 대한 교사행위 ③피교사자의 행위를 결심하도록 하려는 고의 ④피교사자의 행위가 위증이라는 점에 대한 고의 |
1심은 그러나 이 조건들 가운데 이 대표의 위증 교사 '고의' 부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대표가 김 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이 대표가 자신이 요청한 증언사항과 관련해 김 씨가 어떠한 위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인식했거나 그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가정해도, 그러한 정도의 인식이나 예견만으로 이 대표에게 위증의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이어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김 씨와 이 대표의 통화(교사행위) 당시 김 씨가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대표가 김 씨와의 통화 과정에서 각 증언과 같은 내용을 설명하거나 진술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점 △각 증언의 내용은 (김 씨가 작성한)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에도 없는 내용이며 위와 같은 발언은 김 씨가 이 대표 측 변호사와의 통화 과정에서 먼저 언급한 내용인 점 등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었던 이유로 형법 교과서에 등장하는 '살인 교사' 예를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예를 들어 교사자는 정범(피교사자)이 A 씨를 살해할 것으로 예상하었는데 정범이 다른 사람인 B 씨를 살해한 경우, 교사자에게 B 씨에 대한 살인죄에 관하여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교사자가 막연히 정범이 살인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거나 예견했다고 해서 정범이 B 씨를 살해한 경우 교사자에게 B 씨에 대한 살인에 대해 정범의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 검찰 "김 씨 위증 인정했음에도 교사 불인정은 모순"
아울러 검찰은 위증이 실제 있었음에도 교사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재판부도 "김 씨가 위증을 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이 대표가 통화에서 증언 요청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대표에게 위증 교사의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논리를 구성했지만, 외관상으로는 약간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래는 1심 공판기일에서의 증인신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변호인(이하 변): '기억을 해보라'라는 피고인 말이 그 문언 그대로 기억해보라는게 아니고 자신의 기억에 반하더라도 이재명이 한대로 진술하라는 의미로 진술하셨네요 김진성 씨(이하 김): 네. 변: 그렇게 이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일단은 뭐 지사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일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변: 말은 기억을 해보라는 거잖아요. 그럼 아 기억을 해봐야겠다란 생각 안 했어요? 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말씀하신 자체가 사실이고 당연하니까 저한테 말했을거고, 기억을 떠올려봐라 이렇게는 생각 못했습니다. 변: 네 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그럼 기억해보겠다는게 아니고 이재명 말대로 진술하겠다는 그런 것이었나요? 김: 사실로 받아들여서 그렇게 답변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변: 증인, 검찰에서 첫번째 조사받으실 때는 '(이 대표가) 사실대로 얘기해달라고 한 것 같다'고 진술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게 맞습니까? 김: 조금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제 의사보다는 대표님을 보호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변: 그때도 자신이 어떤 부분을 거짓말했다고 알고 있었나요. 김: 실제 기억하지 못한 것을 말한 것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표-김진성 씨 3회 공판기일 피고인 신문 中 |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백인성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