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교수 퇴임 전 용달차에 한가득…뒤늦게 절도죄 인정
입력 2024.11.28 (11:04)
수정 2024.11.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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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제주대 모 교수가 퇴임 전 용달차를 불러 학교 물건을 실은 모습
국립대인 제주대 사라캠퍼스 교육대학에 파란색 화물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차량에는 원목 책장과 재료 보관대, 실습대 등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삿짐센터'라고 적힌 것으로 봤을 때 용달차로 추정됩니다.
촬영 시기는 2022년 1월. 정년 퇴임을 2주 앞둔 미술교육 전공 교수 A 씨가 용달차를 불러 자신이 사용하던 학교 기자재를 실은 사진입니다.
제주대 공간 반납 확인서
차량으로 옮긴 물건은 원목 책장과 철재 앵글 선반, 실습대, 이동형 파일 서랍, 강의실 작업용 의자 등 학교 기자재로 450만 원어치입니다.
제주대 공간사용 규정을 보면 사용하던 공간(연구실)을 비워야 할 경우 반납 사유와 일자, 현황 등을 작성하는 '공간 반납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물품 인수인계 과정도 이뤄집니다. 학과 공간인 경우 학과장이 반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주대 공간 반납 확인서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A 교수는 반납 확인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했지만 용달차를 불러 학교 물건들을 자신의 개인 작업실로 옮겼습니다.
학교 기자재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외부로 반출된 겁니다.
■ 2년 지나서야 수사…절도죄 인정
이 사실은 2년이 지난 올해 9월 경찰 수사를 통해 절도죄로 인정됐습니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모 교수가 A 교수를 절도죄로, 학과장이던 B 교수를 절도 방조 혐의로 각각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교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 교수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대낮에 대담하게 대학 물품을 절취해 가는 범행을 저질러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 교수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B 학과장은 방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송치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A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연구실을 비울 때 사용하던 물건은 연한이 지나거나 폐기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작품 수가 워낙 많고 손때가 묻은 물건이어서 순수한 마음으로 재활용 차원에서 가져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내구 연한이 10년이 지났고 어차피 폐기장으로 들어갈 물건이었다"며 "해당 물건들은 경찰 고발 이후 학교에 다 반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0일 A 교수의 절도죄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이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 제주대 "물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학교 측은 사라진 물건의 행방을 왜 2년 넘게 몰랐을까요?
제주대는 "1년마다 학과에서 재물조사를 하고 있다"며 "물건을 폐기하거나 불용 처리하지 않으면 시스템상에는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A 교수가 가져간 물건들은 폐기되지 않아 시스템상에는 학교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교 측은 교육대학 내에 있는 물건이 10,000여 점에 달해 현실적으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재물조사를 더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로부터 받은 물품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용 연한도 지나 불용 처분하고 폐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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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대 교수 퇴임 전 용달차에 한가득…뒤늦게 절도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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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1-28 11:04:32
- 수정2024-11-28 11:13:43
국립대인 제주대 사라캠퍼스 교육대학에 파란색 화물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차량에는 원목 책장과 재료 보관대, 실습대 등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이삿짐센터'라고 적힌 것으로 봤을 때 용달차로 추정됩니다.
촬영 시기는 2022년 1월. 정년 퇴임을 2주 앞둔 미술교육 전공 교수 A 씨가 용달차를 불러 자신이 사용하던 학교 기자재를 실은 사진입니다.
차량으로 옮긴 물건은 원목 책장과 철재 앵글 선반, 실습대, 이동형 파일 서랍, 강의실 작업용 의자 등 학교 기자재로 450만 원어치입니다.
제주대 공간사용 규정을 보면 사용하던 공간(연구실)을 비워야 할 경우 반납 사유와 일자, 현황 등을 작성하는 '공간 반납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물품 인수인계 과정도 이뤄집니다. 학과 공간인 경우 학과장이 반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A 교수는 반납 확인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했지만 용달차를 불러 학교 물건들을 자신의 개인 작업실로 옮겼습니다.
학교 기자재가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외부로 반출된 겁니다.
■ 2년 지나서야 수사…절도죄 인정
이 사실은 2년이 지난 올해 9월 경찰 수사를 통해 절도죄로 인정됐습니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모 교수가 A 교수를 절도죄로, 학과장이던 B 교수를 절도 방조 혐의로 각각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교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 교수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대낮에 대담하게 대학 물품을 절취해 가는 범행을 저질러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절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 교수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B 학과장은 방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송치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A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연구실을 비울 때 사용하던 물건은 연한이 지나거나 폐기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작품 수가 워낙 많고 손때가 묻은 물건이어서 순수한 마음으로 재활용 차원에서 가져갔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내구 연한이 10년이 지났고 어차피 폐기장으로 들어갈 물건이었다"며 "해당 물건들은 경찰 고발 이후 학교에 다 반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0일 A 교수의 절도죄를 인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이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
■ 제주대 "물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학교 측은 사라진 물건의 행방을 왜 2년 넘게 몰랐을까요?
제주대는 "1년마다 학과에서 재물조사를 하고 있다"며 "물건을 폐기하거나 불용 처리하지 않으면 시스템상에는 물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A 교수가 가져간 물건들은 폐기되지 않아 시스템상에는 학교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학교 측은 교육대학 내에 있는 물건이 10,000여 점에 달해 현실적으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재물조사를 더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로부터 받은 물품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용 연한도 지나 불용 처분하고 폐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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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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