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운 띄운 트럼프 팀…‘비핵화’ 대신 ‘쉬운 길’ 택하나? [뒷北뉴스]

입력 2024.11.30 (07:00) 수정 2024.1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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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 변곡점' 하노이 회담 …노딜 후 '핵무력 강화' 질주한 북한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회담장을 빠져나온 것은 트럼프의 생각대로 일시적인 후퇴가 아니라 일련의 나쁜 결정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변곡점 가운데 또 하나였다"

시그프리드 헤커, <핵의 변곡점> 중

북한 초청으로 직접 영변 핵단지를 살펴봤던 세계적인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그는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북한 비핵화의 '결정적인 변곡점'으로 꼽았습니다. 핵무력이 고도화된 북한이 의욕적으로 협상에 나선 이때를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적기로 본 겁니다.

그는 "이전의 변곡점에서 협상을 피하기보다는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했지만, 워싱턴을 그러지 못했다.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었던 하노이는 그렇게 허비되었다. (중략) 남은 트럼프의 임기 동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며 협상 결과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론 북미 간 대화는 아예 단절됐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핵무력 강화에 매진했습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에서 한발 더 나아간 화성-19형도 개발했고,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로이터 "트럼프 팀, 김정은과 직접 대화 방안 논의"

이번 주 주목할 만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7일 트럼프 당선인 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화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 팀이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는 했지만, 트럼프 측에서 먼저 북미 대화 재개에 운을 띄운 겁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엔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집권 1기 당시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발탁기도 했습니다.

사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긴 했지만, 북미 대화가 이른 시기에 재개될 가능성은 작아 보였습니다. 미국의 현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밀려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 끝나거나, 정세 전환 목적으로 임기 중반 정도에 북미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여전히 트럼프는 '북한 핵문제'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직접 쌓은 김정은과 친분을 이용해 ' 직접 대화'에 나서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른 시기에 두 사람 사이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 브레이크 없어진 트럼프 … 어려운 '비핵화' 대신 쉬운 '핵군축' 택할까?

트럼프 2기는 하노이 회담을 개최했던 트럼프 1기와 다를 전망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억제할 수 있는 일종의 '브레이크'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같은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인사들입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비핵화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끝까지 관철한 인물도 행정부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기는 다릅니다. 트럼프는 경력보다 충성심 강한 인사들로 새 행정부를 꾸리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본인 의사를 관철하기 훨씬 쉬운 여건을 조성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려할 만한 시나리오가 최근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대신 '핵동결' 또는 '군축'을 논의할 가능성입니다. 북한 내 핵무기를 아예 없애는 게 아니라 보유한 핵무기 수를 줄이는 식으로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일부가 26일 개최한 '미 대선 이후 북핵문제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습니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5년간 꾸준히 핵전력을 늘려 ‘핵보유국’으로 자부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협상의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미북 협상 목표가 비핵화에서 핵동결/군축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번째 임기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트럼프 측은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비교적 타협이 쉬운 핵동결 또는 군축을 협상 의제로 받아들일 여지 상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외교 안보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트럼프가 어려운 '비핵화' 대신 '핵동결'이란 쉬운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불안전한 비핵화와 군축 협상이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경우 "북한은 대남 핵 위협을 유지한 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국의 군사적 대응과 방위력 강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미 간의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안보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7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한국을 '패싱'해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외교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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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30 07:00:11
    • 수정2024-11-30 07: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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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적 변곡점' 하노이 회담 …노딜 후 '핵무력 강화' 질주한 북한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회담장을 빠져나온 것은 트럼프의 생각대로 일시적인 후퇴가 아니라 일련의 나쁜 결정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변곡점 가운데 또 하나였다"

시그프리드 헤커, <핵의 변곡점> 중

북한 초청으로 직접 영변 핵단지를 살펴봤던 세계적인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그는 저서 '핵의 변곡점'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북한 비핵화의 '결정적인 변곡점'으로 꼽았습니다. 핵무력이 고도화된 북한이 의욕적으로 협상에 나선 이때를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적기로 본 겁니다.

그는 "이전의 변곡점에서 협상을 피하기보다는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했지만, 워싱턴을 그러지 못했다.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었던 하노이는 그렇게 허비되었다. (중략) 남은 트럼프의 임기 동안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며 협상 결과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론 북미 간 대화는 아예 단절됐습니다. 그 사이 북한은 핵무력 강화에 매진했습니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에서 한발 더 나아간 화성-19형도 개발했고,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로이터 "트럼프 팀, 김정은과 직접 대화 방안 논의"

이번 주 주목할 만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7일 트럼프 당선인 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화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 팀이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는 했지만, 트럼프 측에서 먼저 북미 대화 재개에 운을 띄운 겁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2일엔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집권 1기 당시 대북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발탁기도 했습니다.

사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긴 했지만, 북미 대화가 이른 시기에 재개될 가능성은 작아 보였습니다. 미국의 현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밀려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 끝나거나, 정세 전환 목적으로 임기 중반 정도에 북미 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여전히 트럼프는 '북한 핵문제'에 관심이 있고, 자신이 직접 쌓은 김정은과 친분을 이용해 ' 직접 대화'에 나서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른 시기에 두 사람 사이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 브레이크 없어진 트럼프 … 어려운 '비핵화' 대신 쉬운 '핵군축' 택할까?

트럼프 2기는 하노이 회담을 개최했던 트럼프 1기와 다를 전망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을 억제할 수 있는 일종의 '브레이크'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같은 이른바 ‘어른들의 축’으로 불린 인사들입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비핵화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끝까지 관철한 인물도 행정부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2기는 다릅니다. 트럼프는 경력보다 충성심 강한 인사들로 새 행정부를 꾸리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본인 의사를 관철하기 훨씬 쉬운 여건을 조성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려할 만한 시나리오가 최근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대신 '핵동결' 또는 '군축'을 논의할 가능성입니다. 북한 내 핵무기를 아예 없애는 게 아니라 보유한 핵무기 수를 줄이는 식으로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일부가 26일 개최한 '미 대선 이후 북핵문제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습니다. 백선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5년간 꾸준히 핵전력을 늘려 ‘핵보유국’으로 자부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협상의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미북 협상 목표가 비핵화에서 핵동결/군축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번째 임기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트럼프 측은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비교적 타협이 쉬운 핵동결 또는 군축을 협상 의제로 받아들일 여지 상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외교 안보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트럼프가 어려운 '비핵화' 대신 '핵동결'이란 쉬운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불안전한 비핵화와 군축 협상이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경우 "북한은 대남 핵 위협을 유지한 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며, 한국의 군사적 대응과 방위력 강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미 간의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안보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7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미대화가 한국을 '패싱'해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외교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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