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연승 이끈 그때 그 결정

입력 2024.12.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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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개막할 때만 해도 흥국생명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개막 11연승의 성적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흥국생명이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의 영입으로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해진 전력을 갖췄다는 부분에서 동의했다. 그러나 개막 후 단 한 경기에서도 지지 않고 남녀부 유일한 무패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곤 예상하진 못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이 과연 연승 행진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팬들도 전문가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흥국생명의 연승행진엔 공격 종합 1위에 올라와 있는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과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정윤주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올 시즌 흥국생명은 '높이'에서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강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주포인 193㎝의 '장신' 투트쿠와 함께 아시아 쿼터 선수인 미들 블로커 피치가 블로킹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면서 상대 팀엔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피치의 활약은 시즌 개막 직전 합류한 선수라고 보기엔 어려울 만큼 예상 밖이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V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피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3개월 넘게 발을 맞춰왔던 기존 아시아 쿼터 선수 중국 출신의 황루이레이와 계약을 종료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9월 말 열린 컵대회에서 황루이레이와 실전을 펼쳐봤지만, 팀플레이가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는 게 교체 이유였다. 당시 흥국생명의 결정에 대해 대부분의 배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시즌 개막이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는 건 모험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일부에선 "이번 시즌도 흥국생명은 안 되겠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때 이 결정은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부진한 혹은 팀과 맞지 않는 선수를 내보내는 발 빠른 교체는 리그 시작부터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수정과 반복을 통해 연승 행진을 위한 완벽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엔 유난히 남녀부 모두 리그 초반 외국인 선수의 부상 소식이 잦았다. 이에 따라 팀마다 대체 선수에 따라 팀 성적이 상승과 하락을 오갔다. 얼마나 좋은 선수를, 얼마나 빨리 영입하는지에 따라 운명이 나뉘어졌다. 아래 표는 외국인 선수 부상과 교체 시기에 따라 팀 성적이 바뀐 대표적인 팀을 정리한 내용이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개막 직전 빠른 판단으로 선수를 교체하면서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했고 결국 무패행진, 현재 11연승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10월 말 에이스 요스바니가 어깨 통증을 호소해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가 결국 11월 6일 8주 재활 진단을 받아 배구연맹에 선수 교체를 통보했고 일주일도 안 돼 막심이 합류했다. 요스바니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막심 합류 이후 패배 없이 5연승을 달리며 말 그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요스바니 재활로 인한 선수 교체를 알림과 동시에 막심의 V리그 선수 등록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일. 발 빠른 합류로 전력 공백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대한항공 구단의 노력에 있다. 대한항공 권혁삼 단장은 일주일 만에 대체 선수 영입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그동안 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시즌을 돌아보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뿐"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대한항공엔 일종의 메뉴얼화된 선수 교체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핵심 외국인 선수 부상에 고전한 팀도 있다. 한국전력은 쿠바 특급 엘리안이 리그 초반부터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레오(현대캐피탈)를 위협하는 수준의 활약을 펼쳐 5연승 상승세를 탔지만, 엘리안이 지난달 초 시즌 아웃 다치면서 5연패 부진에 빠졌다. 최근 연패 탈출에 성공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패 기간 외국인 선수 부재를 깊이 절감했다.

한국전력 측은 약 한 달가량 대체 선수 영입을 물색했지만 행정 절차와 선수 부상 등으로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은 곧 외국인 선수 합류가 마무리돼 다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언제 할 것인지 그리고 대체 선수 합류를 얼마나 빨리 진행해 내는지에 따라 달라진 성적.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부상에 울고 웃는 팀들의 희비 속에 유난히 흥국생명의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 교체 결정이 돋보인 최근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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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국생명 연승 이끈 그때 그 결정
    • 입력 2024-12-03 18:45:35
    스포츠K

프로배구 V리그 개막할 때만 해도 흥국생명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개막 11연승의 성적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흥국생명이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의 영입으로 지난 시즌보다 한층 강해진 전력을 갖췄다는 부분에서 동의했다. 그러나 개막 후 단 한 경기에서도 지지 않고 남녀부 유일한 무패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곤 예상하진 못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흥국생명이 과연 연승 행진을 어디까지 이어갈지 팬들도 전문가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흥국생명의 연승행진엔 공격 종합 1위에 올라와 있는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과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정윤주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올 시즌 흥국생명은 '높이'에서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강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주포인 193㎝의 '장신' 투트쿠와 함께 아시아 쿼터 선수인 미들 블로커 피치가 블로킹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면서 상대 팀엔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피치의 활약은 시즌 개막 직전 합류한 선수라고 보기엔 어려울 만큼 예상 밖이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V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피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3개월 넘게 발을 맞춰왔던 기존 아시아 쿼터 선수 중국 출신의 황루이레이와 계약을 종료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9월 말 열린 컵대회에서 황루이레이와 실전을 펼쳐봤지만, 팀플레이가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는 게 교체 이유였다. 당시 흥국생명의 결정에 대해 대부분의 배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시즌 개막이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는 건 모험이라는 표현이 나왔고 일부에선 "이번 시즌도 흥국생명은 안 되겠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때 이 결정은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부진한 혹은 팀과 맞지 않는 선수를 내보내는 발 빠른 교체는 리그 시작부터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수정과 반복을 통해 연승 행진을 위한 완벽한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엔 유난히 남녀부 모두 리그 초반 외국인 선수의 부상 소식이 잦았다. 이에 따라 팀마다 대체 선수에 따라 팀 성적이 상승과 하락을 오갔다. 얼마나 좋은 선수를, 얼마나 빨리 영입하는지에 따라 운명이 나뉘어졌다. 아래 표는 외국인 선수 부상과 교체 시기에 따라 팀 성적이 바뀐 대표적인 팀을 정리한 내용이다.


여자부 흥국생명은 개막 직전 빠른 판단으로 선수를 교체하면서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했고 결국 무패행진, 현재 11연승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부 대한항공은 10월 말 에이스 요스바니가 어깨 통증을 호소해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가 결국 11월 6일 8주 재활 진단을 받아 배구연맹에 선수 교체를 통보했고 일주일도 안 돼 막심이 합류했다. 요스바니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막심 합류 이후 패배 없이 5연승을 달리며 말 그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요스바니 재활로 인한 선수 교체를 알림과 동시에 막심의 V리그 선수 등록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일. 발 빠른 합류로 전력 공백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대한항공 구단의 노력에 있다. 대한항공 권혁삼 단장은 일주일 만에 대체 선수 영입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그동안 외국인 선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시즌을 돌아보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뿐"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대한항공엔 일종의 메뉴얼화된 선수 교체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핵심 외국인 선수 부상에 고전한 팀도 있다. 한국전력은 쿠바 특급 엘리안이 리그 초반부터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레오(현대캐피탈)를 위협하는 수준의 활약을 펼쳐 5연승 상승세를 탔지만, 엘리안이 지난달 초 시즌 아웃 다치면서 5연패 부진에 빠졌다. 최근 연패 탈출에 성공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패 기간 외국인 선수 부재를 깊이 절감했다.

한국전력 측은 약 한 달가량 대체 선수 영입을 물색했지만 행정 절차와 선수 부상 등으로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은 곧 외국인 선수 합류가 마무리돼 다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언제 할 것인지 그리고 대체 선수 합류를 얼마나 빨리 진행해 내는지에 따라 달라진 성적.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부상에 울고 웃는 팀들의 희비 속에 유난히 흥국생명의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 교체 결정이 돋보인 최근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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