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피해 중학생 2명 투신… "부실 수사 때문" 손해배상 청구
2021년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아름(가명)'이와 '미소(가명)'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아름이의 의붓아버지 원 모 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미소 아버지 박 모 씨는 당시 경찰이 신청한 원 씨의 체포·구속영장을 검찰이 세 차례나 반려하는 등 수사가 지연되자, 무력감을 느낀 딸이 세상을 등졌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관할 자치단체인 충북 청주시가 성범죄 가해자인 원 씨와 그의 의붓딸의 '분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박 씨는 이같은 부실 수사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해 5월 국가와 자치단체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 도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이번 소송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 1심 법원 "영장 반려한 검찰 판단에 문제 없어"… 손해배상 청구 기각
청주지방법원 민사5단독 노승욱 판사는 어제(19일), 박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박 씨의 딸 '미소'의 죽음에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 등 국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노 판사는 경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 신청 당시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 녹화 장치로 촬영·보존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그의 의붓딸이자 피해자인 '아름'이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신청 때도 '아름'이의 진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신과 진료기록 등이 수집되지 않았던 만큼 영장을 반려한 검찰의 판단이 불합리한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성범죄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범죄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피의자도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간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겁니다.
노 판사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청주시가 아름이와 그 의붓아버지의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 "딸 억울함 풀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
판결문을 모두 낭독하고 선고를 마친 노 판사는, 법정에 출석한 박 씨 부부를 쳐다보며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박 씨는 "정의로운 판결을 원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 자리를 떠났습니다.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난 박 씨 부부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박 씨는 "제가 원하고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어서 당황스럽다"면서 "제 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했는데, '아름'이와 관련해 영장을 반려한 것을 두고 왜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당연히 부모로서 할 도리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박 씨 부부는 마지막으로 언론과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박 씨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면서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그 법안이 통과돼서, 이런 비인간적인 성폭력 범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성범죄 가해자 원 씨는 두 아이가 숨진 뒤 1년 4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징역 25년형이 확정돼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박 씨 부부는 딸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3년 넘게 민사와 형사 등 법정 싸움을 외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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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범죄 수사 중 피해자 투신…‘국가 손해배상’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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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12-20 08:00:05
■ 성범죄 피해 중학생 2명 투신… "부실 수사 때문" 손해배상 청구
2021년 5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당시 중학생이던 '아름(가명)'이와 '미소(가명)'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아름이의 의붓아버지 원 모 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미소 아버지 박 모 씨는 당시 경찰이 신청한 원 씨의 체포·구속영장을 검찰이 세 차례나 반려하는 등 수사가 지연되자, 무력감을 느낀 딸이 세상을 등졌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관할 자치단체인 충북 청주시가 성범죄 가해자인 원 씨와 그의 의붓딸의 '분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박 씨는 이같은 부실 수사 등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해 5월 국가와 자치단체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 도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이번 소송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 1심 법원 "영장 반려한 검찰 판단에 문제 없어"… 손해배상 청구 기각
청주지방법원 민사5단독 노승욱 판사는 어제(19일), 박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박 씨의 딸 '미소'의 죽음에 검찰과 경찰의 부실 수사 등 국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노 판사는 경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 신청 당시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 녹화 장치로 촬영·보존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그의 의붓딸이자 피해자인 '아름'이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신청 때도 '아름'이의 진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신과 진료기록 등이 수집되지 않았던 만큼 영장을 반려한 검찰의 판단이 불합리한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성범죄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범죄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피의자도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간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겁니다.
노 판사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청주시가 아름이와 그 의붓아버지의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 "딸 억울함 풀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
판결문을 모두 낭독하고 선고를 마친 노 판사는, 법정에 출석한 박 씨 부부를 쳐다보며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보던 박 씨는 "정의로운 판결을 원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다 자리를 떠났습니다.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난 박 씨 부부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박 씨는 "제가 원하고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어서 당황스럽다"면서 "제 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했는데, '아름'이와 관련해 영장을 반려한 것을 두고 왜 책임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당연히 부모로서 할 도리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박 씨 부부는 마지막으로 언론과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박 씨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면서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그 법안이 통과돼서, 이런 비인간적인 성폭력 범죄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성범죄 가해자 원 씨는 두 아이가 숨진 뒤 1년 4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징역 25년형이 확정돼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박 씨 부부는 딸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3년 넘게 민사와 형사 등 법정 싸움을 외롭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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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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