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밀려나는 이유는?

입력 2024.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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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날씨에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게 있습니다. 붕어빵 가게입니다. 냄새를 맡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최근엔 팥부터 슈크림까지 속을 채우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주변에 붕어빵 파는 곳을 가리키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곳에 생겨나기도 하는 게 붕어빵 노점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동네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붕어빵 지도'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용자들이 동네 붕어빵 가게의 위치 등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붕어빵 노점은 대부분 불법입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할 경우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단속에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붕어빵 노점의 위치가 자주 바뀌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구청 단속을 피해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아예 철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지난달 조금 특별한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광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36살 오 모 씨가 운영하는 '달팽이 붕어빵' 가게였습니다. 오 씨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주민 협의체가 지역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마련해준 것입니다.

오 씨는 병원에 입원한 누나의 입원비와 지적장애인인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장입니다. 하지만 세 식구의 생활비라고는 경찰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받는 유족연금 15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중 절반은 누나의 입원비로 들어갑니다.

오 씨는 서툰 솜씨였지만 성실히 붕어빵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기뻤습니다. 하지만 오씨의 붕어빵 가게는 문을 연 지 이틀 만에 철거됐습니다. 도로 통행에 불편을 주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장사한다며 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광주에서 20여 년간 붕어빵 노점을 운영해 온 이 모 씨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이 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구청 단속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200만 원을 낸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단속을 피해 5일에 한 번씩 장날에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땅에 세를 얻어 붕어빵 가게를 열어봤지만, 붕어빵 수레가 통째로 철거당하기도 했습니다.

붕어빵 노점 대부분이 생계형이지만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기준 올해 접수된 민원은 700여 건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60%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자체는 주변 자영업자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어서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KBS 취재진과 만난 한 디저트 가게 상인은 "먹고 살기 힘든 건 다 마찬가지"라면서 "붕어빵 노점이 문을 열면 매출이 20~30% 떨어진다"고 호소했습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상인과 노점상의 오랜 갈등 속 해법을 찾은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2019년 '노점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일정 조건을 갖춘 노점을 대상으로 도로점용료를 받고 합법화해서 영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겁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노점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의회 강수훈 의원은 "노점상을 음성화해서 규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양성화해서 정당한 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광주공원 포장마차 역시 불법 노점상인데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며 "노점상을 불법으로 봐서 벌금을 부과할 것인지 생활 보호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변 자영업자들과의 갈등을 고려해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의원은 "장소를 어디에 둘 지, 어떤 품목을 판매할 지, 어떤 형태로 허용할 지 등에 대해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속과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생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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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밀려나는 이유는?
    • 입력 2024-12-2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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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날씨에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게 있습니다. 붕어빵 가게입니다. 냄새를 맡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최근엔 팥부터 슈크림까지 속을 채우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주변에 붕어빵 파는 곳을 가리키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있던 게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곳에 생겨나기도 하는 게 붕어빵 노점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동네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붕어빵 지도'까지 만들었습니다. 이용자들이 동네 붕어빵 가게의 위치 등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붕어빵 노점은 대부분 불법입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할 경우 현행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단속에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붕어빵 노점의 위치가 자주 바뀌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구청 단속을 피해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아예 철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지난달 조금 특별한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광주에 사는 발달장애인 36살 오 모 씨가 운영하는 '달팽이 붕어빵' 가게였습니다. 오 씨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주민 협의체가 지역 기업의 후원을 받아 마련해준 것입니다.

오 씨는 병원에 입원한 누나의 입원비와 지적장애인인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장입니다. 하지만 세 식구의 생활비라고는 경찰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받는 유족연금 150만 원이 전부입니다. 그중 절반은 누나의 입원비로 들어갑니다.

오 씨는 서툰 솜씨였지만 성실히 붕어빵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기뻤습니다. 하지만 오씨의 붕어빵 가게는 문을 연 지 이틀 만에 철거됐습니다. 도로 통행에 불편을 주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장사한다며 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광주에서 20여 년간 붕어빵 노점을 운영해 온 이 모 씨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이 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구청 단속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 200만 원을 낸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단속을 피해 5일에 한 번씩 장날에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땅에 세를 얻어 붕어빵 가게를 열어봤지만, 붕어빵 수레가 통째로 철거당하기도 했습니다.

붕어빵 노점 대부분이 생계형이지만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기준 올해 접수된 민원은 700여 건입니다. 지난해에 비해 60%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자체는 주변 자영업자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어서 단속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KBS 취재진과 만난 한 디저트 가게 상인은 "먹고 살기 힘든 건 다 마찬가지"라면서 "붕어빵 노점이 문을 열면 매출이 20~30% 떨어진다"고 호소했습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상인과 노점상의 오랜 갈등 속 해법을 찾은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2019년 '노점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일정 조건을 갖춘 노점을 대상으로 도로점용료를 받고 합법화해서 영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겁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노점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의회 강수훈 의원은 "노점상을 음성화해서 규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양성화해서 정당한 소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 의원은 "광주공원 포장마차 역시 불법 노점상인데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며 "노점상을 불법으로 봐서 벌금을 부과할 것인지 생활 보호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변 자영업자들과의 갈등을 고려해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의원은 "장소를 어디에 둘 지, 어떤 품목을 판매할 지, 어떤 형태로 허용할 지 등에 대해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속과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생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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